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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이라 근로기준법 안 받아요’ — 그 말이 통한 사건, 통하지 않은 사건

결혼정보업체 사장 A씨는 확신이 있었다. 매칭 상담사들과는 도급계약서를 체결했고, 4대 보험도 없었다. 성과수당만 지급했고, 출퇴근 시간도 자율이었다. 사무실에 등록된 정규직은 딱 2명. A씨는 ‘우리 회사는 5인 미만이니까 근로기준법 해고 제한 조항은 해당 없다’고 선언하고 커플매니저 한 명을 잘랐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행정법원 2014구합14716 판결(2016. 8. 25.)에서 재판부는 도급계약서라는 형식 대신 실질을 들여다봤다. 상담사들이 회사의 업무 지시에 따라 정해진 방식대로 일했고, 회사의 프로세스·CRM 시스템을 사용했으며, 실질적으로 전속적인 관계였다는 점이 인정됐다. 그 결과 상담사들은 모두 근로자로 분류됐고, 회사는 단번에 ‘5인 이상 사업장’이 됐다. 해고는 부당해고였다.

근로기준법 제11조 — ‘5인 미만’ 카드의 실체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원칙적으로 상시 5인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5인 미만이면 일부 핵심 조항이 빠진다. 이것이 소규모 사업주들이 흔히 꺼내드는 ‘5인 미만 카드’의 근거다.

하지만 이 카드에는 두 가지 함정이 있다. 하나는 ‘상시근로자 수’를 잘못 계산하는 것, 다른 하나는 5인 미만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조항들을 간과하는 것이다.

이긴 사건 vs 진 사건 — 판례가 그은 경계

구분 진 사건 — 5인 미만 주장 실패 이긴 사건 — 5인 미만 인정
판결 서울행정법원 2014구합14716
(2016. 8. 25.)
서울고등법원(인천) 2021나11266
(2022. 6. 17.) + 중앙노동위원회 판정
업종·직종 결혼정보업체 / 커플매니저(상담사) 비영리법인 산하 지역협회 / 간사
사용자 주장 도급계약서 체결 → 상담사는 근로자 아님 → 5인 미만 → 해고 제한 없음 지역협회(피고 C)는 실제로 상시 5인 미만 → 근로기준법 제23조 적용 제외
법원·위원회 판단 계약 형식 무관, 실질적 지휘·감독 인정 → 근로자 해당 → 5인 이상 사업장 → 해고 제한 적용 지역협회가 실제 사용자, 5인 미만 확인 → 근로기준법 제23조 비적용 → 구제신청 각하
결과 사용자(원고) 패 — 해고 부당, 노동위원회 판정 유지 5인 미만 인정 → 구제신청 각하 (단, 임금청구 별도 인용)

상시근로자 수 — 가장 많이 틀리는 계산법

상시근로자 수는 ‘사업장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근로자 수’다. 시간제·단시간·계절제 근로자도 포함된다. 대법원은 특정 시점의 재직자 수가 아니라, 일정 기간을 두고 반복·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인원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해 왔다.

2014구합14716 사건의 교훈은 명확하다. 도급계약서, 사업소득세 처리, 4대 보험 미가입이라는 세 가지 방패를 모두 갖췄어도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인정되면 그 인원은 ‘상시근로자’ 숫자에 산입된다. 업무 내용을 회사가 정하고, 취업규칙·복무 규정 적용을 받으며, 근무 시간·장소를 특정할 수 있다면 근로자다.

판례가 제시하는 실질적 근로자 판단 기준(대법원 판례 종합)은 다음과 같다.

  •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직접 정하는지
  • 취업규칙·복무 규정의 적용을 받는지
  • 근무 시간·장소를 사용자가 지정·관리하는지
  • 다른 사업자에게 동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전속성)
  •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가인지, 아니면 특정 결과물의 대가인지
  •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
  • 사회보험 가입 여부 (단, 미가입이 결정적 요소는 아님)
  • 당사자 인식·경위 (다만 종속성 판단 보조 사정)

5인 미만에도 무조건 적용되는 규정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조항들이 있다. 근로계약서 미교부 형사 사건 판결에서 법원은 5인 미만 사업주라도 근로계약 체결 시 임금·소정근로시간·휴일 등 근로조건을 명시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으면 처벌받는다고 확인했다.

