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원청 사용자성은 ‘서류’가 만든다. 용역계약서의 임금·고용 조건 명시, 과업지시서의 근로시간·인원 통제, 복리후생비 직접 지급 — 이 세 가지가 결합되면 노조법 제2조 제2호의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지위가 인정된다.
“하청 직원 복리후생비를 원청이 직접 줬다고요? 그 서류 하나가 교섭 테이블을 만들었습니다.”
2026년 4월 7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인덕대학교와 성공회대학교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 이후 민간 부문 최초의 판정이다. 불과 5일 전인 4월 2일에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공공기관 4곳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6건 연속 인용. 그런데 모든 사건이 인용된 건 아니다. 이 글에서는 인정된 사건과 기각 위험이 높았던 쟁점을 비교해, 승패를 가른 결정적 차이를 분석한다.
사건 요지 — 인덕대·성공회대 원청 사용자성 인정 (서울지노위 2026.4.7. 판정) 노조법 제2조 제2호. 용역계약서의 “용역 기간 중 고용 유지” 조항, 과업지시서의 직종·근로시간·인원 특정, 복지포인트·명절상여금·식비 등 복리후생비 원청 직접 지급 내역을 근거로 시설관리 용역 노동자들에 대한 원청 대학의 교섭 의무를 인용 — 노란봉투법 시행 후 민간 부문 최초 인정.
사건 요지 — 현대중공업 사건 (대법원 2007두8881, 2010.3.25.) 부당노동행위 사용자 개념.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 — 이번 서울지노위 판정의 법리적 근거.
사건의 전말 — 교섭 요구에 침묵한 원청들
2026년 3월 10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소속 하청 노조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인덕대·성공회대 시설관리 용역 노동자들은 시행 당일 각 대학에 교섭 요구를 신청했다. 교섭 의제는 다섯 가지 — 노동안전, 작업환경, 복리후생, 임금, 근로시간이었다.
개정 노조법에 따르면 원청은 교섭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그런데 두 대학 모두 응답하지 않았다.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입장이었다. 하청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 신청을 제기했고, 서울지노위는 4월 7일 심판회의를 열어 두 건 모두 인용했다.
이긴 사건 — 서류가 말해준 ‘실질적 지배’
서울지노위의 핵심 판단은 이렇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 또는 근무환경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
이 판단의 근거가 된 증거들을 하나씩 보자.
- 용역계약서의 근로조건 명시 — “용역 기간 중 고용 유지”, “설계한 인건비의 낙찰률 이상 지급” 등 임금과 고용 안정 조건이 계약서에 적혀 있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고용과 임금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 과업지시서의 세부 통제 — 업무 내용, 직종별 배치, 근로시간, 투입 인원수, 자격 요건까지 원청이 정해놓은 지시서가 존재했다. 단순한 결과물 발주가 아니라 근로 방식 자체를 지배하는 구조였다.
- 복리후생비 직접 지급 — 복지포인트, 명절 상여금, 식비, 문화활동비, 건강검진비를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한 내역이 있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경우 노사 공동협의회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 휴게시설 등 작업환경 통제 — 대학 시설관리 용역의 특성상, 휴게실 위치·규모·운영 시간을 원청인 대학이 결정했다. 작업환경 개선 교섭 의제에 대해 원청이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다는 판단의 근거가 됐다.
기각 위험이 높은 사건 — 증거가 사라지면
그렇다면 모든 교섭 요구가 인용될까? 그렇지 않다. 서울신문(2026.4.7.) 보도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원청이 “서류 증거를 없애고 복리후생비 지급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사용자성 회피를 시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인정 여부를 가른 핵심은 구조적 통제의 ‘서류화’였다. 정리하면 이렇다.
- 인정된 사건: 용역계약서에 임금·고용 조건 명시 + 과업지시서에 근로시간·인원·배치 특정 + 복리후생비 직접 지급 내역 존재
- 기각 위험 사건: 계약서가 결과물 납품 형태로만 작성 + 근로조건 관련 지시 문서 부재 + 복리후생은 하청이 독자 운영
대법원도 이미 같은 기준을 세워놓았다.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현대중공업 사건)에서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의 대상인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서울지노위 판정은 이 대법원 판례의 기준을 교섭요구 시정 사건에 그대로 적용한 셈이다.
법적 근거 — 노조법 제2조 제2호가 핵심
원청 사용자성의 법적 근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 제2호다. 이 조항은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정의한다.
