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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관리자가 무너지면 조직이 무너진다 — 매니저 역할 재설계가 필요한 이유

팀장 A씨는 오전 9시 회의로 하루를 시작한다. 11시엔 본부장 보고, 오후엔 팀원 면담 두 건, 퇴근 직전에 야근 요청 메일이 들어온다. 집에 가서도 슬랙 알림을 확인한다. “관리자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그런데 정말 당연한 걸까?

한 줄 요약: 매니저가 무너지면 팀이 무너지고, 팀이 무너지면 조직이 무너진다. 이제 답은 매니저 역할 재설계다 — 야근 유형 분류, 역할 정의서, 피플 매니지먼트 KPI까지 묶어서.

한국 중간관리자, OECD 최장 노동시간의 실체

HR인사이트가 정리한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중간관리자의 업무시간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유연근무 활용률은 오히려 2021년 12.9%에서 2024년 11.5%로 떨어졌다. 일본(36.6%)의 3분의 1 수준이다. 코로나 이후 “사무실 복귀”가 대세가 되면서, 유연근무라는 카드마저 손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11.5%

2024년 한국 유연근무 활용률 (2021년 12.9%에서 하락)

HR인사이트 / OECD 비교

61%

HR 전문가가 답한 “관리자 절반도 안 되는 사람만 저성과자 관리

SHRM 2024

63 vs 28%

매니저 효과성에 따라 갈리는 직원 몰입도

SHRM 2024 / 1,456명 조사

개인적으로는 여기가 핵심이다. 야근의 원인은 단순히 “일이 많아서”가 아니다. 야근에도 유형이 있다. 회의·보고서처럼 피할 수 없는 필수 야근, 퇴근 후 다시 불려오는 관성 야근, 24시간 가동 업종의 구조적 야근, 그리고 “열심히 하면 인정받는다”는 분위기가 만드는 문화적 야근. 대부분의 조직은 이 네 가지를 구분하지 않고, 전부 “업무 특성”이라는 한마디로 묶어버린다.

솔직히 이건 좀 불편한 진실이다. 문화적 야근은 성과와 무관한 경우가 많다. 팀장이 안 가니까 팀원도 못 가고, 팀원이 있으니 팀장도 자리를 지킨다. 악순환이다.

매니저의 61%는 ‘저성과자 관리’에 실패하고 있다

SHRM이 2024년 발표한 연구가 흥미로운 숫자를 던진다. HR 전문가의 61%가 “우리 조직 관리자 중 절반도 안 되는 사람만이 저성과자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룬다”고 답했다. 미국 근로자 1,45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관리자가 “매우 효과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64%에 그쳤다. 28%는 “그저 그렇다”, 8%는 “비효과적”이라고 했다.

여기서 진짜 무서운 건 그다음 숫자다. 관리자가 효과적이라고 느끼는 직원 중 63%가 “조직에 깊이 몰입한다”고 답했는데, 관리자가 효과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직원은 28%만 몰입한다고 답했다. 매니저 한 사람의 역량이 조직 몰입도를 두 배 넘게 갈라놓는 거다.

주의 — “승진했으니 알아서” 모델의 한계 한국은 미국보다 위계가 강하고 매니저 체계 교육은 더 부족한 편이다. “승진했으니 알아서 관리하라”는 식 접근이 여전히 다수인데, 매니저 한 사람의 역량이 직원 몰입도를 두 배 넘게 갈라놓는다는 데이터를 보면 —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직무 설계 부재다.

한국 상황에 대입하면 더 심각해진다. 미국보다 위계가 강하고, 매니저에 대한 체계적 교육은 더 부족한 편이니까. 실무자 입장에서 보면, “승진했으니 알아서 관리하라”는 식의 접근이 아직 대다수다.

