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담당자 10명 중 7명이 “사람을 못 구한다”고 말하는 시대다. 채용 플랫폼은 넘쳐나고, AI가 이력서를 스크리닝해주고, 리크루터에게 건당 수백만 원을 지불한다. 그런데도 자리는 비어 있다. 문제는 정말 ‘구인’에 있는 걸까.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 줄 요약: 70%의 조직이 “사람이 없다”고 말하지만, 빈 자리의 상당수는 새 자리가 아니라 누군가 떠난 자리다. 채용 예산을 늘리기 전에 잔류 설계 — 온보딩·내부 이동·변화 참여 — 부터 점검하라.
70%가 “사람이 없다”고 말할 때, 진짜 빈자리의 정체
글로벌 HR 리서치에 따르면, 조직의 약 70%가 핵심 포지션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HR 전문가의 72%는 인재 부족과 인력 격차를 기업 성장의 최대 장애물로 지목한다. 숫자만 보면 공급 부족 문제처럼 보인다.
70%
핵심 포지션 충원에 어려움 겪는 조직
글로벌 HR 리서치 / BCG·SHRM
92%
8개월 멘토링 도입 후 잔류율 (호스피탈리티)
글로벌 호텔 체인 사례
50~200%
6개월 내 이탈자 1인 총 손실 비용 (연봉 대비)
반복 인용 추산치
그런데 한 걸음 더 들어가면 풍경이 바뀐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빈 자리의 상당수는 ‘새로 만들어진 포지션’이 아니라 ‘누군가 떠나고 난 자리’다. 퇴사 → 충원 → 온보딩 → 적응 실패 → 재퇴사의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같은 자리를 1년에 두세 번 채우는 기업도 드물지 않다. 채용 파이프라인을 아무리 넓혀도, 뒷문이 열려 있으면 물은 차지 않는다.
채용 예산의 함정: 돈은 앞문에, 설계는 뒷문에
한국 기업의 채용 관행을 보면 이 구조가 더 선명하다. 2,0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인재확보 실패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 요소들은 ‘채용 채널 부족’이 아니었다. 자동화·지능화 시대에도 채용이 안 되는 조직들은 공통적으로 잔류 설계(사람이 남아 있게 만드는 구조적 장치)가 부재했다.
많은 기업이 채용 브랜딩, 리크루팅 이벤트, 헤드헌팅 수수료에 수천만~수억 원을 쓴다. 그러나 입사 후 6개월 안에 떠나는 직원의 이탈 비용(채용비 + 교육비 + 생산성 손실)은 해당 직원 연봉의 50~200%에 달한다는 추산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앞문에 돈을 쏟고, 뒷문에는 잠금장치 하나 달지 않는 셈이다.
주의 — 한국 중소기업의 이중 출혈 구조 대기업 대비 채용 브랜드가 약해 리크루팅 단가는 높고, 동시에 온보딩·경력개발 체계가 미비해 이탈률도 높다. 앞문 비용과 뒷문 손실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라, 채용 예산을 늘리는 것보다 잔류 설계 한 가지를 갖추는 게 ROI가 훨씬 크다.
특히 한국 중소기업은 이 함정에 더 깊이 빠져 있다. 대기업 대비 채용 브랜드가 약하니 리크루팅 비용 단가가 높고, 동시에 온보딩 프로그램이나 경력 개발 체계가 미비해 이탈률도 높다. 이중으로 출혈하는 구조다.
92%가 남은 조직의 비밀: 멘토링과 내부 이동
반대 사례도 있다. 글로벌 호텔 체인 한 곳은 8개월짜리 구조화된 멘토링 프로그램을 도입한 뒤, 참여자의 92%가 잔류했다. 일반적인 호스피탈리티 업종 이직률(연 60~80%)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 경력 경로의 시각화: 입사 시점부터 6개월, 1년, 3년 뒤 가능한 포지션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내부 공석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여기서 더 갈 곳이 있다”는 감각이 이탈을 억제했다.
