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une 200 기업의 인사총괄(CHRO)이 올해 안에 교체될 가능성. 6명 중 1명이다. 숫자가 주는 체감은 얼핏 크지 않지만, 같은 기간 CFO 이직률(11%)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왜 하필 지금, 인사 최고 책임자 자리가 이렇게 빈번하게 뒤집히는 걸까.
한 줄 요약: CHRO 교체 주기가 빨라지는 건 역할이 ‘관리자’에서 ‘AI·전략 설계자’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며, 한국 기업도 이 전환에서 자유롭지 않다.
CHRO 자리가 뜨거워진 배경 — 숫자가 말하는 것
Russell Reynolds Associates가 추적한 글로벌 CHRO 이직 데이터를 보면, 2025년 1분기에만 54명이 교체됐다. 6년 평균 대비 32% 높은 수치다. Fortune 200 기업으로 좁히면 연간 이직률 16%,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솔직히 이건 좀 충격적인 숫자다. 인사총괄이라는 자리가 원래 ‘조용한 후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6%
Fortune 200 CHRO 연간 이직률 (2025)
Russell Reynolds Associates, 2025
5.2년
글로벌 CHRO 평균 재직 기간
Russell Reynolds, 2025
312%
CPO 채용공고 증가율 (2019→2024)
Benson Executive Search, 2024
흥미로운 건 CEO 교체와의 상관관계다. Fortune 200 CEO의 절반 가까이가 2025년에 CHRO를 교체했고, CHRO 신규 임명의 39%가 CEO 전환 직전에 이루어졌다. 한국 대기업도 비슷하다. 30대 그룹에서 2025년 상반기 임기 만료 사내이사만 1,145명. CEO가 바뀌면 인사총괄도 바뀐다는 공식은 서울 여의도든 뉴욕 월스트리트든 동일하게 작동한다.
CHRO에서 CPO로 — 명함 한 장이 바꾸는 것
Fortune 50 기업 중 11곳이 이미 ‘Chief People Officer(CPO)’라는 직함을 쓴다. 상위 10개 기업으로 좁히면 절반이다. 테크 기업은 64%가 CHRO 대신 CPO를 선호한다.
명함 한 장의 차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차이가 후보군 자체를 바꾼다. CPO 타이틀에는 프로덕트 매니저, 컨설팅, 운영 출신 인재들이 지원한다. CHRO라고 적혀 있으면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여기가 핵심이다 — 명칭이 바뀌면 그 자리에 앉는 사람의 DNA가 바뀌고, DNA가 바뀌면 조직이 HR에 기대하는 것 자체가 달라진다.
사례 — 한국 대기업의 조용한 실험삼성전자는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피플 전략 기능을 별도로 분리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SK그룹 역시 HR 총괄 조직의 명칭을 ‘People & Culture’로 바꾼 지 이미 수년째다. 표면적으로는 사소한 명칭 변경이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크다. ‘인사팀’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는 급여·복리후생 관리가 핵심 업무였다면, ‘People & Culture’는 조직 설계와 문화 아키텍처까지 관할 범위에 넣겠다는 선언이다.
Gartner가 426명의 CHRO를 대상으로 조사한 2026년 핵심 우선순위 4가지가 이 변화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 AI로 HR을 혁신하라 (CHRO의 50%가 AI 솔루션 투자 계획)
- 인간-기계 혼합 시대의 업무를 재설계하라
- 불확실성 속에서 리더를 동원하라
- 문화 침식을 막아 성과를 끌어올려라 (47%만이 ‘현재 문화가 성과를 견인한다’고 응답)
급여 테이블 관리하던 사람에게 ‘AI 도입 전략’과 ‘조직 문화 아키텍처’를 동시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역할의 폭이 2배가 아니라 차원 자체가 달라졌다.
92%가 AI를 도입했는데, 왜 CHRO는 불안한가
92%의 HR 리더가 지난 6개월 내 AI 도입 조치를 취했다고 답했다. 46%의 조직이 2026년 내 HR에 AI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숫자만 보면 장밋빛이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AI를 ‘도입했다’와 AI로 ‘성과를 냈다’는 완전히 다른 문장이다. Gartner는 HR 운영 모델을 진화시키면 최대 29%의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고 분석했지만, 이 숫자를 실현한 조직은 극소수다.
