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약 2만 명이었던 홈플러스 임직원이 2026년 현재 1만5,000명으로 줄었다. 1년 남짓 사이에 5,000명이 사라진 것인데, 법원이 정식 정리해고를 허가한 기록은 없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이 물음이 홈플러스 사태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기업이 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순간, 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논리와 노동법(근로기준법)의 논리가 맞부딪힌다. 회생 법원은 부채 구조 재편에 집중하고, 노동법은 해고 요건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다. 홈플러스 사태는 그 충돌이 5,000명의 생계 위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다.
37개 매장 문 닫고, 노조 4번째 단식
홈플러스는 2025년 3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점포 매각 등으로 약 4조 원을 먼저 회수했다는 ‘먹튀’ 논란이 배경에 깔려있다. 회생 개시결정 이후 관리인 체제로 전환됐고 구조조정이 본격화됐다.
5,000명 감소의 실체는 희망퇴직 + 자연감소 + 점포 폐점이다. 2026년 5월, 104개 대형마트 중 37개 점포 영업을 임시 중단했다. 폐점 점포 직원들에겐 운영 중인 다른 점포로의 전환배치 기회가 제공됐지만,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사전 협의도, 보상 대책도 없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5월 14일 네 번째 단식에 돌입했다. 이전 세 차례의 단식도 모두 고용 불안과 MBK의 책임 방기에 항의한 것이었다. 노조 측은 국책 자산관리기관인 유암코(UAMCO)의 경영 개입과 공적 자금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회생계획안 가결기한을 기존 5월 4일에서 7월 3일까지 두 달 더 연장했다. 하림그룹 계열 NS홈쇼핑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 절차를 밟고 있어, 그 결과를 먼저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가결이 거듭 미뤄지면서 ‘청산형 회생’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도산법과 노동법 — 두 법이 충돌하는 지점
회생 개시가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완화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24조는 경영상 해고를 정당화하기 위한 4가지 요건을 명시한다.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됐다고 해서 이 요건이 자동으로 낮아지지는 않는다.
법원이 회생 인가를 결정할 때 사업 축소나 인력 감축을 회생계획에 포함시킬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개별 근로자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회생법원의 허가가 노동법의 면제를 의미하지 않는 것이다. 회생법원 허가 ≠ 근로기준법 면제다.
다만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요건은 회생 신청 사실 자체가 어느 정도 입증해준다는 게 실무적 현실이다. 법원이 회생 개시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해당 기업에 도산 회피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공식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이후 세 가지 요건이다. 해고 회피 노력, 합리적·공정한 기준, 사전 협의는 여전히 개별 사건에서 따로 충족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홈플러스 사태의 법적 뇌관이다.
임금채권, 어느 줄에 서있는가
기업회생 개시 후 임금채권은 발생 시점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회생 개시결정 이후 발생한 임금은 공익채권(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79조)이 돼 다른 모든 채권보다 우선 변제된다. 반면 회생 개시 전 미지급 임금은 회생채권으로 분류돼 일반 채권보다는 앞서지만 공익채권보다는 뒤에 선다.
여기에 근로기준법 제38조 제2항의 ‘최우선변제 임금’이 겹친다. 최근 3개월치 임금과 3년치 퇴직금은 질권·저당권에도 우선한다. 홈플러스처럼 메리츠 등 금융기관이 주요 채권자인 경우, 이 우선순위 충돌이 실제 변제 금액과 순서를 결정짓는다. 체불이 발생한 홈플러스 직원이라면 임금이 언제 발생했는지가 회수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다.
