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오간 말이 있다. “중대재해법 때문에 외주를 늘려야 하나”, “노란봉투법 시행되면 파업 손해배상은 어떻게 되나.” 두 법률이 사실상 같은 시기에 본격 가동되면서, 기업 현장은 복합적인 법적 리스크를 동시에 안게 되었다. 재계는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경고하고, 노동계는 “당연한 권리 보장”이라고 반박한다. 그 사이에서 실무자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한 줄 요약: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은 다른 영역을 규율하지만 공통 메시지는 같다 — 원청의 책임 범위가 확대된다는 것. 일광폴리머 판결(징역 3년·법인 5억)이 사업단위 합산 법리를 확립했고, 노란봉투법은 16년 누적 판례(2007두8881)를 입법으로 명문화했다. 형식적 외주 전환으로 회피하려는 시도는 더 큰 리스크를 부른다.
중대재해처벌법, 법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에게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한다. 법 제4조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이행에 관한 조치, 중앙행정기관 등이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핵심은 “경영책임자등”이 누구인가라는 문제다. 법 제2조 제9호는 경영책임자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단순히 직함이 대표이사라고 해서 자동으로 경영책임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이 기준이다.
대법원이 확인한 적용 범위 – 일광폴리머 판결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026년 1월 29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일광폴리머 대표이사에 대해 징역 3년, 법인 벌금 5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4도13716). 이 판결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 중 최고 형량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사건은 2022년 3월 충남 서천군 소재 일광폴리머 서천2공장에서 인화성 액체인 에탄올로 세척한 부품을 건조하던 중 폭발이 발생해 근로자가 사망한 것이었다. 쟁점은 서천2공장의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이었다는 점이었다. 피고인 측은 “개별 공장 단위로 근로자 수를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를 배척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말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은 원칙적으로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를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본사와 공장이 장소적으로 분리되어 있더라도 인사·노무관리, 재무·회계 처리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하나의 경영 단위를 이룬다면, 전체 상시 근로자 수를 합산해야 한다는 법리를 확립한 것이다.
이 판결이 실무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공장을 여러 곳에 분산 운영하더라도, 인사와 재무가 본사에서 통합 관리된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을 피할 수 없다.
노란봉투법, 무엇이 바뀌었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2025년 8월 24일 국회를 통과하고 2026년 3월 10일 시행되었다. 핵심 개정 사항은 두 가지다.
첫째, 사용자 범위의 확대(제2조 제2호). 기존에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만 사용자로 규정되었다. 개정법은 여기에 “근로조건 등 노동관계에 관하여 실질적인 지배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를 추가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업무 배치, 근무 시간, 임금 수준 등을 사실상 결정하고 있다면, 그 원청도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째, 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제3조).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때, 법원은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 또한 쟁의행위의 원인이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방어 차원이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된다.
노란봉투법의 판례적 토대 – 현대중공업 판결
사실 이 개정의 법리적 토대는 이미 대법원이 닦아놓았다. 대법원은 2010년 3월 25일 선고 2007두8881 판결(현대중공업 사내하청 사건)에서,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에서 현대중공업은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설립된 직후인 2003년 9월부터 12월 사이에 해당 조합원들이 소속된 하청업체를 대부분 폐업시켰다. 대법원은 이를 부당노동행위(지배·개입)로 판단하면서, 근로계약관계가 없는 원청이라 하더라도 실질적 지배력과 영향력이 있다면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된다는 법리를 확립했다.
노란봉투법은 이 판례 법리를 입법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16년간 판례를 통해 형성된 기준이 이제 법률 조문으로 자리 잡았다.
3년 / 5억
일광폴리머 — 중대재해법 대법원 최고 형량
대법원 2024도13716 (2026.1.29.)
16년
현대중공업 판례 → 노란봉투법 입법화 기간
대법원 2007두8881 → 2026.3.10. 시행
61.2%
중소기업 — 중대재해법 시행 후 부담 증가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
두 법률이 만드는 복합 리스크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기업이 직면하는 리스크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했다. 특히 원청-하청 관계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진다.
- 안전관리 책임의 확대: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는 도급, 용역, 위탁 등 제3자에게 맡긴 경우에도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가 유지된다고 규정한다. 외주를 주더라도 사고가 나면 원청 경영책임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
- 교섭 의무의 확대: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은 하청 노동자의 단체교섭 요구에도 응해야 할 수 있다. “우리 직원이 아니니 교섭할 수 없다”는 기존의 대응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 손해배상의 변화: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시 연대책임이 아닌 개별 책임으로 전환됨에 따라, 기존의 억제 효과가 달라진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7곳(73%)이 정부의 노동안전 대책에 대해 “처벌과 제재만으로는 산재를 줄이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의 61.2%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경영상 부담이 커졌다고 답했다.
