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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HR을 구하러 왔다고? — 지금 가장 빠르게 소진되는 건 HR 자신이다

올해 상반기, HR 담당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AI가 업무를 줄여줄 겁니다”였다. 채용 공고에 AI를 얹고, 성과 면담에 자동 리포트를 붙이고, 온보딩에 챗봇을 올리면 HR이 드디어 전략적 파트너로 올라설 수 있다는 이야기. 그런데 현실의 HR 부서는 역대 최악의 인력 부족과 번아웃 한가운데 있고, 한국 고용률은 전년 대비 하락했으며, AI를 도입하라는 경영진의 압박은 분기마다 세진다. AI가 HR의 과부하를 줄여줄 것이라는 약속과 달리, AI 전환 자체가 HR의 새로운 번아웃 원인이 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은 ‘AI가 만든 유용한 작업’으로 ROI를 측정하자고 제안하지만, 한국은 공공조달 체계가 SaaS형 AI를 수용조차 못 하면서 HR에게 디지털 전환을 이끌라고 요구한다.

한 줄 요약: AI 전환이 HR의 업무를 줄이는 게 아니라 HR의 체력을 먼저 소진시키고 있다 —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도구만 바꿔봐야 과부하는 그대로다.

63.4%

한국 고용률 — 전년 동월 대비 0.2%p 하락

KDI — 2026년 7월 경제동향

31%

성과관리 시스템이 조직 니즈에 적합하다고 응답한 HR 리더 비율

SHRM — 2026 CHRO 트렌드

0

한국 공공조달에서 SaaS형 AI 표준계약 사례

NIA — 규제혁신 간담회 (2026.7)

HR 부서가 먼저 무너지고 있다

2026년 SHRM 직장 현황 보고서의 핵심 진단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HR 인원이 부족하다. 채용 담당자가 퇴사하면 남은 인원이 그 업무를 떠안고, 성과 면담 시즌이 오면 시스템 세팅부터 결과 분석까지 HR이 혼자 처리한다. 직원들의 기대치는 매년 올라가는데 HR 부서 인원은 늘지 않는 구조적 문제다. 경영진은 “HR이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작 인원 충원에는 소극적이다. 신뢰 회복, 조직문화 개선, DEI 추진 — 전부 HR에 쏟아지는데, 그 HR이 자기 자신의 번아웃을 관리할 여력이 없다.

같은 시기, KDI가 발표한 7월 경제동향은 취업자 수가 전년 대비 6.3만 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숫자만 보면 나쁘지 않다. 그런데 고용률은 63.4%로 전년 동월 대비 0.2%p 하락했다. 서비스업 고용은 늘었지만 건설업 감소폭이 확대된 결과다. 솔직히 이 수치가 말해주는 건, 고용 시장이 ‘안정’이 아니라 ‘교착’에 가깝다는 것이다. 새 일자리는 생기는데 전체 고용률은 떨어지는 구조 — HR이 채용과 이탈 관리를 동시에 돌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원은 그대로인 채로.

사례 — SHRM 2026 SHRM 보고서에 따르면, HR 부서는 인력 부족과 과중 업무로 직원 신뢰 회복 업무를 수행할 여력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경영진이 HR의 전략적 역할을 말하면서 인원을 충원하지 않는 모순이 보고서 전반을 관통한다.

초급 인력이 사라지면, 파이프라인이 끊긴다

AI가 HR 업무를 줄여준다는 말의 이면에는 잘 보이지 않는 문제가 숨어 있다. AI가 먼저 대체하는 건 초급 인력이다. SHRM이 정리한 CHRO 트렌드에 따르면, AI 자동화로 엔트리 레벨 직무가 축소되면서 중간 관리자급 인재 파이프라인에 공백이 생기기 시작했다. 매리엇은 채용 소요 시간을 30일에서 20일 미만으로 줄이고 전체 채용의 70%를 자사 커리어 사이트에서 소화하는 성과를 냈다. 그런데 이 효율화의 대상이 된 초급 직무가 5년 뒤에는 팀장 후보의 경험 토양이었다는 사실은 지금 논의되지 않는다.

이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OECD는 2026년 고용전망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고용보호 격차 — 이른바 ‘노동시장 이중구조’ — 를 해소하기 위한 각국의 입법 개혁을 분석했다. 핵심은 비정규직 보호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정규직 고용보호도 합리화하는 ‘조화(harmonising)’ 전략이다. 두 소스를 나란히 놓으면 보이는 게 있다. AI가 초급 직무를 줄이면, 비정규직·계약직으로 채워지던 엔트리 포지션이 아예 사라진다. OECD가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비정규직 보호를 강화하자고 하는 바로 그 시점에, 보호할 비정규직 자체가 감소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교차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고용보호법제 개혁과 AI 자동화 전략이 따로 논의되는 한, 인재 파이프라인 붕괴는 막을 수 없다. 성과관리 시스템 재설계에 통상 2~3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금 의사결정을 미루는 것 자체가 리스크다.

‘유용한 작업’이라는 프레임의 함정

글로벌 AI 기업들은 이 혼란에 대한 답으로 ‘측정’을 제안한다. OpenAI의 사라 프라이어(Sarah Friar)가 제시한 AI 시대의 성과 측정 프레임워크는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유용한 작업(useful work), 작업당 비용(cost per task), 신뢰성(dependability), 컴퓨팅 수익률(compute returns). 기업이 AI에 투자한 만큼 실제 업무가 완료되었는지를 숫자로 보여주자는 것이다.

