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회에서 조용히 통과된 법안 하나가 노동계를 들끓게 했다. 일부 택시 기사에게 주 40시간 적용을 사실상 면제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었다. 표면상 이유는 “주40시간제 정착”이었지만, 실제로는 간주근로시간을 대폭 낮춰 초과근로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든 것이었다. 택시라는 특수 업종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잠깐, 우리 회사 근로계약서와 취업규칙을 다시 꺼내 보면 어떨까. 비슷한 구조가 은근히 많다.
한 줄 요약: 주40시간 예외(특례·간주·포괄)는 택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6년 임금체불 처벌이 5년 이하로 강화되고 실제 근로시간 측정 의무가 들어오면서, 흐릿한 운영은 직접 리스크가 된다. 계약서·취업규칙·근태 시스템 3단계 점검이 핵심.
문제는 “예외”가 너무 많다는 것
근로기준법은 원칙적으로 주 40시간, 연장 포함 52시간을 상한으로 정해놓는다. 그런데 이 원칙에는 구멍이 여럿 있다. 실무자 입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것만 세 가지다.
첫째, 59조 특례업종. 육상운송(노선버스 제외), 수상운송, 항공운송, 보건업, 기타 운송관련 서비스업 — 이 다섯 개 업종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하면 주 12시간 연장한도를 초과할 수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근무 종료 후 다음 근무 시작 전까지 반드시 11시간 연속 휴식을 줘야 한다. 이 조건을 실제로 지키고 있는 사업장이 얼마나 될까.
둘째, 간주근로시간제. 택시처럼 실제 근로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 일정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간주시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다. 실제로 10시간 일하는데 간주시간이 8시간으로 돼 있다면, 2시간의 노동은 임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이번 택시발전법 개정 논란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간주시간을 주 40시간 미만으로 설정할 수 있게 열어줌으로써 임금 계산 기준 자체를 낮추는 효과를 낸다.
셋째, 포괄임금제. 실무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구조다. 기본급에 연장·야간·휴일 수당을 미리 포함시키는 방식인데, 실제 연장근로 시간이 계약서에 명시된 범위를 초과하면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업장이 이 기준을 무시하거나, 근로자가 이를 모른 채 지나친다.
2026년, 규제가 강해졌다
올해부터 달라진 것이 있다. 임금체불에 대한 형사처벌 상한이 “3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하 징역”으로 올라갔다. 단순한 숫자 변화 같아 보이지만, 반복 체불 사업주에 대한 명단 공개와 신용 제재가 함께 강화된 것까지 더하면 체감 강도는 다르다. 포괄임금 범위를 제대로 설정하지 않거나, 연장근로 실적을 기록하지 않은 사업장에는 직접 리스크가 된다.
게다가 “실제 근로시간 측정 및 기록에 관한 규정”이 새롭게 들어오면서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을 실제 발생 시간 기준으로 기록하는 의무가 생겼다. 포괄임금이라는 이유로 출퇴근 기록을 흐릿하게 관리해온 사업장에는 직접적인 변화 요인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규정이 모든 사업장에 당장 적용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근로시간을 실제로 측정하고, 수당을 실제 기준으로 지급하라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주의 — 임금체불 5년 이하 + 명단 공개 2026년부터 임금체불 형사처벌이 3년 → 5년 이하 징역으로 상향, 반복 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신용 제재까지 결합됐다. 포괄임금 운영 중인데 연장근로 기록이 흐릿한 사업장은 신고 한 번으로 형사·민사·이미지 3중 타격. 이번 달 임금대장 점검이 1순위.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이 되는 순간
현장에서 종종 놓치는 포인트가 있다. 대기시간 문제다. 휴게시간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근로시간에서 빠지지 않는다. 법원과 고용부 해석 모두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지휘·감독 아래 있는 대기는 근로시간”이다.
예를 들어, 대기 중에도 호출에 응해야 하는 콜센터 직원, 시설물 관리 직원, 의료 보조 인력 등은 대기시간이 사실상 근로시간일 수 있다. 사업장이 이를 휴게로 처리하고 있다면 잠재 분쟁 요소가 된다. 분쟁이 생겼을 때 “원래 그렇게 해왔다”는 관행은 방어가 안 된다.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어야 하고, 실제로도 그래야 한다.
