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의 50%, 그 천장이 6만 명을 거리로 내몬다
삼성전자 반도체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OPI’는 월급만큼이나 익숙한 단어다. 초과이익성과급(Overall Profit Incentive). 사업부가 목표 이상의 이익을 내면 그 초과분 일부를 돌려주는 제도인데, 문제는 개인 수령액에 연봉의 50%라는 상한이 걸려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가 역대급 호황을 누려도 내 통장에 찍히는 숫자는 같다 — 노조가 “이건 구조적 착취”라고 말하는 이유다.
한 줄 요약: 쟁점은 OPI 상한 폐지의 적용 범위. 노조는 전 사업부, 사측은 DS(반도체) 부문 한정 조건부. 6만 명 공동투쟁본부 93.1% 찬성으로 5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 예고. 증권가 추산 손실은 최대 10조 원. 결과는 한국 대기업 성과급 제도의 기준점이 된다.
3월 27일, 사흘간의 집중교섭이 다시 결렬됐다.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이미 93.1%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한 상태. 5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만약 현실화되면, 2024년 7월 창사 이래 첫 파업에 이어 불과 2년 만에 두 번째다.
93.1%
쟁의행위 찬반투표 찬성률
공동투쟁본부 발표
18일
5월 21일부터 예정된 총파업 기간
공동투쟁본부 예고
10조 원
증권가 추산 총파업 시 최대 손실
증권가 추정치
사흘 만에 깨진 교섭 — 무엇이 평행선이었나
양측의 입장을 표로 정리하면 갈등의 구조가 선명해진다.
- 노조 요구: 기본급 7% 인상(이후 5%로 양보), OPI 상한 전면 폐지,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 공개
- 사측 제안: 총 6.2% 임금 인상, 자사주 20주 지급, DS(반도체) 부문 한정으로 영업이익률 10% 달성 시 OPI 상한 폐지, 상한 초과분은 주식으로 전환
결국 쟁점은 ‘OPI 상한 폐지를 전 사업부에 적용할 것인가, DS 부문에만 조건부로 적용할 것인가’로 좁혀졌다. 노조 최승호 위원장은 교섭 중단 직후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직원들에게도 구조적 보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사측은 적자 사업부에까지 상한을 풀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교섭 중단과 함께 지방노동위원회에 사측의 불성실 교섭(부당노동행위) 진정을 제기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81조 제3호는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거나 해태(게을리함)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2024년 파업과 무엇이 다른가
2024년 7월의 첫 파업은 상징적이었지만, 솔직히 실질적 타격은 크지 않았다. 참여 인원이 1,000명 미만에 그쳤고, 생산 차질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은 판이 다르다.
- 조합원 규모: 2024년에는 전삼노 단독이었지만, 이번에는 3개 노조가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했다. 6만 명 이상의 조합원이 하나의 지휘 체계 아래 움직인다.
- 찬성률: 쟁의행위 찬반투표 찬성률 93.1%. 노조법 제41조는 조합원 과반수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 찬성을 요구하는데(과반이면 합법), 93%는 조합원 내부의 결의가 얼마나 단단한지를 보여준다.
- 개정 노조법 효과: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조법 제2·3조로 원청의 교섭 의무가 확대됐다. 삼성전자 직접 고용 근로자의 분쟁이니 직접 적용 사안은 아니지만, 전체 노동 지형에서 노조의 협상력이 강화된 분위기가 교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외부 변수: 이란 사태로 유가와 환율이 요동치는 상황. 반도체 수출이 한국 전체 수출의 37%를 차지하는 만큼, 삼성전자 생산 중단은 국가 경제 이슈로 번질 수 있다.
성과급은 단체교섭 대상인가 — 법적 쟁점
사측이 흔히 쓰는 논리가 있다. “성과급은 경영권 사항이지 교섭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일관되게 부정해왔다. 상여금·성과급이 근로조건에 해당하며 단체교섭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확립된 판례 법리다. 대법원은 삼성전자 목표 인센티브(OPI) 사건(대법원 2021다248299, 2025년 1월 선고)에서 목표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인정해 퇴직금 산정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핵심 논리는 이렇다 — 성과급이 근로자의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한, 사용자는 교섭을 거부할 수 없다.
노조법 제2조 제5호는 노동쟁의를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정의한다. OPI 산정 기준과 상한선은 임금의 핵심 구성 요소이므로, 이를 둘러싼 쟁의는 법적으로 정당한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주의 — ‘성과급은 경영권’ 논리는 위험 사측이 흔히 쓰는 “성과급은 경영권 사항”이라는 방어 논리는 대법원 2021다248299 판결로 사실상 차단됐다. 성과급을 근로조건이 아닌 시혜로 간주해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제3호)로 2년 이하 징역·2천만 원 이하 벌금까지 가능하다(제90조).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삼성전자 사례는 대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과급·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는 모든 사업장에 시사점을 던진다.
