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실무 문서 가이드

0 / 0 섹션 완료

사무실 복귀 명령이 인재를 내보내고 있다 — RTO 강제 기업 80%가 핵심 인력을 잃었다는 데이터의 의미

삼성전자의 재택근무 이용자가 8,063명에서 2,064명으로 줄었다. 비율로 따지면 6.6%에서 1.6%. 국내 전자기업 7곳의 원격근무 사용자도 2년 새 41.7% 감소했다.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마존은 35만 명을 전원 출근시켰고, 델은 주 5일 사무실을 강제했으며, JP모건체이스는 원격근무를 완전히 폐지했다.

그런데 이 거대한 역주행에 숫자 하나가 찬물을 끼얹는다. RTO 정책을 시행한 기업의 80%가 핵심 인재를 잃었다고 인정했다는 조사 결과다. 솔직히,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과장이 아닌가 의심했다. 그런데 데이터를 파면 팔수록, 숫자가 아니라 현실이 과장이었다.

한 줄 요약: RTO 강제가 생산성이 아니라 이직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유연성을 설계하지 못하는 HR은 채용 경쟁에서 이미 뒤처지고 있다.

출근 명령은 늘었고, 실제 출근은 거의 안 늘었다

Flex Index가 추적한 데이터가 흥미롭다. 2024년에서 2025년 사이, 기업이 요구하는 사무실 근무일은 12% 증가했다. 그런데 실제 출근율은 고작 1~3% 올랐을 뿐이다. 배지 인식 기록과 셀폰 위치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실이다. 명령은 커졌는데 발걸음은 따라오지 않은 셈이다.

CBRE 조사에 따르면 사무실 출근을 강제하는 기업 비율은 2024년 17%에서 2025년 37%로 두 배 넘게 뛰었다. 강제하는 기업도 늘었고, 그 강도도 세졌다. 34%의 기업이 배지 추적과 출석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직원 출근을 감시 카메라처럼 추적해야 하는 조직이 과연 ‘몰입 문화’를 이야기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80%

RTO 정책 시행 기업 중 인재 이탈 경험

Resume Builder, 2024

12%p

요구 근무일 증가 vs 실제 출근 1~3%p 증가

Flex Index, 2025

41.7%

국내 전자 7사 원격근무자 감소율 (2년간)

고용노동부, 2024

누가 먼저 떠나는가 — 고성과자와 여성

피츠버그대학교 연구팀이 발견한 패턴이 불편하다. RTO를 강제한 기업에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고숙련 시니어 직원과 여성이다. Gartner 데이터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고성과자일수록 RTO 환경에서 잔류 의향이 16% 더 낮다.

이건 좀 씁쓸한 역설이다. 사무실로 불러 모아 ‘협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는데, 정작 협업을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사람들이 먼저 나간다. 아마존 내부 설문에서 직원 91%가 RTO 정책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조직 신뢰의 균열을 보여준다.

스탠퍼드대학교의 니콜라스 블룸 교수 연구는 더 구체적이다. 하이브리드 근무자는 전면 출근 근무자 대비 이직 가능성이 33% 낮았다. 뒤집어 말하면, 하이브리드를 없앤 기업은 자발적으로 이직률 상승 버튼을 누른 셈이다.

사례 — 쿠팡2025년 4월, 쿠팡은 각 부서에 사무실 출근 권장 메시지를 보냈다. ‘권장’이라고 했지만, 재택근무 비율이 높은 팀에 사실상 압박이 들어갔다. 한국형 RTO의 특징이 여기 드러난다. 공식 정책 변경 없이 ‘분위기’로 유연성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런 비공식 회수는 직원 입장에서 더 혼란스럽다. 규칙이 바뀐 건지, 눈치를 봐야 하는 건지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유연성의 반대말은 ‘통제’가 아니라 ‘비용’이다

RTO를 밀어붙이는 기업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사무실에 있어야 협업하고, 문화가 만들어지고,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숫자가 다른 이야기를 한다.

Flex Index 분석에 따르면, 완전 원격 근무 기업은 사무실 필수 기업 대비 매출 성장률이 1.7배 빨랐다(2019~2024). Owl Labs 2024년 조사에서는 하이브리드 근무자의 90%가 사무실 전면 출근과 동등하거나 더 높은 생산성을 보고했다.

비용 측면에서도 계산이 안 맞는다. 미국 기업들이 자발적 이직자를 대체하는 데 연간 9,000억 달러를 쓴다. 대체 비용은 연봉의 30%에서 최대 400%까지 올라간다. 강성 RTO 정책을 시행한 기업의 이직률이 유연한 기업 대비 약 13%포인트 높다는 데이터(169% vs 149%)를 대입하면, RTO가 절약한 부동산 비용보다 인재 대체 비용이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원격 우선 기업의 직원 유지율이 94.2%라는 데이터는, 유연성이 복지가 아니라 인재 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한국 HR이 마주한 독특한 딜레마

한국의 상황은 미국과 결이 다르다. 재택근무를 활용하는 근로자가 전체의 4.4%, 약 96만 명에 불과하다. 미국의 22.6%와 비교하면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 재택근무 제도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조직이 많기 때문에, RTO는 ‘복귀’가 아니라 ‘원래 없던 것의 폐지’에 가깝다.

그렇다고 한국 기업이 이 흐름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국내 전자기업 7곳에서 원격근무 사용자 비중이 16.3%에서 9.3%로 줄었다는 건, 한번 열었던 문을 다시 닫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문을 닫을 때 생기는 소음이다. 한번 경험한 유연성을 회수당한 직원의 이탈 리스크는, 처음부터 유연성이 없었던 조직보다 훨씬 크다.

글로벌 CEO의 83%가 2027년까지 전면 출근으로 돌아갈 것이라 기대한다. 그런데 구직자의 55%는 하이브리드를 최우선 조건으로 꼽고, 29%는 전면 출근 강제 시 이직을 고려하겠다고 답한다. 이 간극이 2026년 채용 시장의 핵심 변수다.

유연성은 협상 카드가 아니다

RTO를 둘러싼 논쟁에서 자주 놓치는 지점이 있다. 유연성은 직원에게 베푸는 혜택이 아니라, 조직이 인재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한 인프라라는 점이다. ‘원격근무 허용’을 복지 패키지의 한 줄로 취급하는 순간, 그 조직은 채용 공고에서 이미 불리한 위치에 선다.

미국 신규 채용 공고의 77%가 전면 출근이고, 하이브리드는 19%, 완전 원격은 4%다. 공급 측면에서는 유연성이 줄고 있다. 그런데 수요 측면에서는 구직자의 과반이 유연성을 원한다. 이 불일치가 만드는 시장의 틈새를 먼저 읽는 기업이 인재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다.

답은 ‘전면 원격’도 ‘전면 출근’도 아닐 것이다. 다만 방향은 보인다. 유연성을 제도가 아니라 문화로 설계한 조직이, 사무실 출석을 배지로 관리하는 조직보다 오래 살아남는다. 그 증거가 매분기 쌓이고 있다.

💡 실무 시사점: RTO 정책 수립 시 ‘출근 일수’가 아니라 ‘이탈 비용’부터 계산하라. 고성과자의 잔류 의향 데이터를 먼저 수집하고, 유연성의 범위를 직무 단위로 설계하라. 배지 추적보다 성과 지표가 먼저다.

#하이브리드근무 #RTO #인재유지 #유연근무 #HR트렌드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ON THIS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