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오픈AI 이사회가 샘 올트먼을 해임했다. 닷새 만에 그는 복귀했다. 그 닷새 동안 직원 600명이 서명해 “올트먼이 복귀하지 않으면 우리도 나간다”고 했다. 이건 충성심의 문제가 아니었다. 조직이 창업자라는 인격 위에 얼마나 깊이 세워져 있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범블의 휘트니 울프 허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CEO 자리를 내려놓고, 다시 돌아왔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아예 교과서가 됐다. 창업자가 떠나면 조직은 흔들린다. 그게 규칙이다. 문제는 그 흔들림을 HR이 어떻게 버티느냐다.
한 줄 요약: 창업자→전문경영인 교체는 일반 CEO 교체보다 실패 위험 2~3배. 동시에 AI가 신입 채용을 잘라내면서 10년 뒤 리더십 파이프라인까지 끊긴다. 의미 체계 명문화 + 임시 나침반 + 10년 단위 인재 공급망, HR이 챙길 3축.
2~3배
창업자→전문경영인 교체의 실패 위험 — 일반 CEO 교체 대비
HBR Korea (2026)
100→30
AI 도입 후 글로벌 로펌 인턴 채용 축소 사례
HBR Korea (2026)
15→4
전략 컨설팅사 신입 어소시에이트 축소 사례
HBR Korea (2026)
수치가 말하는 것
창업자 CEO에서 전문경영인으로의 교체는 비창업자 간 CEO 교체보다 실패 또는 실적 하락 위험이 2~3배 높다. 이 숫자가 뜻하는 건 간단하다. 창업자는 단순한 경영자가 아니라 조직의 의미 체계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후임자들이 공통적으로 저지르는 실수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너무 빠른 변화를 도입한다. 새로운 리더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변화로 증명하려 한다. 둘째, 창업자의 비공식 영향력을 과소평가한다. 공식 직함이 없어도 창업자는 조직 곳곳에 살아 있다. 셋째, 창업자를 전략적 동맹으로 쓰지 않는다. 가장 강력한 레거시를 등지는 셈이다.
솔직히 이 세 가지 실수는 HR도 똑같이 저지른다. 새 대표가 오면 인사팀도 덩달아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그리고 그 압박이 불필요한 제도 개편, 평가 기준 교체, 조직 개편으로 이어진다. 결과는? 구성원의 혼란, 핵심 인재 이탈, 심리적 피로 누적이다.
C레벨이 방향을 잃을 때, 현장은 어떻게 되나
창업자 승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영진이 전략적 결정을 미루거나 엇갈린 신호를 보낼 때, 중간 관리자와 HR은 진공 상태에 놓인다. 위에서 명확한 방향이 내려오지 않는데 아래에서는 “우리 어디로 가는 겁니까”라고 묻는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자가 흔히 택하는 전략은 두 가지다. 하나는 결정 회피—모든 걸 상위로 올려보내고 기다린다. 다른 하나는 독자 행동—지시 없이 알아서 움직인다. 둘 다 조직에 해롭다. 전자는 실행력을 죽이고, 후자는 정렬(alignment)을 깨뜨린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가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조직 번아웃의 상당수가 여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방향 불명확 → 과업 우선순위 혼란 → 의미 상실 → 이직. 이 경로는 성과 데이터만 봐서는 잡히지 않는다.
주의 — 후임자의 ‘변화 강박’이 가장 큰 리스크 새 CEO·새 HR 헤드가 부임 직후 6개월 안에 제도·평가·조직을 전면 개편하면, 창업자가 만든 비공식 협업 구조가 파괴되면서 핵심 인재가 먼저 이탈한다. 변화는 분기 단위로 나눠 진행, 첫 분기는 학습·진단에 할당. “변화로 존재 증명”의 압박을 견디는 게 신임 리더의 첫 시험.
AI가 흔드는 채용 파이프라인, 그다음 리더십 공백
리더십 공백의 형태는 여러 가지다. 창업자 교체만이 아니다. 지금 컨설팅 업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또 다른 공백의 씨앗이 보인다.
AI 도입으로 전문 서비스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대폭 줄이고 있다. 한 글로벌 로펌은 인턴 채용을 100명에서 30명으로 축소했고, 한 전략 컨설팅 회사는 신입 어소시에이트를 15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 당장은 비용 효율처럼 보인다. 그런데 5년 후에 누가 파트너가 되는가.
이게 단순한 채용 이슈가 아닌 이유가 있다. 전통적인 리더십 파이프라인은 “아래에서 올라오는” 구조다. 신입이 주니어가 되고, 주니어가 시니어가 되고, 시니어가 관리자가 된다. 그 경로를 AI가 단절시키면 10년 후 중간 관리자 풀은 구멍이 난다. 지금 채용 담당자가 봐야 할 건 다음 분기 헤드카운트가 아니라, 2031년 리더십 공급망이다.
