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기업 평균 이직률이 2022년 9.2%에서 2024년 7.7%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조차 글로벌 기준 12.9%에서 10.1%로 줄었고, 두산에너빌리티(1.2%)·SK하이닉스(1.3%)는 아예 1%대를 기록했다. 생활용품 업종은 18.0%에서 11.2%로 6.7%p 급감, 유통은 12.4%에서 9.2%로 3.2%p 빠졌다. 숫자만 보면 “사람이 안 빠지니 다행”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솔직히 이 숫자 뒤에 숨은 맥락이 훨씬 중요하다.
한 줄 요약: 이직률 하락은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소극적 잔류’이지 ‘적극적 몰입’이 아니다 — HR이 리텐션과 인게이지먼트를 분리해서 읽어야 하는 이유.
숫자가 말해주는 것, 숫자가 숨기는 것
108개 상장사를 분석한 한경비즈니스 데이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업종 간 격차다. 상사(4.3%)·통신(4.8%)·철강(5.2%) 같은 전통 제조·인프라 업종은 5% 안팎에서 안정적이었고, 생활용품(11.2%)·유통(9.2%)·서비스(8.8%)처럼 소비자 접점이 넓은 업종은 여전히 두 자릿수에 가까웠다. 같은 “이직률 하락”이라도 동인이 다르다는 뜻이다. 제조업은 구조적으로 이동이 어렵고, 서비스업은 경기 악화로 대안이 줄었을 뿐이다.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이 1%대까지 떨어진 건 반도체 불황기에 “갈 곳이 없어서” 남은 측면이 크다. 개인적으로는 이 숫자를 “충성도”로 해석하면 위험하다고 본다. 이직률 하락과 인게이지먼트 상승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7.7%
500대 기업 평균 이직률 (2024)
한경비즈니스/2026
1조달러
미국 기업 자발적 이직 연간 비용
Gallup
35%
6개월 내 이직 계획 근로자 비율
ManpowerGroup/12,000명 조사
50~250%
퇴직자 대체 비용 (연봉 대비)
Workday
“몰입도 88%”의 함정 — 잔류의 이유가 달라졌다
Workday의 2025 Workforce Trends Report에 따르면 글로벌 근로자 88%가 “매우 또는 극도로 몰입”한다고 답했다. 좋은 수치 같지만, 그 몰입의 동인을 뜯어보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67%는 “노동시장이 타이트해서” 남는다고 했고, 61%는 “고용 불안”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건 좀 씁쓸한 그림이다. “좋아서 남는 것”과 “갈 데가 없어서 남는 것”은 HR에게 완전히 다른 과제를 던진다.
ManpowerGroup이 16개국 1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35%가 6개월 내 이직을 계획하고 있었다. 지금은 안 떠나지만, 경기가 풀리는 순간 대규모 이탈이 올 수 있다는 신호다. 실제로 퇴직자 한 명을 교체하는 데 연봉의 50~250%가 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직률이 낮으니 괜찮다”는 안일한 판단은 비용 폭탄의 뇌관을 안고 가는 셈이다.
사례 —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 업황 부진이 길어지면서 DS부문 이직률은 1%대로 급감했다. 하지만 2021~2022년 반도체 호황기에는 연봉 경쟁이 격화되며 이직이 폭증했던 전례가 있다. 업황 회복 시 “보복적 이직”이 재현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직률이 낮을 때가 오히려 인게이지먼트 인프라를 깔아야 할 적기라는 점에서, 현재의 낮은 수치를 리텐션 성공으로 읽는 것은 착각에 가깝다.
경력 경로가 리텐션의 진짜 열쇠다
그렇다면 “갈 데가 없어서 남는” 직원을 “남고 싶어서 남는” 직원으로 바꾸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Workday Global Workforce Report가 내놓은 답은 명확하다. 재직 1~4년차 직원이 꼽은 잔류 동인 1위는 “경력 경로(career path)”였다. 연봉도, 복지도 아닌 “내가 여기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34%의 응답자가 “현재 회사에서 경력 목표를 달성할 충분한 기회가 없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건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성장 가시성의 문제다. 직원이 자기 성장 궤적을 그려볼 수 없으면, 이직률이 아무리 낮아도 그건 “갇혀 있는 것”이지 “정착한 것”이 아니다.
내부 이동 기회를 제공한 기업의 35%에서 인게이지먼트와 리텐션이 동시에 올랐다는 데이터도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SHRM은 내부 인재 이동 전략을 세울 때 인재 프레임워크 구축과 조직 목표 정렬을 핵심 실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직무 공모제, 프로젝트 기반 순환, 스킬 기반 매칭 — 방법론은 다양하지만 공통 메시지는 하나다: 떠나지 않아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라.
관계의 밀도가 이직 비용을 줄인다
Gallup의 랜드마크 연구에서 나온 수치가 인상적이다. 직장에서 “가장 친한 친구(best friend)”가 있다고 답한 직원이 있는 조직은 안전사고가 36% 적었고, 고객 몰입도는 7% 높았으며, 이익률은 12% 높았다. 이건 “사내 친목”이 단순한 복지를 넘어서 사업 성과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기업에서 이 데이터를 적용할 때 주의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워라밸”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사내 관계의 밀도”를 높이라는 게 모순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강제적 회식이나 팀빌딩이 아니라, 업무 맥락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심리적 연결이다. 48%가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물리적 동석 빈도보다 협업 품질이 관계 밀도의 진짜 지표가 되어야 한다.
지금이 인프라를 깔 때다
경기 불확실성이 만들어낸 “낮은 이직률”은 HR에게 역설적 기회를 준다. 사람이 빠지지 않는 지금이야말로 경력 경로를 설계하고, 내부 이동 시스템을 구축하고, 몰입도의 질적 동인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다.
반대로, 이 시기를 “리텐션이 잘 되고 있다”는 착각으로 흘려보내면 경기 반등과 함께 인재 유출이 시작된다. 2021~2022년 “대퇴직(Great Resignation)”의 교훈이 정확히 그것이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움츠렸던 이직 욕구가 경기 회복과 함께 폭발했던 것처럼, 지금의 “조용한 잔류”가 내일의 “조용한 이탈”로 바뀔 수 있다.
이건 핵심이다 — 이직률 데이터를 “현재 상태”가 아니라 “잠재 에너지”로 읽어야 한다. 지금 7.7%라는 숫자는 안정이 아니라 압축이다. 그 압축된 에너지가 긍정적 몰입으로 전환되느냐, 보복적 이직으로 분출되느냐는 지금 HR이 무엇을 까느냐에 달렸다.
💡 실무 시사점: 이직률이 낮을 때가 리텐션 인프라 투자의 적기다. 경력 경로 시각화(career pathing), 내부 공모제, 스킬 기반 프로젝트 매칭을 지금 도입해야 경기 회복기의 이탈을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다. “안 떠나는 것”과 “남고 싶은 것”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2026년 하반기 HR의 핵심 과제다.
#이직률#리텐션#인게이지먼트#내부이동성#경력개발#HR트렌드
참고 링크
- 한경비즈니스, “삼성전자 이직률 10%인데…두산에너빌리티·SK하이닉스, 1% 최저 찍었다” (2026)
- Workday, “The Secret to Employee Retention Is Employee Engagement” (2026)
- SHRM, “6 Best Practices for Building an Internal Mobility Strategy” (2026)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