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제조업체의 야간조 이직률이 1년 만에 55% 줄었다. 연봉을 올린 게 아니다. 교대수당을 조금 높이고, 현장 관리자를 바꾸고, 무엇보다 직원 전원에게 회사 지분을 나눠줬다. 4년 뒤 이 회사의 주당 가치는 70% 이상 뛰었고, 종업원 몰입도는 하위 32%에서 상위 10%로 올라섰다. 미국 포장재 기업 Charter Next Generation의 실제 사례다.
개인적으로는 이 숫자가 좀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데이터가 말하는 방향은 뚜렷하다. ‘소유’라는 단어가 HR 실무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 줄 요약: 종업원 소유는 지분 배분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재무 투명성, 공감 리더십, 문화 측정이라는 세 축이 결합될 때 비로소 몰입과 성과의 선순환이 시작된다.
미국 노동자 35%는 이미 ‘쓰고 버리는 인력’이다
MIT 슬론의 폴 오스터먼 교수는 6,000명 이상의 비농업 민간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서베이에서 충격적인 숫자를 내놨다. 미국 전체 노동자의 35%가 이른바 ‘일회용 인력’에 해당한다는 것. 프리랜서, 계약직, 파트타이머만이 아니다. 법적으로는 정규직이지만 교육 기회도, 승진 경로도, 고용 안정성도 주어지지 않는 ‘주변부 근로자’까지 포함한다.
짧게 말하면, 채용은 했는데 투자는 안 하는 인력이다.
이들에게 “회사의 성공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 가능하다. 관심 없다. 추가 노력을 기울일 의향도 없다. 솔직히 이건 놀랍지도 않다. 기업이 먼저 그들을 ‘언제든 교체 가능한 부품’으로 취급했으니까.
35%
미국 노동자 중 ‘일회용 인력’ 비율
MIT Sloan / Osterman 서베이, 2026
2/3이상
업무에 이탈감을 느끼는 미국 근로자
HBR, 2026
13억 달러
2022년 이후 비임원 직원에게 분배된 지분 가치
HBR Employee Ownership 연구, 2026
한국 상황은 어떤가. 2023년 기준 우리사주 조합 운영 기업은 3,717곳이다. 코스피 709개사, 코스닥 1,176개사. 숫자만 보면 적지 않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직원이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재무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형식적 지분과 실질적 소유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있다.
지분만 주면 되는 게 아니다 — 세 가지 경영 관행의 결합
HBR의 최근 연구팀은 4년간 종업원 전원 지분 배분을 실행한 기업들을 추적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지분 배분 자체는 시작에 불과하다. 성과로 이어지려면 세 가지 경영 관행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재무 투명성부터 보자. 영업이익, 현금흐름, 마진 구조, 투자 수익 배수를 전 직원에게 교육한다. 현장 조립라인 작업자가 자재 원가와 불량률이 EBITDA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할 때, 제안은 추상적 건의가 아닌 숫자 기반 개선안이 된다.
다음은 공감 리더십이다. 단순한 복지 확대와 다르다. CEO가 현장에 나가 야간조 근무를 직접 체험하고, 이직 사유를 일대일로 청취하는 것이다. 연구 결과, 공감형 CEO가 이끄는 조직은 종업원 유지율이 2.4배, 몰입도가 1.9배 높았다.
마지막 축은 문화 측정의 정량화다. 재무 지표에 쏟는 분석 역량을 사람 지표에도 동일하게 투입한다. 대시보드, 퇴직 인터뷰, 펄스 서베이를 결합해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테스트한다.
사례 — Charter Next Generation포장재 기업 CNG는 야간조 이탈률이 심각했다. CEO 캐시 볼하우스와 COO 리사 알테리는 데이터 분석과 직원 대면 대화를 병행했다. 교대 수당 인상, 관리자 교체, 채용·온보딩 프로세스 재설계를 실행한 결과, 자발적 이직률 55% 감소, 몰입도 32퍼센타일에서 90퍼센타일로 상승, EBITDA 40% 이상 성장, 주당 가치 70% 상승이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돌아가는 기업의 투자 수익 배수는 시장 중앙값보다 1.6배 높았다. 지분 프로그램이 없는 기업이라도 이 세 가지 관행을 성과급, 이익공유제, 경력개발 기회에 적용하면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한국 우리사주의 구조적 한계 — 왜 ‘형식적 소유’에 머무는가
미국에서 매년 260개 이상의 신규 ESOP 플랜이 생성되고, 1,000만 명 이상이 종업원 소유자 지위를 갖는다. 2026년 1월에는 미 노동부가 ESOP을 집행 우선순위 목록에서 제외하면서 제도적 지원 기조도 명확해졌다.