주의 — 분산 운영으로 50인 우회 불가 일광폴리머 판결은 “사업 또는 사업장은 경영상의 일체를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적·사회적 활동단위”라고 판시했다. 인사·노무·재무가 본사에서 통합 관리되면 공장을 여러 곳으로 쪼개도 상시 근로자 수가 합산된다. 법인을 분리해 50인 미만으로 보이게 하려는 형식적 우회는 더 큰 형사 리스크를 부를 수 있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재계의 우려를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법의 시행을 되돌릴 수 없는 이상, 실무에서의 대응이 중요하다.
- 안전보건관리체계 실질화: 일광폴리머 판결에서 보듯, 형식적인 안전보건 매뉴얼만으로는 부족하다. 위험성 평가, 안전보건교육, 작업 중지 권한 부여 등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 경영책임자 지정의 명확화: 2025년 12월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판결에서, CSO(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별도로 선임된 경우 CEO가 아닌 CSO가 경영책임자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안전보건 업무의 권한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문서화해야 한다.
- 도급 구조 재점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무 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영향력이 있다면 노란봉투법상 사용자에 해당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단순히 도급 계약 형식을 갖추었다고 해서 면책되지 않는다.
- 노사 소통 채널 구축: 손해배상 제한 규정의 도입은 쟁의행위의 빈도가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전적 갈등 해소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것이 분쟁 비용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실행 팁 — CSO 선임 시 권한·예산을 함께 명문화 수원지법 여주지원 판결처럼 CSO를 별도로 선임하면 CEO 대신 CSO가 경영책임자로 인정될 수 있다. 단, 직책만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 안전 관련 의사결정권, 예산 집행권, 작업중지권을 사규·이사회 의결로 명문화해야 효력이 인정된다. 권한 이양 문서가 없으면 CEO가 그대로 형사 책임선에 남는다.
핵심 정리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은 성격이 다른 법률이지만, 원청의 책임 범위를 확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자는 안전관리 의무를, 후자는 교섭 의무와 손해배상 제한을 통해 원청-하청 관계의 법적 프레임을 바꾸고 있다.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법의 취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 있다. 대법원 판례들이 보여주듯, 법원은 실질적 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형식적 구조 조정이나 외주 전환으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더 큰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 변화한 법적 환경에 맞춰 안전관리와 노사관계를 실질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이다.
💡 실무 시사점:
① 형식적 우회는 리스크 가중제. 법인 분할·외주 전환으로 50인 미만 또는 도급으로 보이게 만들어도, 법원은 실질을 본다. 일광폴리머·현대중공업 판례는 모두 형식 너머 실질을 본 사례다.
② 권한·예산·평가 문서화. 안전보건관리체계는 매뉴얼이 아니라 권한·예산·평가가 실제로 돌아가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CSO 선임 시 권한 이양 문서를 빠뜨리면 책임이 그대로 CEO에 남는다.
③ 노사 소통 채널을 사전에. 손해배상 제한 규정으로 쟁의 문턱이 낮아진 만큼, 사전적 갈등 해소 채널이 분쟁 비용을 가장 크게 줄인다.
#중대재해처벌법#노란봉투법#일광폴리머판결#원청책임확대
자주 묻는 질문
Q. 중대재해처벌법, 법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에게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한다.. 법 제4조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이행에 관한 조치,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이행에 관한 조치, 중앙행정기관 등이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
Q. 노란봉투법, 무엇이 바뀌었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2025년 8월 24일 국회를 통과하고 2026년 3월 10일 시행되었다.. 핵심 개정 사항은 두 가지다.
Q. 두 법률이 만드는 복합 리스크, 어떻게 되나요?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기업이 직면하는 리스크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했다.. 특히 원청-하청 관계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진다.
Q.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어떻게 되나요?
재계의 우려를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부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법의 시행을 되돌릴 수 없는 이상, 실무에서의 대응이 중요하다.
Q. 핵심 정리, 어떻게 되나요?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은 성격이 다른 법률이지만, 원청의 책임 범위를 확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자는 안전관리 의무를, 후자는 교섭 의무와 손해배상 제한을 통해 원청-하청 관계의 법적 프레임을 바꾸고 있다.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