59조 특례를 적법하게 운용하는 세 가지 조건
해당 업종에서 59조 특례를 활용하고 있다면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① 업종 코드 확인. 한국표준산업분류(KSIC) 기준으로 실제 사업장의 업종이 특례 대상에 해당하는지 확인한다. 비슷해 보이는 업종이라도 분류 코드가 다르면 적용이 안 된다.
② 서면합의의 실질성.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가 형식적이면 무효다. 실질적인 협의 과정이 있었는지, 근로자대표가 적법하게 선출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지정한 ‘대표’와의 합의는 법적 효력이 없다.
③ 11시간 연속 휴식의 실제 보장. 이게 가장 많이 어기는 부분이다. 근무표상 11시간이 확보돼 있다고 해도, 실제 근무 연장이나 비공식 출근 요청으로 이 시간이 지켜지지 않으면 위반이다. 시스템 기록으로 확인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실행 팁 — 대기시간 vs 휴게시간 구분 기준 분쟁 시 핵심 질문은 “호출에 응할 의무가 있는가, 자유롭게 사업장 밖으로 나갈 수 있는가”. 콜센터·시설관리·의료보조처럼 호출 대기가 일상인 직무는 휴게로 처리하면 위험. 취업규칙에 “자유 이용” 명시 + 실제 이용 가능한 환경 조성 + 출입 기록상 자유 이동 증거 — 3박자가 갖춰져야 휴게시간으로 인정.
HR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실무 체크리스트
- 포괄임금제를 사용 중이라면 근로계약서에 연장근로 시간 범위가 명시돼 있는지 확인 (예: “월 20시간 범위 내 포괄”)
- 실제 연장·야간·휴일 근로 기록이 남는 시스템이 있는지 점검 (엑셀 수기 기록은 위험)
- 대기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처리 중인 직무가 있다면 “자유 이용” 가능 여부를 재검토
- 59조 특례를 적용 중인 사업장이라면 11시간 연속 휴식 준수 여부를 주기적으로 확인
- 택시·버스·보건 업종 계열사나 협력업체가 있다면 해당 사업장의 근로시간 구조도 같이 파악
- 2026년 최저임금 10,320원 기준으로 근로계약서 임금 재검토 (수습기간 감액 적용 여부 포함)
이번 택시발전법 논란이 “남의 업종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면,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간주근로를 낮춰 임금 기준을 내리는 구조, 포괄임금이라는 이름으로 실제 근로를 흐릿하게 처리하는 관행, 대기를 휴게로 포장하는 방식 — 이것들은 택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우리 회사 근로계약서 안에 이미 비슷한 구조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2026년부터는 그 구조가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답은 아직 없다. 다만 방향은 보인다. 실제 근로를 실제 기록으로, 실제 임금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지금 만들어야 한다.
💡 실무 시사점 — 주40시간 예외 운영 점검 3가지:
① 포괄임금 = 차액 정산 의무. 약정 범위 초과분은 무조건 추가 지급. 근로계약서에 “월 N시간 범위” 명시 안 됐으면 약정 자체가 흔들린다.
② 59조 특례는 11시간 연속휴식이 생명. 서면합의·근무표 형식만으로는 부족, 시스템 기록으로 실제 보장 입증.
③ 대기시간은 자유이용 입증 책임 사용자에게. 호출 의무가 있으면 근로시간. 취업규칙·환경·기록 3박자로 자유성 입증.
#포괄임금#근로기준법59조#간주근로#대기시간
참고 링크
- 매일노동뉴스, “‘공짜노동’ 금지한다는 정부, 택시는 예외로 하겠다는 국회?” (2026)
- Glosign 블로그, “2026년 달라지는 근로기준법 개정, 인사담당자 필수 가이드” (2026)
- 노무 실무 칼럼, “휴게시간 특례 제대로 알기 — 대기시간은 근로시간? 59조 적용 체크리스트” (2025)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