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에 직원들이 다시 출근한다. 그러나 공장이 정상 가동되지 않는다. 창사 15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파업에 돌입했던 노조가 6일부터 ‘무기한 준법투쟁’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연장근무와 휴일근무를 전면 거부하겠다는 선언이다. 1분기 영업이익(5,800억 원)을 넘어선 6,400억 원의 손실이 5일 만에 쌓인 삼성바이오로직스로서는 두 번째 위기다.
준법투쟁은 파업과 다르다. 노동자가 일을 완전히 멈추는 파업과 달리, 준법투쟁은 법에서 허용하지 않은 일 — 연장근무, 휴일근무, 불법적 업무 지시 — 을 거부하는 행위다. 사측은 ‘업무 방해’라고 주장하고, 노조는 ‘합법적 권리 행사’라고 맞선다. 이 충돌의 핵심 질문은 하나다. 준법투쟁 중 노동자를 징계할 수 있는가?
파업에서 준법투쟁으로 — 왜 전술을 바꿨나
삼성바이오 노조는 5월 1일부터 5일까지 전면 파업을 벌였다. 전체 조합원 약 4,000명 중 2,800명이 참가한 사상 첫 전면 파업이었다. 요구 조건은 평균 14% 임금 인상, 1인당 3,000만 원 격려금,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이다.
5일 동안 노사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의 중재 하에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사측은 쟁의행위 중단과 소송 취하를 선행 조건으로 제시했고,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노조는 파업을 이어가는 대신 준법투쟁으로 전술을 바꿨다.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지속 가능성이다. 전면 파업은 조합원에게 임금 손실이라는 직접적 비용을 안긴다. 장기전을 고려할 때 파업보다 준법투쟁이 조합원 이탈을 막으면서 압박을 이어갈 수 있다. 둘째, 법적 리스크 회피다. 파업 중 쟁의행위의 목적이나 방법이 위법하다고 판단되면 손해배상 청구에 노출된다. 준법투쟁은 그 위험을 최소화한다.
준법투쟁의 법적 성격 — 쟁의행위인가, 개인 권리 행사인가
준법투쟁의 법적 성격은 단일하지 않다. 판례는 그 형태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연장·휴일 근무 거부는 원칙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다. 근로기준법 제50조·제53조는 법정 기준 근로시간(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에 대해 근로자의 동의를 요건으로 한다. 노동자가 연장근무를 거부하는 것은 법적 권리 행사이며, 그 자체로 징계 사유가 되기 어렵다.
그러나 집단적·조직적으로 연장근무를 거부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노동조합법 제2조 제6호는 쟁의행위를 “근로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조직적 연장근무 거부가 이 정의에 포섭되는지가 핵심 다툼이다.
대법원은 준법투쟁이 단체행동권의 행사로서 노조법의 보호를 받으려면 파업의 목적과 동일한 목적을 갖고 집단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요건으로 한다고 본다(대법원 2011도15497 등). 이 경우 준법투쟁도 쟁의행위로 볼 수 있고, 쟁의행위 신고 절차(노동조합법 제45조)를 거치지 않으면 절차 위반 문제가 생긴다.
징계할 수 있는가 — 세 가지 시나리오
시나리오 1: 연장·휴일 근무 단순 거부
업무 시간 외 근무는 원칙적으로 동의 사항이다. 단순히 개인적 거부로 볼 수 있다면 징계 사유가 되지 않는다. 다만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연장근무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면, 정당한 사유 없는 거부는 취업규칙 위반이 될 수 있다. 삼성바이오의 경우 단체협약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시나리오 2: 집단적·조직적 거부가 쟁의행위로 인정될 때
노조의 지시에 따른 집단적 준법투쟁은 쟁의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쟁의행위 중 노동자를 징계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노동조합법 제81조)로 금지된다. 다만 쟁의행위의 목적·수단·방법이 위법하거나, 헌법·법률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 경우에는 보호가 제거된다.
시나리오 3: 의무 생산라인 이탈 또는 업무 방해
단순 연장거부를 넘어 정규 근무 시간 중 고의적 업무 지연, 생산라인 이탈 등이 수반되면 업무방해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경우 징계 정당성이 높아진다.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쓸 수 있는가
사측이 꺼낼 수 있는 카드 중 하나가 직장폐쇄(lockout)다. 노동조합법 제46조는 사용자의 직장폐쇄를 허용하지만, 엄격한 요건이 따른다.
-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항하는 방어적 수단으로만 허용
- 사전에 노동위원회와 노동부 장관에게 신고 의무
- 쟁의행위가 없는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직장폐쇄를 하면 위법 (부당노동행위)
준법투쟁이 ‘쟁의행위’로 인정되면 직장폐쇄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 반면 단순 연장근무 거부를 쟁의행위로 보기 어렵다면, 사측이 직장폐쇄를 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 현재 삼성바이오 상황에서 직장폐쇄의 성립 여부는 준법투쟁의 법적 성격 판단에 달려 있다.
노사정 협상 일정과 앞으로의 시나리오
삼성바이오 노사는 6일 양측 대표교섭위원 간 1대1 미팅을, 8일에는 고용노동부가 참여하는 노사정 회의를 예정하고 있다. 고용부의 중재 역할이 얼마나 적극적이냐에 따라 협상의 향방이 갈릴 것이다.
단기 시나리오는 세 가지다. 첫째, 협상 타결. 임금 인상률과 격려금 수준에서 접점을 찾으면 준법투쟁 해소. 둘째, 준법투쟁 장기화. 제약·바이오 특성상 연장근무 없이는 생산 목표 달성이 어렵다. 추가 손실 누적이 협상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셋째, 법적 분쟁 확대. 사측이 준법투쟁을 쟁의행위로 규정하고 업무방해 또는 손해배상 소송으로 대응하는 경우다.
삼성바이오 사태는 단순한 임금교섭 분쟁이 아니다. 제조업에서 연장·휴일 근무가 사실상 필수인 산업에서 준법투쟁의 법적 경계가 어디까지인가를 다시 묻는 사건이다. 취업규칙·단체협약 조항, 준법투쟁의 집단성 여부, 쟁의행위 신고 절차 준수 여부가 법원과 노동위원회에서 핵심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준법투쟁 중 연장근무를 거부한 직원을 징계할 수 있나요?
단순 연장근무 거부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권리입니다. 다만 취업규칙·단체협약에 연장근무 의무 조항이 있거나, 조직적 집단행동으로 인정되어 쟁의행위에 해당하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준법투쟁도 파업처럼 쟁의행위로 봐야 하나요?
집단적·조직적으로 임금교섭 목적을 위해 이루어진 준법투쟁은 쟁의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1도15497 참조). 이 경우 노조법상 절차를 거쳐야 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
Q. 사용자가 준법투쟁에 맞서 직장폐쇄를 할 수 있나요?
준법투쟁이 쟁의행위로 인정될 경우, 이에 대항하는 방어적 직장폐쇄는 노동조합법 제46조상 가능합니다. 다만 사전 신고 의무가 있으며, 선제적 직장폐쇄는 부당노동행위로 금지됩니다.
Q. 이번 삼성바이오 노사 분쟁의 핵심 요구 조건은 무엇인가요?
노조는 평균 14% 임금 인상, 1인당 3,000만 원 격려금,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5일간의 파업으로 6,400억 원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