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초봄, 경기도의 한 건설관리 회사에 수습직원으로 입사한 A씨는 3개월을 꽉 채워 일했다. 취업규칙에도, 근로계약서에도 ‘신규입사자는 입사일로부터 3개월간 수습기간을 거친다’고 명시돼 있었다. 수습 마지막 날, 대표는 A씨를 불러 “근무태도가 맞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이유도, 문서도 없었다. 그날 이후 A씨는 출근할 수 없었다.
본채용 거부는 그냥 ‘계약 종료’일까, 아니면 법적으로 다툴 수 있는 ‘해고’일까.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수백 건의 시용·수습 관련 판정례가 이 질문에 답한다. 이긴 쪽과 진 쪽의 차이는 생각보다 명확하다.
본채용 거부, 법은 ‘해고’로 본다
시용계약(수습계약)은 법학 용어로 ‘해약권유보부 근로계약’이다. 정식 근로관계가 성립하되, 사용자가 업무적격성을 평가해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일반 해고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계약을 끝낼 수 있는 권리를 유보해 둔 계약이다(대법원 2003다5955 판결 취지). 하지만 ‘완화된 기준’이 ‘무조건 자를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핵심 법리는 두 줄이다. 첫째, 본채용 거부도 근로기준법 제23조의 ‘해고’에 해당하므로 합리적 이유가 필요하다. 둘째,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해고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이 두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부당해고가 된다.
판정례 4선 — 이긴 사건과 진 사건의 갈림길
| 사건 | 핵심 쟁점 | 시용규정 명시 | 서면 사유 통지 | 판정 결과 |
|---|---|---|---|---|
| 중앙노동위 2022-08-17 2022부해OOO |
“계약기간 만료” 한 줄만 서면 통지 | ✔ 있음 | ✘ 사유 불명시 | 부당해고 인정 🔴 |
| 경기지방노동위 2022-08-23 2022부해OOO |
“근무태도 불량” 주장, 평가표 없음 + 구두 통보 | ✔ 있음 | ✘ 서면 없음(구두) | 부당해고 인정 🔴 |
| 경남지방노동위 2022-08-11 2022부해OOO |
업무적격성 평가 실시 + 해고통지서 서면 교부 | ✔ 있음 | ✔ 서면 사유 명시 | 본채용 거부 정당 🟢 |
| 전남지방노동위 2024-04-11 2024부해OOO |
취업규칙·계약서에 시용 규정 없음 → 기간제로 판단 | ✘ 없음 | — (해고 아님) | 해고 부존재 (기간제 만료) ⚫ |
① “계약기간 만료”는 서면 통지가 아니다 — 중앙노동위 2022부해OOO
해당 회사는 취업규칙에 수습기간이 명시돼 있었고, 3개월 만료 시점에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근로관계를 종료한다”고 서면을 보냈다. 언뜻 서면 통지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근기법 제27조는 해고 이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단순히 “계약기간이 끝났다”는 문구는 실질적인 본채용 거부 사유의 서면 명시가 아니다.
② 평가표 없이 불량 주장만 — 경기지방노동위 2022부해OOO
이 사건의 회사는 “3개월간 근무태도가 불량했다”고 주장했지만, 인사평가표를 작성한 사실도, 근무태도 관련 경위서를 받은 사실도 없었다. 게다가 본채용 거부 통보는 구두로만 이뤄졌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사유 입증 없음 + 서면 통지 없음을 근거로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시용기간 중 근무태도 불량을 이유로 해고하려면, 언제 어떤 태도가 문제였는지 문서로 남겨야 한다는 뜻이다.
③ 서면 통보 + 객관적 평가 → 정당 — 경남지방노동위 2022부해OOO
같은 해 경남지방노동위원회 판정례는 반대다. 회사는 업무능력·자질·인품·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종합 평가한 뒤, 해고 사유를 명시한 해고통지서를 서면으로 교부했다. 노동위원회는 사유의 합리성과 절차의 적법성을 모두 인정하며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서면 통지와 객관적 평가가 있었다는 점이 결정적 차이다. 참고로, 시용기간 중 해고는 일반 징계와 달리 징계위원회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절차 위반이 아니다라는 점도 이 판정에서 재확인됐다.
