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 2026.3.10. 시행) 이후 고용노동부 집계 기준으로 원청 400곳이 하청 노동조합으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았다. 처음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가 도착하는 순간, HR 담당자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회사는 조용히 교섭 테이블에 앉거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받거나, 형사고발로 이어지는 세 갈래 길로 갈린다. 이 글은 설립신고서 접수 직후부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개시까지, HR이 반드시 해야 할 것과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을 단계별로 정리했다.
법은 뭐라고 하나
우리 노동조합법은 자유설립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근로자는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노조법 제5조). 다만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신고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노조법 제10조 제1항). 조합원 2명 이상이 규약을 작성하고 설립신고서와 규약을 행정관청에 제출하면 신고 절차가 개시된다.
행정관청(고용노동부 또는 지방고용노동관서, 지자체)은 접수일로부터 3일 이내에 ① 설립신고증을 교부하거나, ② 보완을 요구하거나, ③ 결격사유가 있을 때만 반려할 수 있다(노조법 제12조 제2항·제3항).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반려 자체가 불가능하다. 신고증이 교부된 순간부터 해당 노동조합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권, 단체교섭 요구권, 노동쟁의 조정신청권을 모두 갖게 된다(노조법 제7조, 제17조).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조직 또는 운영을 지배하거나 개입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금지된다(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4호).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노조법 제90조). 여기서 ‘사용자’에는 인사·급여·노무관리에 대해 사업주 또는 경영담당자의 명령·지휘권을 대행하는 자도 포함된다(노조법 제2조 제2호). 즉, HR 담당자와 현장 관리자 개인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판례·행정해석 실무 기준
① 지배·개입이 인정되면 위자료까지 물어야 한다 — 대법원은 산별노조 지회가 조직형태 변경결의를 통해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용자가 지배·개입한 사안에서, 부당노동행위가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 노동조합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하고 사용자는 비재산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 2020.12.24, 2017다51603). 형사처벌과 별도로 민사 위자료 청구까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② 자주성을 잃은 노동조합은 법적 보호가 없다 — 노동조합이 주체성과 자주성 등을 흠결한 경우, 그 노동조합은 노동조합으로서의 지위를 가지지 않는다(대법 2021.2.25, 2017다51610). 이 조항은 사용자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사용자가 운영비를 원조하거나 설립 과정에 관여해 어용노조를 만든 경우, 그 노조 자체가 법적 지위를 잃어 교섭권도 소멸한다. 결국 처음부터 완전히 독립된 노조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③ 행정해석: 교섭창구 단일화는 강행규정 —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2개 이상 있으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노조법 제29조의2 제1항).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합의하더라도 이 규정을 배제할 수 없다(서울행법 2021.11.12, 2021구합58390, 헌재 2024.6.27, 2020헌마237 합헌 확인). 복수노조 상황에서 사용자가 임의로 특정 노조와만 교섭하거나 일부 노조를 배제하면 그 자체가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설립신고서 도착 후 HR 행동 가이드 — D+0부터 D+14까지
| 시점 | 조치 항목 | 근거 | 유의사항 |
|---|---|---|---|
| D+0 (접수 당일) | 대표이사·법무팀·노무담당 즉시 공유 설립신고서 사본 확보 및 접수일 기록 |
내부 관리 | 구두로만 처리하지 말고 서면 기록 필수 |
| D+1~D+3 | 행정관청의 설립신고증 교부 여부 확인 신고증 사본 요청 또는 노동조합에 제시 요구 |
노조법 제12조 | 행정관청이 3일 이내 교부 안 하면 노조에게 문의 가능. 사용자가 신고를 막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 |
| D+3~D+5 | 현장 관리자 전원 부당노동행위 금지 교육 설립·가입 방해, 탈퇴 종용, 감시 행위 일체 금지 안내 |
노조법 제81조 | 교육 미실시 시 관리자 개인 행위가 회사 부당노동행위로 귀책될 수 있음 |
| D+5~D+7 | 교섭창구 단일화 필요 여부 판단 (기존 노동조합 유무 확인) 복수노조이면 교섭요구 공고 준비 |
노조법 제29조의2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2 |
단일 노조라도 향후 추가 조직 가능성 고려 |
| 교섭 요구 받은 날 | 교섭요구 사실 공고 (게시판·인트라넷, 7일 이상) 다른 노동조합 교섭 참여 신청 접수 |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2 제2항 | 공고 없이 특정 노조와 교섭 개시 시 부당노동행위 |
해도 되는 것 vs 하면 안 되는 것
| 구분 | 구체적 행위 | 판단 기준 |
|---|---|---|
| ✅ 해도 되는 것 | 노조 설립 사실을 사내 공지(중립적 사실 안내) | 사실 전달 수준, 가입 유도·방해 없을 것 |
| ✅ 해도 되는 것 | 노조 활동에 관한 회사 입장 자료 배포 (적법 범위 내) | 사실에 기반, 협박·회유 없을 것 |
| ✅ 해도 되는 것 | 노조 사무실 제공 협의 (취업규칙·단협에 근거 있을 때) | 운영비 원조가 아닌 시설 편의 수준 |
| ⛔ 하면 안 되는 것 | 설립 발기인·가입 조합원에 불이익 인사 조치 | 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1호 불이익 취급 |
| ⛔ 하면 안 되는 것 | 탈퇴 종용, 탈퇴 시 혜택 제공 약속 | 노조법 제81조 제2호 반조합계약 |
| ⛔ 하면 안 되는 것 | 노조 임원 선거·회의에 간섭, 특정 후보 지지 유도 | 노조법 제81조 제4호 지배·개입 |
| ⛔ 하면 안 되는 것 | 노조 활동 정보 수집 목적 내부 감시조직 운영 | 노조법 제81조 제4호 지배·개입 |
| ⛔ 하면 안 되는 것 | 조합비 이외 운영비·임금을 회사가 지원 | 노조법 제81조 제4호 운영비 원조 |
| ⛔ 하면 안 되는 것 | 노동부 설립신고 단계에서 반려 유도·로비 | 설립 방해 =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 |
| ⛔ 하면 안 되는 것 | 특정 노조 우대, 다른 노조 교섭 배제 | 복수노조 차별적 대우 부당노동행위 |
복수노조 상황: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타임라인
기존 노동조합이 있는 상태에서 새 노동조합이 설립되거나, 하나의 사업장에 복수 노조가 병존하면 반드시 아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는 강행규정이므로 임의로 생략할 수 없다(헌재 2024.6.27, 2020헌마237).
