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실무 문서 가이드

0 / 0 섹션 완료

직장 내 괴롭힘을 방치했다 — 사용자 조치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이 인정된 판결 4가지 유형

건국대학교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던 A씨는 2년 가까이 총책임자 B씨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시달렸다. 2020년 9월,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이 골프장 운영사인 건국대학교 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024년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해 원심을 확정했다. 건국대 법인과 가해자 B씨가 연대하여 유족에게 1억 7,2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었다(대법원 2024다207558). 가해자만 아니라, 방치한 회사도 함께 배상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서 회사가 민사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 판결이 누적되고 있다. 가해자가 책임을 지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됐다. 이제 법원이 주목하는 것은 사용자(회사)가 조치의무를 다했는가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이 요구하는 단계별 의무를 어긴 순간, 회사는 별도의 손해배상 책임 주체가 된다.

조치의무란 무엇인가 —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2019년 7월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2~3)은 사용자에게 단계별 행동 의무를 부과한다. 이 의무들 중 하나라도 어기면 과태료(최대 500만 원)와 함께 민법 제750조(불법행위) 및 제756조(사용자책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따른다.

  • ① 즉시 조사 의무 — 신고 또는 인지 즉시 지체 없이 사실 확인 조사를 해야 한다.
  • ② 조사 중 피해자 보호 의무 —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해 근무장소 변경·유급휴가 등을 취해야 한다.
  • ③ 조사 완료 후 조치 의무 — 행위자에 대한 징계, 근무장소 변경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 ④ 피해자 불이익 처우 금지 — 신고를 이유로 한 인사상 불이익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이다.
  • ⑤ 비밀 유지 및 2차 피해 방지 — 신고 내용·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해서는 안 된다.

이 5가지 의무 중 어느 하나를 소홀히 했을 때 법원이 사용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현재 4가지 유형으로 정리된다.

유형 1. 예방 조치 자체가 없었다 — 대법원 2024다207558 확정

앞서 소개한 골프장 캐디 사건이다. 건국대 KU골프장에서 100여 명의 캐디를 총지휘하는 B씨는 2019년 7월부터 약 1년 2개월간 A씨에게 지속적으로 모욕적 언행과 업무 배제, 부당한 압박을 가했다. 문제는 B씨가 사실상 현장의 최고 권력자였다는 점이다. A씨는 괴롭힘을 신고할 수 없는 구조에 놓여 있었다.

법원은 사용자(건국대 법인)가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제77조에 따른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의무와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가해자가 총책임자인데도 사전 예방 시스템도, 독립적인 신고 창구도 없었다. 서울고등법원은 건국대 법인 측의 책임을 50%로 인정해 가해자와 연대 배상하라고 했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했다.

이 판결의 의미: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 의무를 인정한 최초 대법원 확정 판결이다. 정규직이 아니어도,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어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사업주는 보호 의무를 진다.

유형 2. 조사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 대법원 2023다276823 확정(2024.11.14.)

대한항공 팀장이 부하 직원에게 강간미수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회사는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결론이 이상했다. 징계위원회 회부 없이, 취업규칙상 당연히 해야 할 상벌위원회 절차를 생략한 채, 가해자를 그냥 임의 사직으로 처리했다.

대법원은 두 가지를 문제 삼았다. 첫째, 징계절차를 생략한 것은 취업규칙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고, 이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다한 것이 아니다. 둘째, 피해자에게 조사 내용을 충분히 알리고 의견을 청취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회사가 피해자에게 전달한 것은 “가해자가 권고사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말뿐이었다. 피해자는 형사고소 등 대응 방안을 검토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대법원은 회사가 1,800만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사를 했다고 해서 의무를 다한 게 아니다. 조사 이후의 조치가 충분해야 한다.

유형 3. 징계는 했지만 분리조치를 거부했다 — 춘천지방법원 2021가단37928

이 사건에서 사용자는 가해자에게 징계까지 했다. 어찌 보면 조치의무를 이행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피해자는 징계 이후에도 가해자와 같은 부서에서 계속 일해야 했다. 피해자가 분리를 요청했지만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으로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법원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4항이 규정한 피해자 보호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징계는 행위자에 대한 조치(제5항)이고, 분리조치는 피해자를 위한 보호 조치(제4항)다. 두 가지는 별개다. 가해자를 징계했다고 해서 피해자 보호 의무가 소멸하지 않는다. 법원은 회사가 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실무적 함의: 징계 처분이 완료된 후에도 피해자가 분리를 원하면 근무장소 변경, 부서 이동, 필요시 가해자의 이동 조치를 취해야 한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를 이동시키는 것도 금지된다(같은 조 제6항).