④ 시용 규정이 없으면 기간제 계약 만료 — 전남지방노동위 2024부해OOO
2024년 전남지방노동위원회 판정례는 조금 다른 결말이다. 근로자는 시용근로자로서 본채용이 거부됐다고 주장했지만,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 어디에도 시용기간을 정한 규정이 없었다. 회사가 근무능력을 평가한 사실이 있다고 해서 시용계약이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위원회는 이 근로자를 기간제 근로자로 인정하고,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근로관계 종료로 판단해 해고 자체가 없다고 봤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더 불리한 결과다. 시용계약이었다면 부당해고를 다툴 수라도 있지만, 기간제 만료로 처리되면 구제신청 자체가 어려워진다.
승패를 가른 3가지 체크포인트
- 취업규칙·근로계약서에 시용기간 명시 여부 — 이 규정이 없으면 시용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본채용 거부를 다투려면 역설적으로 ‘시용계약이었음’이 먼저 확인돼야 한다.
- 서면으로 구체적 사유 통지 여부 — “계약 종료” 한 줄, 구두 통보, 문자 한 통은 근기법 제27조의 서면 통지로 인정되지 않는다. 본채용 거부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 객관적 평가 자료 존재 여부 — 평가표, 수습기간 중 지적 사항, 경위서 등 사유의 합리성을 뒷받침하는 문서가 있어야 한다. 주관적 인상만으로는 합리적 이유로 인정받기 어렵다.
실무에서 수습·시용 관련 분쟁을 다루다 보면, 사용자 측이 가장 많이 놓치는 포인트가 바로 ‘서면 사유의 구체성’입니다. “업무능력 부족”처럼 추상적인 문구 하나만 적어 놓고 서면 통지를 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노동위원회는 어떤 업무에서 어떤 방식으로 부족했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합리적 사유로 인정합니다. 수습 기간 동안 주 1회라도 짧은 피드백 메모를 남겨 두는 것만으로 분쟁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 ☑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서에 시용기간 조항이 명시돼 있는가
- ☑ 수습기간 중 평가 기준과 평가 결과를 문서로 보관했는가
- ☑ 본채용 거부 통지를 서면으로, 구체적 사유를 적어 전달했는가
- ☑ “계약기간 만료”만 적은 통지는 서면 통지로 인정되지 않음을 확인했는가
- ☑ 시용기간 중 지도·경고·지적 사항을 일지나 이메일로 기록해 뒀는가
- ☑ 구두 통보 후 근로자가 퇴사했더라도, 서면 통지가 없으면 부당해고 분쟁 가능성 있음을 인지했는가
한 줄 정리: 본채용 거부는 ‘계약 종료’가 아니라 ‘해고’다. 합리적 사유를 문서로 만들고, 구체적 이유를 서면으로 통지했을 때만 법적으로 안전하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습기간 3개월이 끝난 뒤 본채용 거부를 받았습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시용근로자의 본채용 거부는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하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단, 해고 통보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Q. 근로계약서에 수습기간이 적혀 있어도 구두로만 해고 통보를 받았다면 문제가 되나요?
문제됩니다. 근로기준법 제27조는 해고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구두 통보는 이를 충족하지 못해 부당해고로 판정될 수 있습니다.
Q. 수습기간 중 해고할 때 징계위원회를 열어야 하나요?
아닙니다. 노동위원회 판정례에서 시용기간 중 해고는 유보된 해약권 행사로 보아,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절차 위반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Q. 취업규칙에 수습기간 규정이 없으면 어떻게 되나요?
시용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기간제 근로자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어 부당해고 구제신청 자체가 어려워집니다(전남지방노동위원회 2024부해OOO).
Q. 본채용 거부 서면 통지에 “계약기간 만료”라고만 적으면 되나요?
안 됩니다. 중앙노동위원회(2022부해OOO)는 이를 부당해고로 판정했습니다. 어떤 업무에서 어떤 이유로 본채용이 어려운지 구체적인 사유를 명시해야 합니다.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