한국 맥락에서 이 간극은 더 넓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에서 HR 디지털 전환이란 전자결재 시스템 교체, 근태관리 앱 도입 수준에 머물러 있다. 피플 애널리틱스 전담 조직을 갖춘 한국 대기업은 손에 꼽는다. 문제는 CHRO가 AI 전략을 이사회에서 발표해야 하는 시대가 왔는데, 정작 자기 팀에 데이터 분석가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이건 좀 아이러니하다. CEO가 CHRO에게 “AI로 뭘 할 건데?”라고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있는 CHRO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91%의 CHRO가 AI와 디지털화를 최우선 관심사로 꼽았지만, 그 관심이 역량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결국 교체 사유가 된다. 이직률 16%라는 숫자의 이면에는 이런 구조적 미스매치가 깔려 있다.
flowchart TD
A[CEO 교체] -->|39%| B[CHRO 교체]
B --> C{역할 기대치 변화}
C -->|전통형| D[급여·복리후생 관리]
C -->|전환형| E[AI 전략 + 문화 설계 + 데이터 거버넌스]
E --> F[역량 갭 발생]
F -->|갭 해소 실패| G[평균 임기 5.2년 → 조기 교체]
F -->|갭 해소 성공| H[CPO 타이틀 + 이사회 발표권]
한국 CHRO가 살아남으려면 — 3가지 전환점
한국 기업의 인사총괄이 처한 현실은 글로벌 동료들보다 복잡하다. 근로기준법, 파견법,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 법적 컴플라이언스 부담이 크고, 동시에 경영진은 ‘글로벌 수준의 피플 전략’을 요구한다.
전환점 1: 데이터 리터러시를 인사팀의 기본 역량으로 세팅한다. 이직률, 몰입도, 교육 ROI — 이 세 가지를 분기별로 이사회 보고용 대시보드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 Workday나 SAP SuccessFactors를 도입했더라도 데이터를 ‘읽는’ 사람이 없으면 시스템은 비싼 출석부에 불과하다.
전환점 2: AI 거버넌스를 HR이 주도한다. 채용 AI의 편향 검증, AI 도구 사용 가이드라인, 직원 AI 리터러시 교육 — 이 세 가지는 IT팀이 아니라 HR이 오너십을 가져야 하는 영역이다. EU AI Act가 고위험 AI 시스템에 채용·평가를 포함시킨 이유가 있다. 한국도 2026년 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전환점 3: ‘피플 전략’을 사업 전략 언어로 번역한다. “직원 만족도가 올랐습니다”는 이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 “핵심 인재 이탈률이 3%p 감소해 대체 채용 비용 12억 원이 절감됐습니다”는 통한다. CHRO가 CFO의 언어를 빌려야 하는 시대다.
AI·도구로 측정/자동화 가능한 부분
- CHRO 대시보드 자동화: Visier, Orgvue 같은 피플 애널리틱스 플랫폼으로 이직 예측, 몰입도 추이, 보상 경쟁력 지표를 실시간 대시보드로 구성
- AI 편향 감사: Holistic AI, Credo AI 등 서드파티 도구로 채용·평가 알고리즘의 편향을 주기적으로 스캔
- 이사회 보고 자동 생성: Claude, GPT-4o 등 LLM에 HR 데이터를 연결해 분기별 피플 리포트 초안을 자동 생성 — 실무자는 검수와 맥락 추가에 집중
- 스킬 갭 매핑: Workday Skills Cloud, Lightcast가 조직 내 보유 스킬과 시장 수요 스킬 간 갭을 자동 분석
- 문화 침식 조기 경보: Slack/Teams 메시지 감정 분석(Culture Amp, Peakon)으로 조직 분위기 변화를 수치화 — 분기 서베이 대신 연속 측정
실무 시사점: CHRO 이직률 16%는 경고 신호가 아니라 전환 신호다. 인사총괄의 역할이 급여 테이블 관리에서 AI 전략·문화 설계·데이터 거버넌스로 확장되고 있고, 이 전환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리는 비어진다. 한국 HR 실무자에게 시사점은 명확하다 — 지금 데이터를 읽는 역량을 쌓지 않으면, 다음 인사 시즌에 바뀌는 건 조직도가 아니라 자기 자리다.
#CHRO#CPO#피플애널리틱스#AI거버넌스#HR트렌드#리더십
참고 링크
- Russell Reynolds Associates, “Global CHRO Turnover Index” (2025)
- HR Executive, “CHRO turnover is on the rise, 32% above the 6-year average” (2025)
- HR Executive, “Chief people officer vs. CHRO: What is the future of the function?” (2025)
- Gartner, “CHROs’ Top Priorities for 2026” (2025)
- Fortune Korea, “CEO 바뀌면 CHRO도 바뀐다” (2025)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