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4명의 직장인에게 물었다. “2026년 가장 필요한 교육이 뭡니까?” 1위는 전문 직무스킬(48%), 2위는 디지털 스킬(47%). 거의 동률이다. 그런데 기업 예산 배분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문 직무스킬 교육에 55%가 쏠려 있고, 디지털 스킬은 23%로 4위에 머문다. 전년 대비 9위에서 4위로 뛰어올랐다지만, 직원이 원하는 것과 회사가 돈을 쓰는 곳 사이에 간극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숫자가 한국 기업 HRD의 현주소를 정확히 찍는다고 본다. 배우고 싶은 건 AI인데, 돈은 여전히 OJT와 법정의무교육에 흐른다.
한 줄 요약: 스킬의 유통기한은 5년으로 줄었는데, 한국 기업의 리스킬링 인프라는 OJT(56%)와 자격증 지원(52%)에 머물러 있다. 체계적 경력 설계와 스킬 기반 HRD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스킬 수명 15년에서 5년으로 — 숫자가 말하는 위기
10년 전만 해도 한 가지 전문 기술을 익히면 15년은 써먹을 수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전문 스킬의 평균 수명이 약 5년으로 줄었고, 응답 기업의 53%는 “핵심 기술이 3년 안에 쓸모없어진다”고 답했다. 15%는 1년도 안 된다고 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30년까지 전체 노동자의 59%가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봤다. 29%는 현재 직무에서 업스킬링, 19%는 업스킬링 후 재배치, 나머지 11%는 리스킬링 기회 자체를 놓칠 위험군이다.
5년
전문 스킬 평균 유통기한 (10년 전 15년)
Fuel50 글로벌 서베이, 2026
47%
디지털 스킬이 필요하다고 답한 한국 직장인
KPC 2026 HRD Trend Report
59%
2030년까지 재교육 필요 노동자 비율
WEF Future of Jobs Report
8,500만 명
2030년 글로벌 인력 부족 전망
Korn Ferry, 2026
숫자만 보면 위기감이 충분하다. 문제는 그 위기감이 실제 투자로 연결되고 있느냐는 것이다.
한국 기업 교육의 민낯 — OJT 56%, 경력개발계획 17%
한국생산성본부(KPC)가 직장인 1,7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를 보자. 가장 많이 운영하는 경력개발 제도 1위는 OJT(56%)다. 선배가 후배를 현장에서 가르치는,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효과적인 방식이다. 2위는 자기개발 및 자격증 취득 지원(52%). 회사가 돈만 대고 방향은 개인이 알아서 잡으라는 구조다.
멘토링 제도(35%), 핵심인재 육성(33%), 사내 강사 제도(31%)가 뒤를 잇는다. 여기까지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밑바닥이다. 경력개발계획(CDP) 17%. 학위과정 학비지원 17%. 학습조직(CoP) 16%. 체계적인 장기 경력 설계를 돕는 제도는 전체의 5분의 1도 안 된다.
솔직히 이건 좀 낙후된 구조다. “OJT 잘하면 됐지” 하는 인식이 아직도 지배적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OJT가 나쁜 게 아니다. 다만 스킬 수명이 5년으로 줄어든 시대에 현장 전수만으로는 속도를 못 따라간다.
차부장급은 AI를 원하고, 사원급은 전문성을 원한다
직급별로 교육 수요를 쪼개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보인다. 차장·부장급과 임원급에서 디지털 스킬 수요가 1위(각각 56%, 54%)를 차지했다. 생성형 AI와 DX 전환을 리드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보니, 기술에 대한 갈증이 가장 크다. 반면 사원급(50%)과 대리급(58%)은 전문 직무스킬이 1위였다. 업무 기초 역량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단계라 당연한 결과다.
흥미로운 건 과장급이다. 전문 직무스킬(49%)과 공통 직무스킬(46%)이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전문성과 관리 역량이 동시에 요구되는 중간관리자의 딜레마가 숫자에 그대로 드러난다.
