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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률은 올랐는데 절반이 떠나려 한다 — 연봉 ‘협상’이라는 이름의 통보

올해 직장인 평균 연봉 인상률이 7.5%를 찍었다. 지난해 5.4%에서 2.1%p나 뛴 수치다. 물가상승률 2.6%를 감안해도 실질 인상률이 5% 가까이 된다. 그런데 이 숫자를 받아든 직장인의 58.9%가 “불만족”이라 답했고, 52.9%는 협상이 끝나자마자 퇴사 충동을 느꼈다. 더 많이 올랐는데 왜 더 화가 나는 걸까. 이 역설의 답은 금액이 아니라 ‘협상’이라는 단어 자체에 있다 — 한국의 연봉 협상은 대부분 협상이 아니라 통보이며, 직장인의 분노는 숫자가 아닌 발언권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한 줄 요약: 인상률이 역대급으로 올라도 불만이 줄지 않는 이유는, 한국의 연봉 ‘협상’이 실질적으로 일방 통보이기 때문이다.

더 많이 올랐는데 왜 더 불만인가

직장인 1,305명을 대상으로 한 2026년 연봉 협상 결과 조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숫자들 사이의 긴장이다.

7.5%

평균 연봉 인상률 전년 5.4% 대비 +2.1%p

인크루트 직장인 1,305명 조사 (2026.2)

58.9%

협상 결과 불만족 응답 비율

인크루트 동일 조사 (2026.2)

52.9%

협상 직후 퇴사 충동 경험

인크루트 동일 조사 (2026.2)

92.5%

퇴사 충동자 중 연봉 사유 이직 계획

인크루트 동일 조사 (2026.2)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평균 인상률은 5.4%, 불만족은 64.7%였다. 올해 인상률이 39%나 뛰었으니 불만족이 확 줄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불만족은 58.9%로, 겨우 5.8%p 줄었을 뿐이다. 인상률 1%p를 더 쏟아부을 때마다 불만족이 2.8%p씩 줄어드는 셈인데, 이 비율대로면 불만족을 30%대로 낮추려면 인상률이 18%를 넘어야 한다. 돈으로 불만을 사는 게 이렇게 비효율적이라면, 애초에 불만의 원인이 돈이 아닐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협상 테이블에 앉는 사람은 10명 중 4명이다

이 조사에서 조용히 묻혀 있는 숫자가 하나 있다. 전체 응답자 중 연봉 협상을 “진행했다”고 답한 비율이 40.7%라는 것이다. 나머지 59.3%는 협상 자체가 없었다. 지난해에는 그나마 49.9%가 협상을 했으니, 1년 만에 협상 기회 자체가 9.2%p 줄어든 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숫자가 인상률이나 만족도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 40.7%라는 수치는 한국 직장인 10명 중 6명이 자기 연봉에 대해 한 마디도 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뜻이다. ‘협상’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지만, 실제로는 회사가 정한 숫자를 통지받는 절차에 가깝다. 유럽에서는 직장인의 70%가 급여 협상을 경험하고, 미국에서도 협상을 시도한 사람의 약 3분의 2가 원하는 수준을 얻는다. 한국에서는 협상 테이블에 앉을 자격 자체가 제한되어 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이 격차가 더 선명해진다.

77.0%

공기업·공공기관 인상 비율 전년 대비 -3.0%p

인크루트 (2026.2)

67.1%

대기업 인상 비율 전년 대비 -9.3%p

인크루트 (2026.2)

55.2%

중소기업 인상 비율 전년 대비 -5.2%p

인크루트 (2026.2)

공기업은 77%가 인상을 받았지만 중소기업은 55.2%에 그쳤다. 21.8%p 차이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이 격차가 19.6%p(공기업 80% vs 중소 60.4%)였다.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인상률 7.5%라는 평균은 일부가 크게 올린 숫자가 나머지를 끌어올린 결과일 뿐, ‘모두가 더 받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23.5%의 이의제기, 그리고 48%의 성공률

이 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데이터는 따로 있다. 연봉 협상 결과에 조정을 요청한 직장인이 23.5%였고, 그중 48%가 실제로 추가 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솔직히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놀랐다. 거의 절반의 성공률이다. 동전 던지기 확률인데, 대부분의 직장인이 이 동전을 던져보지도 않는다. 58.9%가 불만족이라 답했지만 조정을 신청한 건 23.5%뿐이다. 단순 계산으로, 불만족한 사람 중 60% 이상이 불만을 품은 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데이터가 말하는 구조 불만족자 58.9% 중 조정 신청자 23.5%. 신청자 중 48%가 추가 인상. 이 수치를 조합하면, 전체 협상 참여자의 약 11.3%만이 실제로 자기 목소리를 내서 결과를 바꿨다. 나머지 88.7%는 회사가 제시한 숫자를 그대로 수용했다 — 만족하든 불만족하든.

여기서 묘한 패턴이 드러난다. 시스템은 목소리에 반응한다. 이의를 제기하면 절반 가까이 성공한다. 그런데 대다수의 직장인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건 개인의 소심함이라기보다는, 한국 기업 문화에서 연봉에 이의를 제기하는 행위가 암묵적으로 금기시되어 온 결과다. “제시된 금액에 감사히 서명하라”는 무언의 압력이 존재하는 것이다.

