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내정자에게 ‘사정이 생겼다’는 연락 한 통을 보냈다가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사건이 되는 경우가 실무에서 꾸준히 발생한다. 채용내정 통지가 발송된 순간,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이미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본다. 내정 취소는 해고다. 아래 7가지 체크포인트는 내정통보부터 첫 출근일까지, HR 담당자가 놓치면 회사에 법적 리스크를 남기는 항목들이다.
법은 뭐라고 하나
채용내정과 관련해 직접 규정하는 단일 법조문은 없다. 그러나 다음 조항들이 채용내정자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 근로기준법 제17조 — 근로계약 체결 시 임금·소정근로시간·휴일·연차 등 주요 근로조건을 서면으로 명시하고 교부해야 한다. 채용내정도 근로계약이므로 적용된다.
-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금지. 채용내정 취소가 해고에 해당하면 이 조항이 적용된다.
- 근로기준법 제26조 — 해고예고 의무. 단, 계속 근로기간 3개월 미만(수습·시용 포함)은 예외(제1호).
- 최저임금법 제5조 제2항 — 수습 사용 후 3개월 이내인 자는 시간급 최저임금의 90%까지 감액 지급 가능. 단, ① 1년 미만 기간제 계약 근로자 ② 단순노무직종(고용노동부 고시)은 제외.
-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제16조 — 채용 과정에서 수집하는 개인정보는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으로 제한. 주민등록번호·가족사항 등 민감정보는 명확한 동의 없이 수집 불가.
판례·행정해석이 그은 선
대법원 2002.12.10. 선고 2000다25910 — 대기업이 대학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서류전형·면접·신체검사를 거쳐 최종합격을 통지한 행위를 근로계약의 ‘청약(지원자) + 승낙(사용자)’으로 보았다. 채용내정 통지 발송 시점에 근로계약이 성립하며, 사용자에게는 졸업 실패 등 특정 사유에 한해 해약권이 유보될 뿐이다. 이를 해약권유보부 근로계약이라 부른다.
서울행정법원 2020.5.8. 선고 2019구합64167 — 회사가 최종합격 및 채용을 통지한 것은 근로계약 승낙에 해당하고, 그 이후 내정을 취소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내정 취소가 근기법 제23조의 정당한 이유를 갖추지 못하면 부당해고가 된다.
행정해석 근기 68207-848(1999.12.13.) — 면접 합격 후 근로조건 등에 관한 구체적 약정 없이 단지 ‘임용대기’ 상태에 놓였다면 근기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 이 경우 합격 취소는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로 처리된다. 즉, 내정통보의 구체성이 낮을수록 법적 보호가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앙노동위원회 2010.11.4. 2010부해710 — 채용내정이 인정되려면 통상적으로 졸업·학위취득·서약서 제출·프로젝트 완성 등 일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채용한다는 특별한 조건이 포함되어야 한다. 단순히 ‘합격했으니 기다려라’는 수준의 통지는 채용내정 계약으로 보기 어렵다.
HR 담당자 체크리스트 7가지
| 단계 | 체크포인트 | 핵심 근거 | 리스크 |
|---|---|---|---|
| ① | 내정통보서 서면 발급 | 근기법 제17조 | 구두 통보만 했다가 분쟁 시 계약 성립 시점 입증 곤란 |
| ② | 취소 가능 사유를 서면에 명기 | 대법 2000다25910 | 사유 없는 취소 = 부당해고 |
| ③ | 입사 전 개인정보 수집 최소화 | 개인정보보호법 제15·16조 | 과잉 수집 시 과태료 + 손해배상 |
| ④ | 근로조건 서면 명시·교부 | 근기법 제17조 | 500만 원 이하 벌금 |
| ⑤ | 4대보험 자격취득 신고 (입사일 기준) | 각 보험법 자격취득 조항 | 미신고 시 과태료, 소급 부과 |
| ⑥ | 수습기간·감액 요건 충족 확인 | 최임법 제5조제2항 | 요건 미충족 시 최저임금 위반 |
| ⑦ | 채용 철회 시 손해배상 리스크 점검 | 근기법 제23조, 민법 | 부당해고 구제·민사손배 중복 가능 |
① 내정통보서 서면 발급 — 계약 성립 시점을 못 박는 문서
최종합격 통지를 이메일·문자로만 보냈다면, 훗날 분쟁에서 ‘내정 통지를 했는가, 아닌가’를 두고 다투게 된다. 내정통보서에는 입사예정일, 부서·직위, 예정 연봉(또는 임금 체계), 수습 여부·기간, 취소 가능 사유를 명기하고 내정자의 수령 확인 서명을 받아 두어야 한다. 이 문서 하나가 근로계약 성립 시점을 확정하는 증거가 된다.
