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평가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인사 담당자가 겪는 일은 대략 이렇다. 매니저 수십 명에게 평가서 제출을 독촉하고, 기한을 넘긴 부서장을 압박하며, 막상 수거된 평가 문서는 “성실히 임하였음”류의 한 줄 문장으로 채워져 있다. 피드백 질은 관리자 역량에 달렸고, 편향 여부는 아무도 검증하지 않는다.
2026년 6월, 글로벌 성과관리 플랫폼 Lattice가 MCP(Model Context Protocol) 기반 성과평가 어시스턴트를 공식 출시하며 이 구도를 흔들기 시작했다. 매니저가 Claude나 ChatGPT 안에서 대화하듯 평가서를 작성하면, AI가 해당 직원의 목표 달성 현황·1:1 노트·피드백 히스토리·Jira 이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끌어와 맥락을 채워주는 방식이다. 성과관리 플랫폼 최초의 MCP 구현 사례다.
솔직히 처음엔 “또 HR 테크 마케팅이겠지” 싶었다. 그런데 파고들수록 이게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한국에서도 AI기본법이 2026년 1월 22일 시행됐고, 국회에는 “AI만으로 근로자 해고·징계 못 하게 막는” 근로기준법 개정안까지 발의돼 있다. 글로벌 HR 도구의 변화와 국내 규제 환경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 지금, 이 타이밍을 그냥 넘기면 안 된다.
한 줄 요약: AI 성과평가 도구는 이미 현장에 들어왔고, 한국 HR은 도구 도입 전에 ‘공정성 설계’와 ‘법적 근거 마련’을 먼저 챙겨야 한다.
매니저가 멈춘 이유 — Gallup이 잡아낸 숫자
Lattice가 MCP를 설계한 배경에는 Gallup 데이터가 있다. Gallup의 2026년 글로벌 직장 보고서는 전 세계 직원 몰입도가 2025년 기준 20%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2022년 피크(23%) 대비 3포인트 하락이고, 이 수치가 경제적으로 환산되면 약 10조 달러의 생산성 손실이다.
더 심각한 지점은 매니저다. 관리자 몰입도는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단 1년 만에 5포인트 하락해 22%로 내려앉았다. 2022년 이후 누적 하락폭은 9포인트다. 매니저가 먼저 지쳤다. 지친 매니저가 쓰는 성과평가서가 의미있는 피드백을 담을 리 없다.
20%
전 세계 직원 몰입도 (2025)
Gallup State of Global Workplace 2026
10조 달러
낮은 몰입도로 인한 글로벌 생산성 손실 추정
Gallup / Lattice 2026
74%
전년 대비 AI 투자 증가 응답 기업 비율
Deloitte 기업 AI 활용 현황 2026
85%
2026년 AI 활용 예상 국내 기업 비율
Deloitte Korea AI 현황 보고서 2026
핵심이다. 이 생산성 위기의 원인을 Lattice는 ‘기술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매니저가 AI를 실제 업무 흐름 안에서 쓸 수 없는 구조적 마찰이 문제라는 시각이다. 그래서 별도 HR 시스템에 로그인해 데이터를 불러오는 게 아니라, 이미 쓰고 있는 AI 채팅 도구 안에서 성과 데이터를 직접 다루게 했다.
Lattice MCP가 바꾸는 성과평가 워크플로우
MCP는 Model Context Protocol의 약자로, AI 어시스턴트가 외부 시스템 데이터에 안전하게 접근하는 표준 프로토콜이다. Lattice가 이 표준을 성과관리에 적용하면서 매니저의 평가 작성 방식이 달라진다.
기존 방식에서는 매니저가 HR 시스템→ 목표 현황 확인→ 피드백 탭→ 이전 평가 참조→ 평가서 작성 화면으로 탭을 전환하며 작업했다. Lattice MCP 이후에는 Claude나 ChatGPT와 대화하면서 “이 직원 2분기 목표 달성률과 최근 1:1 노트 요약해줘”라고 요청하면 Lattice가 승인된 데이터 범위 안에서 응답한다. 작성된 초안은 편향된 표현·불일치 여부를 AI가 교차 검토한 뒤 Lattice에 직접 제출된다.
