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포춘 200대 기업에서 CHRO 교체율이 전년 대비 36% 급증했다. 30명의 새 CHRO가 임명됐고, 이들이 관리하는 인력만 200만 명이 넘는다. C-Suite 안에서 HR 수장의 위상은 분명히 올라갔다.
그런데 같은 시기, 직원들의 신뢰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회사가 옳은 일을 한다’고 믿는 직원 비율이 글로벌 기준 75%로, 3포인트 하락. 설문조사 피드백이 실제 변화로 이어진다고 믿는 직원은 53%에 불과하다. 솔직히, 이건 좀 심각한 숫자다.
한 줄 요약: CHRO의 전략적 위상은 역대 최고인데 직원 신뢰는 역대 최저 — 이 역설을 풀 열쇠는 ‘측정 가능한 신뢰 인프라’에 있다.
CHRO 위상의 역설 — 올라갈수록 멀어지는 현장
Russell Reynolds의 글로벌 CHRO 이직 인덱스가 보여주는 풍경은 흥미롭다. 2021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던 CHRO 교체율이 2024년 15.5%로 반등했다. 전년 대비 36% 증가. 2025년 상반기에만 이미 22명이 새로 임명됐다.
더 주목할 숫자가 있다. 내부 승진 비율이 73%에서 53%로 급락했다. 이건 단순한 인사 트렌드가 아니다. 기업들이 기존 HR 리더십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외부 수혈을 원한다는 건 내부 HR 리더가 이사회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Workday 블로그에 따르면, 89%의 기업이 이미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고 82%는 AI 에이전트까지 도입했다. 그러나 62%의 리더가 “사람, 프로세스, 기술이 효과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CHRO가 전략적 역할을 맡게 된 건 좋은데, 정작 그 전략을 실행할 조직 내 정합성이 부족한 거다.
36%
2024년 CHRO 교체율 전년 대비 증가폭
Talent Strategy Group, 2025
53%
직원 설문 피드백이 변화로 이어진다고 믿는 비율
People Insight, 2026
62%
사람·프로세스·기술이 효과적으로 연결 안 된다고 응답한 리더
Workday, 2025
신뢰 하락의 구조 — 피드백은 받되 실행은 없다
한국 사업장에서 이 문제는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많은 기업이 연 1~2회 조직문화 서베이를 돌린다. 결과 보고서가 경영진에게 올라간다. 그리고? 대부분 거기서 끝이다.
Great Place to Work의 2025년 데이터에 따르면, 고용주를 신뢰하는 직원 비율이 75%로 떨어졌다. 2021년 이후 최저치다. 더 충격적인 건 “기업 리더가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오도한다”고 우려하는 응답자가 68%에 달한다는 점이다. 2021년 대비 12포인트 상승.
개인적으로는, 이 숫자가 한국에서 더 높을 거라고 본다. 한국 기업의 인사팀은 대표이사 직속이 아닌 경우가 많고, 경영기획실 산하에서 ‘관리’의 일부로 기능하는 구조가 여전하다. CHRO라는 직함 자체가 없는 중견기업이 대다수다.
Fast Company의 분석이 정곡을 찌른다. “직원들은 HR이 듣기는 하되 행동하지 않고, 피드백을 수집하되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는 조직이라고 본다.” 문제는 인식이 아니라 실행 인프라다.
사례 — 포춘 200 CHRO 교체의 이면2024년 포춘 200 기업에서 새로 임명된 CHRO 30명 중 내부 승진은 53%에 그쳤다. 전년의 73%에서 27% 하락. 여성 CHRO 비율은 80%로 2017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다양성 지표에서는 진전이지만, 동시에 기존 내부 HR 리더십의 전략적 역량에 대한 이사회의 불만족을 반영한다. Talent Strategy Group은 이를 “CHRO 역할의 근본적 재정의”라고 진단했다.
한국 HR의 구조적 문제 — 신뢰를 설계할 직함이 없다
한국 기업에서 CHRO 또는 CPO라는 직함을 가진 임원이 있는 곳은 상장사 기준으로도 20%가 채 안 된다. 대부분 인사담당 상무, 인사팀장이 HR을 총괄한다. 문제는 이 포지션이 ‘관리 기능’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급여 처리, 4대 보험, 연차 관리, 퇴직금 정산 — 이런 행정 업무가 HR팀의 70%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직원 신뢰 설계’라는 전략적 아젠다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
HBR 코리아가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CHRO 출신이 CEO로 성공하는 비율이 의외로 높다.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 조직 다이내믹스 파악 능력, 변화 관리 역량이 핵심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경로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HR은 여전히 ‘지원 부서’로 인식된다.