내정통보서에 입사예정일·임금·수습기간·취소사유 기재
내정자 서명(또는 이메일 회신) 보관
문서 사본 인사파일에 편철
② 취소 가능 사유를 서면에 명기 — 해약권 유보의 핵심
채용내정은 ‘해약권이 유보된 근로계약’이다. 취소 사유를 통보서에 명기하지 않으면 사실상 무조건 해고를 금지한 일반 근로계약과 동일한 취급을 받는다. 통상 허용되는 취소 사유는 ① 입사 전제 조건 미충족(졸업 실패, 자격증 미취득), ② 이력서 허위기재 발각, ③ 건강상 직무 수행 불가, ④ 경영상 중대한 사정 변화 등이다. 단순히 ‘필요시 취소할 수 있다’는 포괄적 문구는 효력이 약하다.
취소 가능 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
포괄조항(기타 사유 등) 단독 기재 지양
취소 전 사전 통보·소명 기회 부여 절차 마련
③ 입사 전 개인정보 수집 최소화
내정 후 입사 서류로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건강검진 결과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직무와 관련 없는 가족사항·건강정보는 수집 자체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될 수 있다. 꼭 필요한 정보라면 수집·이용 목적을 고지하고 별도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입사 서류 목록에서 직무 무관 항목 제거
건강검진 결과 수집 시 별도 동의서 징구
수집한 개인정보 보관기간·파기 기준 내규화
④ 근로조건 서면 명시·교부 (근기법 제17조)
근기법 제17조는 근로계약 체결 시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연차유급휴가, 취업장소·종사업무를 반드시 서면으로 명시하고 교부하도록 한다. 내정통보서와 별도로 근로계약서를 첫 출근일 이전 또는 당일에 작성해야 하며, 미교부 시 5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특히 수습기간이 있으면 수습기간 중 임금을 별도로 명기해야 한다.
근로계약서에 수습기간·수습 중 임금 별도 기재
첫 출근일 당일 교부, 서명 완료
계약서 사본 1부 근로자에게 교부
⑤ 4대보험 자격취득 신고
4대보험 자격취득 신고는 입사일(실제 근로 시작일)을 기준으로 처리한다. 내정 기간 중에는 신고 의무가 없으나, 첫 출근일을 놓치면 과태료와 함께 소급 보험료가 부과된다. 건강보험은 입사일로부터 14일 이내, 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은 다음달 15일까지 신고하는 것이 원칙이나, 실무에서는 입사 당일 또는 다음 날 일괄 처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입사일 확정 즉시 4대보험 취득 신고 예약
수습기간 중 고용보험 적용 여부 확인 (5인 미만 등 예외 사항)
외국인 근로자 특이사항 별도 검토
⑥ 수습기간 설정 시 임금 감액 요건 확인
수습기간 중 최저임금의 90%만 지급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 수습 사용 후 3개월 이내인 기간에만 적용 (3개월 초과분은 100% 지급)
- 1년 이상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이어야 한다 (1년 미만 기간제는 감액 불가)
- 고용노동부 고시 단순노무직종은 감액 불가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에 수습기간을 명시하지 않으면 감액 자체가 불가하다. 또한 ‘수습’이라는 명칭을 쓰더라도 정식채용 적격성 평가를 거치는 구조라면 ‘시용’으로 볼 수 있으며, 이때 시용 여부를 취업규칙에 반드시 규정해 두어야 한다.
