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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110만 시대, HR 시스템은 아직 한국어만 말한다

지난주 경기도 안산의 한 중소 제조업체 인사담당자에게 들은 이야기다. 베트남 출신 근로자 12명의 급여명세서를 매달 엑셀로 만든다. 한국어로. 근로자들은 그걸 사진 찍어서 본국 가족에게 보낸다. 가족도, 본인도 숫자 외에는 읽지 못한다.

이게 2026년 한국 사업장의 현실이다.

한 줄 요약: 외국인 취업자 110만 명 시대에 진입했지만, 대부분의 HR 시스템은 여전히 한국어 단일 환경으로 설계되어 있다. 다국어 급여·근태·안전교육 자동화는 더 이상 ‘글로벌 기업의 사치’가 아니라 30인 미만 제조업의 생존 과제다.

숫자가 말하는 구조 변화 — 110만 명은 시작에 불과하다

2025년 5월 기준 외국인 취업자 수는 110만 9천 명. 전년 대비 9.8% 증가했다. 체류 외국인 전체로 보면 283만 명을 넘었고, 장기 체류자만 216만 명이다. 숫자로만 보면 대전광역시 인구(약 145만)보다 많은 사람이 ‘외국인 근로자’로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

110.9만 명

외국인 취업자 수 (2025.5)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80,000명

2026년 E-9 고용허가 쿼터

고용노동부

3,500~4,000만 원

E-9 근로자 1인 연간 총비용

MyKoreaWork 2026

그런데 쿼터는 줄고 있다. 2024년 16만 5천 → 2025년 13만 → 2026년 8만. 정부가 브레이크를 밟고 있다는 뜻이다. 솔직히 이건 좀 아이러니하다. 현장에서는 사람이 없어서 난리인데, 제도는 숫자를 죄고 있다. 결국 E-9이 줄어든 만큼 F-4(재외동포)와 유학생 비자(D-2/D-4)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F-4가 전체 외국인 취업자의 24.2%, E-9이 19.0%, 유학생이 14.0%를 차지한다.

비자 유형이 다양해진다는 건 HR 입장에서는 관리해야 할 변수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체류 자격마다 취업 가능 업종이 다르고, 근로시간 제한이 다르고, 보험 가입 의무가 다르다. 이걸 엑셀 하나로 관리하고 있다면, 그건 시스템이 아니라 담당자의 체력이다.

HR 시스템의 언어 장벽 — 급여명세서부터 안전교육까지

2021년 11월부터 급여명세서 교부가 의무화됐다. 근로기준법 제48조. 위반 시 500만 원 이하 과태료. 그런데 법은 ‘교부’를 의무화했을 뿐, 언어를 특정하지 않았다. 한국어로 주면 법적으로는 문제없다.

문제는 ‘법적으로 문제없다’와 ‘실무적으로 작동한다’가 완전히 다른 문장이라는 것이다.

베트남어, 캄보디아어, 미얀마어, 우즈베크어를 쓰는 근로자에게 한국어 급여명세서를 준다. 기본급, 연장근로수당, 야간수당, 4대보험 공제액. 이 항목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근로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명세서는 종이 한 장일 뿐이다. 실제로 외국인 근로자 임금 관련 진정의 상당수가 ‘내가 왜 이만큼 받았는지 모르겠다’에서 출발한다.

사례 — 경기도 화성 자동차 부품업체외국인 근로자 35명을 고용하고 있는 이 업체는 2025년부터 카카오톡 단체방에 급여명세서를 한국어·베트남어 병기로 보내기 시작했다. 번역은 사내 통역 직원이 수작업으로 한다. 월 2일이 걸린다. 그런데 통역 직원이 퇴사하면? “그때는 구글 번역기 돌려야죠.” 인사담당자의 대답이다.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안전교육은 더 심각하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신규 채용 시 8시간, 정기 교육 분기당 6시간. 한국어로 진행한다. 통역을 붙이는 곳도 있지만, 17개 송출국 언어를 모두 커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고용노동부가 다국어 안전교육 자료를 배포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여기가 핵심이다. 안전교육을 ‘들었다’와 ‘이해했다’ 사이의 간극이 산재로 이어진다.

비용의 착시 — 외국인 근로자가 ‘싸다’는 환상

외국인 근로자 1명을 고용하는 데 드는 연간 총비용은 약 3,500~4,000만 원이다. 한국인 근로자와 거의 동일하거나 오히려 높을 수 있다.