반면 한국의 우리사주 제도는 근로복지기본법에 근거하지만, 현실에서는 세 가지 구조적 제약에 걸린다.
의결권 분리. 대부분의 우리사주는 의결권이 조합에 위임되거나 제한된다. 직원 개인이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통로가 없다.
정보 비대칭. 상장사라 해도 직원이 자사 재무제표를 일상적으로 교육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재무 투명성이라는 첫 번째 축이 빠져 있다.
매각 제한. 일정 기간 보유 의무가 있어, 주가 하락 시 직원이 위험을 온전히 떠안는 구조다. 소유의 혜택은 제한하면서 리스크는 전가하는 셈이다.
아쉽지만, 이런 조건에서 ‘주인의식을 가져라’는 요구는 공허하다. 진짜 소유와 구호로서의 소유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규범 기반 메시지가 이직을 24%p 줄인다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하나 있다. 종업원 소유 기업에서 두 가지 유형의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비교했다. 하나는 ‘가치 기반 메시지'(“우리는 한 팀입니다, 함께 성장합시다”), 다른 하나는 ‘규범 기반 메시지'(“지난달 우리 팀의 생산성은 전 분기 대비 12% 올랐고, 이것이 여러분의 지분 가치에 이렇게 반영됩니다”).
결과는 극적이었다. 규범 기반 메시지를 받은 직원은 가치 기반 메시지를 받은 직원보다 이직 가능성이 24%포인트 낮았다. 숫자와 팩트로 말하는 것이 감성 호소보다 효과적이라는 뜻이다.
이건 HR 커뮤니케이션의 근본을 흔드는 데이터다. 많은 HR 부서가 ‘비전 공유’, ‘가치 전파’에 에너지를 쏟지만, 정작 직원이 원하는 건 “내 행동이 어떤 숫자를 움직이고, 그 숫자가 내 보상에 어떻게 연결되는가”라는 투명한 연결 고리다.
내일 아침 회의에서 꺼낼 질문
거창한 제도 도입 전에, 현재 상태를 진단하는 것이 먼저다.
우리 회사의 재무 정보는 어디까지 공개되는가? 경영진만 보는 숫자인지, 팀장급까지 내려가는지, 현장 직원도 접근 가능한지. EBITDA나 영업이익률 같은 핵심 지표를 분기마다 전 직원에게 설명하는 세션이 있는지 확인한다.
우리 조직에 ‘주변부 인력’은 몇 퍼센트인가? 정규직이지만 교육·승진·경력개발에서 소외된 인력을 식별한다. 파견직, 계약직뿐 아니라 입사 후 2년 이상 동일 직무에 머물며 어떤 성장 기회도 제공받지 못한 정규직도 포함한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가치’를 말하는가, ‘규범’을 말하는가? 사내 공지, 타운홀, 뉴스레터를 최근 3개월분 모아서 분류해 본다. “함께 성장”류의 추상적 문구가 대부분이라면, 구체적 숫자와 연결고리로 전환할 여지가 크다.
지분이 없어도 소유 문화는 만들 수 있다
모든 회사가 종업원 지분 배분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비상장 중소기업, 공공기관,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핵심은 이것이다. 소유 문화의 본질은 주식이 아니라 투명성, 공감, 측정이다.
성과급 설계에 재무 투명성을 결합하면 된다. 팀 단위 목표와 회사 전체 실적의 연결 구조를 공개하고, 달성 시 보상이 어떻게 산출되는지 수식까지 보여준다. 이것만으로도 ‘내가 이 조직의 일부’라는 감각은 완전히 달라진다.
반대편을 보자. 일회용 인력 35%라는 숫자가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면 — 그리고 솔직히, 파견·용역·기간제 비율을 고려하면 한국이 더 높을 수 있다 — HR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인력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다만 방향은 선명하다. ‘주인의식을 가져라’고 말하기 전에, 주인이 될 수 있는 조건을 설계하는 것. 그것이 HR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실무 시사점: 종업원 소유는 지분 배분 자체가 아니라, 재무 투명성·공감 리더십·문화 측정이라는 세 축의 결합에서 성과가 나온다. 지분 프로그램이 없더라도 성과급 설계와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규범 기반’으로 전환하면 몰입도와 잔류율을 유의미하게 개선할 수 있다.
#종업원소유#조직문화#HR운영#성과관리#리더십
참고 링크
- HBR, “The Management Practices That Make Employee Ownership Pay Off” (2026)
- MIT Sloan, “Companies’ use of ‘disposable workers’ is transforming employment” (2026)
- DBR, “뛰어난 팀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2026)
- NCEO, “Research Findings on Employee Ownership” (2026)
- 고용노동부, “우리사주조합 현황” (2024)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