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업이 3주차를 넘어서는 동안, 회사 측은 비조합원을 우선 배치해 반도체 라인을 유지하고 있다. 파업 기간 중 대체근로는 노조법 제43조 제1항에 따라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모든 대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비조합원 활용은 허용되고, 외부 신규채용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며, 하청 파업 때 원청이 개입하면 복잡한 사용자성 논쟁이 따라붙는다. 어디서 선을 넘는 것인지, 실제 판결과 판정례로 확인한다.
한 줄 요약: 파업 중 비조합원 활용은 합법, 외부 신규채용은 형사처벌 — 경계는 노조법 제43조의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와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에 그어져 있다.
노조법 제43조가 그은 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 제1항은 이렇게 규정한다. 사용자는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 위반 시 노조법 제91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행정 제재가 아니라 형사 처벌이다.
이 조항의 핵심어는 두 가지다. 첫째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이고, 둘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다. 이 두 경계가 어떻게 그어지느냐에 따라 합법과 위법이 갈린다.
비조합원 활용은 왜 합법인가
삼성전자 노조 측은 DS부문의 80%가 조합원이지만 회사가 나머지 비조합원을 우선적으로 근무 편성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이는 맞다. 비조합원은 이미 당해 사업 내에 있는 근로자이므로 노조법 제43조의 금지 대상이 아니다.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근로자를 배치전환하거나 연장근무를 지시하는 것은 허용된다.
대법원 역시 이 점을 명확히 해왔다. 1992년 국민연금관리공단 파업 사건(대법원 91다43800 판결)에서 법원은 파업 조합원들이 신규채용 직원의 출근을 조직적으로 저지하고 사무실을 점거한 행위가 쟁의행위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아 관련자들의 파면을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비조합원·신규직원이 출근하는 것을 막을 권리는 파업 노조에게 없다는 뜻이다.
형사처벌을 부른 사건 — 서울서부지법 2015노401
경계를 넘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실제 사건이 잘 보여준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17. 6. 15. 선고 2015노401 판결이다. H사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벌이는 동안, 사용자 측 대표 C는 외부에서 U를 새로 채용해 파업 참가자들의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여기에 더해 조합원들에게 탈퇴를 종용하는 행위도 병행했다.
검사는 노조법 위반(대체채용 금지 위반 +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으로 기소했다. 원심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고, 항소심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해 확정됐다. 법원은 대체채용이 쟁의행위 기간 중 파업 참가자의 업무를 수행시키기 위한 것임이 명백했고, 채용 시기·절차·투입 업무 범위를 종합할 때 노조법 제43조 위반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포인트: 대법원은 쟁의행위 전에 채용이 이루어졌어도 파업 참가자의 업무를 수행시키기 위해 채용된 것이 증명되면 노조법 위반이라고 판시한다. 채용 시점이 파업 이전이라는 사실만으로는 합법이 되지 않는다.
가장 복잡한 논쟁 — 하청 파업 때 원청이 대체근로를 시키면?
최근 노동 현장에서 가장 치열한 법적 다툼이 벌어지는 지점이다.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파업을 하면, 원청 회사가 직접 나서거나 다른 하청업체를 통해 일을 처리할 수 있을까?
전통적인 견해는 원청은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노조법 제43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기준이 흔들리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사건은 CJ 택배 대체근로 사건이다.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9고정1106 판결에서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다. 전국 각 지역의 택배업무는 서로 일관된 공정 아래 통일적으로 수행되는 하나의 ‘당해 사업’이 아니다. 영남권 수탁업체에서 파업이 발생했을 때 서울권 인력을 투입한 행위는 당해 사업 외부의 자를 대체한 것이므로 위법한 대체근로에 해당한다고 봤다. 각 지역 택배업무는 별개의 독립 공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 인력은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가 된다는 논리다.
반면 같은 구조의 다른 사건에서 서울 지역 법원들은 타 지역 인력 투입을 적법한 대체근로라고 판단한 경우도 있었다. 같은 법 조항을 두고 하급심이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당해 사업’의 범위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2018다296229)은 원청이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상대방이 될 수 있는지를 다투고 있으며, 현재도 계류 중이다. 이 사건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원청도 노조법 제43조의 대체근로 금지 의무를 지게 된다. 서울고법 2023누34646 판결은 이미 원청이 하청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해야 하고 이를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시한 바 있어, 흐름은 원청 책임 강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승패를 가른 핵심 — 무엇이 달랐나
- 대체인력이 당해 사업 내부인가 외부인가 — 사업 내 비조합원·비파업 참가자 활용은 합법이다. 외부 신규채용·타 사업장 인력 투입은 위법 가능성이 크다.
- 채용 시점이 아니라 채용 목적과 투입 업무가 기준 — 파업 전 채용이더라도 파업 참가자 업무를 대신 수행시켰다면 위반이다.
- ‘당해 사업’ 범위 해석 — 장소적 분리보다 업무 공정의 일체성으로 판단한다. 지역별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이면 타 지역 인력 투입도 위법이 될 수 있다.
-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 —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한다고 인정되면 대체근로 금지 의무도 함께 따라온다.
