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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내정 취소, 이건 해고입니다 — 근로계약 성립 시점과 구제신청 기준

서류전형, 필기, 면접을 모두 통과해 최종합격 통지를 받았습니다. 퇴사 처리도 마쳤고, 입사 첫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옵니다. “죄송합니다, 경영 사정이 어려워져서 채용을 취소하게 됐습니다.” 이 경우 그냥 받아들여야 할까요? 아니면 법적으로 다툴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판례는 최종합격 통지가 이뤄진 이상 그 취소는 해고라고 봅니다.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채용내정의 법적 성격 — “해약권유보부 근로계약”

채용내정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학설이 세 갈래로 나뉩니다.

  • 예약설: 정식 채용의 예약일 뿐, 파기되면 손해배상만 청구할 수 있다는 견해
  • 근로계약체결과정설: 채용 과정의 일 단계에 불과, 당사자 누구도 구속하지 않는다는 견해
  • 근로계약성립설: 채용내정 통지 자체가 근로계약 승낙이므로 이미 계약이 성립했다는 견해 (다수설·판례)

대법원은 근로계약성립설 입장입니다. 사용자의 채용공고는 “청약의 유인”, 지원자의 지원(응시)은 “청약”, 사용자의 최종합격 통지는 “승낙”에 해당하므로, 채용내정 통지가 발송된 시점에 근로계약이 체결된다고 봅니다(대법 2002.12.10, 2000다25910).

다만 판례는 한 가지를 더 인정합니다. 채용내정 단계에서는 사용자에게 해약권이 유보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졸업, 학위취득, 서약서 제출 등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허위이력 등 채용결격사유가 발견되면 해약권을 행사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약권유보부 취업시기부 근로계약”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받은 게 채용내정인지 어떻게 판단하나

채용내정이 성립했는가 아닌가는 실무에서 분쟁의 핵심입니다. 사용자는 “채용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진행 중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례는 다음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채용내정으로 인정된 사례

  • 서류전형·면접 등 채용절차를 모두 거쳐 최종합격 통보를 받은 경우 (대법 2000.11.28, 2000다51476)
  • 사용자가 근로자를 채용하겠다는 의사를 외부적·객관적으로 표명하여 통지한 경우 (서울행법 2020.5.8, 2019구합64167)
  • 운전복 지급, 근로계약서 작성 요청, 근무시작일 지정, 배차 예정 등 입사 준비 행위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진 경우 (중노위 2010.10.18, 2010부해681)

채용내정으로 인정되지 않은 사례

  • 월급 등 일부 근로조건을 제시했으나 취업규칙상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경우 (대전고법 2017.11.16, 2017누12443)
  • 사원증·제복을 지급받고 노선을 왕복했으나 임원 면접과 근로계약서 작성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대전고법 2017.11.30, 2017누12)
  • 면접 합격 후 단순 임용대기 상태로 구체적 근로조건 약정이 없는 경우 — 근기법상 보호 없음, 민사 손해배상청구만 가능 (근기 68207-848, 1999.12.13)

입증책임은 채용내정 관계가 성립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있습니다.

법은 뭐라고 하나 — 취소하면 해고,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채용내정이 성립한 이상, 그 취소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의 “해고”에 해당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

채용내정 취소 시의 “정당한 이유”는 이미 근무 중인 정식 근로자의 경우보다는 범위가 다소 넓게 인정됩니다(대법 2006.2.24, 2002다62432). 마치 시용(試用)기간 중 본채용 거부와 유사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다음과 같은 사유는 정당한 취소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 졸업·학위취득 실패: 채용 조건으로 명시된 경우 → 조건 미충족으로 해약권 행사 가능
  • 허위 이력서: 사용자가 알았다면 채용하지 않았을 사실을 숨긴 경우 → 민법 제109조(착오) 또는 제110조(사기)에 의한 취소 가능
  • 자격·경력 미충족: 채용공고에 명시된 응시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 경우 (서울고법 2020.4.22, 2019누58034)
  • 경영악화: 정식채용 기한 전에 고용관계를 유지하지 못할 사정변경이 발생한 경우 — 다만 단순히 경기가 나빠졌다는 사유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경영상 필요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반면 채용 전에 발생한 비위행위가 채용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용자를 속인 것이 아니라면 이를 이유로 한 채용취소는 부당해고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무 주목 포인트 — 해고예고와 서면통지

서면통지는 필수 (근기법 제27조)

해고의 효력이 발생하려면 반드시 서면으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통지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27조). 전화 통보, 구두 통보만으로는 해고 효력 자체가 없습니다. 채용내정 취소도 예외가 아닙니다.

