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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인상률을 높여도 핵심 인재가 떠나는 진짜 이유

올해 임금 인상률을 두고 고민하는 HR 담당자가 많다. 기본급을 얼마나 올릴지, 성과급 재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 보상 설계의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HR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숫자’에 쏠린다. 그런데 솔직히, 그 숫자가 핵심 인재의 잔류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인지 되물어 본 적이 있는가.

최근 글로벌 리서치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이 있다. 보상의 무게중심이 ‘얼마를 주느냐’에서 ‘어떤 방식으로 일하게 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MIT 슬론 경영대학원, 글로벌 컨설팅사의 연구가 동시에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연봉 인상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한 줄 요약: 연봉 인상만으로 핵심 인재를 잡을 수 없다 — 보상의 축이 ‘금액’에서 ‘일하는 방식의 자율성’으로 이동했고, HR은 보상 설계의 프레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10% 인상보다 유연근무를 택하는 사람들

숫자부터 보자. 글로벌 컨설팅사의 2026년 복리후생 조사에서 직원의 56%가 연봉 10% 인상보다 완전 유연근무제나 압축근무제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57%는 유연한 근무 방식이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기업이 기본급의 평균 20%를 복리후생에 투입하고 있지만, 그 지출이 직원이 실제로 원하는 것과 얼마나 정렬돼 있는지를 분석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56%

연봉 10% 인상보다 유연근무를 택하겠다고 답한 직원 비율

Mercer 복리후생 조사, 2026

50%+

시장 하락 시 행사 불가(underwater) 상태가 되는 스톡옵션 비율

HBS Working Knowledge, 2025

80%

복리후생 데이터를 여전히 스프레드시트로만 분석하는 기업 비율

Mercer Benefits Analytics, 2026

개인적으로는 80%라는 수치가 가장 충격적이다. 마케팅과 재무 부서가 이미 데이터 분석 도구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급의 20%에 해당하는 복리후생 지출을 엑셀로만 관리한다는 건 결국 ‘직원이 뭘 원하는지 모른 채 돈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스톡옵션의 함정, 그리고 돈이 아닌 보상의 힘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브라이언 홀(Brian Hall) 교수는 금전 보상의 한계를 정면으로 지적한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가장 많이 쓰는 장기 인센티브 수단이지만, 시장 전체가 하락하면 절반 이상이 행사 불가 상태로 전락한다. 개인의 성과와 무관하게, 외부 환경에 의해 보상이 무력화되는 구조다.

홀 교수가 제안하는 대안은 의외로 단순하다. 하나는 ‘섹터 대비 상대 성과’에 연동하는 주식 보상으로, 시장 전체가 빠져도 동종 업계보다 잘했으면 보상이 유지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아예 돈이 아닌 것을 보상으로 쓰는 것이다. 그는 항공기 제조사 걸프스트림의 사례를 든다 — 우수 성과자에게 현금 대신 모형 비행기를 수여했는데, 직원들이 이를 책상 위에 놓고 동료에게 자랑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돈은 돈이 든다. 비금전적 보상은 의미 있는 대화만 있으면 된다”는 그의 말이 핵심을 찌른다.

사례 — 걸프스트림(Gulfstream)항공기 제조사 걸프스트림은 우수 성과자에게 현금 보너스 대신 모형 비행기를 수여하는 인정(recognition)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직원들은 이를 업무 공간에 진열하며 소속감과 자부심의 상징으로 삼았고, 이 프로그램은 금전 인센티브보다 높은 동기부여 효과를 보였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이 있다. 홀 교수는 AI 도입 과정에서 직원이 ‘즐기면서 하던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의 위험을 경고한다. 효율성만 보고 사람이 좋아하던 일까지 기계에 넘기면, 남는 건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일뿐이다. 그건 보상 체계를 아무리 정교하게 짜도 상쇄할 수 없는 동기 파괴다.

‘떠나기 어려운 회사’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장벽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연구는 리텐션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다. ‘왜 사람이 떠나는가’가 아니라 ‘왜 사람이 남는가’를 묻는 것이다. 이 연구가 제시하는 ‘직원 이동성 장벽(employee mobility barriers)’ 프레임워크는 리텐션을 개인·조직·사회 세 층위로 나눈다.

개인 수준에서는 동료 관계, 학습 기회, 업무 의미감이 이직 결정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조직 수준에서는 내부 이동 경로, 성장 가시성, 관리자와의 신뢰가 핵심이다. 사회 수준에서는 지역 고용 시장의 대안 부재나 가족 상황 같은 외부 요인이 관여한다.

이건 좀 불편한 이야기인데, 이 프레임워크가 시사하는 건 결국 HR이 ‘보상 패키지’만 손보는 것으로는 리텐션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연봉을 올려서 개인 수준의 금전 장벽을 하나 세우더라도, 조직 수준에서 관리자가 신뢰를 깨뜨리고 있거나 내부 이동 경로가 막혀 있으면 그 장벽은 허물어진다. 보상 설계가 ‘돈’을 넘어 ‘조직 경험’ 전체로 확장돼야 하는 이유다.

보상 재설계, 결국 ‘듣기’에서 시작된다

세 연구가 수렴하는 지점은 명확하다. 보상의 효과는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직원이 체감하는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이 직원이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복리후생에 기본급의 20%를 쏟으면서도, 그 지출의 효과를 분석할 도구조차 갖추지 못한 기업이 80%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 기업에 이 연구들을 대입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한국의 보상 체계는 여전히 호봉제와 연봉제의 이분법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유연근무제 도입률은 높아졌지만, 그것이 보상 설계의 일부로 통합된 사례는 드물다. ‘유연근무’는 복지의 영역에, ‘연봉’은 보상의 영역에 따로 놓여 있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미 이 둘을 하나의 패키지로 보고 있다.

보상 재설계의 출발점은 거창한 제도 변경이 아니다. 우리 조직의 핵심 인재가 실제로 무엇 때문에 남아 있고, 무엇 때문에 떠나려 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그 답이 ‘연봉’이면 연봉을 올리면 된다. 하지만 그 답이 ‘일하는 방식’, ‘성장 경로’, ‘관리자와의 관계’라면 — 연봉 인상률 0.5%포인트를 더 올리는 것보다 관리자 교육 한 번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 실무 시사점: 보상 설계의 프레임을 ‘금액 경쟁’에서 ‘경험 설계’로 전환할 때다. 유연근무, 내부 이동 경로, 비금전적 인정 프로그램을 보상 체계의 공식 구성요소로 편입하고, 복리후생 지출의 효과를 데이터로 측정하는 체계부터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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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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