취업규칙에 수습기간·시용 근거 조항 존재 여부 확인
1년 미만 계약 여부 확인 (감액 불가 사유)
단순노무직종 해당 여부 확인
감액 후 실제 지급액이 최저임금 90% 이상인지 계산
⑦ 채용 철회 시 손해배상 리스크 관리
불가피하게 내정을 취소해야 한다면, 취소 사유의 정당성 + 절차의 적정성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내정자가 현 직장을 퇴사했거나, 다른 입사 기회를 포기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리스크도 함께 존재한다.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는 동시에 민사소송을 병행하는 사례도 있다. 취소 사유가 경영상 이유라면 정리해고 요건(긴박한 경영상 필요·노력·절차·기준 순서)에 준해 진행해야 한다.
취소 통보 전 내정자 소명 기회 부여
취소 사유·근거 서면 통지, 증빙 보관
합리적인 위로금·보상 제공 검토
자주 하는 실수 3가지
- “아직 출근 안 했으니 해고 아니다” — 대표적 오해다. 최종합격 통지를 보낸 시점에 이미 근로계약은 성립한다. 미출근 여부는 해고 해당 여부와 무관하다.
- “수습 3개월이면 언제든 정리할 수 있다” — 수습기간 중 해고도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적성이 안 맞는다’는 주관적 평가만으로는 부당해고가 된 사례가 많다.
- “구두로 조건 바꿔도 된다” — 입사 후 구두로 임금·직위를 내정통보서 기재 내용과 다르게 운용하다가 나중에 분쟁이 생기면 내정통보서 기재 내용이 근로조건이 된다.
채용내정 분쟁 사건을 다수 처리해보면, 가장 흔한 패턴은 내정통보를 구두 또는 단순 이메일로만 하고 취소 사유를 전혀 명기하지 않은 채 경영상 이유로 입사를 철회하는 경우다. 이미 현 직장을 퇴직한 내정자가 노동위원회와 민사법원 양쪽에 동시 청구하는 사례까지 이어지는데, 내정통보서 한 장에 취소 사유 3~4개만 구체적으로 적어두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리스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합격 통보를 했지만 아직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면 내정 취소가 해고인가요?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와 무관하게, 최종합격 통지를 발송한 시점에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봅니다(대법 2000다25910). 내정 취소는 해고에 해당할 수 있으며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부당해고가 됩니다.
Q. 수습기간 중 임금을 최저임금의 90%로 주려면 반드시 취업규칙에 명시해야 하나요?
네.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에 수습기간 및 감액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명시 없이 임의로 감액하면 최저임금 위반이 됩니다.
Q. 내정통보 후 내정자가 현 직장을 퇴사했는데 회사 사정으로 철회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경영상 불가피한 사유라도 내정자에게 충분한 사전 통지와 소명 기회를 주고, 손해배상 협의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퇴직 손해(기존 직장 퇴직에 따른 손실 등)는 민사 배상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 졸업 예정자가 졸업에 실패하면 내정을 취소할 수 있나요?
졸업이 내정 조건으로 통보서에 명기되어 있고 실제로 졸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해약권 유보 사유에 해당하므로 정당한 취소가 가능합니다. 단, 사회통념상 불가피한 사정(천재지변 등)이 있는 경우에는 취소 사유로 보기 어렵습니다.
Q. 수습 3개월을 마쳤는데 본채용을 거부할 수 있나요?
시용(수습) 종료 후 본채용 거부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근무태도 불량, 업무능력 부족 등 객관적 평가 자료를 갖추어야 하며, 주관적 판단만으로 거부하면 부당해고가 됩니다.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