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채용 시장에서 가장 흔하게 들리는 하소연이 있다. “사람이 안 뽑혀요.” 공고를 올려도 지원자 질이 떨어지고, 겨우 뽑아도 6개월 안에 나간다. 그래서 연봉을 올리고, 채용 브랜딩에 투자하고, 헤드헌터 수수료를 더 얹는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 순환 자체가 질문을 잘못 던진 결과라고 본다.
진짜 질문은 이거다. “이 자리를 꼭 외부에서 데려와야 하나?” 글로벌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외부 채용에만 의존하는 조직은 이미 구조적으로 비용 열위에 놓여 있다. 내부 육성과 외부 인력 생태계를 동시에 설계하는 쪽이 인재 확보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
한 줄 요약: 외부 채용 의존도를 줄이고 내부 육성 + 외부 생태계 조율 역량을 갖춘 조직만이 인재 전쟁에서 살아남는다.
외부 채용의 가격표가 말해주는 것
“좋은 사람은 돈을 줘야 온다”는 명제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문제는 그 ‘돈’의 규모가 내부 육성 대비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커졌느냐다. 2026년 링크드인 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외부에서 스킬을 사오는 비용은 내부 육성 대비 최대 6배에 달한다. 업스킬링 비용은 외부 채용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 맥락에서 이 격차는 더 극적이다. 2025년 하반기 주요 기업 신규채용 계획 조사에서, 채용 계획을 수립한 기업은 37.2%로 전년 대비 5.3%p 하락했다. 반면 “채용 없음” 응답은 24.8%로 7.3%p 올랐다. 기업들이 외부 채용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시장 자체가 외부 채용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 대기업 HR의 상당수는 아직도 “공채 → 현장 배치 → 알아서 적응”이라는 70년대식 파이프라인에 갇혀 있다. 그 파이프라인이 막히기 시작했는데도 대안 설계는 뒷전이다.
6배
외부 스킬 확보 비용 vs 내부 육성 비용
LinkedIn Talent Report / 2026
38%
미국 전체 인력 중 비정규·외부 기여자 비율
Staffing Industry Analysts / 2025
83%
내부 채용 비중 확대 계획을 밝힌 글로벌 기업
Gitnux Talent Management Report / 2026
“사겠다”에서 “키우겠다”로 — 전환의 경제학
내부 인재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전체 포지션의 27%를 내부 이동으로 채우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공석률이 19% 감소했다. 이건 좀 놀라운 숫자다. 채용 공고 하나 올리지 않고도 빈 자리 5개 중 1개를 메꿀 수 있다는 의미니까.
ROI도 명확하다. L&D(학습·개발) 투자의 성과를 분석 기반으로 추적하는 기업은 평균 53%의 투자 수익률을 보고하고 있고, 임원 코칭의 경우 1달러 투자 대비 7.9달러를 회수한다. AI 훈련에 집중한 조직은 18개월 내 평균 340%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도 흐름은 감지된다. 2026년 정부가 ‘중소기업 인재 키움 프리미엄 훈련’ 사업을 신설한 건, 외부 채용만으로는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정책적 판단이 깔려 있다. 문제는 대기업이다. 교육훈련비를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보는 CFO가 한국에 얼마나 있을까.
인력 생태계라는 새로운 지도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야 한다. 내부 육성만으로도 부족하다. 현재 조직의 업무 중 30% 이상이 이미 외부 기여자—프리랜서, 컨설턴트, 플랫폼 워커, 파트너사 인력—에 의해 수행되고 있다. 글로벌 프리랜서 비율은 전체 인력의 46.6%, 약 15.7억 명에 달한다.
이건 좀 아쉽다. 한국 HR은 아직 “정규직 vs 비정규직”이라는 이분법에 갇혀 이 생태계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위계적 고용 관계만 관리하면 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내부 직원, 긱 워커, 외부 파트너를 하나의 ‘인력 생태계’로 보고 의도적으로 조율(orchestrate)하는 역량이 핵심이다.
사례 — 글로벌 제조업 A사미국 간호 시설 데이터를 분석한 NBER 연구에 따르면, 정규직 고용과 스팟 마켓(단기 인력 시장) 노동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시설이 수요 불확실성에 더 잘 대응했다. 경쟁 시장에서는 오히려 정규직 과잉 고용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어, 의도적인 혼합 전략 없이는 비용 비효율이 구조화된다.
한국 HR이 내일 아침 바꿔야 할 것
65%의 글로벌 기업 리더가 향후 2년 내 비정규 인력 활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긱 이코노미 시장은 2025년 5,820억 달러에서 2034년 2.1조 달러로 성장이 전망된다. 이 흐름이 한국에 도착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런데 한국 HR은 준비가 되어 있나? 솔직히 대부분 아니다. ‘인력계획’이라고 하면 여전히 “내년에 몇 명 뽑을까”가 전부인 조직이 많다. 인력 생태계 관점에서의 설계 — 어떤 역할은 내부에서 키우고, 어떤 역할은 외부 전문가와 프로젝트 단위로 협업하고, 어떤 역할은 AI로 대체할지 — 이 지도를 그리는 HR은 극소수다.
핵심이다: 채용 공고를 올리기 전에 “이 역할의 최적 조달 방식이 뭔가”를 묻는 것. 그게 2026년 인력계획의 첫 번째 질문이어야 한다.
결국 남는 건 설계 역량이다
이 글의 논지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채용은 인력 확보의 ‘한 가지’ 수단일 뿐이며, 그것만 잘하는 HR은 이미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내부 육성 시스템을 만들고, 외부 생태계를 조율하고, 그 둘 사이의 비율을 역할별로 설계하는 것 — 이게 앞으로 HR의 존재 이유가 된다. “사람을 뽑는 부서”에서 “인력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부서”로의 전환. AI가 채용 프로세스를 자동화할수록, 정작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이 설계 판단이다.
내일 아침 채용 요청서가 올라오면, 승인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만 물어보자. “이 자리, 정말 밖에서 데려와야 하나?”
💡 실무 시사점: 채용 의뢰가 들어올 때 ‘내부 이동 가능 인력 스캔 → 업스킬링 소요 기간 산정 → 외부 조달 비용 비교’를 3단계 체크리스트로 제도화하라. 인력계획 수립 시 정규직/외부전문가/AI 자동화 비율을 역할 단위로 명시하는 ‘인력 포트폴리오 맵’을 도입하라.
#인재육성#내부채용#인력생태계#리스킬링#채용전략#HR전략
참고 링크
- SHRM, “Rethinking Talent: Why HR Must Build, Not Just Buy” (2026)
- MIT Sloan Management Review, “The Future of Work Is Through Workforce Ecosystems” (2025)
- MIT Sloan Management Review, “Workforce Ecosystem Orchestration: A Strategic Framework” (2025)
- LinkedIn, “5 Must-Know Statistics from the 2026 LinkedIn Talent Report” (2026)
- NBER, “The Labor Market as an Equilibrium Newsvendor Problem” (2025)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