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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청 사용자성 인정률 91% — HR이 지금 당장 외주 구조를 감사해야 하는 이유

지난 3월 10일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개정 노조법’, 흔히 노란봉투법)이 시행됐다. 이후 100일이 채 되지 않아 현장에서는 한 가지 숫자가 조용히 퍼져나가고 있다. 노동위원회에 사용자성 판단을 신청한 원청 113곳 중 103곳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91.1%다.

처음 이 법이 통과됐을 때 재계는 ‘교섭 쓰나미’를 우려했다. 실제로는 쓰나미가 아니었다. 하지만 솔직히, 그것이 더 위험하다. 시행 첫 달에 363개 원청이 교섭 요구를 받은 후 4월 42개, 5월 23개로 잦아든 것을 보고 안도한 HR 담당자가 있다면, 지금이 바로 착각을 바로잡을 시점이다. 교섭 요구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이미 요구된 1,161건의 처리 절차가 노동위원회를 통해 차곡차곡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 줄 요약: 원청 사용자성 인정률 91%는 “하청 근로자와 우리는 관계없다”는 기존 HR 인식이 법적으로 이미 무너졌음을 뜻한다. 외주·도급 구조를 감사하지 않은 원청은 교섭 요구가 날아오는 순간 방어선이 없다.

법이 바꾼 ‘사용자’의 경계

개정 노조법 제2조 제2호는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장했다. 이 조항이 핵심이다.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근로조건에 사실상 영향을 미치면 사용자가 된다.

그런데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라는 기준은 생각보다 넓게 해석되고 있다. 6월 15일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자동차가 사내 하청 생산직뿐 아니라 구내식당 조리 직원, 공장 보안·경비 직원에 대해서도 원청 사용자성이 있다고 판정했다. 간접 지원 업무 노동자에게까지 교섭 의무가 인정된 것은 업계에 상당한 충격을 줬다.

판정 — 울산지노위, 현대차 사용자성 인정(2026.6.15.)현대차는 “직접 고용 관계가 없고 임금·인사 등 핵심 근로조건은 각 협력업체가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동위원회는 현대차가 사업장 내 작업 지시 체계, 출입 통제, 작업 환경 설정 등에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봤다. 교섭 대상 조합원 수는 생산·경비·조리·판매 업무 1,675명.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자동차 업종 최초의 사용자성 인정 판정이다.

100일 데이터가 보여주는 실상

1,161

439개 원청에 제기된 교섭 요구 총건수

고용노동부, 2026.6. 시행 100일 현황

91.1%

노동위 판단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률 (113건 중 103건)

노동위원회 판정 통계, 2026.6.

2.6

원청 1개소당 평균 교섭 요구 건수

고용노동부, 2026.6. 시행 100일 현황

핵심이다. 91%라는 인정률은 노동위원회가 “원청이 실질적 지배력을 갖고 있는지” 판단할 때 사실상 원청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시사한다. 재심 사건이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 26건 계류 중이고 포스코, 인천국제공항공사, 고려아연, SK에코플랜트, 현대제철 등 주요 기업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이 구도를 바꾸지 않는다. 재심에서 뒤집혀도 행정소송이 남는다. 법적 불확실성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HR이 놓치고 있는 핵심 — 구조적 통제의 흔적

개인적으로는 이 법의 가장 예리한 부분이 “지배·결정”의 판단 기준에 있다고 본다. 계약서에 “독립 도급”이라고 쓰여 있어도, 실제 현장에서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거나, 근태를 확인하거나, 장비·공간을 제공하면 그 흔적이 사용자성 판단의 증거가 된다.

고용노동부가 2026년 2월 발간한 원·하청 상생 교섭절차 매뉴얼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실질적 지배 요소로 다음을 예시한다.

