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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부족이라는 착각 — 이미 있는 인력을 왜 못 보는가

올해 들어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같은 말을 한다. “사람이 없다.” 제조업 현장은 만성적인 구인난에 시달리고, 서비스업은 주말 인력을 못 구해 영업시간을 줄인다. 그런데 정작 고용 통계를 열어보면 이상한 장면이 펼쳐진다. 한국의 55~64세 고용률은 70.5%로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고령층 경제활동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했다. OECD 전체 고용률도 70.3%로 사상 최고다. 일할 사람이 역대급으로 많은데, 왜 기업들은 ‘사람이 없다’고 외치는 걸까.

한 줄 요약: 기업이 외치는 ‘인력 부족’은 대부분 임금 조건과 고령 인력 활용 전략의 실패에서 비롯되며, 채용 파이프라인 확대보다 기존 인력의 가치 재설계가 먼저다.

‘인력 부족’이라는 단어가 가리는 것

이코노미스트지는 2025년 3월 보도에서 도발적인 주장을 내놨다. “노동력 부족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고용주들이 ‘인력난’을 호소하지만, 실제로는 충분한 임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사람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해결책은 복잡한 정책 패키지가 아니라, 시장 가격에 맞는 임금을 지불하는 것이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인력부족률은 3.3%인 반면, 300인 이상은 1.6%에 그친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업무 난이도’가 아니라 ‘보상 수준’이다. 소규모 사업체(5~29인) 평균 연봉 4,495만 원, 대기업(300인 이상) 7,296만 원. 2,801만 원이라는 격차 앞에서 구직자의 선택은 합리적이다. 솔직히, 이 격차를 놓고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일을 안 하려 한다”고 말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것에 가깝다.

70.5%

한국 55~64세 고용률 (역대 최고)

통계청, 2025

1,000만 명+

한국 고령층 경제활동인구 (사상 첫 돌파)

통계청, 2025

2,801만 원

대기업 vs 소규모 사업체 연봉 격차

고용노동부, 2025

64.6%

OECD 55~64세 평균 고용률

OECD, 2024

고용 시장의 지형이 바뀌었다

선진국 노동시장의 지형은 지난 20년 사이 근본적으로 변했다. 이코노미스트가 2026년 1월 보도한 분석에 따르면, 과거 높은 실업률로 유명했던 국가들이 지금은 사상 최고 고용률을 기록하고 있다. 성별 고용 격차가 줄어들면서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이 가속화됐고, 동시에 남성 근로자의 직업 정체성과 직종 전환 문제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OECD 데이터는 이 변화를 숫자로 확인해준다. 2000년에서 2024년 사이, 45~64세 연령대의 고용률은 OECD 평균 9.3%p 상승했다. 특히 여성의 변화가 극적인데, 50~54세 여성 고용률은 10.4%p, 55~59세 여성은 무려 18.5%p나 올랐다. “고령 근로자는 비생산적”이라는 오래된 편견이 데이터 앞에서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한국도 이 흐름 안에 있다. 2025년 5월 기준 55~79세 경제활동참가율은 60.9%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그런데 이건 좀 아쉽다 —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난 고령 인력을 한국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HR 담당자는 말을 아낀다. 대다수 고령 근로자는 경비, 청소, 단순 서비스직에 몰려 있고, 이전 직장에서 쌓은 전문성을 살리는 재배치는 드물다.

고령 인력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다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의 최근 연구는 고령 인력에 대한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고령화된 인구가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에 대해, 실증 데이터에서는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국가들이 오히려 성장 둔화를 겪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핵심은 자동화 기술의 도입이다. 고령화가 빠른 국가일수록 자동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채택했고, 기술이 인구 변화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는 것을 넘어 이미 그렇게 작동하고 있었다.

미국의 경우, 2026년 고령 근로자 수는 4,210만 명에 이르며 이는 전체 노동인구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 베이비부머 세대 전원이 60세를 넘긴 시점에서, 이 인구를 ‘퇴장 예정 인력’으로 취급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무모하다.

사례 — 일본·아이슬란드의 선택OECD 통계에 따르면, 60~64세 고용률이 84%를 넘는 국가가 있다. 아이슬란드와 일본이다. 일본은 2013년 ‘고령자 고용안정법’ 개정 이후 65세까지 의무 고용을 정착시켰고, 최근에는 70세까지 취업 기회 확보를 ‘노력 의무’로 확대했다. 뤽셈부르크(21% 미만)와의 격차가 60%p를 넘는다는 것은, 고령 인력 활용이 정책과 기업 전략의 문제이지 생물학적 한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임금 테이블을 다시 펼쳐야 하는 이유

인력 부족 담론의 이면에는 임금 구조의 왜곡이 있다. 한국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시간당 임금은 65.2%에 불과하고,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53% 수준에 머문다. 157만 원이라는 월급 차이가 만드는 건 단순한 불만이 아니다. 구조적인 인력 이탈이다.

중소기업이 “사람을 못 구한다”고 말할 때, 그 기업이 제시하는 보상 패키지는 어떤 수준인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대기업 하위 25%의 연봉이 4,224만 원인데, 소규모 사업체 상위 25%가 4,982만 원이라는 건 흥미로운 교차 지점이다. 중소기업도 보상을 재설계하면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나는 임금 수준 자체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임금 외 보상 — 유연근무, 성장 기회, 업무 자율성 — 을 패키지로 묶는 설계의 문제다.

특히 고령 근로자에게 이 설계는 더욱 중요하다. 이들이 원하는 건 반드시 높은 연봉이 아닐 수 있다. 전문성을 인정받는 직무, 유연한 근무 형태, 체력에 맞는 업무 강도. 이런 조건을 세밀하게 설계하면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인력 확보가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기업 대부분이 고령 인력 재배치를 ‘복지’로 접근하는 한 이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본다. 이건 복지가 아니라 인력 전략이다.

채용 공고를 내리기 전에

인력 부족은 대부분 ‘사람의 부족’이 아니라 ‘전략의 부족’이다. OECD 38개국에서 고용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기업이 사람을 못 구한다면 그건 시장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기업이 제시하는 조건이 시장 가격에 미치지 못하거나, 이미 조직 안에 있는 인력의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고령 경제활동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 지금, HR의 역할은 구인 공고를 더 많이 올리는 것이 아니다. 기존 인력의 직무를 재설계하고, 연령대별 보상 패키지를 차별화하며, 고령 근로자의 전문성을 조직 지식으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핵심이다 — 채용은 전략의 마지막 수단이어야 하지, 첫 번째 반응이어서는 안 된다.

💡 실무 시사점: 인력 부족을 호소하기 전에 세 가지를 점검하라. 우리 회사의 보상 수준은 동일 업종 시장가와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가. 55세 이상 근로자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직무 설계가 있는가. 채용 이전에 내부 인력 재배치를 검토했는가. 답이 불분명하다면, 문제는 인력 시장이 아니라 HR 전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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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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