이건 좀 아쉽다. 급여 자동화 하나만 해도 인사팀 업무의 30~40%가 줄어드는데, 그 여유 시간을 신뢰 설계에 투자하는 기업은 드물다. 자동화로 확보한 시간이 다른 행정 업무로 채워질 뿐이다.
보상 투명성 — 신뢰를 숫자로 만드는 첫 번째 지점
82%의 직원이 보상 투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자기 회사가 실제로 투명하다고 믿는 직원은 34%뿐이다. 48포인트 격차. 이건 신뢰의 핵심 균열 지점이다.
한국은 이 문제가 더 복잡하다. 연봉 비공개 문화, 성과급 산정 기준의 불투명성, ‘호봉제 vs 직무급제’ 전환 과정의 혼란이 겹친다. 2025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 공시 논의가 본격화됐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 내부 보상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지도 못하고 있다.
Rippling의 Workforce Advisory 모델이 보여주는 건, HR이 ‘급여 처리자’에서 ‘보상 전략 어드바이저’로 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Foundation(기본 급여 관리) → Growth(벤치마크 분석) → Strategic(인력 계획·자연어 리포팅) 3단계 구조. 한국 노무법인이나 HR SaaS가 벤치마킹할 만한 프레임이다.
💡 AI·도구로 측정/자동화 가능한 부분
- 신뢰 지수 실시간 대시보드: Lattice, Culture Amp 등의 펄스 서베이 도구로 분기 1회가 아닌 주 1회 단위 신뢰 지수 추적. 익명성 보장 + NLP 감정 분석으로 텍스트 응답의 맥락까지 파악
- 피드백 → 액션 자동 트래킹: 직원 피드백을 JIRA/Notion 태스크로 자동 연결하는 워크플로우. “제기된 이슈 중 몇 %가 30일 내 액션으로 전환됐는가”를 측정하면 53%라는 신뢰 수치가 움직인다
- 보상 투명성 시뮬레이터: Workday, SAP SuccessFactors의 보상 벤치마크 기능으로 직무별 시장 대비 위치를 시각화. 직원 셀프서비스 포털에서 본인 보상의 구성과 근거를 직접 확인 가능하게 설계
- CHRO 전략 시간 비율 측정: 캘린더 데이터 기반으로 CHRO/HR 리더의 시간 배분을 자동 분류 — 행정 업무 vs 전략적 미팅 vs 직원 대면. Clockwise, Reclaim AI 같은 도구가 이미 이 분석을 제공
- 이직 의향 조기 경보: Visier, One Model 등 People Analytics 플랫폼으로 서베이 응답 패턴 + 출퇴근 데이터 + 휴가 사용 패턴을 교차 분석. 신뢰 하락이 실제 이직으로 전환되기 전 3~6개월 선행 지표 포착
신뢰는 측정해야 설계할 수 있다
CHRO의 이사회 진입은 HR이 ‘전략적 기능’으로 인정받았다는 증거다. 하지만 그 전략이 직원에게 닿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포춘 200 기업에서 CHRO가 바뀌는 속도가 빨라지는 건, 어쩌면 이 역설을 풀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한국 HR 실무자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직함이 아니다. 신뢰를 측정할 도구, 피드백을 액션으로 전환할 시스템, 보상의 근거를 보여줄 데이터 인프라. 이 세 가지가 갖춰지면 ‘인사팀장’이라는 직함으로도 CHRO 못지않은 전략적 영향력을 만들 수 있다.
답이 정해진 건 아니다. 다만, 신뢰를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다루기 시작한 조직은 이미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
💡 실무 시사점: 직원 신뢰는 연 1회 서베이로 관리할 수 없다. 펄스 서베이 + 피드백-액션 전환율 + 보상 투명성 지수를 월 단위로 추적하는 ‘신뢰 대시보드’를 구축하라. AI 도구가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자동화해주지만, 액션의 주체는 여전히 HR 리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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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 Talent Strategy Group, “CHRO Trends 2025 Report” (2025)
- Workday, “The CHRO’s Moment in Time: Why 2026 Workforce Strategy Starts Now” (2025)
- Business Cheshire, “Trust Gap Emerges As Only 53% Of Employees Believe Survey Feedback Leads To Action” (2026)
- Great Place to Work, “How To Reverse New Record Decline in Employee Trust” (2025)
- Fast Company, “Why HR Needs to Step Up Its Game” (2026)
- Rippling, “How to Package, Price, and Sell Workforce Advisory to Clients” (2025)
- Russell Reynolds, “Global CHRO Turnover Index” (2025)
- HBR Korea, “최고인사책임자(CHRO)가 훌륭한 CEO감인 이유” (2023)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