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실무 문서 가이드

0 / 0 섹션 완료

사람이 안 온다는 말의 진짜 뜻 — 노동시장 구조 전환기, HR이 ‘채우기’를 멈춰야 하는 이유

지난달 면접관 교육을 진행하면서 한 제조업 HR팀장에게 들은 말이 있다. “공고를 올리면 지원자가 오긴 와요.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사람은 안 옵니다.” 이 문장이 2026년 한국 노동시장의 단면이다. 구인 건수는 줄지 않았다. 구직자 수도 크게 줄지 않았다. 그런데 ‘매칭’이 되지 않는다. 이건 경기가 좋아지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솔직히, 이 현상을 ‘인력 부족’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문제를 흐린다. 부족한 게 아니라 구조가 바뀐 것이다.

한 줄 요약: 인력 부족은 경기 순환이 아니라 인구·기술·이동성이 동시에 바꾸고 있는 구조적 전환이며, HR은 ‘빈자리 채우기’에서 ‘일하는 방식 재설계’로 전략 축을 옮겨야 한다.

경기 탓이 아니다 — 세 가지 구조 변수가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노동시장이 어렵다는 말은 매년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결이 다르다. 세 가지 거시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힘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 OECD 37개국 평균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이미 감소세에 진입했다. 2060년까지 OECD 전체 생산가능인구가 8% 줄어들고, 4분의 1에 해당하는 나라에서는 30% 넘게 줄어든다. 한국은 이 흐름의 선두에 있다. 2034년이면 65세 이상 비중이 31.7%까지 올라간다.

기술. AI가 인지적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사람이 꼭 해야 하는 일’의 범위가 좁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가장 까다로운 변수라고 본다. 기술이 일자리를 없애는 게 아니라, 일자리의 내용을 바꿔놓기 때문이다. 같은 직무명이라도 3년 전과 지금은 요구하는 스킬 셋이 완전히 다르다.

이동성. 미국에서는 이민 감소로 월평균 고용 증가가 1만 7천 명 수준까지 떨어졌다. 과거라면 위기 신호로 읽혔을 숫자다. 하지만 노동 공급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실업률은 소폭 상승에 그친다. 이 ‘조용한 공급 축소’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고용허가제 쿼터는 줄었고, 외국인 근로자의 산업 간 이동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8%

OECD 생산가능인구 감소 폭 (2060년까지)

OECD Employment Outlook, 2025

17K명/월

미국 월평균 고용 증가 (2026.4 이후)

Brookings, 2026

122.2만 명

한국 향후 10년간 추가 필요 인력

한국고용정보원, 2026

‘빈자리 채우기’가 실패하는 메커니즘

전통적인 HR의 인력 확보 전략은 단순했다. 빈자리가 생기면 공고를 내고, 지원자를 모으고, 선발한다. 경기가 좋으면 연봉을 올려서 데려오고, 나쁘면 기다린다. 이 접근법이 통하려면 전제가 있다. ‘기다리면 사람이 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 미국 제조업 사례가 적나라하다. 전체 기업의 87%가 스킬 부족을 경험하고 있거나 향후 5년 내 경험할 것으로 예상한다. 용접공의 경우 2022년 일자리 기준, 10년 뒤에는 2.7%만 유지된다. 은퇴와 이직이 동시에 밀려오는 것이다. 전기기사는 노조 소속 인력의 30%가 향후 10년 내 은퇴 연령에 도달한다.

이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제조업 인력 부족은 9만 6천 명,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은 5만 7천 명이다. 숫자만 보면 ‘그냥 더 뽑으면 되지 않나’ 싶지만, 핵심은 이 자리에 맞는 사람이 시장에 없다는 점이다.

사례 — 미국 제조업 인력 이탈미국 제조업에서는 숙련공 이탈로 인한 인재 확보·훈련 비용이 연간 53억 달러에 달한다. 신규 채용 후 현장 배치까지 평균 6~12개월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기존 인력이 또 빠져나간다. ‘채우는 속도’보다 ‘빠지는 속도’가 빠른 구조다. 한국 중소 제조업 현장에서도 “3개월 교육시켜 놓으면 대기업으로 가버린다”는 이야기가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구조 전환은 위기인가, 기회인가

OECD는 이 상황을 ‘일자리 부족에서 노동력 부족으로의 전환’이라고 명명했다. 지난 수십 년간 선진국 노동시장의 핵심 과제는 “일자리가 모자란다”였다. 청년 실업, 구조조정, 비정규직 확대 — 전부 일자리 부족의 파생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 방향으로 뒤집히고 있다.

