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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협약을 무시했다 — 사용자가 협약 이행을 거부할 때, 노동위원회는 어떻게 판정했나

단체협약에 분명히 적혀 있었다. 회사는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인상분과 인센티브를 조합원 평균 수준으로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1년이 넘도록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사용자가 단체협약을 무시했을 때, 노동위원회는 어떻게 판정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 협약 이행을 거부한 사용자의 이유가 진짜 장벽인지, 고의적 회피인지를 집중적으로 따진다.

협약에 서명한 날, 이미 분쟁이 시작됐다

경기도 성남시 소재 게임회사 웹젠의 사례는 이 구조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2021년 단체협약 제11조 제3항과 2022년 임금협약은 분명했다. 풀타임 근로시간면제자, 즉 노조 전임자로 활동하는 지회장에게 지급할 인센티브와 연봉인상액을 조합원 전체 평균으로 산정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그런데 회사는 임금인상 시기가 오자 돌연 조건을 내걸었다. “조합원 명단을 제출하면 평균을 계산해서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노조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명단 제출을 거부했다. 교착 상태가 이어졌다. 1개월이 지나도, 6개월이 지나도, 1년이 지나도 임금인상분은 지급되지 않았다.

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사용자의 주장은 간단했다. “조합원 평균을 내려면 명단이 있어야 한다. 명단을 안 주면 계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노동위원회가 바라본 ‘진짜 이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3년 10월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했다. 핵심 논리는 이것이었다. 노사 갈등으로 조합원들이 체크오프(조합비 자동공제)에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는 실현하기 어려운 방안을 계속 요구하며 오랜 기간 임금인상분과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았다. 그 결과 노조 전임자의 경제적 기반을 약화시켰다. 이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불이익취급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2024년 2월 같은 결론을 냈다. 이후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등법원도 잇달아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고, 대법원은 2026년 4월 30일 웹젠의 상고를 기각하며 최종 확정됐다. 지방노동위원회 → 중앙노동위원회 → 1심 → 2심 → 대법원 5개 심급 전부에서 사용자가 패했다.

구제 인정 판정례 2가지 더

알티베이스 — 근로시간면제자에게 낮은 인사평가·팀장 발령

IT 기업 알티베이스에서 풀타임 근로시간면제자로 활동하던 지회장은 2022년 인사평가에서 낮은 점수와 평균에 미달하는 성과급을 통보받았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2023년 4월에는 팀장으로 보직 발령이 났다. 노조는 “업무를 직접 수행해야 하는 팀장으로 발령하는 것은 풀타임 면제자의 조합 활동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인사”라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서울행정법원에 이어 서울고등법원도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 법원은 단체협약에 근로시간면제자의 지위와 처우에 관한 조항이 있음에도 이를 무력화하는 인사조치를 한 것이 문제라고 판단했다. 현재 대법원에 상고된 상태다.

이면합의로 소수노조 간부 임금인상률 차별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공식 단체협약 외에 이면합의를 맺어 교섭대표노조 전임자에게만 임금인상률을 상향 적용한 사례도 있다. 소수노동조합 간부들에게는 낮은 인상률이 적용됐다. 노동위원회는 이를 부당노동행위이자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판정하고, 판정서를 회사 및 노조 게시판에 10일 이상 게시하도록 명령했다.

구제신청이 기각된 사건 — 노조가 먼저 조건을 충족해야 할 때

사용자가 항상 지는 것은 아니다. 단체협약에서 근로시간면제자의 급여를 정하더라도, 노동조합이 면제 대상 업무 수행내역과 소요시간을 사용자에게 제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자가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경우는 단체협약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정 사례가 있다. 노동조합법상 근로시간면제 제도는 사용자가 업무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는 노조가 협약 이행을 위한 선제 조건(업무내역 제출)을 먼저 충족해야 할 의무가 있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사용자의 미지급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봤다.

