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실무 문서 가이드

0 / 0 섹션 완료

인재를 잡으려면 정책이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1,500개 기업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

복지 좋은 회사에서 왜 사람이 떠날까

“우리 회사는 재택근무도 되고, 육아휴직도 눈치 안 보고 쓸 수 있는데 왜 이직률이 안 떨어지죠?” 실무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질문이다. 1,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가 그 답을 꽤 명확하게 보여준다. 개별 정책 하나하나가 아무리 훌륭해도, 그걸 엮어서 돌아가는 시스템이 없으면 인재는 결국 떠난다.

유연근무제를 도입했지만 성과 평가는 여전히 ‘대면 중심’인 조직. 육아휴직 제도는 있지만 복귀 후 커리어 경로가 사라지는 조직. 정책은 있는데 시스템이 없는 전형적 사례다.

짧게 말하면 이렇다. 정책은 선언이고, 시스템은 작동 방식이다.

시스템이란 결국 ‘연결’의 문제다

채용-온보딩-평가-보상-성장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조직과, 각각이 별개 부서의 별개 프로젝트로 돌아가는 조직은 결과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신규 입사자가 6개월 안에 핵심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후자는 6개월 뒤에도 “아직 적응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맥킨지가 제시하는 ‘People Management Operating Model’의 핵심도 같은 맥락이다. 자동화할 건 자동화하되,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지점 — 피드백, 경력 설계, 갈등 조정 — 은 오히려 더 깊이 파고들라는 거다. 기술과 사람의 역할 분담이 명확해져야 시스템이 돌아간다.

[필자 코멘트] 실무에서 자주 목격하는 패턴이 있다. HR 담당자가 급여·4대보험·채용·교육·평가를 혼자 다 하면서 “시스템 만들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 시스템이 없으니 시간이 없고, 시간이 없으니 시스템을 못 만드는 악순환이다.

스타트업 HR 현장에서도 이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다. 제한된 인력으로 채용부터 급여, 교육, 평가까지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상황. 여기서 작동하는 조직의 공통점은 딱 하나다. CEO가 HR을 비용이 아니라 인프라로 본다는 것.

한국 노동법이 만드는 시스템의 뼈대

사실 한국 노동법 자체가 이미 시스템의 기본 골격을 제공한다. 근로기준법 제93조(취업규칙)는 근로시간·휴가·보상·징계 등을 하나의 문서에 담도록 요구하고, 제94조는 불이익 변경 시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요구한다. 이것 자체가 정책이 아닌 시스템을 강제하는 장치다.

문제는 대부분의 취업규칙이 ‘법적 최소 요건’만 채운 채 서랍 속에 잠들어 있다는 거다.

취업규칙을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려면 몇 가지가 필요하다. 평가 기준이 보상 체계와 연동되어야 하고, 교육 이력이 승진 요건에 반영되어야 하고, 징계 절차가 피드백 체계와 연결되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17조(근로조건 명시)도 단순히 계약서에 적는 것을 넘어, 입사 시점부터 해당 정보가 실제 운영 시스템과 일치하는지를 점검하는 구조가 되어야 의미가 있다.

[필자 코멘트] 취업규칙 컨설팅을 하다 보면, “우리 회사 취업규칙 한번 봐주세요”라는 의뢰가 대부분인데, 정작 필요한 건 취업규칙이 아니라 그 취업규칙이 돌아가는 시스템 전체의 점검이다.

실무 체크리스트: 우리 조직의 HR 시스템 진단

아래 항목 중 7개 이상 해당하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개 이하라면 정책은 있되 시스템은 없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 ☐ 채용 기준과 평가 기준이 동일한 역량 모델에 기반한다
  • ☐ 온보딩 프로세스가 문서화되어 있고 매 입사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 ☐ 평가 결과가 보상(급여·성과급)에 투명하게 연동된다
  • ☐ 교육·훈련 이력이 승진·이동 의사결정에 실제 반영된다
  • ☐ 취업규칙이 최근 1년 이내에 현행화되었다
  • ☐ 근로계약서 내용과 실제 근로조건이 일치한다 (근로기준법 제17조)
  • ☐ 퇴사 면담(exit interview) 데이터를 다음 채용·운영에 환류한다
  • ☐ HR 관련 데이터(이직률·교육시간·평가분포)를 정기적으로 리포팅한다
  • ☐ CEO 또는 경영진이 HR 이슈를 월 1회 이상 정기 어젠다로 다룬다
  • ☐ 자동화 가능한 반복 업무(급여·근태·증명서)가 실제 자동화되어 있다

결국 남는 질문 하나

시스템을 만드는 건 결국 경영진의 의지와 실무자의 설계력, 두 가지가 동시에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조직은 많지 않다.

[필자 코멘트] 경영진이 “HR 좀 체계적으로 해봐”라고 말하면서 인력도 예산도 주지 않는 조직을 수없이 봤다. 시스템은 의지만으로 안 되고, 설계만으로도 안 된다. 둘 다 있어야 돌아간다.

그래서 질문은 이거다. 당신의 조직에서 HR은 ‘관리 비용’인가, ‘운영 인프라’인가? 그 답에 따라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도, 영원히 정책 모음집으로 남을 수도 있다.


참고 소스

  • HBR, “Policies Aren’t Enough to Retain Top Talent. You Need Systems.”, “링크”
  • McKinsey, “A new operating model for people management”, “링크”
  • HR인사이트, “스타트업 HR, 그들은 무엇에 집중 하는가”, “링크”

ON THIS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