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까지 직장인 3명 중 1명이 AI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게 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채용 공고를 작성하고, 급여를 계산하고, 온보딩 자료를 정리하는 일을 AI가 맡는 조직은 이미 현실이다. 그런데 정작 HR 부서의 반응은 엇갈린다. “우리 팀 인원을 줄여야 하나?” 아니면 “AI를 도입하면 뭐가 달라지나?”
문제의 핵심은 질문 자체에 있다. AI 에이전트 시대에 HR이 해야 할 일은 인력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혼합 인력 체계를 새로 설계하는 것이다. 기존의 FTE(정규 환산 인력) 중심 사고방식으로는 이 변화를 담아낼 수 없다.
한 줄 요약: AI 에이전트 시대, HR의 역할은 인력 감축이 아니라 ‘사람+AI’ 혼합 인력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다.
FTE 공식이 깨지고 있다
전통적인 인력 계획의 핵심은 단순했다. 연간 총 업무량을 1인당 근무시간으로 나누면 필요 인력이 산출된다.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반복 업무를 대행하기 시작하면 이 공식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새로운 인력 계획 공식은 이렇게 바뀐다.
필요 인력 = (연간 총 업무시간 – AI 자동화 시간) ÷ 1인 근무시간 + AI 에이전트 등가물(AAE)
여기서 핵심 개념이 AAE(AI Agent Equivalents)다. AI 에이전트가 처리하는 업무량을 별도 단위로 계산해서 인력 계획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채용팀이 연간 1만 시간의 업무를 처리한다고 하자. AI가 서류 심사, 일정 조율, 초기 스크리닝에서 3,000시간을 절감한다면, 단순히 1.5명을 줄이는 게 아니라 그 3,000시간 분량의 AI 에이전트를 인력 계획의 한 축으로 편입시키는 것이다.
이 관점 전환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처럼 성과 평가를 받지 않지만, 운영 비용, 유지보수, 품질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결국 “AI를 몇 대 돌리느냐”가 아니라 “AI와 사람이 각각 어떤 역할을 맡느냐”를 설계해야 한다.
기술이 아니라 거버넌스가 병목이다
1,908명의 HR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가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준다. AI 도입이 더딘 가장 큰 원인은 기술 부족이 아니었다. 스킬 갭, 거버넌스 부재, 리더십 이해 부족 — 이 세 가지가 실질적인 병목이었다.
1,908명
HR AI 도입 실태 조사 응답자 수
SHRM / 2026
1/3
2028년까지 AI 에이전트와 협업할 직장인 비율
Microsoft Work Trend Index / 2025
20%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 감소율(2024년 대비)
Stanford HAI / 2026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AI 도구 자체는 이미 충분히 성숙했다. ChatGPT, Copilot, 각종 HR 테크 솔루션이 시장에 넘쳐난다. 문제는 “누가 AI의 결과물을 검증하는가”, “AI가 내린 판단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AI 활용 기준을 누가 정하는가”라는 거버넌스 질문에 답이 없다는 점이다.
HR이 AI를 도입할 때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다. 도구를 먼저 사고 나서 용도를 찾는 순서다. 반대로, 어떤 업무를 AI에 맡길 것인지 먼저 결정하고, 그에 맞는 거버넌스 체계(검증 프로세스, 책임 소재, 품질 기준)를 설계한 뒤, 마지막에 도구를 선택해야 한다.
리스킬링 없는 AI 도입은 절반짜리다
AI가 기존 업무를 흡수하면, 남은 사람들의 역할은 바뀐다. 급여 계산을 AI가 하면 급여 담당자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급여 데이터 분석가”나 “보상 전략 설계자”로 전환된다. 이 전환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효과적인 리스킬링을 위해서는 세 가지 리더 그룹의 합의가 필요하다.
비즈니스 리더는 어떤 역량이 기업 가치를 만드는지 정의한다. 인재 리더(HR)는 현재 조직에 어떤 역량 갭이 있는지 진단한다. 기술 리더는 AI가 어떤 역량을 대체하고 어떤 역량을 증폭시키는지 분석한다. 이 삼각 합의 없이 “AI 교육 프로그램”만 도입하면, 직원들은 쓸모없는 기술을 배우고, 정작 필요한 역량은 공백으로 남는다.
