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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인사책임자의 자리가 달라진다 — ‘비용 관리자’에서 ‘사업 전환 설계자’로

CEO의 97%가 AI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왜 HR은 여전히 ‘채용·급여’ 담당인가

올해 글로벌 경영자 서베이에서 눈에 띄는 숫자가 있다. CEO의 97%가 자사 사업에 AI를 통합하겠다고 답했고, 60%는 AI 덕분에 오히려 인력이 늘어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런데 바로 그 CEO 중 74%가 “AI에 대한 지식 부족이 이사회 의사결정을 제한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54%는 AI 투자를 결정한 이유로 ‘FOMO(뒤처질까 봐 하는 불안)’를 꼽았다.

이 숫자들이 말하는 건 단순하다. 경영진은 AI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어디로 달려야 하는지는 아직 모른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워야 할 사람은 — CTO가 아니라 — 인사책임자다.

‘알고리즘 10%, 사람 70%’ — 기술 전환의 실체

글로벌 컨설팅 기업의 최근 분석이 재미있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한다. AI 전환에 필요한 역량 배분을 10/20/70으로 나눈 것이다.

  • 알고리즘(10%) — 모델 자체는 이미 범용화됐다. 어떤 LLM을 쓰느냐는 차별화 요소가 아니다.
  • 기술 인프라(20%) — 클라우드, 데이터 파이프라인, 보안 체계. IT 부서의 몫이다.
  • 인력·조직·프로세스 변환(70%) — 누가, 어떤 역할로,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가. 이것이 전환의 본체다.

결국 AI 전환의 70%는 ‘사람 문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GenAI를 도입했다는 기업이 70%에 달하지만, 실제로 업무에 의미 있게 활용하는 비율은 38%에 그친다. 도입과 활용 사이의 갭이 32%포인트나 된다. 이 갭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 설계와 인력 재배치의 문제, 즉 HR의 문제다.

129명의 글로벌 인사 최고책임자가 꼽은 2026년 최대 과제

글로벌 HR 리서치 기관이 129명의 CHR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올해 최대 과제로 꼽힌 키워드는 네 가지다.

  1. 경제 불확실성 — 금리, 환율, 관세의 삼중 변수가 인력 계획을 흔든다
  2. 구성원 기대치 변화 — 유연근무, 의미 있는 일, 성장 기회에 대한 요구가 채용보다 리텐션을 어렵게 만든다
  3. 인건비 상승 — 최저임금 인상, 사회보험료 부담 증가가 동시에 진행된다
  4. AI 도입 가속 — 도구는 늘어나는데 활용 역량은 따라가지 못한다

한국 상황으로 번역하면 더 선명해진다. 올해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열렸고, 국민연금·건강보험료율은 매년 오른다. 주 52시간제 하에서 생산성을 높이라는 압력은 거세지는데, MZ세대 구성원은 ‘성장할 수 없는 조직’에서는 2년을 버티지 않는다. CHRO들이 직면한 과제는 글로벌이든 한국이든 본질적으로 같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높은 기대를 충족시키면서, 동시에 조직을 AI 시대에 맞게 재설계하라.

‘인당 매출 300%’ 격차의 비밀 — 인재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의 분석에 따르면, S&P 500 상위 기업은 중위 기업 대비 직원 1인당 매출이 300% 높다. 세 배가 아니라 ‘네 배’다. 같은 수의 사람을 고용하고도 매출이 네 배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인재 투자 수익률(Return on Talent)’이라는 개념에 있다. 상위 기업들은 다섯 가지를 다르게 한다.

  • 핵심 포지션에 최고 인재를 집중 배치한다 — ‘모든 자리에 좋은 사람’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자리에 최고의 사람’
  • 인력 배치를 분기 단위로 재검토한다 — 연례 인사가 아니라 사업 전략에 연동된 동적 배치
  • 스킬 기반으로 역할을 정의한다 — 직급이 아니라 역량이 포지션을 결정
  • 내부 이동을 외부 채용보다 우선한다 — 조직 지식을 보존하면서 성장 기회를 제공
  • 인재 관련 지표를 재무 지표와 같은 수준으로 추적한다 — ‘감’이 아니라 데이터

한국 기업 대부분은 여전히 ‘인건비 = 비용’으로 본다. 구조조정이라 하면 반사적으로 인원 감축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상위 기업들의 접근법은 정반대다. 인력을 줄이는 게 아니라 인력의 ‘배치’를 바꾸는 것이다.

한국 HR 리더에게 남은 세 가지 질문

이 모든 데이터를 한국 맥락으로 수렴시키면, HR 리더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세 가지로 좁혀진다.

첫째, AI 전환의 70%를 누가 설계하고 있는가?
대부분의 한국 기업에서 AI 프로젝트는 IT 부서나 DX팀이 주도한다. 하지만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역할 재정의, 스킬 갭 분석, 변화관리 — 이 모든 것은 본질적으로 HR의 영역이다. AI 도입 기업의 활용률이 38%에 머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은 들어왔는데, 그 기술을 쓸 ‘조직’이 준비되지 않았다.

둘째, 비용 절감을 ‘감원’으로만 접근하고 있지 않은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가장 먼저 나오는 카드가 ‘인력 효율화’다. 그러나 단순 감원은 단기 비용만 줄일 뿐, 핵심 인재 이탈과 조직 지식 유실이라는 더 큰 비용을 만든다. 스킬 기반 재배치, AI 자동화를 통한 저부가가치 업무 제거, 내부 인재 재활용 — 이런 접근이 ‘비용 전환’이고, 이것이 CHRO의 전략적 역할이다.

셋째, 인재 데이터를 재무 데이터만큼 정교하게 다루고 있는가?
매출, 영업이익, 현금흐름은 실시간으로 추적하면서, 핵심 인재의 이탈 위험도나 스킬 갭은 연 1회 인사평가에서만 확인한다면 — 그 조직의 인재 투자 수익률은 결코 높아질 수 없다. 인당 매출 300% 격차는 ‘사람을 더 뽑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데이터를 더 잘 읽는 것’에서 시작된다.

인사책임자의 자리가 옮겨가고 있다

과거의 HR은 채용, 급여, 복리후생, 징계를 관리하는 ‘관리 부서’였다. 그런데 AI 시대의 HR은 사업 전환을 설계하는 ‘전략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CEO의 60%가 AI로 인력이 늘어날 거라 예측하면서도 40%가 “스킬 부족이 AI 진전의 최대 장벽”이라 답한 이 아이러니 — 이것을 풀어야 할 사람이 바로 인사책임자다.

문제는, 한국에서 CHRO가 경영진 테이블에 앉아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다. 인사팀장이 관리이사 밑에서 채용 숫자만 맞추고 있다면, AI 전환의 70%는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는다. 인사의 자리가 바뀌어야, 조직의 미래가 바뀐다.

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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