같은 맥락에서, 2020년 한 제조업체가 타임오프 한도를 조합원 수 비례로 배분해 소수노조(금속노조 지회)가 단 830시간만 받은 사건(서울고법 2022누46543, 2023.12.1.)에서도 노조의 구제신청은 기각됐다. 서울고등법원은 사용자가 비례 배분이라는 합리적 방법을 선택한 것이며, 공정하고 중립적인 소극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공정대표의무를 ‘적극적으로 차별을 시정해야 할 의무’로 볼 수 없다는 법리를 재확인한 사례다.

승패를 가른 세 가지 핵심

판정례들을 분석하면 다음 세 가지 기준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 이행 거부의 이유가 진짜 장벽인가, 만들어진 명분인가 — 웹젠 사건에서 법원은 조합원 명단 요구가 ‘계산을 위한 현실적 방법’이 아니라 ‘협약 이행을 막기 위한 조건’이었다고 봤다. 단순히 어렵다는 주장만으로는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
  • 이행 거부가 노조 활동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었는가 — 1년 이상 임금인상분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노조 전임자의 경제적 기반을 약화시킨다. 기간이 길수록, 규모가 클수록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협약 이행을 위한 전제 조건을 노조 측이 먼저 충족했는가 — 노조가 자기 의무를 다했음에도 사용자가 이행하지 않으면 구제 인정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노조가 선제 조건을 충족하지 않은 경우 기각될 수 있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 단체협약에 임금인상분 지급 조항이 있다면 매년 협약 이행 여부를 서면으로 확인한다.
  • 근로시간면제자(타임오프) 급여·성과급이 협약과 다르게 지급되고 있지 않은지 정기 점검한다.
  • 사용자가 이행을 거부하면 구두 항의에 그치지 말고, 이메일·내용증명으로 이행 요청 사실을 기록으로 남긴다.
  • 이행 거부가 1개월 이상 지속되면 지방노동위원회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검토한다. 구제신청 제척기간은 위반행위가 있은 날부터 3개월이다(노동조합법 제82조 제2항).
  • 협약 조항에 이행 조건이 있다면(예: 서류 제출, 정보 공유) 그 조건을 먼저 충족하고 이행을 요청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구제신청을 했을 때 “노조가 먼저 이행하지 않았다”는 반박을 차단할 수 있다.
  • 노동조합법 제92조에 따라 단체협약의 규범적 부분(임금·근로시간 등)을 위반한 사용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어 형사고소 경로도 병행 가능하다.

한 줄 정리

협약에 서명했으면 지켜야 한다. 단, 노동위원회는 사용자의 이행 거부 이유가 진짜 불가능인지, 의도적 회피인지를 꼼꼼하게 따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1년씩 끌다가 결국 5심급 전패라는 대가를 치른다.

자주 묻는 질문

Q. 단체협약을 위반한 사용자를 처벌할 수 있나요?

네. 노동조합법 제92조에 따라 단체협약의 임금·근로시간 등 규범적 조항을 위반한 사용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노동위원회 구제신청과 형사고소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Q. 협약 위반이 곧바로 부당노동행위가 되나요?

자동으로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위반 행위가 노조 활동을 억제·약화하려는 불이익취급에 해당해야 합니다. 노동위원회는 위반 사실 외에 사용자의 의도와 노조에 대한 실질적 영향을 함께 심사합니다.

Q. 구제신청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부당노동행위가 있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야 합니다(노동조합법 제82조 제2항). 계속되는 위반행위의 경우 마지막 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합니다.

Q. 사용자가 조합원 명단을 요구하며 협약 이행을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메일·내용증명으로 이행 요청 사실을 기록에 남기세요. 사용자의 명단 요구가 협약 이행을 위한 진짜 조건인지, 고의적 회피 수단인지를 입증하는 것이 구제신청의 핵심입니다. 웹젠 사건처럼 실현하기 어려운 조건을 요구하며 장기간 미이행했다면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소수노조도 단체협약 위반 구제신청을 할 수 있나요?

네. 소수노조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할 수 있고,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별도로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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