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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올려도 떠나는 사람들 — 리텐션의 진짜 열쇠는 ‘성장 경로’에 있다

연봉 올려도 떠나는 사람들, 진짜 이유를 묻고 있는가

이직을 고민하는 직원에게 “뭐가 불만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돈”이라고 답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40대 정규직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직 고려자의 61.5%가 ‘금전 보상 불만족’을 1순위로 꼽았다. 그래서 기업은 성과급을 올리고, 스톡옵션을 걸고, 리텐션 보너스를 설계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인센티브를 높여도, 이직률은 떨어지지 않는다.

이건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인도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바자즈 라이프의 CHRO도 같은 말을 했다. “높은 인센티브만으로는 이탈을 막을 수 없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의 분석은 더 직접적이다. 퇴직자의 60% 이상이 ‘경력 발전 기회 부족’을 이유로 꼽았고, 수평적 경력 이동 기회가 연봉보다 리텐션 예측력이 2배 이상 높았다.

결국, 돈은 떠나는 ‘핑계’였고, 진짜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성장이 보이지 않는 조직에서, 돈은 떠나는 속도를 늦출 뿐 방향을 바꾸지 못한다.

한 줄 요약: 직원이 떠나는 진짜 이유는 연봉이 아니라 ‘성장이 보이지 않아서’다 — 내부 이동 경로를 설계하고 관리자를 코치로 전환해야 리텐션이 작동한다.

숫자가 말하는 것: 인센티브의 한계, 성장의 힘

60%+

퇴직자가 ‘경력 발전 기회 부족’을 이직 사유로 선택

BCG, 2025

2

수평적 경력이동 기회의 리텐션 예측력이 보상 대비

BCG, 2025

70%

직원 몰입도 차이 중 직속 관리자 품질에 귀속되는 비율

Gallup, 2025

45%

적절한 인정을 받은 직원의 2년 내 이직률 감소

Gallup·Workhuman, 2025

이 숫자들을 조합하면 하나의 그림이 나온다. 보상은 ‘위생 요인’이지 ‘동기 요인’이 아니다. 급여가 시장 평균 이하면 불만이 터지지만, 시장 평균 이상으로 올려도 몰입이 생기지 않는다. 진짜 몰입을 만드는 건 “이 조직에서 내가 어디로 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한국 기업의 맹점: 수직 승진만 남은 경력 사다리

글로벌 리서치에서 ‘내부 이동(internal mobility)’이라 부르는 것은 단순한 부서 이동이 아니다. 직무 전환, 프로젝트 참여, 수평 이동, 역할 확장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문제는 한국 기업 대부분이 경력 경로를 ‘승진’이라는 단일 축으로만 설계한다는 점이다.

대리에서 과장, 과장에서 차장. 이 사다리를 타지 못하면 “성장이 멈췄다”고 느낀다. 하지만 승진 자리는 구조적으로 제한돼 있다. 피라미드 상층부로 갈수록 자리는 줄어들고, 승진하지 못한 80%의 직원은 매년 같은 자리에서 “올해도 안 됐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이 메시지가 반복되면, 능력 있는 사람부터 떠난다.

BCG는 이를 ‘인재 역설(talent paradox)’이라 불렀다. 인재를 확보하려고 채용에 막대한 비용을 쓰면서, 정작 내부에서 수평이동으로 채워지는 포지션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비싼 값에 데려온 사람이 내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떠나고, 내부에서 묵묵히 성과를 내던 사람은 “기회가 없다”며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관리자가 코치가 되어야 하는 이유

갤럽의 2025년 글로벌 직장 보고서는 충격적인 데이터를 하나 던졌다. 전 세계 직원 몰입도가 20%로 떨어졌다. 2020년 팬데믹 이후 최저치다. 더 주목할 점은 관리자 몰입도가 2024년 27%에서 2025년 22%로 급락했다는 사실이다. 관리자가 지쳐 있는 조직에서 직원이 성장을 느끼기는 어렵다.

