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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이 재무의 언어를 말하지 못하면 — CHRO가 경영 테이블에서 밀려나는 구조

인사팀이 ‘몰입도 72%’를 보고했다. CEO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같은 회의에서 CFO가 ‘인건비 대비 매출이 전분기 대비 3.2p 하락했다’고 말했을 때, 회의실의 공기가 바뀌었다.

이게 2026년 경영 테이블의 현실이다. HR이 보고하는 숫자와 재무가 보고하는 숫자는 같은 사람을 다루면서도 전혀 다른 언어를 쓴다. 솔직히, 이 간극이 CHRO라는 직함의 존속 여부를 결정짓고 있다.

한 줄 요약: CHRO가 살아남으려면 ‘사람 이야기’를 ‘돈의 언어’로 번역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AI 기반 워크포스 애널리틱스가 그 번역기 역할을 한다.

CFO는 AI를 배치했고, HR은 아직 파일럿 중이다

Deloitte의 2025년 4분기 CFO Signals 설문에서 재무 팀의 63%가 AI 솔루션을 완전 배치(fully deployed)했다고 응답했다. 14%는 이미 AI 에이전트를 통합 운영하고 있었다. 반면 같은 해 Deloitte Global Human Capital Trends에서 HR 리더 중 AI 인간 상호작용(human-AI interaction)을 ‘잘 다룬다’고 답한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같은 기업, 같은 AI 기술. 그런데 두 부서의 체감 속도가 이렇게 다르다. CFO 87%가 “AI 도입이 극히 중요하다”고 답한 반면, HR 쪽에서는 조직 문화가 AI 전환을 늦추고 있다는 응답이 34%에 달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가 핵심이다. 재무는 매출 예측, 비용 최적화, 현금흐름 시뮬레이션에 AI를 바로 꽂는다. 결과가 숫자로 나오니까. HR은? ‘직원 경험 개선’이라는 모호한 목표 아래 파일럿을 반복한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HR이 자신의 성과를 숫자로 입증하는 습관이 없다는 것이다.

63%

재무 팀 AI 솔루션 완전 배치 비율

Deloitte CFO Signals Q4 2025

14%

HR 리더 중 AI 상호작용을 ‘잘 다룬다’고 응답

Deloitte Human Capital Trends 2026

34%

조직 문화가 AI 전환의 병목이라고 응답

Deloitte 2026

HR과 재무가 같은 순간을 다른 언어로 말하는 구조

Deloitte가 매년 발행하는 두 개의 보고서가 있다. CFO를 위한 기술 트렌드 가이드와 HR 리더를 위한 Human Capital Trends. 2026년 두 보고서는 모두 AI가 만드는 업무 재설계를 다뤘다. 문제는, 두 보고서가 같은 현상을 전혀 다른 프레임으로 해석했다는 점이다.

재무 쪽은 “AI로 인건비를 최적화하되, 사람을 대체하기보다 업무 방식을 재편하라”고 말한다. HR 쪽은 “AI 시대에 인간의 역할을 재정의하고, 적응력과 문화가 핵심이다”라고 말한다. 방향은 비슷해 보이지만, CFO는 EBITDA 영향을 묻고, CHRO는 직원 몰입도를 말한다. 회의실에서 누구의 언어가 먼저 들리는지는 뻔하다.

Gartner의 2025년 4분기 조사(CFO 300명 이상)에 따르면, HR 예산 증가를 계획하는 CFO는 29%에 불과했다. 22%는 아예 HR 예산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평균 HR 예산 증가율은 2025년 2.4%에서 2026년 0.7%로 급감했다. CFO가 HR에 투자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사례 — 네이버 C레벨 개편2026년 1월, 네이버는 CDO(Chief Data Officer), CRO(Chief Risk Officer)와 함께 CHRO 직위를 신설했다. 황순배 CHRO는 전사 인사 전략과 조직 운영 체계를 총괄하며, 특히 AI 시대에 부합하는 중장기 인사 정책 수립을 맡았다. 데이터, 리스크, 인사를 동일 레벨에서 관할하게 만든 구조 — 이것이 CHRO가 경영 테이블에 남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다.

CHRO가 P&L 시그널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BCG는 2026년 보고서 Reinvention of the CHRO in an AI-Driven Enterprise에서 AI 가치의 10/20/70 법칙을 강조했다. AI 가치의 10%가 알고리즘, 20%가 기술 인프라에서 나온다면, 70%는 사람·조직·프로세스의 변혁에서 나온다. CHRO야말로 그 70%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CEO의 72%가 AI 관련 주요 의사결정자가 자신이라고 답했고(BCG 2026), 절반은 “AI를 제대로 못 하면 내 자리가 위험하다”고 느꼈다. CEO가 직접 AI를 챙기는 판에서 CHRO가 설 자리는 하나뿐이다. 사람 데이터를 P&L 시그널로 바꿔서 CEO에게 전달하는 것.

몰입도 점수를 보고하는 대신, 이탈률 1%p 감소가 연간 채용비용 얼마를 절감하는지. 교육 투자 1억 원이 생산성 지표를 몇 퍼센트 올리는지. 이 번역을 못 하면 CHRO는 CEO에게 ‘보고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보고를 하는 사람’으로 남는다.