해고예고(근기법 제26조) — 논쟁이 있는 영역

해고예고(30일 전 사전통지 또는 30일분 통상임금 지급)를 채용내정 취소에도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립니다.

  • 적용 배제 판례: 채용내정기간을 수습기간으로 보아, 개정 전 근기법 제35조 제5호(수습 사용 중 근로자 해고예고 제외)를 근거로 해고예고수당 청구를 기각한 사례가 있습니다(서울고법 2000.8.25, 나41055).
  • 적용 타당 견해: 해고예고 제도가 반드시 근로제공을 전제로 하는 규정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채용내정기간이 3개월을 넘는다면 해고예고를 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현행법상 수습기간 중 근로자에 대한 해고예고 제외 규정(근기법 제35조 제5호)은 수습 사용 후 3개월 이내에 해당하는 자에게만 적용됩니다. 채용내정 취소 시점이 이 기간을 넘는다면, 해고예고를 하거나 해고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구제신청은 가능한가

채용내정이 성립한 이상, 그 취소는 해고이므로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가능합니다. 단, 구제신청이 적법하려면 먼저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했음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사용자가 “채용내정이 없었다”고 다투는 경우, 이를 근로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채용내정 취소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외에도,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 없는 채용내정 취소를 불법행위로 보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대법 1993.9.10, 92다42897). 배상 범위는 원칙적으로 입사예정일 이후 취소 확정 시까지 받지 못한 임금 상당액이 기준이 됩니다(대법 2002.12.10, 2000다25910).

핵심 정리

  • 최종합격 통지를 받은 채용내정은 근로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본다 (근로계약성립설, 판례·다수설)
  • 채용내정을 취소하면 해고에 해당하므로 근기법 제23조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 해고는 반드시 서면으로 사유와 시기를 통지해야 효력이 생긴다 (근기법 제27조)
  • 정당한 취소사유: 졸업·자격 미충족, 허위이력, 경영상 사정변경 등 — 정식 근로자보다 다소 넓게 인정
  • 채용내정이 성립하지 않은 단계(단순 임용대기, 근로조건 미약정)에서는 근기법 보호 없음 — 민사 손해배상만 가능
  • 부당한 채용내정 취소 →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 민사 손해배상 청구 병행 가능

자주 묻는 질문

Q. 최종합격 통보만 받고 근로계약서를 아직 쓰지 않았는데, 취소하면 해고인가요?

판례는 최종합격 통보 자체를 근로계약 승낙으로 보기 때문에, 근로계약서 미작성이 채용내정 성립을 막지 않습니다. 다만 채용 절차(서류전형·면접 등)를 모두 거쳤고 합격 통보가 명확하게 이루어졌는지가 핵심입니다.

Q. 경기가 나빠서 채용을 취소한다는 회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경영 사정”은 구체적인 입증이 필요합니다. 막연한 경영 악화를 이유로 한 취소는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면으로 취소 사유와 시기를 통지받았는지 먼저 확인하고, 미통지 상태라면 서면통지를 요구하세요.

Q. 채용내정 후 입사 전인데 해고예고수당을 요구할 수 있나요?

내정 취소 시점이 채용내정기간 3개월 이내라면 법원 판례상 해고예고수당 적용이 배제될 수 있습니다. 3개월을 초과한 경우라면 해고예고수당 청구가 가능하다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Q. 이미 다니던 직장을 퇴직했는데, 손해배상 청구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요?

기존 직장을 퇴직한 사실은 손해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입사예정일 이후 취소 확정 시까지의 임금 상당액이 기준이 되며, 퇴직으로 인한 추가 손해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감액 가능 부분(전직 노력 태만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Q. 노동위원회 구제신청과 민사소송 중 어느 쪽이 유리한가요?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은 절차가 빠르고 비용이 적습니다. 원직복직과 임금 상당액 지급을 구하는 데 유리합니다. 민사소송은 손해배상 범위가 넓어 퇴직 직장에서의 손실 등을 포함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두 절차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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