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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영업양도 때 내 근로관계는 어떻게 되나

어느 날 회사에서 합병 또는 영업양도 소식이 들려온다.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 이것이 현장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합병과 영업양도 모두 법령·판례상 근로관계의 포괄적 승계가 원칙이다. 사용자가 바뀌어도 임금·호봉·퇴직금·근속기간은 그대로 이어진다. 다만, 승계 방식과 근로자 거부권 인정 여부는 기업변동 유형마다 다르다.

합병 — 상법이 직접 포괄승계를 규정한다

합병은 두 개 이상의 회사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 흡수합병(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흡수)과 신설합병(두 회사가 해산 후 새 회사 설립)으로 나뉜다.

상법 제235조는 “합병 후 존속한 회사 또는 합병으로 인하여 설립되는 회사는 합병으로 인하여 소멸된 회사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명시한다. 이 규정 덕분에 소멸회사 소속 근로자의 근로관계는 근로자의 동의 없이도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에 포괄적으로 자동 이전된다(대법원 2001.4.24, 99다9370).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합병 그 자체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합병 당사자 간에 소멸회사 근로자를 승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해도 그 합의는 무효다.
  • 단, 경영악화 방지를 위한 합병이라면 근로기준법 제24조 제1항에 따른 경영상 해고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정리해고가 가능하다.
  • 근로관계 이전 시점은 합병등기일이다(상법 제234조).
  • 합병 과정에서 형식적으로 신규채용 절차를 밟더라도, 실질이 합병이라면 포괄승계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행정해석 임금근로시간정책팀-1193, 2006.5.29).

영업양도 — 판례가 만든 ‘원칙승계설’

영업양도는 합병과 달리 상법이 근로관계 승계를 직접 규정하지 않는다. 대신 대법원 판례가 원칙승계설을 확립하고 있다.

“영업이 포괄적으로 양도되면 반대의 특약이 없는 한 양도인과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도 원칙적으로 양수인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된다”(대법원 1994.6.28, 93다33173).

여기서 ‘영업의 포괄 양도’란, 단순히 자산만을 넘기는 게 아니라 인적·물적 조직을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 이전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기계·설비만 팔거나, 상호만 넘기거나, 조직을 해체하여 개별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는 영업양도로 보지 않는다. 이 경우 고용승계 의무는 없다.

근로자가 승계를 거부할 수 있을까?

합병과 달리 영업양도에서는 근로자가 승계에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영업양도 과정에서 대상 근로자가 승계를 반대하는 경우 양도기업에 잔류하거나 퇴직할 수 있으며, 승계가 확정되기 이전이라면 승계의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방법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대법원 2002.3.29, 2000두8455).

즉,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승계 거부 의사를 밝히면 양도기업(옛 회사)에 남거나 퇴직할 수 있다. 다만, 이 거부는 승계 확정 이전에 해야 하며, 이미 양수인(새 회사)에서 근로 제공을 시작한 이후에는 묵시적 동의로 간주될 수 있다.

유형별 핵심 비교 —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

구분 합병 영업양도 회사분할
법적 근거 상법 제235조 (명문 규정) 판례 원칙승계설 (대법 93다33173) 상법 제530조의10 + 대법 2011두4282
근로자 동의 필요 불필요 (포괄 자동 승계) 불필요 (반대 특약 없으면 자동) 불필요 (절차적 요건 충족 시)
근로자 거부권 원칙적으로 없음 승계 확정 전 철회 가능 해고 회피 방편 등 특별 사정 시에만
임금·호봉 승계 종전 조건 그대로 유지 종전 조건 그대로 유지 종전 조건 그대로 유지
퇴직금·근속기간 전 회사 기간 통산 전 회사 기간 통산 전 회사 기간 통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각 회사 근로자 과반수 동의 필요 이전 근로자 집단 동의 필요 이전 근로자 집단 동의 필요
단체협약 효력 유효기간 동안 승계 유지 양수인에게 승계 신설회사에 승계
근로관계 이전 시점 합병등기일 양수인이 실제 영업 운영 시점 분할등기일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 두 회사가 합쳐지면 어느 것이 적용될까

합병 후 취업규칙이 두 벌로 병존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원칙은 간단하다.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변경 없이 통합하는 경우라면 전체 근로자 과반수(또는 과반수 노조)의 의견 청취로 충분하다. 반면 어느 한 회사 소속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생긴다면, 그 회사 소속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별도로 필요하다(행정해석 근기 68207-390, 1999.10.20).