사례 — Lattice MCP 실무 시나리오매니저 A가 ChatGPT에 “박OO 씨 2분기 성과평가 초안 작성해줘”라고 입력하면, Lattice MCP가 해당 직원의 OKR 달성률(78%), 동료 피드백 3건, 최근 1:1 노트 요약을 실시간으로 불러와 컨텍스트로 제공한다. AI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초안을 생성하고, “목표 달성 관련 설명이 구체적이지 않음”, “성별 관련 표현 주의” 등 편향 플래그를 같이 표시한다. 매니저는 초안을 검토·수정하고 Lattice에 제출한다. Lattice 발표 기준 북미 고객 대상 조기 접근 중, EU 거주 데이터 고객은 2026년 가을 지원 예정.
Rippling 파트너 어드바이저리 보드 논의에서도 같은 방향이 확인됐다. 파트너 HR 어드바이저들이 꼽은 2026년 최우선 주제는 “AI가 매월 반복 업무를 대신하게 하고, 파트너는 전략 자문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데이터를 가진 플랫폼이 AI를 붙이면, 인사 담당자와 컨설턴트의 역할이 실행에서 설계로 이동한다는 신호다.
한국에서 이 도구를 쓸 때 반드시 챙겨야 할 것
여기서부터가 이 글의 핵심이다. 글로벌 HR 테크 흐름이 국내로 들어올 때 법적 공백이 생긴다.
2026년 1월 22일 시행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기본법)은 “직무 배치·성과평가·승진·징계·계약해지 등 근로관계에서 근로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지원하는 AI 시스템”을 별도로 정의하고 투명성·설명가능성 원칙을 요구한다. 다만 규제는 최소 1년 이상 유예기간을 두고 계도 중이다.
한발 더 나아가, 국회에는 AI만으로 근로자 해고·징계를 결정할 수 없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아직 통과되지 않았지만, 입법 방향은 분명하다. AI는 보조 수단이고, 최종 판단은 사람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유예 기간을 “아직 안 해도 된다”로 읽으면 안 된다고 본다. 오히려 지금이 내부 AI 성과평가 거버넌스를 설계해둘 수 있는 마지막 여유 구간이다. 규제가 완전히 발효되면 소급 적용 위험과 노사 분쟁 리스크가 동시에 올라온다.
💡 AI·도구로 측정/자동화 가능한 부분
- 편향 감지 자동화 — AI가 평가 문서 전체를 스캔해 성별·나이·출신 등 편향 표현을 플래그하고 수정 제안. 수백 건을 사람이 일일이 검토하는 것보다 일관성이 훨씬 높다.
- 평가 완성도 측정 — 목표 데이터 연계 여부, 구체성 점수, 피드백 인용 건수 등을 자동 산출해 형식적 평가 여부를 조기에 잡아낼 수 있다.
- AI 활용도와 성과 연계 분석 — Lattice AI Leverage Insights처럼, 직원이 AI 도구를 어떻게 쓰고 그것이 실제 성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데이터화하는 시도가 시작됐다. 단순 토큰 사용량이 아니라 ‘질적 성과와의 연관성’을 보는 방향이다.
- 매니저 평가 품질 모니터링 — 부서별 평가 길이·피드백 다양성·제출 지연율을 대시보드화하면 HR이 문제 있는 관리자를 사전에 코칭할 수 있다.
- 법적 리스크 사전 체크 — AI기본법 시행령 요건(투명성·설명가능성)에 따라, AI가 생성한 평가 초안에는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작성됐는지’ 로그를 의무 저장하는 것이 권고된다. 이 로그를 자동화하면 추후 분쟁 시 방어 근거가 된다.
💡 실무 시사점: AI 성과평가 도구 도입을 검토 중이라면 지금 당장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한다. 하나는 도구 선정 기준에 ‘편향 감지 기능’과 ‘데이터 접근 권한 통제’ 여부를 넣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 정책으로 “AI 평가 초안은 반드시 사람이 최종 검토·서명”을 명문화하는 것이다. 도구보다 거버넌스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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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 Lattice, “Introducing Lattice MCP” (2026)
- Lattice, “Lattice Launches Workforce Intelligence for AI Era” (2026)
- Gallup,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2026” (2026)
- Littler, “Understanding South Korea’s New AI Law” (2026)
- 경향신문, “이종배 의원 AI만으로 근로자 해고·징계 못하게 막는다” (2026)
- Deloitte Korea, “기업의 AI 활용 현황 2026” (2026)
- Rippling, “What Rippling’s Best Accountant and HR Advisor Partners Are Building” (2026)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