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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을 멈추고 조직을 다시 보라 — ‘인재 전쟁’ 패러다임의 종말

더 뽑으면 나아질까 — 채용 확대의 역설

인도 금융·보험(BFSI) 업계는 2030년까지 약 25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동시에 생성형 AI 도입으로 은행 운영 생산성을 최대 46% 끌어올릴 수 있다는 EY 추정치도 나왔다. 숫자만 보면 장밋빛이다. 그런데 현장의 반응은 의외로 조용하다. 사람도 늘었고, 기술도 들어왔는데 왜 성과 곡선은 꿈쩍도 하지 않는 걸까.

문제는 “인재 전환(talent conversion)”에 있다. 채용 속도, AI 시스템 배포, 디지털 전환 예산 — 이 세 가지는 빠르게 늘어난다. 반면 직무 재설계, AI 중심 워크플로 재편, 관리자의 변화 리더십, 온보딩 이후 실질 역량 활성화는 여전히 제자리다. McKinsey는 이를 두고 “정밀함이 아닌 덩치로 승부하려는 것”이라 진단했고, KPMG는 리스킬링과 인간-기계 협업이 생산성의 진짜 동력이라고 지적한다.

이 현상은 인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IT·금융 대기업도 매년 대규모 공채를 진행하지만, 신규 인력의 조기 이탈률(1년 내 퇴사)은 여전히 높고 팀 단위 생산성 지표는 채용 규모에 비례하지 않는다. 사람을 더 넣는다고 조직이 나아지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한 줄 요약: 인재 확보 전쟁에서 이기는 법은 더 많이 뽑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사람을 다르게 쓰는 것이다.

숫자로 보는 채용-성과 괴리

25만

인도 BFSI 2030 신규 일자리 전망

People Matters / 2026

46%

생성형 AI 도입 시 은행 운영 생산성 증가 잠재치

EY 추정 / 2026

65%

Z세대가 ‘의미 있는 업무’를 최우선 직장 선택 기준으로 꼽은 비율

Deloitte Global Gen-Z Survey / 2025

‘인재 전쟁’이라는 프레임을 의심하라

1997년 McKinsey가 만들어낸 “War for Talent”이라는 표현은 거의 30년간 HR의 공리(公理)처럼 작동했다. 좋은 인재는 바깥에 있고, 먼저 데려오는 쪽이 이긴다는 논리다. 그러나 MIT Sloan Management Review의 최근 분석은 이 프레임 자체에 의문을 던진다.

핵심 주장은 세 가지다. 첫째, 외부 영입 중심 전략은 비용 대비 효과가 점점 떨어진다. 경력직 채용 단가는 매년 상승하고, 영입 후 정착률은 내부 승진자보다 낮다. 둘째, 조직의 경쟁력은 개별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라 팀 단위의 역량 조합에서 나온다. 셋째, 정규직·계약직·긱워커를 아우르는 “인력 생태계(workforce ecosystem)” 관점으로 전환해야 유연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한국 맥락으로 옮기면 이야기는 더 절실해진다. 대기업은 여전히 상·하반기 공채라는 20세기 모델을 고수하면서, 동시에 경력직 시장에서 ‘연봉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중소·중견 기업은 대기업에 인재를 빼앗기는 구조적 열위에 놓여 있고, 그 대응책은 다시 “더 높은 연봉 제시”뿐이다. 이 악순환의 출구는 외부 채용에 쓰는 에너지의 일부를 내부 육성·재배치로 돌리는 것이다.

사례 — 국내 제조업 A사2024년 연간 경력직 채용 예산 12억 원을 집행했으나, 영입 인력 중 38%가 1년 내 퇴사했다. 2025년부터 예산의 절반을 내부 직무전환 프로그램(리스킬링 부트캠프, 사내 공모제)으로 재배분한 결과, 같은 기간 핵심 인재 이탈률이 22%에서 11%로 감소했다. 외부에서 찾던 답이 내부에 있었던 셈이다.

Z세대가 조직에 던지는 질문

2026년, Z세대(1997~2012년생)는 전 세계 노동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인구 집단이 되었다. 이들의 등장은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라 조직이 ‘일’을 정의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도전이다.

Z세대가 직장에서 우선시하는 가치는 명확하다. 의미 있는 업무(meaningful work), 유연한 근무 형태(flexible scheduling), 소속감(belonging) — 이 세 가지가 연봉보다 앞선다. 기존 고용 모델이 “좋은 조건을 내걸면 사람이 온다”는 전제 위에 서 있었다면, Z세대는 “내가 이 조직에서 왜 일해야 하는지 납득시켜 달라”고 요구한다.

이 변화는 한국에서 더 극적이다. MZ세대 담론이 범람하면서도 실제 조직 운영에서 달라진 건 별로 없다. 여전히 연공서열 중심 보상체계, 획일적 출퇴근 시간, “회사가 시키면 하는 것”이라는 암묵적 규범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2025년 기준 20~30대 직장인의 평균 근속연수는 2.3년으로, 10년 전(3.8년) 대비 40% 가까이 줄었다. 조직이 세대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무리 뽑아도 떠난다.

내부 인재 생태계 — 실행 프레임워크

그렇다면 “이미 있는 사람을 다르게 쓴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세 가지 축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직무 재설계(Job Redesign)

AI와 자동화가 기존 업무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사람이 해야 할 일의 정의가 바뀌어야 한다. 단순 반복 업무에서 해방된 인력을 판단·조정·창의 영역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를 “할 일 목록”에서 “이 포지션이 만들어내는 가치” 중심으로 재작성해야 한다.

2. 내부 이동성(Internal Mobility)

사내 공모제, 프로젝트 기반 TF, 교차 부서 로테이션 — 이런 제도가 형식적으로는 존재하지만, 실제로 작동하는 조직은 드물다. 내부 이동이 활성화되려면 “이탈”이 아닌 “성장”으로 인식되는 문화가 먼저다. 부서장이 팀원의 이동을 막는 순간, 내부 인재 시장은 죽는다.

3. 인력 생태계(Workforce Ecosystem) 설계

정규직만이 ‘우리 사람’이라는 관점을 넘어, 계약직·프리랜서·외부 전문가·파트타임을 포함한 통합적 인재 풀을 운영해야 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파견·도급·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한 다층적 고용 형태가 이미 현실이므로, 이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프레임이 필요하다.

한국 조직이 지금 점검해야 할 것

글로벌 트렌드를 한국 현장에 그대로 이식하는 건 위험하다. 다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채용 파이프라인에 들이는 비용과 에너지의 최소 30%를 내부 육성·재배치 인프라로 전환하는 것이 첫 단추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 1년간 채용한 인력 중 예상 성과를 내고 있는 비율은 몇 %인가?” “내부에서 직무를 전환한 사람의 정착률과 외부 채용 인력의 정착률은 어떻게 다른가?” “우리 조직에서 Z세대가 1년 안에 떠나는 이유 상위 3가지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데이터로 답할 수 없다면, 인재 전략이 아니라 채용 관성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실무 시사점: 채용 규모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조직 경쟁력이 올라가지 않는다. 직무 재설계, 내부 이동성 강화, 인력 생태계 관점의 전환이 동반되어야 한다. 올해 하반기 인력계획을 세울 때, ‘몇 명을 뽑을 것인가’ 이전에 ‘지금 있는 사람을 어떻게 다르게 쓸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인재관리 #채용전략 #내부육성 #직무재설계 #인력생태계 #Z세대 #HR전략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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