- 도급 계약 변경과 대체근로의 경계 — 파업을 계기로 새 업체와 도급을 체결한 경우, 업무의 연속성과 실질적 지배관계를 따져야 한다. 형식만 도급이면 탈법으로 볼 수 있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 파업 전 인력 보강은 가능하나 증거 관리가 필수 — 채용 공고 게시일, 채용 이유, 실제 투입 업무를 서면으로 남겨야 한다. 타이밍이 아니라 목적과 투입 업무가 위반 여부를 결정한다.
- 타 부서·타 지점 인력 배치전환 시 당해 사업 여부 선점 확인 — 같은 회사라도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지점·공정이면 법원이 별개 사업으로 볼 수 있다. 사전에 검토가 필요하다.
- 하청업체 사용자는 원청의 개입 여지를 최소화해야 — 파업 기간 중 원청이 하청 인력을 직접 지휘하거나 대체 업체 선정에 직접 관여하면 사용자성 인정의 근거가 된다.
- 필수유지업무 협정을 체결해 두면 분쟁 여지가 줄어든다 — 파업 전 노사가 필수유지업무 수준을 합의해 두면, 해당 업무에 한해 조합원을 잔류 배치할 수 있어 대체근로 논쟁이 발생하지 않는다.
-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은 노동조합 명의로 가능 — 노조법 제43조 위반은 형사 고발뿐 아니라 노동조합이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낼 수도 있다. 두 경로가 동시에 열린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건 요지 — 외부 채용으로 벌금 확정 서울서부지방법원 2015노401(2017.6.15.). 쟁의행위 기간 중 외부에서 신규 채용해 파업 참가자 업무를 대체한 사용자 대표에게 노조법 제43조 위반·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로 벌금 300만원 확정. 형사 처벌(노조법 제91조)이 실재함을 보여준 판결.
사건 요지 — 타 지역 인력 투입도 위법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9고정1106. CJ 택배 대체근로 사건. 영남권 수탁업체 파업 시 서울권 인력을 투입한 행위에 대해, 각 지역 택배업무가 별개 독립 공정이라는 이유로 “당해 사업 외부의 자”를 대체한 위법한 대체근로로 판단.
실무 포인트 — “당해 사업” 범위 사전 검토 같은 회사라도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지점·공정이면 법원이 별개 사업으로 본 사례가 있다. 타 부서·타 지점 인력 배치전환 전에 업무 공정의 일체성을 서면으로 정리해두면 분쟁 위험이 줄어든다. 필수유지업무 협정을 사전 체결하는 것도 유효한 예방책.
주의 — 채용 시점이 알리바이가 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쟁의행위 전에 채용했더라도 파업 참가자 업무를 수행시킬 목적이 증명되면 노조법 위반이라고 판시한다. 채용 시기·절차·실제 투입 업무를 종합해 판단하므로, “파업 전에 뽑았다”는 사실만으로는 합법화되지 않는다.
한 줄 정리
파업 중 비조합원 활용은 자유지만, 외부 인력을 단 한 명이라도 파업 빈자리에 앉히면 그 순간 형사처벌 리스크가 생긴다. 하청 파업이라면 원청의 개입 흔적 하나하나가 사용자성 인정의 증거가 된다.
💡 판례의 시사점:
① 비조합원 활용은 자유, 외부 인력은 한 명도 위험. “당해 사업 내부냐 외부냐”가 합법·위법의 1차 기준.
② 채용의 “시점”이 아니라 “목적과 투입 업무”가 기준. 파업 전 채용도 대체 목적 투입이면 위반이다.
③ 하청 파업은 원청의 사용자성 추적이 핵심. 대법원 전원합의체 2018다296229 결과에 따라 원청에도 제43조 의무가 확장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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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파업 중에 비조합원에게 파업 참가자의 업무를 시켜도 되나요?
비조합원은 당해 사업 내 근로자이므로 노조법 제43조의 대체 금지 대상이 아닙니다. 배치전환·연장근무 지시는 허용됩니다. 다만 단체협약에 별도 제한 조항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Q. 파업 시작 전에 미리 인력을 채용해 두면 합법인가요?
채용 시점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채용 목적과 투입 업무를 종합해 봅니다. 파업 참가자의 업무를 수행시킬 목적으로 채용됐고 실제로 그 업무를 했다면, 채용일이 파업 전이어도 노조법 위반이 됩니다.
Q. 하청업체 파업 때 원청이 다른 하청으로 교체하면 위법인가요?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사용자로 인정될 경우에는 위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쟁점으로, 대법원 전원합의체(2018다296229)에서 최종 판단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Q. 대체근로 금지 위반 시 처벌 수위는 어떻게 되나요?
노조법 제91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행정 제재가 아닌 형사 처벌이며, 사용자 개인(대표이사 등)이 피고인이 됩니다. 실제로 벌금 300만원이 확정된 판례(서울서부지법 2015노401)가 있습니다.
Q. 파업 기간 중 기존 외부용역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면 위법인가요?
고용노동부 해석에 따르면, 파업 전부터 통상적으로 유지되던 외부용역을 파업 기간에도 동일한 수준으로 계속 사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반이 아닙니다. 단, 파업을 계기로 용역 규모를 늘리거나 범위를 확장하면 위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