유형 4. 2차 피해를 방치했다 —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하급심 비공개)

포항시청 직원이 동료 직원에게 지속적인 괴롭힘을 가한 사건이다. 피해자가 신고한 이후 문제는 오히려 커졌다. 사용자 측이 신고 내용을 제대로 비밀로 유지하지 않았고,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추가적인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른바 2차 피해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직원의 불법행위와 함께 포항시청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했다. 신고 이후 2차 피해가 발생하도록 방치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의 비밀 유지 및 2차 피해 방지 의무 위반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포항시청과 가해 직원이 공동으로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1심 하급심 판결로 사건번호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신고 이후 2차 피해에 대한 사용자 독립 책임을 인정한 사례로 직장 내 괴롭힘 실무에서 인용된다.

2차 피해는 법적으로 독립적인 손해배상 원인이 된다. 신고 이후 발생한 2차 피해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별도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이 이 판결의 핵심이다.

승패를 가른 핵심 — 법원이 본 공통 기준

위 4개 판결에서 법원이 사용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공통 요소는 다음과 같다.

  • 형식적 조치의 한계: 조사 보고서를 만들었다, 가해자를 불러 경고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치가 피해자 보호에 실질적으로 기능했는지를 본다.
  • 피해자 의사 반영 여부: 보호 조치를 취할 때 피해자가 어떤 방식을 원하는지 확인하고 반영했는지가 핵심 판단 지점이다.
  • 조치의 타이밍: 괴롭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조치가 지연될수록 사용자 책임이 커진다. 신고를 접수하고도 수 주 이상 무대응인 경우는 명백한 의무 위반으로 보는 추세다.
  • 2차 피해의 독립성: 원래 괴롭힘 행위와 별개로, 신고 이후 발생한 2차 피해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독립적인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 체크리스트

  • 신고 접수 즉시 조사 착수 일지와 피해자 면담 기록을 남겨라 (타이밍 증거 확보)
  • 조사 기간 중 피해자에게 서면으로 원하는 보호 조치를 알려달라고 요청하고 회신을 보관하라
  • 징계 결정 후 피해자에게 조치 결과를 서면 통보하고, 추가 보호 조치(분리 등)가 필요한지 재확인하라
  • 가해자가 징계를 받았더라도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공간에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 분리 조치를 해야 한다
  • 조사 참여자 전원에게 비밀 유지 서약서를 받고, 위반 시 제재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
  • 임원·총책임자가 가해자인 경우 독립적인 외부 신고 창구(고용노동부, 외부 기관 등)를 안내해야 예방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 특수고용직·파견 노동자에게도 동일한 보호 의무가 적용된다 (대법원 2024다207558)

한 줄 정리

직장 내 괴롭힘에서 회사의 책임은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신고 접수부터 피해자 보호, 조치 이행, 2차 피해 방지까지 이 모든 단계에서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회사가 독립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흐름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는데 회사가 조사만 하고 아무 조치도 안 했다면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대법원 2023다276823 판결에서 조사 후 징계 없이 가해자를 사직 처리한 회사에 1,800만 원 배상 책임이 인정됐습니다. 조사 여부가 아니라 조사 이후 조치의 적절성이 핵심입니다.

Q. 회사가 가해자를 징계했는데도 여전히 같은 부서에서 일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분리조치를 서면으로 요청하세요. 춘천지법 2021가단37928 판결에서 징계 후 분리조치를 거부한 회사에 700만 원 배상 책임이 인정됐습니다. 요청 거부 시 고용노동부 신고 또는 민사소송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Q. 괴롭힘 신고 후 오히려 회사에서 내 신고 사실이 알려져 2차 피해를 입었다면 별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가요?

네, 가능합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이 비밀 유지 의무를 규정하며, 2차 피해는 원래 괴롭힘 사건과 별도의 불법행위 원인이 됩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사건에서 1,000만 원 공동 배상이 인정됐습니다.

Q. 특수고용직(프리랜서, 캐디 등)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네, 대법원 2024다207558 판결이 이를 확정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에 따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사업주는 특수고용직에 대해서도 보호 의무를 부담합니다.

Q. 사용자 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효는 얼마인가요?

민법상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 시점으로부터 10년입니다. 괴롭힘이 지속된 경우 종료 시점을 기산점으로 보므로, 가능하면 조기에 대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ON THIS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