사례 — 보험업계의 리텐션 실험인도 바자즈 라이프의 CHRO는 보험 영업직 대량 이탈 문제를 분석하며, ‘일선 관리자가 가장 중요한 리텐션 변수’라고 규정했다. 핵심 발견은 이랬다. 성과표(scorecard)만 들이미는 관리자 아래에서는 이탈률이 높았고, 힘든 시기에 코칭을 제공하는 관리자 아래에서는 직원이 버텼다. 목표(target)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목표의 공정성과 달성 가능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하는 관리자의 역할이 이탈을 결정했다.

이건 보험 영업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갤럽이 반복적으로 확인한 데이터에 따르면, 직원 몰입도 편차의 70%가 직속 관리자의 품질로 설명된다. 한국 기업에서 팀장이 하는 일을 떠올려보자. 보고서 검토, 실적 관리, 임원 보고. 팀원의 경력 경로를 함께 설계하거나, 성장을 코칭하는 시간이 하루 중 얼마나 되는가.

관리자 개발에 투자하는 조직의 성과도 데이터로 확인된다. 갤럽이 ‘모범 조직’으로 분류한 기업에서는 관리자 몰입도가 79%에 달했다. 글로벌 평균 22%의 거의 4배다. 이 격차는 곧 직원 몰입도 격차, 이직률 격차, 그리고 성과 격차로 이어진다.

경력 경로 설계,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원칙은 명확하다. 승진이라는 수직 축 외에, 수평 이동이라는 가로 축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투명한 경력 지도(career map)의 시각화. “이 직무에서 3년 후 어디로 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승진뿐 아니라 직무 전환, 프로젝트 리드, 전문성 심화 경로를 포함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를 ‘직무 아키텍처(job architecture)’라 부르며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둘째, 관리자의 역할 재정의. 관리자를 ‘성과 감시자’에서 ‘경력 코치’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리자 자신의 몰입도를 먼저 챙겨야 한다. 관리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코칭 역량을 개발하며, 팀원 경력 개발을 관리자 평가 지표에 포함시켜야 한다.

셋째, 인정(recognition)의 일상화. 갤럽과 워크휴먼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적절한 인정을 받은 직원은 2년 뒤 이직 가능성이 45% 낮았다. 인정은 연봉 인상이나 성과급이 아니다. “네가 한 이 일이 조직에 이런 영향을 줬다”는 구체적 피드백이다. 비용은 거의 들지 않지만, 효과는 보너스보다 오래 간다.

한국 맥락에서의 재해석: MZ세대가 원하는 건 복지가 아니다

한경협 조사에서 20대 직장인의 83.2%가 이직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이 숫자를 보고 “요즘 젊은 세대는 충성심이 없다”고 말하는 건 문제를 오독하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이직 사유로 ‘개인적 성장을 위해’를 선택한 비율이 25.7%에 달했다. 4명 중 1명이 “여기선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기업은 이 신호를 주로 복지로 풀려고 한다. 사내 카페, 자기계발비, 유연근무제. 필요한 것들이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직원이 진짜 원하는 건 “이 조직에서 2년 뒤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다. 그 비전이 보이지 않으면, 사내 카페 커피가 아무리 맛있어도 떠난다.

머서(Mercer)의 2026년 조사는 이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번영하고 있다(thriving)’고 답한 직원 비율이 2024년 66%에서 2026년 44%로 급락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보다 낮은 수준이다. AI 불안, 경기 둔화, 조직 구조조정이 겹치면서 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복지 패키지만 던져주는 건 화재 현장에서 선풍기를 트는 것과 다르지 않다.

💡 실무 시사점: 리텐션 전략의 우선순위를 ‘보상 패키지 설계’에서 ‘경력 경로 시각화 + 관리자 코칭 역량 강화’로 전환해야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세 가지다. (1) 직무별 경력 지도를 만들어 전 직원에게 공개하고, (2) 팀장 평가에 ‘팀원 성장 기여도’ 항목을 추가하며, (3) 월 1회 ‘경력 대화(career conversation)’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큰 예산이 아니라 구조의 전환이 핵심이다.

#리텐션 #직원이탈 #경력개발 #내부이동 #관리자코칭 #조직문화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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