Gartner 2026년 CHRO Priorities 조사에서, 문화를 일상 업무에 녹이면 직원 성과가 최대 34% 향상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요한 건 이 숫자를 인사 보고서에 쓰는 게 아니라, CFO가 이해하는 형식 — 인당 매출, 이직 대체 비용, 교육 ROI — 으로 재가공해서 내놓는 것이다.

한국 기업에서 이 간극이 더 벌어지는 이유

한국 기업의 인사 부서는 전통적으로 ‘관리’ 기능이었다. 급여, 근태, 4대보험, 취업규칙. 이 실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다. 문제는 이 실무에 매몰되면 경영진과의 언어가 영원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300인 이상 한국 기업에서 HR 데이터 분석 전담 인력을 보유한 곳은 체감상 10%도 안 된다. 대부분은 인사팀 내 한 명이 엑셀로 이직률을 뽑고, 그걸 파워포인트에 옮기는 수준이다. CFO 옆에 FP&A(재무기획분석) 팀이 10명짜리로 앉아 있는 것과 비교하면, 무게감 자체가 다르다.

네이버가 CHRO를 C레벨로 올린 건 예외적 사례다. 대다수 한국 대기업에서 인사총괄은 아직 부사장급 ‘임원’이지 C-suite가 아니다. 이건 직급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결정 테이블에 앉느냐의 문제다.

이건 좀 불편한 이야기지만, 한국의 많은 CHRO(혹은 인사총괄 임원)는 노무 리스크 관리자에 가깝다. 해고 이슈, 징계 절차, 단체교섭 대응. 물론 이것도 사업 리스크다. 그런데 CFO가 다루는 리스크는 ‘숫자로 된 리스크’이고, CHRO가 다루는 리스크는 ‘사건으로 된 리스크’다. 이사회에서 숫자가 사건을 이긴다.

AI·도구로 측정/자동화 가능한 부분

  • 워크포스 코스트 모델링 — Workday Adaptive Planning이나 Anaplan에서 인건비를 시나리오별로 시뮬레이션하고, CFO의 FP&A 모델에 직접 연동한다. HR이 재무와 같은 대시보드를 보는 순간, 언어가 통일된다.
  • 이탈 예측 → 비용 환산 자동화 — Visier, One Model 같은 피플 애널리틱스 툴이 이탈 리스크를 감지하면, 채용 비용·온보딩 비용·생산성 손실을 자동으로 금액 환산한다. “이직률 15%”가 아니라 “연간 23억 원 손실”로 보고할 수 있다.
  • 스킬 갭 → 교육 ROI 대시보드 — Degreed, Cornerstone이 스킬 데이터를 수집하고, 교육 전후 성과 지표(인당 매출, 프로젝트 완료율)를 비교해 교육 투자 수익률을 실시간으로 산출한다.
  • 조직 건강도 지수의 재무 연동 — Glint(LinkedIn), Culture Amp의 서베이 데이터를 HRIS에서 뽑아, 팀별 몰입도와 매출·마진의 상관관계를 분기마다 산출한다. “몰입도가 높으면 성과도 좋다”는 느낌이 아니라, 회귀분석 결과표를 들고 CFO 앞에 서는 것이다.
  • AI 에이전트 기반 인사 리포트 자동 생성 — Claude, GPT 기반 에이전트가 HRIS 데이터를 읽고, CFO가 이해하는 형식(YoY 비교, 벤치마크 대비, 비용 영향)으로 월간 인사 보고서를 자동 생성한다. 보고서 작성에 3일 걸리던 것을 2시간으로 줄이고, 남은 시간을 전략 논의에 쓴다.

CHRO의 미래는 ‘번역가’에 있다

BCG가 말한 70%의 실체는 단순하다. AI가 만드는 가치의 대부분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변화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변화를 설계하는 건 CHRO의 일이다. 다만 설계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설계가 만들어낸 결과를 CFO가 읽을 수 있는 숫자로 바꿔야 한다.

Trailblazer CEO(BCG 분류 상위 15%)의 AI 예산 중 60%가 기존 인력의 업스킬링에 투입되고 있다. 나머지 85%인 Pragmatist와 Follower CEO의 인력 교육 투자 비율은 24~27%에 그친다. 차이를 만드는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게 투자하겠다’는 의사결정이고, 그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는 건 CHRO가 재무 언어로 제시하는 근거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HR이 재무의 언어를 배우든, 재무 팀과 한 대시보드를 공유하든, 아니면 AI 에이전트가 중간에서 번역하든. 방법은 여러 가지다. 안 하면 어떻게 되는가? Gartner 숫자가 말해준다 — HR 예산 증가율 0.7%. 이건 유지가 아니라 퇴장의 시작이다.

실무 시사점: HR 부서가 2026년 하반기에 당장 할 수 있는 것 — CFO와 월 1회 합동 데이터 리뷰를 시작하라. 이탈 비용, 채용 단가, 교육 ROI 세 가지만 재무 형식으로 보고하라. AI 도구가 번역을 도와줄 수 있지만, 번역하려는 의지는 사람의 몫이다.

#CHRO #HR애널리틱스 #재무연동 #피플데이터 #AI도입 #조직전략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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