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내정 취소는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 단,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은 아니다. 최종 합격 통보 이후 채용을 취소했을 때,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근로계약 성립 여부와 취소 사유의 정당성을 함께 따진다. 최근 5건의 판정·판결을 비교하면 어떤 경우에 인정되고 어떤 경우에 기각되는지 기준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 줄 요약: 합격 통보가 떨어진 순간 근로계약은 시작된다 — 채용내정 취소 5건 중 3건이 부당해고로 인정됐고, 갈림길은 ‘근로계약 성립 시점’과 ‘서면통지 의무(근로기준법 제27조)’였다.
“합격입니다” — 그 문자 한 통의 무게
2024년 어느 날 오전 11시 56분, 구직자 B씨에게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합격을 통보합니다. 다음 주 월요일 출근하시면 됩니다. 연봉은 1억 2000만원입니다.” 두 차례 면접을 무사히 통과하고 마침내 받은 최종 합격 통보였다.
그런데 4분 후인 낮 12시, 같은 번호에서 다시 문자가 왔다. “죄송합니다만 채용을 취소하겠습니다.” 이유도 없이. 사전 예고도 없이. B씨는 노동위원회 문을 두드렸고, 사건은 법원까지 갔다.
2025년 12월 18일 서울행정법원(사건번호 2025구합52952)은 이를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비슷해 보이는 사건에서 법원이 정반대 결론을 내린 사례들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채용내정 취소가 부당해고가 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그 경계는 어디인가.
법이 말하는 채용내정의 성격 — “해약권 유보부 근로계약”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채용내정을 “해약권이 유보된 근로계약”으로 정의해왔다. 풀어 쓰면 이렇다. 합격 통보가 전달되는 순간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다. 단, 사용자에게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이 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 권한이 예비적으로 남겨져 있다.
이 법리가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근로관계가 성립한 이상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따라서 채용내정 취소는 실질적으로 해고이고, 해고의 절차적 요건(서면통지 의무, 근로기준법 제27조)을 갖춰야 한다. 둘째, “해약권 유보”는 무제한이 아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행사하면 부당해고가 된다.
그렇다면 정당한 사유는 무엇이고, 언제 근로계약이 성립했다고 볼 것인가. 실제 판정례 5건을 보면서 답을 찾아보자.
부당해고로 인정된 사건 3건
사건 ① 합격 4분 뒤 문자 취소 —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2952 (2025.12.18)
앞서 소개한 바로 그 사건이다. A사는 두 차례 면접을 거쳐 B씨에게 합격을 통보하고 출근 일자와 연봉까지 안내했다. 4분 후 “채용 취소” 문자를 보냈을 때 회사가 내세운 주장은 하나였다. “자회사 C사가 별도 사업장이라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에 해당하므로, 근로기준법 부당해고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사와 C사가 실질적으로 동일 사업장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채용 절차를 거쳐 합격 통지를 한 이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했다”며, 문자 한 통으로 아무 사유도 적시하지 않은 채용 취소는 근로기준법 제27조(서면통지 의무) 위반의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사건 ② 입사 9일 전 이메일 “내부 사정” — 서울행정법원 2023구합62922 (2024.8.23)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HRBP(HR Business Partner) 직위로 채용을 확정한 근로자에게, 입사 예정일(2022년 9월 26일) 9일 전인 9월 7일 이메일을 보냈다. “회사 내부 사정으로 채용내정을 취소합니다.” 연봉 협상도 끝났고 입사 예정일도 정해진 상태였다.
초심(서울지방노동위원회)과 재심(중앙노동위원회)은 회사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행정법원은 달랐다. “면접 합격, 연봉 협상, 입사예정일 설정이 이루어진 이상 회사의 채용 의사가 외부적으로 명확히 표명된 것”이라며 근로계약 성립을 인정했다. “내부 사정”이라는 추상적 이유는 근로기준법 제27조가 요구하는 구체적 사유를 담은 서면통지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회사의 재심판정 취소 청구는 기각됐다.