사례 — 채용팀 AAE 적용한 중견기업 HR팀이 채용 프로세스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서류 심사에 AI 스크리닝을 적용하고, 면접 일정은 자동 조율 시스템이 처리한다. 기존 5명이 하던 업무를 3명+AI 2AAE 체제로 전환했다. 핵심은 줄어든 2명이 해고된 게 아니라, 한 명은 AI 스크리닝 결과를 검증하는 “AI 큐레이터” 역할로 전환하고, 다른 한 명은 후보자 경험 설계에 집중하는 “캔디데이트 익스피리언스 매니저”가 되었다는 점이다. 인원은 그대로인데 업무 구성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AI 시대 HR이 지금 해야 할 3가지
첫째, 업무 단위 AI 적용 가능성을 측정하라. 직무 단위가 아니라 업무(task) 단위로 쪼개서 AI가 대체할 수 있는 부분과 사람이 해야 하는 부분을 분리한다. 한 직무 안에서도 AI가 맡을 업무와 사람이 맡을 업무가 섞여 있다. “이 직무를 AI로 대체할 수 있나?”가 아니라 “이 직무의 어떤 업무를 AI가 더 잘하는가?”가 올바른 질문이다.
둘째, AAE를 인력 계획에 공식 반영하라. 내년도 인력 계획을 세울 때 AI 에이전트가 처리할 업무량을 별도 항목으로 산출한다. “정원 몇 명”이 아니라 “정원 몇 명 + AI 몇 AAE”로 예산을 짠다. 이렇게 해야 AI 운영 비용도 인력 예산에 포함되고, AI의 성과도 측정 가능해진다.
셋째, AI 거버넌스 체계를 HR이 주도하라. AI가 채용에서 차별적 결과를 내거나, 성과 평가에서 편향을 보이면 그 책임은 HR에 있다. 따라서 AI 결과물 검증 프로세스, 편향 모니터링, 직원 데이터 활용 범위를 HR이 먼저 정해야 한다. IT 부서에 AI 거버넌스를 맡기면, 기술적 안전성은 확보되지만 사람 중심의 공정성 기준은 빠지기 쉽다.
“역량 축소”가 아닌 “역량 재편성”
AI 시대의 조직 변화를 바라보는 프레임이 중요하다. “AI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프레임은 방어적 사고를 만든다. 결과는 채용 동결, 교육 축소, 기존 인력의 불안감 증가다.
반대로, “AI가 역할을 재편한다”는 프레임은 능동적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어떤 업무를 AI에게 넘기고, 어떤 업무에 사람을 집중시킬지 의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HR은 단순한 관리 부서가 아니라 조직 설계의 아키텍트가 된다.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이 2024년 대비 20% 감소했다는 데이터가 있다.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부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변화가 반드시 “일자리 소멸”을 뜻하지는 않는다. 코딩 자체는 AI가 보조하지만,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고, AI가 만든 코드를 검증하고, 비즈니스 맥락에서 기술적 판단을 내리는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HR이 이 전환을 미리 설계하지 않으면, 조직은 변화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 실무 시사점: AI 에이전트는 이미 HR 업무 현장에 들어와 있다. 핵심은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설계하느냐”다. FTE 중심의 인력 계획에 AAE(AI Agent Equivalents)를 공식 반영하고, 거버넌스 체계를 HR이 주도적으로 설계하며, 리스킬링을 비즈니스-인재-기술 리더의 삼각 합의로 추진하라. AI 시대 HR은 관리자가 아니라 조직 설계의 아키텍트다.
#AI에이전트#HR테크#인력계획#AAE#리스킬링#조직설계
참고 링크
- HR인사이트, “AI와 함께 일하는 시대, 다시 조직 설계에 나설 시간” (2026)
- SHRM, “AI in HR 2026: From Hype to Measured, Human-Centered Impact” (2026)
- McKinsey, “Upskilling and reskilling priorities for the gen AI era” (2026)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