침묵하고, 서명하고, 떠나는 사이클

조정 신청 대신 직장인들이 택하는 선택지는 분명하다 — 이직이다. 퇴사 충동을 느낀 52.9%92.5%가 연봉을 이유로 이직을 계획한다고 답했다. 협상 테이블에서 말하는 대신,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건 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현 직장에서 “연봉을 더 달라”고 말하는 건 못 하면서, 다른 회사 면접에서는 희망 연봉을 제시한다. 같은 사람이, 같은 요구를, 현 직장에서는 하지 못하고 채용 시장에서는 한다. 발언권의 부재가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 조직 구조의 문제라는 증거다.

이 사이클의 비용은 양쪽 모두에게 크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상률을 7.5%까지 올렸는데도 핵심 인력이 빠져나간다. 직원 입장에서는 새 직장에서 또다시 같은 ‘통보 의식’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퇴사 충동 비율이 52.2%였고 올해 52.9%다. 이직해도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는 의미다.

대기업 인상률이 가장 크게 흔들린 이유

규모별 데이터에서 의외의 패턴이 보인다. 인상 비율이 가장 크게 떨어진 곳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9.3%p)중견기업(-8.8%p)이다. 중소기업은 -5.2%p, 공기업은 -3.0%p에 그쳤다.

이건 직관에 반한다. 경기가 어려우면 중소기업부터 타격을 받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인상받는 사람의 비율’이 더 급격히 줄었다. 반면 인상받은 사람의 평균 인상률은 7.5%로 전체적으로 높아졌다. 이걸 종합하면 하나의 그림이 나온다 — 소수에게 더 많이 주고, 다수에게는 동결을 통보하는 양극화가 대기업에서 더 극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극화 신호 전년 대비 인상률은 +2.1%p 올랐지만 인상 받은 사람의 비율-5.3%p 줄었다. 동결 비율은 +6.7%p 증가. 파이가 커진 게 아니라, 같은 파이를 더 적은 사람이 더 크게 가져간 것이다.

대기업에서 이런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건, 성과급 중심의 보상체계가 자리잡으면서 ‘일률 인상’ 관행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성과 상위권은 두 자릿수 인상을 받고, 중간층 이하는 동결이나 소폭 인상에 머문다. 평균 7.5%라는 숫자는 이 양극단의 산술평균일 뿐, 중간에 서 있는 대다수의 체감과는 거리가 있다.

통보 의식은 왜 해마다 반복되는가

한국의 연봉 결정 구조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대부분의 기업이 호봉제성과연봉제든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설계한 테이블에 따라 연봉을 결정한다. 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시장가치를 근거로 금액을 제시하고 조율하는 과정 — 영미권에서 말하는 salary negotiation — 이 구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둘째,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의 영역이다. 개별 근로자가 연봉을 ‘협상’할 법적 프레임워크가 약하고, 실제로 개별 교섭력을 행사하려면 노동조합을 통하거나 이직 카드를 꺼내는 수밖에 없다. 올해 협상 진행률이 40.7%에 불과한 것은 이 구조적 한계의 반영이다.

셋째, 연봉 정보의 비대칭이다. 동료가 얼마를 받는지, 같은 직무의 시장 임금이 얼마인지 알기 어렵다. 비교 기준이 없으니 “내가 적게 받는 건지, 적절히 받는 건지”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 조정 신청을 하려 해도 “얼마를 더 달라”고 말할 숫자의 근거를 만들기 어렵다. 23.5%만이 이의를 제기하는 배경에는 이런 정보 불균형이 깔려 있다.

이 세 가지가 합쳐지면 ‘통보 의식’이 완성된다. 회사가 설계한 테이블 → 개별 교섭 프레임워크 부재 → 임금 정보 비대칭. 직원은 제시된 숫자를 받아들이거나 떠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52.9%가 퇴사 충동을 느꼈다는 건 절반 이상이 ‘떠나기’를 심각하게 고려했다는 뜻이고, 23.5%만 조정을 신청했다는 건 ‘받아들이기’가 압도적 다수의 선택이라는 뜻이다.

협상을 협상답게 만드는 세 가지 전환

인상률 7.5%는 기업이 돈을 아끼지 않았다는 신호다. 그런데 그 돈이 만족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보상 총량이 아니라 보상 과정을 손봐야 한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 직장인에게 필요한 건 더 큰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다.

💡 실무 시사점 — HR이 이번 분기에 점검할 3가지:

① 조정 신청 채널을 공식화하라. 현재 23.5%만 조정을 신청하고 그중 48%가 성공한다는 건, 비공식 경로를 아는 소수만 혜택을 본다는 뜻이다. 연봉 통지서에 ‘이의신청 절차와 기한’을 명시하는 것만으로 voice gap을 줄일 수 있다.

② 임금 밴드를 공개하라. 직무별·직급별 임금 범위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직원은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합리적 근거로 대화할 수 있다. 정보 비대칭이 해소되면 ‘무조건 불만’이 ‘조건부 수용’으로 바뀐다.

③ 퇴사 충동 데이터를 리텐션 지표로 전환하라. 52.9%의 퇴사 충동은 경고등이다. 연봉 협상 직후 pulse survey를 실시해 불만의 원인이 금액인지 과정인지 진단하고, 조정 채널 안내와 연결하면 이직 의사결정 이전에 개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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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데이터가 말하는 건 단순하다. 한국 기업의 연봉 ‘협상’은 이름만 협상이지, 실제로는 통보와 수용의 반복이다. 인상률을 아무리 높여도 이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직원의 절반은 계속 떠나려 할 것이다. 48%의 조정 성공률은 시스템이 목소리에 반응할 수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느냐, 아니면 침묵과 이직의 사이클을 방치하느냐다.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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