단체협약은 다수설과 판례 모두 포괄승계를 인정한다. 합병 후에도 피합병회사의 근로자들에게는 피합병회사의 단체협약이 그대로 적용되며, 합병회사의 노동조합이 유니언숍(union shop) 형태를 취하고 있더라도 새로운 단일화 합의가 있을 때까지 피합병회사 근로자가 자동으로 기존 노동조합 조합원이 되지는 않는다(대법원 2004.5.14, 2002다23185).

회사분할 — 절차가 관건이다

회사분할은 하나의 회사가 두 개 이상으로 쪼개지는 것이다. 2013년 대법원은 분할 시 근로관계 승계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립했다(대법원 2013.12.12, 2011두4282).

  • 실체적 요건: 분할계획서에 특정 사업부문이 신설회사에 승계된다고 명시되어 있을 것
  • 절차적 요건: 주주총회 승인 전에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협력을 구하는 절차를 밟을 것

이 두 요건을 갖추면 근로자 동의 없이도 근로관계는 신설회사에 승계된다. 근로자 거부권은 “회사분할이 해고 제한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된다.

실무에서 자주 놓치는 포인트 — ‘자유의사 퇴직·재입사’의 함정

기업변동 과정에서 사용자 측이 “퇴직금을 미리 정산해 드리고, 새 회사에 재입사하시면 됩니다”라고 안내하는 경우가 있다. 이 방식이 반드시 불법은 아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와 이해득실을 고려하여 결정한 것이고, 불이익이나 불리한 대우가 없으며, 근로기준법 잠탈 목적도 없다면 이를 유효한 법률행위로 인정한다(대법원 1991.12.10, 91다12035; 행정해석 근기 01254-226, 1993.2.12).

그러나 이 경우 중요한 결과가 따른다. 자유의사로 사직서를 내고 퇴직금을 수령하면, 그 시점에서 근로관계가 단절된다. 새 회사에서의 근속기간은 재입사일부터 다시 산정된다. 사용자가 사실상 압박하거나 불이익을 조건으로 재입사를 유도한 경우라면 ‘자유의사’가 아니라는 다툼이 생길 수 있다.

💼 위너스 인사이트
합병·영업양도 자문에서 실제로 가장 많은 분쟁이 발생하는 지점은 ‘포괄승계 여부’ 그 자체보다 “영업양도인가, 단순 자산매매인가”를 다투는 단계입니다. 자산만 넘기고 신규채용 형식을 취했다는 이유로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사업장이 있는데, 실제로는 종전 인적·물적 조직의 동일성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판례 기준으로 영업양도에 해당하는 사안이 적지 않습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계약서 이름을 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업무가 그대로 이어지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핵심 전략입니다.

핵심 정리

  • 합병: 상법 제235조에 따라 근로관계가 법률상 자동 포괄 승계. 근로자 동의 불필요.
  • 영업양도: 반대 특약 없으면 근로관계 포괄 승계 원칙(대법원 93다33173). 근로자는 승계 확정 전 거부 가능.
  • 회사분할: 절차적·실체적 요건 충족 시 동의 없어도 승계. 거부권은 예외적으로만.
  • 임금·호봉·퇴직금·근속기간: 모든 유형에서 승계, 양도 전 기간까지 통산.
  •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해당 근로자 집단 과반수 동의 없이 일방 변경 불가.
  • 단체협약: 유효기간 동안 피합병·피양도 근로자에게 종전 협약 그대로 적용.
  • 자유의사 퇴직·재입사: 유효하지만 그 시점에 근로관계 단절 — 근속기간 초기화에 유의.

자주 묻는 질문

Q. 회사가 합병되면 자동으로 근로계약도 새로 체결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합병은 포괄 자동 승계이므로 별도의 근로계약 체결 없이 종전 조건 그대로 유지됩니다.

Q. 영업양도 후 새 회사가 임금을 낮추려 한다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므로 해당 근로자 집단 과반수의 동의가 없으면 변경 효력이 없습니다(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Q. 영업양도인지 단순 자산매매인지는 어떻게 구별하나요?

인적·물적 조직의 동일성이 유지되는지를 봅니다. 계약 명칭이 아닌 실질로 판단하며, 근로자 채용 비율·업무 연속성·고객관계 유지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합니다.

Q. 합병 후 단체협약이 두 벌이 되면 어느 것을 따르나요?

각 회사 소속 근로자에게는 각자 소속 회사의 단체협약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단일화 합의가 있을 때까지 병존이 원칙입니다.

Q. 퇴직금을 정산받고 재입사하면 나중에 불이익이 있나요?

네. 자유의사로 퇴직금을 수령하고 재입사하면 그 시점에서 근로관계가 단절됩니다. 새 회사에서의 퇴직금 산정 기간은 재입사일부터 다시 계산됩니다.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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