프레임 자체는 매력적이다. 문제는 이 프레임이 HR 현실에 착지할 때 생긴다. SHRM 조사에서 성과관리 시스템이 조직 니즈에 적합하다고 응답한 HR 리더는 31%에 불과했다. 나머지 69%는 자사의 성과관리 체계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본다는 뜻이다. ‘유용한 작업’을 측정하려면 먼저 ‘유용함’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성과관리 시스템이 69%의 기업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AI가 만든 결과물의 유용성을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

매리엇이 채용 시간을 30일에서 20일로 줄인 건 인상적하다. 그런데 그 속도가 채용 품질을 보장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AI 도입은 6개월 단위로 빠르게 진행되는데, 그 성과를 판단할 성과관리 인프라는 2~3년 단위로 느리게 움직인다. 이 시차(time lag) 자체가 HR 과부하의 원인이다. 새 도구는 분기마다 들어오는데, 그 도구가 만든 결과를 평가할 체계는 아직 설계 중이라면 — 결국 사람이 메운다. 그 사람이 HR이다.

시차 함정 AI 도입 주기는 6개월, 성과관리 시스템 재설계는 2~3년. 이 시차를 메우는 건 결국 HR 담당자의 야근이다. 측정 프레임워크가 아무리 정교해도, 측정 인프라가 없으면 프레임은 슬로건에 그친다.

한국 공공 AI 조달, 구조부터 다시 짜야 한다

7월 16일, NIA(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와 산업융합촉진 옴부즈만은 AI 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이지스, 퍼블릭에이아이, 제이에이치솔루션 세 기업이 공통으로 지적한 건 공공조달 체계의 구조적 한계였다. 기존 SI(시스템 통합) 용역과 투입공수(M/M) 중심의 발주 구조로는 SaaS형·플랫폼형 AI 제품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구매할 수 없다. 디지털트윈 분야에서는 AI 예지보전 소프트웨어의 업종별 성능검증 체계 자체가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건 단순한 조달 행정의 문제가 아니다. KDI 경제동향과 교차해보면, 설비투자는 4.4% 증가했지만 건설투자는 1.9% 감소한 상태다. 민간은 투자 여력이 있는데 공공 부문이 AI를 수용할 제도적 틀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김형철 NIA 원장은 “AI 기업들이 공공과 민간 시장에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제도적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HR 관점에서 이게 왜 핵심인가. 공공기관과 준정부기관의 HR팀은 AI 도구를 도입하고 싶어도 조달 규격에 맞는 제품이 없어서 엑셀과 수기 프로세스에 묶여 있다. 민간 기업은 Workday, Lattice 같은 SaaS 인사관리 도구를 월 구독료로 쓰지만, 공공 부문 HR은 SI 프로젝트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니 도입까지 1~2년, 비용은 3~5배가 든다. OpenAI가 제안한 ‘작업당 비용’ 프레임을 한국 공공 부문에 적용하면, 동일한 AI 작업의 비용이 민간 대비 수배에 달한다는 뜻이다.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조달 구조의 문제다.

성과관리가 먼저다 — 도구는 그 다음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보자. OpenAI의 스코어카드가 제안하는 ‘신뢰성(dependability)’ 지표는 AI 시스템이 일관된 결과를 내는지를 측정한다. 그런데 SHRM 데이터에 따르면, 관리자들은 이미 HR의 승인이나 거버넌스 없이 성과 평가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측정 체계가 없는 상태에서 AI가 먼저 현장에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OECD가 고용보호 법제의 ‘조화’를 강조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규제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면, 현장은 규제 없이 움직인다. AI 성과관리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성과관리 시스템을 먼저 정비하지 않으면, 관리자 개인의 AI 활용이 평가 공정성을 훼손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건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이 핵심이다 — 도구를 먼저 넣고 체계를 나중에 만드는 순서가 HR의 과부하를 구조적으로 재생산한다. AI가 HR을 돕는 게 아니라, AI 도입이 HR에게 ‘도구 관리’라는 새로운 업무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있다.

HR이 자기 자신을 구하려면

문제를 정리하면 이렇다. HR은 번아웃 상태에서 AI 전환을 이끌라는 요구를 받고 있고, AI는 HR이 키워야 할 초급 인력을 먼저 대체하고 있으며, AI 성과를 측정할 기존 시스템은 69%의 기업에서 작동하지 않고, 한국 공공 부문은 AI를 조달할 제도적 틀조차 없다. AI가 HR을 구하기 전에, HR이 먼저 쓰러질 수 있는 구조다.

해법은 도구를 바꾸는 게 아니라 순서를 바꾸는 것이다. AI 도입 전에 성과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AI가 대체할 초급 직무의 인재 파이프라인을 먼저 재설계하고, 공공 부문은 SaaS형 AI 조달 규격을 신설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선행되지 않으면, AI는 HR의 구원자가 아니라 HR의 마지막 짐이 된다.

💡 실무 시사점 — HR이 이번 분기에 점검할 3가지:

① HR 인원 충원을 AI 도입의 선행 조건으로 설정하라. AI 도구를 도입하면 최소 6개월간 세팅·교육·모니터링 업무가 추가된다. 현재 인원으로 감당할 수 없다면, 도구보다 사람이 먼저다.

② 성과관리 시스템 재설계를 AI 도입보다 앞에 배치하라. ‘유용한 작업’을 측정하려면 ‘유용함’의 정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 성과관리 기준이 모호한 상태에서 AI를 넣으면, 측정 불가능한 작업만 늘어난다.

③ 공공기관 HR은 SaaS 조달 규격 신설을 적극 건의하라. SI/M/M 방식의 시스템 구축은 도입까지 1~2년, 비용은 민간 대비 3~5배다. NIA 간담회에서 이미 현장 목소리가 모아졌다 — 지금이 제도 변화를 밀어붙일 타이밍이다.

#HR번아웃 #AI도입순서 #성과관리먼저 #공공AI조달 #인재파이프라인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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