한국 기업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기업의 공채 규모는 계속 줄고 있고, 경력직 중심 채용이 늘면서 내부 육성보다 외부 수혈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외부 수혈은 빠르지만 문화 정합성이 낮고, 조직 커미트먼트도 약하다.
실행 팁 — 10년 단위 리더십 공급망 시뮬레이션 올해 신입 채용 N명 축소가 2031년에 어떤 구멍을 만드는지 시각화한다. 현재 직급별 인원 → 5년 후 자연 승진 흐름 → 채용 축소 시 공백 위치를 표로. AI로 메울 수 있는 자리와 사람이 필수인 자리를 구분해 CEO에게 보고. 채용 결정의 10년 비용을 보여줄 수 있는 HR이 드물다.
HR이 해야 할 세 가지
리더십 공백, 창업자 교체, 경영진 전략 부재—이 세 가지 국면은 형태가 달라도 HR의 대응 원칙은 같다.
1. 조직의 의미 체계를 리더 개인에게서 분리하라. 창업자가 “왜 이 회사인가”를 혼자 답해왔다면, 이제 그 답을 조직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가치 체계, 의사결정 원칙, 회사가 거절하는 것들—이것들이 명문화되지 않으면 창업자가 떠나는 순간 조직은 표류한다.
2. 전략 공백 시 HR이 “임시 나침반”이 될 준비를 하라. 경영진이 방향을 주지 못할 때, 현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버팀목이 되는 건 HR이다. 이건 HR이 전략을 짜라는 게 아니다. 기존 전략의 어느 부분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관리자들에게 짚어주고, 실행 가능한 범위를 명확히 해주는 역할이다.
3.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10년 단위로 보라. 올해 채용을 줄이는 결정이 2035년 조직에 어떤 구조적 결함을 남기는지를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계산을 CEO에게 보여줄 수 있는 HR이 드물다. 바로 그게 문제다.
창업자가 떠난 뒤에도 조직이 버티려면
승계는 단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니다. 창업자가 이사회에서 물러나기 전부터, 혹은 경영진이 전략을 표류시키기 전부터 조직의 내성을 길러야 한다.
후임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건 창업자와의 협력이다. 아이러니하지만 맞는 말이다. 창업자를 정치적으로 배제하는 순간, 그 창업자는 조직 안의 반대 세력이 된다. 대신 창업자가 후임자의 정당성을 공개적으로 강화하는 역할을 맡으면, 전환 비용이 현저히 줄어든다.
한국 맥락에서 이건 특히 어렵다. 창업자 중심의 오너십 문화가 강하고, 창업자의 퇴임이 종종 법적 분쟁이나 내홍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HR은 더 일찍, 더 조용하게 움직여야 한다. 권력 교체 이후가 아니라 이전부터.
답은 아직 없다. 다만 방향은 보인다. 리더십 공백을 막는 게 아니라, 공백 속에서도 조직이 스스로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것. 그게 HR의 진짜 일이다.
💡 실무 시사점 — 리더십 전환 대비 3가지:
① 의미 체계의 명문화. “왜 이 회사인가”를 창업자 머리에서 조직 문서로 옮긴다. 가치·의사결정 원칙·거절 기준이 글로 남아야 떠난 뒤에도 작동.
② 후임자의 변화 강박 차단. 첫 분기는 학습·진단, 변화는 분기별 분할. 비공식 협업 구조 파괴가 핵심 인재 이탈로 직결.
③ 10년 인재 공급망을 숫자로. 신입 축소 결정의 2031년 비용을 시각화해 보고. AI로 메울 자리·사람이 필수인 자리 구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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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체크리스트: 리더십 전환 대비
- 창업자·현 CEO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원칙이 문서화되어 있는가
- 핵심 가치와 “우리가 거절하는 것들”이 조직 언어로 번역되어 있는가
- 리더십 파이프라인이 최소 5년치 예측 가능한가
- 신입·주니어 채용 축소가 10년 후 관리자 풀에 미치는 영향이 계산되어 있는가
- 경영진 전략 공백 시 중간 관리자의 행동 범위와 에스컬레이션 기준이 명확한가
- 승계 후보자와 현 리더의 공식적 협업 채널이 존재하는가
참고 링크
- HBR Korea, “창업자 이후의 리더십” (2026)
- HBR Korea, “AI가 뒤집는 컨설팅펌 인재 채용 방식” (2026)
- McKinsey, “McKinsey on Organization” (2025)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