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로 연장한다는데, 지금 당장 우리 회사 취업규칙을 바꿔야 하나요?” — 2026년 봄, 정년연장 절충안 뉴스가 쏟아지면서 실무자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입니다.
답부터 말하자면, 아직 아닙니다. 65세 정년연장 논의는 현재 국회에서 절충안이 도출되는 단계이고, 개정 법률이 통과·공포된 사실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이야말로 현행 법이 사업주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정확히 파악해 둬야 할 시점입니다. 개정이 이루어질 경우 어떤 조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현행 법 구조를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법은 뭐라고 하나 — 고령자고용법 정년 규정 3개 조항
제19조: 정년 60세, 강행규정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 제19조 제1항은 이렇게 규정합니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제2항은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이것이 강행규정의 핵심입니다. 취업규칙에 “정년 58세”라고 써 있어도, 법률상 당연히 60세로 간주되며 58세에 이루어진 정년 퇴직 처리는 법적으로 문제가 됩니다.
이 조항은 2013년 5월 개정으로 신설되어 300인 이상 사업장에는 2016년 1월 1일부터, 300인 미만 사업장과 국가·지방자치단체에는 201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미 10년이 지난 강행규정이지만, 여전히 취업규칙에 명시적 정년 조항이 없거나 60세 미만으로 표기된 사업장이 드물지 않습니다.
제19조의2: 정년 연장 시 임금체계 개편 — 임금피크제의 법적 근거
제19조의2 제1항은 “제19조 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이 임금피크제의 법적 근거입니다. 정년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임금체계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은 법이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지만, 그 조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래 ‘실무 포인트’에서 대법원이 그 한계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살펴봅니다.
제21조: 정년퇴직자 재고용 — “노력하여야”의 무게
제21조 제1항은 “사업주는 정년에 도달한 사람이 그 사업장에 다시 취업하기를 희망할 때 그 직무수행 능력에 맞는 직종에 재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노력하여야”라는 표현입니다. 법령에서 “하여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지만, “노력하여야”는 훈시규정(단순 권고)으로 해석됩니다. 재고용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법 위반으로 처벌받거나 강제이행 명령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2항에서는 재고용 시 당사자 간 합의로 퇴직금·연차휴가 계산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을 종전 근로기간과 분리할 수 있고 임금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즉, 재고용은 신규 채용 형태로 설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행정해석은 어떻게 보나
고용노동부는 제19조 해석과 관련해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년 60세 강행규정의 의미는 “정년제를 운영하는 경우 그 연령을 60세 이상으로 하라는 것이지, 모든 사업장이 반드시 정년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는 것입니다. 연령과 관계없이 원하는 기간 동안 근무할 수 있는 고용 환경이 실질적으로 보장된 사업장은 별도로 정년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실무에서 대부분의 사업장은 취업규칙에 정년 조항을 두고 있으므로, 그 조항이 60세 이상으로 정해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임금피크제, 어떤 경우에 무효가 되나
대법원은 2022년 5월 26일 선고한 2017다292343 판결에서, 정년 유지 상태에서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으면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합리성 판단을 위해 네 가지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 도입 목적의 타당성 — 청년 고용 확대, 인건비 절감 등 목적이 실질적인지
- 대상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 — 삭감 폭이 과도한지
- 대상 조치의 적정성 —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업무 경감, 특별 처우 등이 있는지
- 감액 재원의 사용 — 임금피크제로 절감한 비용이 실제로 청년 채용 등 도입 목적에 쓰였는지
이 판결 이후 상당수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사건에서 회사 패소 사례가 늘었습니다. 반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하면서 임금체계를 개편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제19조의2를 법적 근거로 활용하면서 유효성이 더 넓게 인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삭감 폭의 합리성, 근로자 과반수 동의 등 절차적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개정 논의 방향 — 지금 무엇이 논의되고 있나
현재 국회에서는 정년을 단계적으로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 중입니다. 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가 준비하는 절충안의 유력한 방향은 2029년부터 2039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되, 연장 전 정년에 도달하는 근로자는 일정 기간 재고용하는 혼합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는 아직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이 아닙니다. 개정이 이루어지면 제19조의 “60세” 숫자가 바뀌고, 임금체계 개편 의무(제19조의2)의 적용 범위도 달라집니다. 확정된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는 없지만, 어떤 구조로 법이 바뀔 수 있는지 이해하고 준비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핵심 정리
- 제19조: 정년은 반드시 60세 이상. 60세 미만으로 정했으면 자동으로 60세. 강행규정이므로 예외 없음.
- 제19조의2: 정년을 연장할 때 임금체계 개편(임금피크제)을 협의해야 함. 단, 합리적 이유 없는 임금 삭감은 대법원이 연령차별로 무효 판단(2017다292343).
- 제21조: 정년퇴직자가 재취업을 희망하면 재고용을 ‘노력’해야 함. 강제 의무는 아니나, 재고용 시 임금·근로기간을 새로 설계할 수 있음.
정년연장 법안이 통과되면 이 세 조항 모두 영향을 받습니다. 지금은 현행 법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취업규칙상 정년 조항이 제19조를 충족하는지 먼저 점검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