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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노조법 4개월 — 원청 HR이 지금 당장 해야 할 교섭 대응 준비

2026년 3월 10일,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되면서 한국 기업의 노사관계 지형이 달라졌다. 핵심은 단 하나다.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법 시행 한 달 만에 1,011개 하청 노조가 372개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고, 4개월이 지난 7월 현재 그 숫자는 1,168개 노조·441개 원청으로 늘었다.

솔직히, 현장 HR담당자 입장에서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안전보건 규정을 철저히 지키며 하청 현장을 관리해 온 원청이, 그 관리 행위 자체가 ‘실질적 지배력’의 증거가 돼 교섭 의무를 지게 됐다. 안전에 신경 쓸수록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역설이다. 이미 법안 발의까지 나온 상황이지만, 지금 당장 HR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한 줄 요약: 개정 노조법 시행 후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이 87% 이상에 달하면서, HR은 교섭 요구를 받기 전부터 의제별 대응 기준과 내부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1,168

법 시행 4개월, 교섭 요구 하청 노조 수

법무법인 태평양, 2026.07

87%

지방노동위 미공고 시정신청 사건에서 원청 사용자성 인정 비율

법률신문 / 태평양 분석, 2026.07

8

교섭 요구 원청 431곳 중 실제 교섭에 들어간 곳

이데일리, 2026.07

법은 무엇을 바꿨나 — 제2조, 딱 이것만

개정 노조법 제2조 제2호는 ‘사용자’ 정의에 한 문장을 추가했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업주 또는 사업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 기존에는 직접 고용 계약을 맺은 사업주만 사용자였다. 이제는 계약서에 이름이 없어도, 실질적으로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지배한다면 사용자 책임이 따른다.

같은 법 제29조 제1항은 교섭 의무를 규정한다. 사용자로 인정받은 순간, 교섭 요구를 거부하면 제81조 제1항 제3호의 부당노동행위가 된다. 형사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까지 열린다는 점에서, 이건 단순한 노무 이슈가 아니라 경영 리스크다.

지노위·중노위가 그은 선 — 판정 사례로 보는 사용자성 기준

법 시행 후 4개월간 가장 눈에 띄는 패턴은 의제별 차등 인정이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안전·근로환경 의제에서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폭넓게 인정하고, 임금 등 직접적 근로조건에서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사례 — 크레인 기사 노조 vs 건설 원청법 시행 초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타워크레인 기사 노조의 원청 사용자성 인정을 거부했다. 기사들의 전문직 자율성이 높고 원청의 구체적 작업 지시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를 뒤집었다. 안전보건 관련 원청의 관여가 실질적 지배력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중노위가 안전 의제에서 지노위보다 더 넓게 사용자성을 인정한 첫 사례다.

7월 현재 중노위에 접수된 재심 사건은 27건. 중흥건설·중흥토건, 포스코, 인천국제공항공사, 동희오토, 이화학당이 사용자성을 인정받았고, 현대제철·CJ대한통운 사건은 판정 대기 중이다. 판정 결과가 쌓이면서 “어떤 관여 행위가 사용자성을 만드는가”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교섭 요구가 왔을 때 — 단계별 대응 흐름

교섭 요구를 받는 순간부터 시간이 촉박하다. 교섭 공고 시한을 넘기면 곧바로 노동위원회 시정신청으로 이어지고,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그 시점부터 교섭 의무가 발생한다.

Step 1 — 의제 분류 (요구서 수령 즉시)
교섭 요구서를 받은 날 내부 검토팀을 소집한다. 요구 의제가 안전·근로환경인지, 임금·복리후생인지 분류한다. 안전 의제라면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높다는 전제로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한다.

Step 2 — 공고 여부 및 교섭단위 분리 신청 동시 검토
교섭 공고를 보류할 경우 노동위원회가 개입한다. 공고 보류는 사실상 사용자성 다툼 신청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교섭단위 분리 신청도 이 단계에서 함께 검토한다. 하청 노조가 여러 개라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노조법 제29조의2)를 거쳐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Step 3 — 초심 결정 수령 후 48시간 이내 전략 결정
지노위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수용(교섭 착수)·재심 신청·교섭 병행 재심 신청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재심을 신청해도 교섭 의무가 중단되지 않는다는 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재심 중에도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 리스크가 남는다.

Step 4 — 교섭 개시 후 의제별 대응 기준 정립
교섭 테이블에 앉았다고 끝이 아니다. 원청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제(안전장비 기준, 작업중지권 절차 등)와 그렇지 않은 의제(임금 인상률, 복리후생 등)를 명확히 구분해 협상 포지션을 정립한다. 임금 등 직접 근로조건에서까지 원청이 책임을 인정하면 향후 선례가 된다.

원청이 빠지기 쉬운 함정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실수는 안전보건 관리 기록이 사용자성 인정 자료로 쓰이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원청이 하청 현장에 배치한 안전관리자, 원청이 작성한 합동 안전점검 기록, 원청 포털에 업로드된 하청 근로자 출입 로그 등이 “실질적 지배”의 증거로 제출된다. 이 자료들이 없으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리스크가 생기고, 있으면 노조법 사용자성 인정 근거가 된다. 핵심이다 — 이 딜레마를 어떻게 풀 것인가가 2026년 원청 HR의 가장 어려운 숙제다.

두 번째 함정은 교섭단위 분리를 너무 늦게 신청하는 것이다. 하나의 원청 사업장에 복수의 하청 노조가 있는 경우, 교섭단위를 분리하지 않으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통해 단일 교섭 테이블이 구성된다. 복수 노조가 연대해 교섭에 나서면 원청의 협상력이 크게 약해진다. 교섭 요구를 받는 즉시 분리 신청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해야 할 내부 점검

7월 15일 현재,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고 행정소송도 본격화할 조짐이다. 판례와 중노위 판정이 쌓이면서 기준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기업은 불확실성 속에 대응해야 한다. 지금 가능한 내부 점검을 먼저 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 우리 회사가 협력사 근로조건에 어느 범위까지 관여하는지 서면으로 정리했는가
  • 안전보건 관련 하청 관여 기록과 계약서가 어떻게 연동돼 있는지 법무팀과 공유했는가
  • 교섭 요구서 수령 시 72시간 이내 대응 프로세스(담당자·법무·경영진 의사결정 라인)가 문서화됐는가
  • 협력사 계약서에 교섭 의제 관련 원청 면책 조항이 포함돼 있는가 (효력은 별개로 정비는 필요)
  • 사용자성 인정 시 교섭 수용/재심/병행 중 어떤 전략을 쓸지 경영진과 사전 합의했는가
  • 외부 노동법 전문가와 상시 자문 채널이 구축돼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이 체크리스트를 매 분기 한 번씩 CEO 보고서에 포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지금은 인사팀 업무가 아니라 경영 리스크 관리 영역이다.

💡 실무 시사점: 원청 사용자성 인정 비율이 87%에 달하는 지금, 교섭 요구를 받고 나서 대응하는 것은 이미 늦다. 의제별 대응 기준 수립과 교섭단위 분리 신청 타이밍 확보가 HR이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할 두 가지 핵심이다. 안전 관리를 잘 할수록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현재의 역설적 상황은, 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현장 실무자가 직면해야 할 현실이다.

#노란봉투법 #원청사용자성 #교섭대응 #HR실무 #개정노조법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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