- 성과급 제도 설계 시: 상한선·산정 기준을 일방적으로 정하면 분쟁의 씨앗이 된다. 제도 도입 단계에서부터 근로자 대표와 협의하고, 산정 방식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 교섭 거부 리스크: 성과급을 ‘경영권 사항’으로 치부하며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제3호) 판정을 받을 수 있다. 과태료뿐 아니라 2년 이하의 징역도 가능하다(노조법 제90조).
- 쟁의행위 대응 체크리스트: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사업장은 대체근로 제한(노조법 제43조), 직장폐쇄 요건(노조법 제46조), 필수유지업무 협정(해당 시) 등을 사전에 점검해야 한다.
- 불성실 교섭 판단 기준: 형식적으로 교섭 테이블에 앉되 실질적 양보 없이 시간만 끄는 것도 ‘교섭 해태’로 볼 수 있다. 교섭 일지를 상세히 기록하고, 각 회차에서 구체적 제안을 제시했는지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실무 포인트 — 교섭 일지를 남겨라 형식적으로 테이블에 앉되 실질적 양보 없이 시간을 끄는 것도 ‘교섭 해태’로 볼 수 있다. 각 회차의 구체적 제안 내용·양측 입장 변화·중단 사유를 일지로 기록해 두면, 추후 부당노동행위 다툼에서 결정적 증거가 된다.
10조 손실 vs. 보상 구조 혁신 — 누가 먼저 움직이나
증권가는 삼성전자 총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최대 10조 원의 손실을 추산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한번 멈추면 재가동까지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2018년 평택공장이 정전으로 단 28분 멈췄을 때 500억 원이 날아갔다. 18일간의 파업이라면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그러나 노조 안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는 있다. “5조를 날릴 만큼 성과급이 급한가”라는 조합원의 질문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파업은 양날의 검이다 — 회사뿐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파업 기간의 임금 손실이라는 대가가 따른다.
5월 21일까지 남은 시간은 약 두 달. 노사 모두에게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 사측이 OPI 제도의 구조적 개편에 나설 것인지, 노조가 조건부 타협으로 방향을 틀 것인지.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분쟁의 결과가 한국 대기업 성과급 제도의 기준점이 될 거라는 사실이다. 삼성이 움직이면 시장 전체가 따라간다 — 늘 그래왔듯이.
💡 시사점:
① 쟁점은 ‘범위’다. OPI 상한 폐지 자체가 아니라, 전 사업부냐 DS 한정이냐가 평행선의 핵. 적자 사업부 처우 문제로 번지면 다른 대기업도 같은 질문에 직면.
② 성과급은 단체교섭 대상. 대법원 2021다248299 판결로 성과급의 임금성과 교섭 대상성이 확립됐다. ‘경영권 사항’ 방어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③ 삼성이 움직이면 시장이 따라간다. 결과는 한국 대기업 성과급 제도의 기준점. 다른 인사 담당자도 자사 성과급 산정·상한 구조를 미리 점검할 시점.
#삼성전자#OPI#성과급#단체교섭#부당노동행위
자주 묻는 질문
Q. 연봉의 50%, 그 천장이 6만 명을 거리로 내몬다, 어떻게 되나요?
삼성전자 반도체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OPI’는 월급만큼이나 익숙한 단어다.. 초과이익성과급(Overall Profit Incentive).
Q. 사흘 만에 깨진 교섭 — 무엇이 평행선이었나?
양측의 입장을 표로 정리하면 갈등의 구조가 선명해진다..
노조 요구: 기본급 7% 인상(이후 5%로 양보), OPI 상한 전면 폐지,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 공개
사측 제안: 총 6.2% 임금 인상, 자사주 20주 지급, DS(반도체) 부문 한정으로 영업이익률 10% 달성 시 OPI 상한 폐지, 상한 초과분은 주식으로 전환
결국 쟁점은 ‘OPI 상한
Q. 2024년 파업과 무엇이 다른가?
2024년 7월의 첫 파업은 상징적이었지만, 솔직히 실질적 타격은 크지 않았다.. 참여 인원이 1,000명 미만에 그쳤고, 생산 차질도 거의 없었다.
Q. 성과급은 단체교섭 대상인가 — 법적 쟁점, 어떻게 되나요?
사측이 흔히 쓰는 논리가 있다.. “성과급은 경영권 사항이지 교섭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일관되게 부정해왔다.
Q.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어떻게 되나요?
삼성전자 사례는 대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성과급·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는 모든 사업장에 시사점을 던진다.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