사건 ③ 구두 한 마디로 취소 — 중앙노동위원회 중앙2019부해476 (2019.7.3)
의료법인 산하 병원이 채용 확정 후 근로자에게 구두로 통보했다. “우리 병원과 맞지 않는 것 같다. 입사는 없던 것으로 해달라.” 서면 통지는 없었다. 이유도 구체적이지 않았다.
중노위는 정당한 사유도 없고 절차도 지키지 않은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복직 명령과 해고기간 임금 지급 명령이 함께 내려졌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핵심 포인트는 하나다. 구두 통보는 어떤 경우에도 적법한 채용 취소가 될 수 없다.
채용내정 취소가 허용된 사건 2건
사건 ④ 합격 공고 후 과거 징계 이력 발견 — 대구지방법원 2024구합22206 (2024.11.13)
대구미술관이 2023년 3월 관장직 공개채용을 공고했다. 근로자는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과하여 4월 5일 임용후보자로 공고됐다. 그런데 공고 직후 해당 근로자의 과거 징계 이력이 언론에 연이어 보도됐다. 미술관은 4월 19일 “전력조회 결과 부적격”을 사유로 내정을 취소했다.
근로자는 이미 합격 통지를 받은 이상 근로계약이 성립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유는 세 가지였다. ① 채용공고에 “결격사유 발견 시 합격·채용 취소 가능”이 명시되어 있었다. ② 신원조회 등 검증 절차가 완료되어야 비로소 근로계약이 성립하는 구조였다. ③ 공공기관 관장직이라는 직위의 특수성상 엄격한 검증이 필요했다. 법원은 임용후보자 발표는 최종 채용이 아닌 조건부 단계라고 판단했다.
사건 ⑤ 항소심도 같은 결론 — 대구고등법원 2024누12666 (2025.5.23)
위 사건(2024구합22206)의 항소심이다. 근로자는 “채용공고의 취소 조항이 일방적이고 불공정하다”며 항소했으나 기각됐다. 항소심도 동일하게 판단했다. “채용 공고에 결격사유 시 취소 가능을 명시하고, 신원조회라는 후속 검증 절차가 예정된 경우에는 그 절차가 완료되기 전까지 근로계약이 성립하지 않는다.” 취소의 형식이나 방법이 별도로 문제되지 않은 것은 애초에 계약 성립 자체가 부정됐기 때문이다.
5건이 드러낸 판단 기준 — 무엇이 달랐는가
인정된 3건과 기각된 2건을 나란히 놓으면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판단 구조가 선명해진다.
- 근로계약 성립 여부가 먼저다. 연봉 협상, 출근 일자 안내, 구체적 직위 확정이 이루어졌다면 계약이 성립했다고 본다. 반면 “임용후보자” 발표처럼 후속 검증 절차가 예정된 경우에는 그 완료 전까지 성립을 부정한다.
- 채용공고에 취소 조건이 명시됐는지가 핵심 변수다. “결격사유 발견 시 취소 가능”이 공고문에 있다면, 그 조건의 발생은 해약권 행사의 정당한 근거가 된다.
- 서면통지는 절대적 요건이다. 이유를 구두로만 전달했거나 “내부 사정”처럼 추상적으로 적었다면, 그 자체로 근로기준법 제27조 위반이다.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도 구체적 사유 없이 “취소” 한 줄만 있다면 마찬가지다.
- 5인 미만 사업장 주장은 통하기 어렵다. 자회사를 별도 법인으로 내세워 규모를 줄이려 해도, 실질적으로 동일 사업장이라면 근로기준법이 그대로 적용된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채용을 진행하는 쪽에서, 그리고 채용을 받는 쪽에서 각각 챙겨야 할 항목들이다.
채용 담당자 체크리스트
- 채용공고에 “신원조회·전력조회 결과 결격 시 채용 취소 가능” 문구를 명시하라. 없으면 취소 사유가 발생해도 법적 리스크가 남는다.
- 연봉 협상·출근 일자 안내를 했다면 이미 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봐야 한다. 취소가 필요하다면 구체적 사유와 시기를 서면(이메일 포함)으로 명확히 통지해야 한다.
