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HR 기능의 89%가 이미 조직 구조를 개편했거나, 향후 2년 내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가트너가 23개 산업, 426명의 CHRO를 대상으로 수행한 조사 결과다. 단순히 채용·급여·복리후생을 관리하던 HR은 이제 경영 전략의 공동 설계자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HRCI가 50년 역사상 최대 규모(4,583명)로 진행한 ‘2026 State of HR’ 글로벌 설문에서도 HR 실무자들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높은 자신감과 낙관을 보였다.
그런데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변화의 진짜 핵심은 HR이 경영진과 동일한 언어로 대화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내리며, 조직 전체의 민첩성을 끌어올리는 ‘전략 파트너’로 진화하는 데 있다.
한 줄 요약: HR이 프로세스 관리자에서 전략 공동창출자로 진화하려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민첩한 인재 파이프라인·기술 통합이라는 세 축을 동시에 돌려야 한다.
89%의 HR이 구조를 바꾸는 이유
가트너 조사에서 CHRO의 46%가 ‘리더십 및 관리자 개발’을 2026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2년 연속 1위다. 단순히 관리자를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일상으로 만들 수 있는 리더를 키우겠다는 의미다. Korn Ferry의 CEO·이사회 설문에서는 82%의 경영진이 AI 도입으로 인해 향후 3년간 최대 20%의 인력을 줄이겠다고 응답했다. 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이중 과제가 HR 앞에 놓여 있다.
Workday 글로벌 연구에 따르면 55%의 고용주가 이미 스킬 기반 모델로 전환했고, 23%가 1년 내 전환을 계획 중이다. 직무(job) 중심이 아니라 스킬(skill) 중심으로 인재를 바라보는 패러다임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HR이 이 전환의 설계자 역할을 맡지 않으면, 누가 맡을 것인가.
89%
HR 기능 구조개편 완료 또는 2년 내 계획
Gartner CHRO Survey, 2026
46%
CHRO가 리더십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 (2년 연속 1위)
Gartner, 2026
82%
AI로 3년 내 최대 20% 인력 감축 계획
Korn Ferry CEO & Board Survey
4,583명
HRCI 50년 역사상 최대 규모 글로벌 HR 설문
HRCI State of HR, 2026
전략 공동창출자가 된다는 것
전략 공동창출자(Strategy Co-Creator)라는 표현은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세 가지 행동 변화로 요약된다.
첫째, 데이터로 말한다. 모더레(Modere)의 CHRO 브라이언 백스터(Brian Baxter, SPHR)는 이렇게 말한다. “데이터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해석해서 CEO에게 영향력 있는 제안을 할 때,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감(感)이 아니라 숫자로 경영진과 대화하는 것이 HR 전략 파트너십의 출발점이다.
둘째, 채용의 경계를 허문다. 같은 업종에서만 인재를 찾는 관성을 깨야 한다. 인접 산업(FMCG, 제조, 서비스)으로 채용 반경을 넓히고, 내부 이동(internal mobility)을 활성화해 조직 안에 이미 있는 역량을 재배치하는 것이 스킬 기반 전환의 핵심이다.
셋째, 승계 계획을 실시간으로 돌린다. 연 1회 정적 리뷰를 폐기하고, 핵심 직책마다 복수 후보군을 상시 업데이트하는 동적 파이프라인이 필요하다. 여기에 크로스펑셔널 과제 배정(stretch assignment)이 결합되면, 후보자의 준비도를 사전에 끌어올릴 수 있다.
사례 — 페르노리카 인디아페르노리카 인디아(Pernod Ricard India)의 CHRO 나미타 바라드와즈(Namita Bharadwaj)는 HR 조직을 ‘프로세스 오너’에서 ‘전략 공동창출자’로 탈바꿈시켰다. 주류 업계 밖(FMCG, 제조)에서 적극 채용하고, 내부 공모제(internal job posting)와 캠퍼스 리크루팅으로 초기 인재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그 결과 제조·운영 부문의 성별 다양성이 3년간 30% 증가했고, 장애인 직원 100명 이상이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VR 기반 온보딩 프로그램 ‘Cheers VRorld’를 도입해 14개 지역에서 120명 이상의 신규 입사자가 가상 리더십 체험을 경험했다.
기술이 전략을 실행 가능하게 만든다
CHRO의 92%가 향후 HR 운영에서 AI 통합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84%는 AI 특화 스킬 업스킬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 도입의 목적은 HR 업무 자동화에만 있지 않다.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을 개인화하고, 인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에 연결하는 데 있다.
페르노리카 인디아의 ‘Horizons’ 플랫폼이 좋은 예시다. 개인 맞춤형 학습 경로, 경력 개발 계획, 멘토 매칭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제공한다. 기술이 HR의 전략적 역할을 ‘실행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단순히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이 조직 전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계하는 것이 HR의 새로운 역할이다.
변화를 일상으로 만드는 조직
모더레의 사례는 또 다른 시사점을 준다. 이 회사는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이커머스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고객 서비스와 마케팅 팀에 완전히 새로운 스킬셋을 요구했다. HR은 외부 채용과 내부 역량 개발을 동시에 운영하며 전환을 이끌었다. 변화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일상이 된 것이다.
가트너는 이를 ‘변화를 루틴 프로세스로 만드는 리더’가 필요하다고 표현한다. 변화 관리(change management)가 별도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리더의 일상적 역량으로 내재화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HR은 이 역량을 리더에게 심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규정 준수(compliance)를 넘어 변화 내비게이터(change navigator)로 진화하는 것, 이것이 2026년 HR에 던져진 질문이다.
다양성은 전략이다, 구호가 아니다
페르노리카 인디아의 ‘Beyond Labels’ 프로그램은 다양성(D&I)을 인식 교육 수준에서 끝내지 않는다. 행동 통합(behavioral integration)까지 밀고 간다. 제조·운영 현장의 시설을 본사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유연근무·육아 지원·무제한 웰니스 휴가 같은 정책을 패키지로 묶었다. 그 결과 여성 인력 비중이 3년간 30% 늘어난 것은 숫자 자체보다, 구조적 장벽을 하나하나 제거한 과정에 의미가 있다.
리더십 팀 자체의 다양성 확보도 빠뜨릴 수 없다. 경영진이 다양할 때 조직 변화에 대한 저항이 줄고, 의사결정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은 여러 연구가 뒷받침한다. 다양성은 윤리적 당위가 아니라 비즈니스 민첩성의 전제 조건이다.
💡 실무 시사점: HR 리더가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잡으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경영진 회의에서 데이터 기반의 인사이트로 발언하는 것이다. 스킬 기반 인재 모델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시간 문제다. 승계 계획의 동적 운영, AI 기반 직원 경험 플랫폼, 다양성의 구조적 내재화까지 — 이 모든 변화의 공통 분모는 HR이 ‘실행하는 부서’가 아니라 ‘설계하는 부서’로 올라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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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 People Matters, “Architecting Agility: Namita Bharadwaj’s Strategy Co-Creator Blueprint” (2026)
- Inc.com, “HR’s Secret Weapon for Navigating Change” (2025)
- Gartner, “Top HR Trends and CHRO Priorities That Matter Most in 2026” (2026)
- HRCI, “State of HR 2026 Report” (2026)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