  • 교대제 편성 및 잔업·특근 승인권
  • 작업 방식·순서·속도 지시 여부
  • 인원 수 조정 요구 가능성
  • 작업 중지·재개 권한
  • 장비·시설·원재료 제공 여부
  • 출입 통제 및 보안 시스템 운영 주체

이 중 하나라도 원청이 사실상 운영하고 있다면, 계약서상 “독립 수급인”이라는 표현은 방어 수단이 되지 못한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외주 구조 감사(Audit)

교섭 요구가 도착한 뒤에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이미 늦다. 사용자성 판단 절차가 시작되면 원청이 제출할 수 있는 자료는 “기존에 어떻게 운영해 왔느냐”가 전부다. 지금 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감사 체크포인트는 크게 두 축이다. 하나는 계약 구조 점검이고, 다른 하나는 현장 운영 실태 점검이다.

계약 구조 점검에서는 현재 사내에 운영 중인 도급·파견·용역 계약을 전수 조사하고, 각 계약에서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시·감독하는 업무 범위를 목록화한다. 특히 단순 설비 관리, 청소, 경비, 식당 운영처럼 “간접 지원 업무”로 분류한 계약들이 실제로는 원청 관리자의 일상적 지시 아래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현장 운영 실태 점검에서는 원청 관리자가 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리는 사례가 있는지 파악하고, 작업 일지·보고 체계·출퇴근 기록이 원청 시스템에서 통합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이런 흔적이 있다면 사용자성 인정 여지가 매우 높다.

체크리스트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사내 도급·파견·용역 계약 전수 목록 작성 완료
  • 원청 관리자가 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지시하는 업무 유무 확인
  • 교대제·잔업·특근 승인 주체가 원청인지 하청인지 계약·실무 모두 확인
  • 장비·시설·원재료 제공 현황 및 그 법적 의미 검토
  • 출입 통제·보안 시스템 운영 주체 명확화
  • 간접 지원 업무(식당·경비·청소) 계약의 실질 지배 여부 별도 검토
  • 법률팀·노무 전문가와 사용자성 리스크 수준 1차 평가 완료

도급 계약 재설계 —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감사 결과 사용자성 인정 여지가 높은 계약이 확인됐다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계약 구조를 실질적으로 바꾸거나, 교섭에 대비한 전략을 미리 수립하는 것이다.

계약 구조 재설계의 방향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것이어야 한다. 업무 지시 체계를 하청 관리자를 통하도록 정비하고, 원청의 직접 지시를 차단하는 절차를 계약서에 명시하며, 이를 실제로 현장에서 운영해야 한다. 계약서만 바꾸고 현장이 그대로라면 나중에 더 불리한 증거가 된다.

반면, 구조 재설계가 어렵거나 사업 효율을 해치는 경우라면 교섭을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고 협상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편이 낫다.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교섭 의무는 원청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사항”에 한정된다. 즉, 모든 근로조건을 다 교섭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원청이 실제로 통제하는 사항만 교섭 대상이 된다. 이 범위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협상력의 출발점이다.

이 숫자를 방치하면 생기는 일

중노위에서 재심이 진행 중인 26건 중 포스코,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제철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특정 업종이나 규모에 국한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자동차, 철강, 공항 운영, 건설 — 복잡한 하도급 구조를 가진 산업 전반에 걸친 이슈다.

이건 좀 다른 각도에서도 봐야 한다.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단순히 교섭 테이블에 앉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교섭이 결렬될 경우 하청노조는 쟁의행위를 할 수 있고, 그 대상은 원청 사업장이 된다. 노란봉투법 제2조 제5호는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폭넓게 정의하고, 사용자성이 인정된 원청은 합법적 쟁의 행위의 상대방이 된다. 사업장 가동 차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 실무 시사점: 노란봉투법 100일의 교훈은 “교섭 요구 건수”가 아니라 “사용자성 인정률”에 있다. 91%라는 수치는 외주·도급 구조를 가진 모든 원청이 잠재적 교섭 의무자임을 뜻한다. HR은 지금 계약서를 꺼내 현장 운영 실태와 대조하고, 법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교섭 요구가 도착한 뒤의 대응은 방어일 뿐이다.

#노란봉투법 #원청사용자성 #하도급HR #단체교섭 #개정노조법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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