조항 5인 미만 5인 이상 비고
근로계약서 서면 교부 (제17조) 적용 적용 위반 시 500만원 이하 벌금
임금 직접·전액·정기지급 (제43조) 적용 적용 임금체불 형사처벌 동일
퇴직금 (퇴직급여법) 적용 적용 1년 이상 근무 시 동일
최저임금 (최저임금법) 적용 적용 별도 법령 동일 적용
해고 제한·부당해고 구제 (제23·28조) 미적용 적용 노동위원회 구제 불가
해고예고 (제26조) 미적용 적용 30일 전 예고 또는 수당
연차유급휴가 (제60조) 미적용 적용 80% 출근 시 15일
주 52시간·연장수당 (제53·56조) 미적용 적용 연장·야간·휴일수당 미적용

5인, 딱 그 경계에서 벌어진 일

서울행정법원 2017구합6556 판결(2018. 3. 9.)은 상시근로자가 정확히 5명인 공익재단 사건이다. 재단 사무국 부장이 이사장에게 폭언을 쏟아내고 업무 지시를 반복해서 거부했다. 사측은 이를 이유로 해고했고, 노동위원회는 두 차례에 걸쳐 부당징계로 판정했다. 세 번째 해고에서 재판부는 이렇게 밝혔다.

“상시근로자가 5인에 불과한 소규모 사업장에서 상급자에 대한 반복적 폭언·욕설은 직장질서를 크게 훼손하고 신뢰관계를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괴한다.”

5인 이상이면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된다. 해고 제한(제23조)의 ‘정당한 이유’ 요건도 당연히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비위행위의 심각성이 충분히 인정됐고, 결국 법원은 해고 정당성을 확인했다. 5인 이상 사업장이라는 사실 자체가 근로자를 자동으로 보호해 주는 건 아니다. 제대로 된 비위행위라면 해고는 유효하다.

실무에서 꼭 확인할 체크리스트

  • 도급·위임 계약으로 쓰더라도, 실질적으로 업무 지시·시간·장소를 통제하면 근로자 — 상시근로자 수에 포함된다
  • 5인 미만이라도 근로계약서 미교부·임금체불·퇴직금 미지급은 처벌 대상이다
  • 상시 5인 판단은 특정일 기준이 아니다 — 통상적으로 고용하는 인원 기준, 임시·시간제 포함
  • 법인 간 관계(상위·하위 법인)에서 실제 사용자를 잘못 특정하면 적용범위 판단 자체가 뒤집힌다 (2021나11266)
  • 5인 이상 사업장에서도 중징계(해고)는 비위행위의 실질이 중요하다 — 인원수 충족만으로 해고가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 위너스 인사이트
실무에서 가장 자주 보는 패턴이 바로 ‘도급 포장 5인 미만 주장’입니다. 프리랜서 계약서, 사업자 등록, 사업소득세 처리까지 완벽하게 갖춰도 사건을 열어보면 업무 지시·근무 시간 관리·전속성 증거가 카카오톡·이메일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동위원회에서 상시근로자 수 다툼이 생기면 이 증거들이 결정타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프리랜서 계약서를 썼는데도 근로자로 볼 수 있나요?

계약서 명칭이나 형식보다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 전속성, 업무 내용 지정 여부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계약서가 도급이어도 실질이 근로관계면 근로자로 인정됩니다.

Q. 직원이 4명인데 연차휴가를 줘야 하나요?

상시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유급휴가) 적용이 제외됩니다. 단, 근로계약서에 연차를 명시했다면 계약상 의무가 생길 수 있습니다.

Q. 5인 미만 사업장에서 해고할 때 아무 절차도 없어도 되나요?

근로기준법상 해고예고 의무(제26조)와 부당해고 구제신청(제28조)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단,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해고 절차를 정해 뒀다면 그 절차는 지켜야 합니다.

Q. 5인 미만에서도 임금체불로 신고할 수 있나요?

네. 임금 직접·전액·정기 지급 의무(제43조)는 5인 미만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고용노동부 진정 및 형사고소 모두 가능합니다.

Q. 상시근로자 수는 어떻게 계산하나요?

특정 날이 아니라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기준으로 합니다. 시간제·단시간 근로자도 포함되며, 일반적으로 최근 1개월간의 연인원을 해당 기간 일수로 나누는 방식을 씁니다.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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