실무에서 주목할 체크포인트
정리해고 4요건 — 기업회생 상황에서의 쟁점
| 요건 | 내용 | 기업회생 상황에서의 핵심 쟁점 |
|---|---|---|
|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 도산 회피·생산성 향상·구조 변경 포함 | 회생 개시결정 자체가 입증에 유리. 단, 단순 수익성 악화만으로는 불충분 |
| 해고 회피 노력 | 희망퇴직·무급휴직·전환배치·신규채용 동결 | 37개 폐점 직원에게 전환배치가 실질적으로 제공됐는지, 절차가 문서화됐는지가 핵심 |
| 합리적·공정한 기준 | 근속연수·부양가족·업무능력 등 객관적 기준 | 기준 부재 또는 서면 미작성 시 부당해고 인정 위험. 사전에 기준 공지 필수 |
| 사전 협의 의무 | 해고 예정일 50일 전 서면 통보 + 성실한 협의 | 노조 “사전 협의 없었다” 주장이 지속. 절차 흠결이 쟁점화될 가능성 가장 높음 |
임금채권 우선변제 순서
| 구분 | 근거 | 순위 | 해당 내용 |
|---|---|---|---|
| 최우선변제 임금 | 근로기준법 제38조 ② | 1순위 | 최근 3개월 임금 + 최근 3년치 퇴직금 (저당권·질권보다도 우선) |
| 공익채권 임금 |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 2순위 | 회생 개시결정 이후 발생한 임금·퇴직금 (계속 지급이 원칙) |
| 회생채권 임금 | 채무자회생법 | 3순위 | 회생 개시 전 미지급 임금 (회생계획에 따라 분할 지급될 수 있음) |
기업회생 관련 자문을 진행하다 보면, 사용자 측이 ‘법원이 회생을 허가했으니 해고도 문제없겠지’라고 오해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실제로는 사전 협의 절차 하나만 빠뜨려도 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로 뒤집힌 사례가 있습니다. 회생 인가 전에 정리해고 4요건을 반드시 별도로 점검하고, 협의 과정을 빠짐없이 문서화해야 합니다.
7월 3일 이후 — 두 가지 시나리오
서울회생법원이 설정한 7월 3일이 1차 분수령이다. 회생계획안이 채권단 가결을 통과하면 구조조정 범위가 확정되고 정식 정리해고 절차가 본격 개시될 수 있다. 사용자 측인 관리인은 4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해고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근로자 측은 각 요건의 충족 여부를 꼼꼼히 검토해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반면 가결에 실패하거나 추가 연기되면 청산형 회생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남은 1만5,000명의 고용이 일괄 위협받는다. 청산형 회생은 사실상 법인을 해체하는 과정으로, 대규모 집단해고가 불가피해진다. 어느 경로로 가든, 이미 5,000명이 사라진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제24조의 4가지 요건이 제대로 지켜졌는지에 대한 소급 검증도 남아있다.
홈플러스 사태는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유통업 도산 사례다. 기업회생 중 노동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통업 종사자, 인사담당자, 채권자 모두가 이 사건의 전개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업회생 중에도 정리해고 요건은 동일하게 적용되나요?
네,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회생법원 허가는 근로기준법 제24조 4요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해고는 회생 중이더라도 부당해고로 판정될 수 있습니다.
Q. 회생 개시 전에 밀린 임금은 어떻게 받나요?
회생채권으로 분류되어 회생계획에 따라 변제됩니다. 단, 최근 3개월분 임금과 3년치 퇴직금은 최우선변제 대상으로 저당권보다 앞서 받을 수 있습니다.
Q. 희망퇴직을 거부해도 되나요?
희망퇴직은 본인 동의가 전제됩니다. 거부해도 됩니다. 다만 사용자가 정리해고 4요건을 충족하면 강제 해고가 가능하며, 이 경우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통해 다툴 수 있습니다.
Q. 점포 폐점 시 전환배치를 요구할 수 있나요?
해고 회피 노력의 일환으로 사용자는 전환배치를 먼저 시도해야 합니다. 이를 건너뛰고 해고하면 요건 미충족으로 부당해고가 될 수 있습니다.
Q.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하면 회생법원 절차와 충돌하나요?
충돌하지 않습니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부당해고 다툼)과 회생법원 절차(채권 변제)는 별개로 진행됩니다. 임금채권 회수는 회생절차를 통해 별도 처리됩니다.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