사례 — 연구·기술개발 직군의 디지털 갈증KPC 조사에서 연구·기술개발 직군은 디지털 스킬 수요가 68%로 전 직무 중 가장 높았다. IT·데이터 직군(68%)과 동률이다. 반면 인사·총무 직군은 전문 직무스킬(64%)이 압도적 1위, 디지털 스킬은 20%에 그쳤다. AI 시대에 HR 자체의 디지털 역량 투자가 뒤처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교육 예산은 늘까 줄까 — “유지” 63%의 의미
2026년 교육 예산 전망을 물었다. 가장 많은 답은 “유지”(63%)였다. “증가”는 26%, “축소”는 11%. 전년도 대비 증가 전망은 소폭 줄고(29%→26%), 유지 전망은 늘었다(58%→63%). 한마디로 ‘안정적 유지 기조’다.
예산을 늘리겠다는 곳의 이유 1위는 교육 분야 및 규모 확대(62%). 직원 교육비 지원 증가가 39%, 직원 수 증가가 29%로 뒤를 이었다. 줄이겠다는 곳은? 경영상 사유(83%)가 압도적이었다. 교육은 여전히 경기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칼질당하는 항목이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견·중소기업의 예산 증가 전망(27%)이 대기업(17%)보다 높았다. 일정 수준 이상 교육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대기업에 비해, 중견·중소기업과 공공부문이 교육 투자 확대에 더 적극적이라는 뜻이다.
글로벌은 어떤가 — 85%가 “리스킬링 우선”이라면서, 34%만 실행한다
글로벌 수치와 비교하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보인다. 전 세계 기업의 85%가 리스킬링을 전략 우선순위로 꼽는다. 그런데 조직 전체에 걸쳐 공식 리스킬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34%에 불과하다. 31%의 조직은 직원 참여율이 25% 미만이다.
AI 도입 속도는 빠르다. 생성형 AI 등장 이후 AI를 활용하는 조직은 50%에서 65%로 뛰었다. 그런데 AI 관련 직무에서 실제로 기술적 역량이 필요한 비중은 10~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변화 민첩성, 비판적 사고, 심리적 안전 같은 소프트 역량이다.
여기서 핵심이다. AI 시대의 리스킬링은 “코딩을 배우자”가 아니다.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하자”에 가깝다. 관리자가 직접 스킬 시스템을 사용할 때, 직원의 학습 참여율이 3~5배 높아진다는 데이터도 있다. 위에서 쓰지 않으면 아래도 안 쓴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나
KPC 조사에서 교육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 1위는 학습을 장려하는 조직문화 구축(23.8%)이었다. 교육 예산 확대(23.6%)와 경영진의 관심 및 지원(23%)이 거의 동률로 뒤를 이었다. LMS나 연수원 같은 인프라(4%, 3%)는 우선순위가 낮았다. 시스템보다 문화와 의지가 먼저라는 뜻이다.
현업 적용 지원 콘텐츠로는 타사 사례(58%)가 압도적 1위였다. 교육 내용 요약자료(50%), 현업 전문가 인터뷰(41%), 트렌드 자료(37%) 순이었다. “다른 회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는가”에 대한 갈증이 가장 크다.
HRD 당면 이슈로는 기술변화에 따른 재교육 및 업스킬링(47%)이 1위였다. 구성원 경력개발(44%), 핵심인재 선발 육성(43%), 조직환경 변화 반영한 리더십 개발(40%)이 바짝 뒤를 따랐다. 스킬 기반 HRD로의 전환은 19%로 아직 낮다. 개인적으로는 이 19%가 2~3년 내에 40%를 넘을 거라고 본다. 지금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인재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잡는다.
ILO의 최신 보고서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평생학습 시스템 구축이 기술·환경·인구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이지만, 양질의 학습 접근성은 여전히 불평등하다. 디지털 전환과 그린 전환에 필요한 역량 세트를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조직의 경력 경로에 내장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 실무 시사점: 리스킬링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OJT와 자격증 지원을 넘어서, 스킬 단위의 경력 경로를 설계하고, 관리자가 직접 학습 시스템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 참여율을 3~5배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교육 문화가 예산보다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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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 한국생산성본부(KPC), “2026 HRD Trend Report” (2026)
- ILO, “World of Work Report: Lifelong Learning and Skills for the Future” (2026)
- Fuel50, “55 Upskilling and Reskilling Statistics for 2026” (2026)
- World Economic Forum, “Future of Jobs Report” (2025)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