| 단계 | 내용 | 기간 | HR 조치 |
|---|---|---|---|
| Step 1 | 노동조합이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요구 | 단협 만료 3개월 전부터 가능 | 교섭 요구서 수령·날짜 기록 |
| Step 2 | 사용자: 교섭요구 사실 공고 (7일 이상) | 교섭 요구 받은 날부터 7일 이내 공고 | 게시판·인트라넷 공고문 게시, 날짜 캡처 보관 |
| Step 3 | 다른 노동조합의 교섭 참여 신청 접수 | 공고 기간 중 | 교섭 참여 신청서 접수·목록 관리 |
| Step 4 | 교섭 참여 노동조합 확정 및 통보 | 공고 기간 만료 후 5일 이내 | 확정 노조 목록 서면 통보 |
| Step 5 | 자율적 교섭대표 노동조합 결정 (14일 이내) | 교섭 참여 확정일로부터 14일 | 노조 간 자율 결정 기다림. 사용자 개입 불가 |
| Step 6 | 자율 결정 실패 시: 과반수 노조 자동 교섭대표 또는 노동위원회 결정 | Step 5 기간 만료 후 | 노동위원회 결정 결과 수령 후 교섭 개시 |
노란봉투법 이후 원청 HR이 추가로 봐야 할 것
노란봉투법(2026.3.10. 시행)은 원청의 사용자성 범위를 확대했다.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원청은 하청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는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다(개정 노조법 제2조 제2호). 고용노동부 집계 기준 한화오션·포스코·쿠팡CLS 등 5곳이 이미 교섭 절차를 개시했다.
원청이 하청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받았을 때 추가로 확인해야 할 사항:
-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시간·임금·안전보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지 자가 진단
-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교섭 거부 시 단체교섭 거부 부당노동행위 성립 가능 여부 검토 (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3호)
- 도급 계약서상 원청의 지휘·감독 조항 검토 및 리스크 파악
- 교섭 응할 의무 범위(하청 근로조건 중 원청이 결정권 갖는 항목만)와 응하지 않아도 되는 항목 구분
- 필요 시 노동위원회 교섭 단위 분리 신청 검토 (노조법 제29조의3)
자주 하는 실수 — 부당노동행위 트랩 5가지
- 실수 1: “알아서 해결해 봐” 식 방치 — 현장 관리자가 비공식적으로 탈퇴를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지시하지 않았어도 사용자 귀책이 된다. 관리자 교육이 먼저다.
- 실수 2: 노조 가입자 인사이동 — 설립 발기인이나 가입 조합원을 “업무 필요”를 이유로 즉시 전보하면 불이익 취급으로 의심받는다. 전보 사유를 독립적으로 문서화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된다.
- 실수 3: 노조 임원 선거 정보 수집 — 누가 임원 후보인지, 조합원이 몇 명인지 파악하려고 중간관리자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면 지배·개입으로 처리된다.
- 실수 4: 복수노조 상황에서 기존 노조와 먼저 교섭 — 교섭요구 공고를 생략하고 기존 노조와 단독 교섭하면 신설 노조에 대한 차별적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 실수 5: 노조 사무실·비품 지원을 구두로만 결정 — 운영비 원조 의혹을 피하려면 편의 제공 범위와 조건을 단체협약 또는 서면 합의로 명확히 해야 한다.
실무에서 가장 많이 목격하는 실수는 설립신고서가 도착한 당일, 대표이사나 임원이 현장 관리자를 통해 “분위기 파악”을 지시하는 경우다. 이 한 마디가 관리자의 개별 면담, 조합원 리스트 수집, 탈퇴 종용으로 이어지고 결국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으로 돌아온다. 설립신고서가 오는 순간 현장에 보내야 할 첫 번째 메시지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가 아니라 “법이 정한 절차대로만 하라”는 명확한 지침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직원 5명짜리 소규모 사업장에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나요?
네. 근로자 2명 이상이면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습니다.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자유설립주의가 적용됩니다(노조법 제5조).
Q. 노조 설립 신고증이 나오기 전에 회사가 해고할 수 있나요?
안 됩니다. 신고증 교부 전이라도 조합 결성 행위 자체가 보호 대상이며, 설립 발기인 해고는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교섭요구 공고를 게시판에만 하면 되나요?
공고 방식은 사업장 내 근로자가 알 수 있는 방법이면 됩니다. 인트라넷, 전자메일 공지 등도 가능하나 공고 일시와 내용을 반드시 기록·보관해야 합니다.
Q.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면 무조건 응해야 하나요?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결정권을 갖는 범위 내에서만 응해야 합니다.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항목만 교섭 대상이 되고, 나머지는 직접 고용관계인 하청 사용자가 교섭 당사자입니다(개정 노조법 제2조 제2호).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