재교육 투자 없이는 채용으로 해결 안 된다

HR인사이트 2026년 5월호가 던지는 메시지도 같은 맥락이다. 채용 시장이 얼어붙을수록, 이미 있는 사람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가 HR의 핵심 과제가 된다. “새로 뽑으면 되지”라는 말이 통하던 시절은 지났다.

문제는 재교육의 방향이다. 실무 스킬 업데이트?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손봐야 할 건 매니저 역할 자체의 재정의다. SHRM 데이터에서 관리자의 43%가 “역할과 책임이 불명확하다”고 답했고, 33%는 “업무 과중”을 호소했다. 역할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교육을 시켜봤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한국 기업 HR의 가장 큰 사각지대라고 본다. 매니저 교육이라고 하면 리더십 워크숍, 코칭 스킬, 커뮤니케이션 과정 같은 걸 떠올리는데 — 정작 “이 사람이 하루에 뭘 해야 하는지”를 정의하는 작업은 빠져 있다.

실무 체크리스트: 매니저 역할 재설계 5단계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정리했다.

  • 1단계 — 업무 로그 분석: 매니저가 실제로 하루를 어떻게 쓰는지 2주간 기록한다. 회의, 보고, 면담, 실무, 행정 비율을 뽑는다.
  • 2단계 — 야근 유형 분류: 필수·관성·구조적·문화적 야근을 구분한다. 문화적 야근이 전체의 30%를 넘으면 조직 문화 개입이 필요하다.
  • 3단계 — 역할 정의서 작성: “팀장은 ○○을 한다”를 A4 한 장 이내로 정리한다. 여기에 없는 업무는 위임하거나 없앤다.
  • 4단계 — 피플 매니지먼트 KPI 도입: 저성과자 면담 횟수, 팀원 성장률, 이직률 같은 사람 관리 지표를 매니저 평가에 넣는다.
  • 5단계 — 분기 1회 역할 리뷰: 역할 정의서를 분기마다 점검한다. 사업 환경이 바뀌면 매니저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실행 팁 — 1단계와 3단계를 묶어서 5단계를 한꺼번에 시작하기 어렵다면 업무 로그 2주 + 역할 정의서 A4 한 장만 묶어서 한다. 이 두 가지가 끝나면 4·5단계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평가 시즌이 아니라 다음 분기 시작 시점에 도입하는 게 저항이 적다.

솔직히, 이 다섯 단계가 혁신적인 건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걸 다 하고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1단계조차 안 한다.

방향은 보인다, 실행이 문제다

LG경영연구원도 2024년 보고서에서 “중간관리자의 절반 이상이 번아웃을 호소한다”고 진단했다. 선택적 근무제를 도입하면 야근이 최대 25% 줄어든다는 데이터도 있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거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만 짚자면, 매니저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팀의 성과 환경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재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팀원 야근을 줄이는 것도 매니저 KPI가 되어야 하고, 매니저 자신의 야근을 줄이는 것도 조직의 책임이어야 한다.

💡 실무 시사점 — 매니저 역할 재설계 출발점:

① 야근 유형 분류부터. 필수·관성·구조적·문화적 4종으로 나눠 측정. 문화적 야근이 30%를 넘으면 조직 개입.

② 역할 정의서 A4 한 장. “팀장은 ○○을 한다” 명문화. 여기에 없는 업무는 위임·삭제. 모호한 역할로는 교육도 의미 없다.

③ 피플 매니지먼트 KPI. 저성과자 면담 횟수·팀원 성장률·이직률을 평가에 반영. 사람 관리는 부수업무가 아니라 핵심 직무다.

#매니저역할재설계 #야근유형분류 #피플매니지먼트KPI #성과환경설계자

답이 완전히 나온 건 아니다. 다만, 매니저가 무너지면 팀이 무너지고, 팀이 무너지면 조직이 무너진다는 건 이제 데이터가 증명한다. 그걸 알면서도 매니저 역할을 방치하는 건, 솔직히 경영의 태만이다.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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