노란봉투법 개정으로 이 정의가 확대되면서,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은 원청도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이 있으면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계약 당사자만 사용자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개정법은 노조법의 ‘사용자’ 개념을 실질적 지배 기준으로 열어놓은 것이다.
참고로 이 판정은 법원 판결(판례)이 아니라 노동위원회의 판정이다. 원청이 불복하면 10일 이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불복하면 행정소송으로 이어진다. 아직 확정된 판례는 아니지만, 6건 연속 인용이라는 흐름 자체가 실무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실무 포인트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들어오면 ① 7일 내 교섭요구 사실 공고 의무 이행 여부부터 확인, ② 용역계약서의 임금·고용·근로시간 관련 문구를 전면 점검, ③ 복리후생비를 원청이 직접 지급해 온 관행이 있다면 그 자체가 사용자성 인정의 핵심 증거이므로 무리한 회피보다 협상 전략으로 전환, ④ 휴게시설·작업환경 통제 권한이 원청에 있는 부분을 별도 분리 정리.
주의 일부에서 거론되는 “서류 증거 삭제·복리후생비 중단”으로 사용자성을 회피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 기존 관행이 이미 형성된 상태에서 갑자기 끊으면 부당노동행위(지배·개입)의 또 다른 단서가 될 수 있고, 중노위·법원에서 기존 자료가 개시되면 회피 의도가 드러난다. 이 판정은 노동위 단계로 중노위·행정소송이 남아 있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 용역계약서 점검이 급선무다 — 계약서에 “하청 근로자 임금 기준”, “고용 유지 의무”, “근로시간 지정” 등의 문구가 있다면, 원청 사용자성 인정의 핵심 증거가 된다. 계약 갱신 시 문구를 삭제한다고 해서 기존 관행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다.
- 과업지시서는 양날의 검 — 품질 관리를 위해 상세한 과업지시서를 작성하는 건 실무상 불가피하다. 하지만 “근로시간, 인원 배치, 자격 요건”까지 특정하면 도급이 아닌 지배 관계로 판단될 수 있다.
- 복리후생비 직접 지급 내역 확인 —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게 명절 상여금·식비·건강검진비를 직접 지급한 기록이 있다면,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의 유력한 증거가 된다.
-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에 7일 이내 공고 의무 — 개정 노조법에 따라 교섭 요구를 받으면 7일 이내에 사실을 공고해야 한다. 침묵은 시정 신청으로 이어지고, 고의적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
- 판정 ≠ 판례 — 이번 결정은 노동위원회 판정이지 법원 판결이 아니다. 원청이 재심·행정소송으로 다투면 최종 결론까지 1~2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6건 연속 인용이라는 추세는 무시하기 어렵다.
💡 판례의 시사점:
① 사용자성은 서류로 입증된다 — 용역계약서·과업지시서·복리후생비 지급 내역이 결정적이다.
② 대법원 기준이 노란봉투법으로 확장됐다 — 2007두8881의 ‘실질적·구체적 지배’ 기준이 교섭 의무 사건에 적용된다.
③ 사실관계가 결론을 좌우한다 — 결과물 발주에 그치는 도급은 인정이 어렵고, 근로 방식 자체를 통제하면 인정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건의 전말 — 교섭 요구에 침묵한 원청들, 어떻게 되나요?
2026년 3월 10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소속 하청 노조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인덕대·성공회대 시설관리 용역 노동자들은 시행 당일 각 대학에 교섭 요구를 신청했다.
Q. 이긴 사건 — 서류가 말해준 ‘실질적 지배’, 어떻게 되나요?
서울지노위의 핵심 판단은 이렇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노동조건 또는 근무환경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다.”
이 판단의 근거가 된 증거들을 하나씩 보자.
Q. 기각 위험이 높은 사건 — 증거가 사라지면, 어떻게 되나요?
그렇다면 모든 교섭 요구가 인용될까?. 그렇지 않다.
Q. 법적 근거 — 노조법 제2조 제2호가 핵심, 어떻게 되나요?
원청 사용자성의 법적 근거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조 제2호다.. 이 조항은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정의한다.
Q.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어떻게 되나요?
용역계약서 점검이 급선무다 — 계약서에 “하청 근로자 임금 기준”, “고용 유지 의무”, “근로시간 지정” 등의 문구가 있다면, 원청 사용자성 인정의 핵심 증거가 된다.. 계약 갱신 시 문구를 삭제한다고 해서 기존 관행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