- “내부 사정” “경영 환경 변화” 같은 표현은 서면통지로 인정받기 어렵다. 사유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 계열사·자회사 소속으로 채용해도, 실질 지배력이 있다면 같은 사업장으로 판단된다. 5인 미만 방어 전략은 신중해야 한다.
구직자 체크리스트
- 합격 통보를 받은 시점부터 근로관계가 성립했을 가능성이 있다. 연봉, 출근 일자, 직위가 확정됐다면 특히 그렇다.
- 채용 취소를 통보받으면 즉시 서면 증거를 보존하라. 문자, 이메일, 카카오톡 전부 캡처해둬야 한다.
- 서면통지 없이 구두로만 취소 통보가 왔다면, 그 자체로 절차 하자가 있는 해고다. 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 입사 전이라도 노동위원회 구제 대상이 된다. 복직이 여의치 않으면 금전보상 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사건 요지 — 합격 4분 뒤 문자 취소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2952(2025.12.18). 합격 통지 4분 뒤 “채용을 취소하겠습니다” 문자만 보낸 사용자에 대해, 법원은 합격 통보로 근로계약이 성립했다고 보고 근로기준법 제27조(서면통지 의무) 위반의 부당해고로 판정했다.
사건 요지 — 임용후보자 단계 취소는 적법 대구지방법원 2024구합22206(2024.11.13). 채용공고에 “결격사유 발견 시 합격·채용 취소 가능”이 명시되고 신원조회 등 후속 검증이 예정된 경우, 임용후보자 발표는 조건부 단계로 보아 근로계약 성립을 부정했다.
실무 포인트 — 합격 통보 후 수집할 증거 연봉·출근 일자·직위가 확정된 문자/이메일을 캡처해 보존하라. 구두 통보뿐이라도 채용 절차의 세부 사실을 기록하면, 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 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핵심 증거가 된다.
주의 — “5인 미만” 방어는 통하지 않는다 자회사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5인 미만을 주장해도, 실질적으로 동일 사업장이면 근로기준법이 그대로 적용된다(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2952). 형식적 분리에 의존한 채용 취소 전략은 위험하다.
한 줄 정리
합격 통보가 떨어진 순간 근로계약은 이미 시작됐다. 그 취소에는 정당한 사유와 서면통지가 필요하다. 채용공고에 조건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사용자에게 남은 해약권은 매우 좁다.
💡 판례의 시사점:
① 합격 통보 = 근로계약 성립. 연봉·출근 일자·직위가 확정됐다면 그 순간부터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
② 서면통지는 “절대 요건”이다. 근로기준법 제27조는 구체적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요구한다. “내부 사정” 같은 추상 표현은 통하지 않는다.
③ 채용공고가 곧 해약권 범위를 정한다. “결격사유 시 취소 가능” 문구가 없다면 사용자에게 남은 해약권은 매우 좁다.
#채용내정취소#부당해고#서면통지의무
자주 묻는 질문
Q. 채용내정 취소도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나요?
네. 합격 통보 후 근로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인정되면, 취소는 해고에 해당합니다. 해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Q. 합격 통보를 구두로 받았을 때도 근로계약이 성립하나요?
근로계약은 서면이 아니어도 성립합니다. 연봉, 출근 일자, 직위가 구체적으로 확정됐다면 구두 합격 통보만으로도 계약 성립을 인정한 판례가 있습니다.
Q. 채용공고에 “결격사유 시 취소 가능” 문구가 없어도 취소할 수 있나요?
취소는 가능하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서면으로 구체적 사유와 시기를 통지해야 합니다. 사유가 불충분하거나 통지가 없으면 부당해고가 됩니다.
Q. 5인 미만 사업장이면 채용내정 취소가 자유로운가요?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부당해고 제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자회사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도 실질적으로 동일 사업장이면 적용됩니다.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52952가 그 예입니다.
Q. 채용내정 취소 통보를 문자로 받았는데 아무 이유도 없었어요.
이유를 명시하지 않은 채용 취소는 근로기준법 제27조(서면통지 의무) 위반입니다. 문자·이메일이라도 구체적 사유 없이 “취소” 한 줄만 있으면 절차 하자가 있는 부당해고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