기본 인건비 외에 출국만기보험(월급의 8.3%), 귀국비용보험(1회 40~60만 원), 숙소 제공 비용(월 10~50만 원), 통역 비용, 안전교육 비용이 붙는다. 4대보험 사업주 부담분은 한국인과 동일하다. 여기에 고용허가제 절차 비용 — 내국인 구인 노력 기간(7~14일 워크넷 공고), 서류 처리, 입국 후 교육 — 까지 더하면 행정 비용도 상당하다.

그런데 대부분의 중소 사업장에서 이 비용을 정확히 산출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HR 시스템이 외국인 근로자 전용 비용 항목을 분리 관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국만기보험은 별도 계좌에서 납부하고, 숙소비는 복리후생비로 잡고, 통역 비용은 외주비로 처리한다. 흩어져 있으니 총비용을 모른다. 총비용을 모르니 ROI를 계산할 수 없다.

NBER가 던진 질문 — 이민이 임금을 낮추는가

2026년 발표된 NBER 워킹페이퍼(Caiumi & Peri)는 미국 데이터를 분석해 흥미로운 결론을 내렸다. 이민 노동자 유입이 저학력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1.7~2.6% 올렸다는 것이다. 직관에 반한다. 노동 공급이 늘면 임금이 내려가야 하는 거 아닌가?

핵심은 ‘보완성(complementarity)’이다. 이민 노동자와 내국인 근로자가 같은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을 맡으면서 전체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메커니즘이다. 한국에도 이 논리는 적용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맡는 3D 업종의 빈자리를 내국인이 채우지 않는 구조에서, 외국인 고용은 대체가 아니라 보완이다.

그런데 이 보완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언어 장벽, 안전 교육 부실, 근로 조건 미이해로 생산성이 낮아지면, 보완이 아니라 비용만 남는다. HR 시스템의 다국어 지원은 복지가 아니라 생산성 인프라다.

💡 AI·도구로 측정/자동화 가능한 부분

  • 다국어 급여명세서 자동 생성 — Deel, Papaya Global 같은 글로벌 페이롤 플랫폼은 120개국 통화와 다국어를 지원한다. 국내 솔루션 중에서도 flex, 에버타임이 외국어 UI를 일부 지원하기 시작했다. Claude나 GPT API를 연결하면, 한국어 급여 데이터를 베트남어·캄보디아어 명세서로 실시간 변환하는 자동화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 안전교육 자동 번역 + 이해도 퀴즈 — 한국어 안전교육 자료를 LLM으로 다국어 번역한 뒤, 교육 후 해당 언어로 3~5문항 퀴즈를 자동 생성해 이해도를 측정할 수 있다. ‘교육 이수’가 아니라 ‘교육 이해’를 추적하는 시스템이다.
  • 비자 만료·체류 자격 변경 알림 자동화 — E-9, F-4, D-2 비자별 취업 제한 조건과 만료일을 HR 시스템에 입력하고, 만료 90일·60일·30일 전 자동 알림을 설정한다. n8n이나 Make 같은 노코드 자동화 도구로 충분히 구현 가능하다.
  • 외국인 근로자 전용 비용 대시보드 — 기본 인건비 + 출국만기보험 + 숙소 + 통역 + 교육 비용을 하나의 대시보드에 통합한다. Notion이나 Google Sheets + Looker Studio 조합으로도 만들 수 있다. 총비용을 실시간으로 보여줘야 ROI 논의가 시작된다.
  • 다국어 온보딩 챗봇 — 신규 입사 외국인 근로자가 모국어로 취업규칙, 근로계약 내용, 4대보험 가입 내역을 질문하면 즉시 답변하는 챗봇. RAG(검색 증강 생성) 기반으로 사내 규정 문서를 학습시키면 된다.

💡 실무 시사점: 외국인 근로자 관리는 ‘복지’나 ‘다문화 감수성’의 영역이 아니다. 다국어 HR 인프라가 없으면, 급여 분쟁·안전사고·불법 체류 리스크가 동시에 올라간다. 30인 미만 제조업이라도, 급여명세서 자동 번역과 비자 만료 알림 자동화부터 시작할 수 있다. 도구는 이미 있다. 문제는 ‘외국인 관리는 따로’라는 칸막이 사고방식이다.

#외국인근로자 #다국어HR #고용허가제 #HR자동화 #급여명세서 #안전교육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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