이건 좀 아쉬운 대목인데, OECD 분석에 따르면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OECD 평균 1인당 GDP 성장률이 연 1%에서 0.6%로 40% 가까이 둔화된다. 인구가 줄면 경제가 줄고, 경제가 줄면 임금도 못 올린다. 악순환이다.

하지만 반대로 읽으면 기회이기도 하다. 그동안 노동시장 바깥에 있던 인력 — 건강한 고령 근로자, 경력단절 여성, 이민 인력 — 을 끌어들이면 성장률 둔화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OECD는 본다. 문제는 이 인력을 ‘채용’하는 게 아니라 이들이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 맥락에서 이 말은 매우 구체적이다. 정년 연장 논의, 유연근무제 확대, 외국인 근로자의 숙련 경로 개방. 하나같이 제도 설계의 영역이다.

HR이 전략 축을 옮겨야 하는 세 가지 방향

그렇다면 HR은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핵심은 ‘사람을 구하는 것’에서 ‘일을 재설계하는 것’으로 초점을 옮기는 일이다.

하나는 직무 재설계다. 한 사람이 하던 일을 통째로 대체할 사람을 찾는 대신, 그 일을 쪼개서 AI가 할 수 있는 부분, 주니어가 배우면서 할 수 있는 부분, 반드시 숙련자가 해야 하는 부분으로 나눈다. 미국 제조업에서 ‘테크니션 + AI 보조’의 조합이 주목받는 이유다. 한국에서도 중소 제조업의 숙련공 의존도를 낮추려면 공정 분해가 먼저다.

다른 하나는 내부 인재 파이프라인의 재구축이다. 외부 채용 시장이 구조적으로 마르고 있다면, 답은 내부에 있다. 문제는 한국 기업 대부분이 ‘내부 이동’을 인사 발령으로만 인식한다는 점이다. 자발적 스킬 확장 → 내부 공모 → 전환 배치가 하나의 경로로 연결되어야 한다. 연간 교육훈련비를 집행하는 것과 ‘내부 노동시장’을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마지막은 인력 포트폴리오의 다양화다. 정규직·비정규직의 이분법을 넘어, 고령 재고용·프리랜서 전문가·크로스보더 원격 인력까지 포함한 ‘블렌디드 워크포스’를 설계해야 한다. OECD가 강조하는 건강한 고령 근로자 활용도, 한국의 정년 60세 + 재고용 관행과 연결하면 즉시 실행 가능한 영역이다.

읽는 법이 달라져야 숫자가 보인다

“월 고용 증가 1만 7천 명.” 이 숫자를 과거의 눈으로 읽으면 공포다. 하지만 노동 공급 자체가 줄어든 맥락에서 읽으면 의미가 달라진다. 실업률이 안정적이라면 구직 시장이 붕괴한 게 아니라 시장 자체가 작아진 것이다.

HR 실무자에게 이 읽기 전환은 매우 중요하다. 채용 공고에 지원자가 줄었다고 “요즘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건 문제를 절반만 보는 것이다. 인력 공급 구조가 바뀌었으니 인력 확보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이건 핵심이다. 노동시장 데이터를 ‘경기 지표’로만 보는 회사는 영원히 빈자리를 메우지 못한다. ‘구조 지표’로 읽는 회사만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경고가 정확하다. “이 해석을 틀리면 실질적인 결과가 따른다.” 연준의 금리 결정이든, 기업의 채용 예산 편성이든, 데이터를 어떤 프레임으로 읽느냐가 의사결정의 방향을 가른다. HR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채용 계획을 세울 때, “작년과 같은 방식으로 같은 수를 뽑겠다”는 전제부터 의심해야 한다.

답은 아직 없다. 다만 방향은 보인다. 빈자리를 채우는 데 쓰던 에너지를, 빈자리가 생기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쓰는 것. 그게 2026년 HR의 진짜 과제다.

💡 실무 시사점: 인력 부족을 ‘채용의 문제’로 한정하지 말고, 직무 재설계·내부 이동 경로·인력 포트폴리오 다양화라는 세 축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노동시장 데이터는 경기 지표가 아니라 구조 지표로 읽어야 한다.

#인력부족 #노동시장 #직무재설계 #인재관리 #HR트렌드 #고령화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ON THIS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