- 1:1 멘토 매칭: 단순한 선배-후배 연결이 아니라, 직무 목표에 맞춰 타 부서 시니어를 멘토로 배정했다. 조직 내 네트워크가 넓어지면서, 전환 배치(내부 이동)가 자연스럽게 발생했다.
또 다른 글로벌 식음료 기업은 내부 이동성(internal mobility) 추적 시스템을 도입한 지 6개월 만에 리텐션 지표가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AI 도입 같은 조직 변화가 진행될 때, 직원을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참여자’로 포함시킨 것이 핵심이었다.
한국 현장에서 바로 쓰는 잔류 설계 3가지
글로벌 데이터의 시사점을 한국 맥락에 맞게 재구성하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잔류 설계 세 가지가 도출된다.
1. 온보딩 90일 체크포인트
입사 후 30·60·90일에 직속 상사가 아닌 HR 또는 타 부서 멘토와 1:1 면담을 갖는다. 핵심은 “업무 적응”이 아니라 “관계 적응”을 점검하는 것이다. 한국 직장에서 조기 퇴사의 가장 큰 이유는 업무 난이도가 아니라 ‘조직 문화 부적응’이다. 이 면담이 안전망 역할을 한다.
2. 내부 공석 실시간 공개
사내 인트라넷이나 슬랙/팀즈 채널에 내부 포지션 변동을 투명하게 공유한다. “이 회사 안에서 다른 길이 있다”는 인식은 이직 충동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다. 50인 이상 사업장이라면 분기 1회 ‘내부 커리어 마켓’ 세션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3. 변화 참여형 의사결정
AI 도입, 조직 개편, 업무 프로세스 변경 시 ‘공지 후 적응’이 아니라 ‘설계 단계 참여’로 전환한다. 변화에 참여한 직원은 변화를 위협이 아닌 기회로 인식하고, 이직 의향이 현저히 낮아진다. 간단한 방법: 변화 프로젝트마다 현장 실무자 2~3명을 TF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실행 팁 — 이번 분기에 한 가지만 한다면 세 가지를 한꺼번에 시작하기 어렵다면 “30·60·90일 체크포인트”부터. HR 또는 타 부서 멘토와의 30분 면담 3회 + 간단한 체크리스트만으로도 조기 이탈의 60% 이상을 사전 감지할 수 있다. 도구는 구글폼·노션 한 페이지로 충분.
뽑는 것보다 남기는 게 더 싸다
채용 시장에서 전쟁을 벌이는 것은 비용이 크고, 승자도 일시적이다. 반면 잔류 설계는 한 번 구축하면 복리로 작동한다. 멘토링 프로그램에 투자한 조직이 92% 잔류율을 달성한 것은, 그 조직이 특별히 임금을 많이 줘서가 아니다. ‘여기 있으면 내가 성장할 수 있다’는 감각을 구조적으로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 실무 시사점 — 잔류 설계 3종 세트:
① 온보딩 90일 체크포인트. 30·60·90일에 직속 상사 외 멘토와 1:1. 업무가 아니라 관계 적응을 본다.
② 내부 공석 실시간 공개. “회사 안에 다른 길이 있다”는 감각이 이직 충동의 가장 강한 대항마.
③ 변화 참여형 의사결정. AI 도입·조직 개편 시 현장 실무자 2~3명을 TF에 포함.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참여자’로.
#잔류설계#온보딩90일#내부이동성#변화참여형의사결정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입버릇이 된 조직이라면, 채용 공고를 한 번 더 올리기 전에 뒷문부터 점검해볼 일이다. 빈 자리의 절반은, 처음부터 비어 있었던 게 아니다.
참고 링크
- BCG, “Finding and Keeping the Right Talent for Business Building” (2025)
- SHRM, “Talent Pressure Test: Employee Retention on a Macro and Micro Scale” (2025)
- HR인사이트, “다섯 가지를 놓치면 인재확보 안 되나? — 2000개 기업 조사 기반 인재확보 전략” (2025)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