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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투명성 시대가 열렸다 — EU 지침 시행 후 한국 HR이 마주할 현실

미국 30개 주가 급여 공개법을 도입하고, EU 27개국이 올해 6월 급여 투명성 지침 전환 기한을 맞았다. 채용 공고에 연봉 범위를 넣는 것이 ‘선택’이던 시절이 끝나가고 있다. 한국은 아직 법적 의무가 없지만, 글로벌 공급망에 엮인 기업부터 이미 변화의 파도를 맞고 있다.

솔직히, 이 흐름은 예상보다 빠르다. 3년 전만 해도 “연봉 공개? 한국에선 절대 안 맞아”라고 했던 HR 담당자들이 올해 들어 슬쩍 채용 공고를 바꾸기 시작했다.

한 줄 요약: 급여 투명성은 더 이상 서구의 실험이 아니라, 한국 HR이 2~3년 안에 대응해야 할 구조적 변화다.

숫자가 말하는 급여 투명성의 현주소

급여 투명성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는 증거는 데이터에 있다. SHRM 조사에 따르면 급여 범위를 공개한 기업의 70%가 지원자 수 증가를 경험했고, 66%는 지원자의 질이 올라갔다고 답했다. 구직자 쪽도 명확하다. 98%가 급여 범위 공개를 원하고, 53%는 공개하지 않는 공고에 아예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다.

79%

급여 투명성을 지지하는 직원 비율

SHRM / 2025

30개 주

미국 내 급여 공개법 도입 지역

Factorial HR / 2026

20~40%

급여 투명성법 도입 후 성별 임금 격차 감소폭

Zippia / 2025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7년에는 민간 기업 중 임금 정보를 공개한 곳이 17%에 불과했지만, 현재 62%의 기업이 향후 급여 정보 공개 계획을 갖고 있다. 채용 공고에 연봉 범위를 명시하는 비율도 2019년 8%에서 2022년 12%로 올랐고, 법적 의무화가 확산되면서 2026년 현재 이 수치는 훨씬 더 높아졌다.

EU 급여 투명성 지침 — 6월 기한이 지났다, 그래서?

2026년 6월 7일, EU 급여 투명성 지침의 국내법 전환 기한이 종료됐다. 27개 회원국 중 실제 기한을 맞춘 나라는 슬로바키아, 이탈리아, 리투아니아, 몰타 등 4곳뿐이다. 나머지 23개국은 여전히 입법 과정에 있지만, 방향 자체는 이미 확정됐다.

이 지침의 핵심을 압축하면 이렇다.

채용 단계: 구직자에게 급여 범위를 사전 제공해야 한다. 전 직장 연봉을 묻는 것은 금지된다. 재직 중: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 동료의 평균 급여 수준을 요청할 수 있다. 보고 의무: 직원 250명 이상 기업은 매년, 150~249명은 3년마다 성별 임금 격차를 보고한다. 100~149명 기업은 2031년부터 적용된다.

개인적으로는 여기가 핵심이다 — 정당화되지 않는 임금 격차가 5% 이상이면 6개월 내 시정 조치를 해야 하고, 안 되면 노사 공동 임금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대충 넘어가기’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다.

한국 기업에 불똥이 이미 튀고 있다

유럽에 파견 근로자를 보내거나 현지 법인을 둔 한국 기업은 직접적인 법적 노출을 피할 수 없다. 채용 공고 문구, 보수 산정 로직, 급여 데이터 포맷을 모두 바꿔야 한다.

사례 — 다국적 발주 기업의 역수입 효과전국인력신문 보도에 따르면, 유럽 소재 다국적 기업들이 거래처에도 동일한 급여 투명성 기준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EU 지침을 준수하는 글로벌 본사가 한국 협력사에도 같은 수준의 급여 데이터 체계를 갖추도록 압박하는 구조다. 이건 법 때문이 아니라, 거래 조건 때문에 투명성이 강제되는 경로다.

간접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내 외국계 기업이 채용 공고에 급여 범위를 넣기 시작하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도 선택의 압박을 받는다. “왜 저 회사는 연봉을 알려주는데 여기는 안 알려주지?”라는 질문은 이미 커뮤니티에서 일상이 됐다.

급여 투명성이 바꾸는 HR 실무의 지형

급여를 공개하겠다는 결정 자체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공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직무 등급 체계 재설계가 첫 번째 관문이다. “대리급 3,500~4,200만 원”이라는 범위가 설득력을 가지려면, 같은 등급 안에서 연차와 역량에 따른 차이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대충 만든 직급 체계로는 공개 자체가 리스크가 된다.

내부 형평성 감사가 뒤따른다. 같은 일을 하는데 입사 시점에 따라 연봉이 1,000만 원 이상 차이 나는 경우, 공개 전에 먼저 정리해야 한다. EU 지침이 5%를 기준선으로 잡은 것처럼, 한국 기업도 내부적으로 허용 가능한 격차 범위를 정의해야 한다.

관리자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팀원이 “왜 제 연봉은 팀 평균보다 낮나요?”라고 물었을 때, 관리자가 데이터 기반으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건 좀 아쉬운 부분인데, 대부분의 한국 기업에서 관리자는 팀원 연봉을 정확히 모른다. 보상 정보가 HRIS, 급여 시스템, 성과 관리 도구에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MZ세대의 기대와 시장의 압력

법적 강제 이전에 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2026년 국내 채용 시장 조사에서 채용 규모를 유지하거나 확대하겠다는 기업이 74.5%였고, 가장 수요가 높은 연차는 4~7년 차로 49.7%를 차지했다. 이 연차대가 바로 급여 정보에 가장 민감한 층이다.

블라인드, 잡플래닛 같은 플랫폼에서 연봉 정보는 이미 반(半)공개 상태다. 기업이 직접 공개하지 않아도 직원들이 올린 데이터로 시장 시세가 형성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기업이 주도적으로 공개할 때 메시지를 통제할 수 있고, 비공식 채널에서 흘러나올 때는 맥락 없는 숫자만 돌아다닌다는 점이다.

인재 평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직무 전문 역량이 64.7%로 압도적 1순위이고, AI 활용 역량이 24.2%로 네 번째에 올랐다. 직무 중심 채용이 강화될수록, 직무별 보상 체계의 투명성 요구도 함께 높아진다. “경력에 따라 협의”라는 문구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투명성을 준비하는 HR의 현실적 체크리스트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정리하면 이렇다.

급여 데이터 통합부터 시작한다. HRIS, 급여 시스템, 성과 관리 도구에 흩어진 보상 데이터를 하나로 모은다. 어디에 얼마나 격차가 있는지 모르면 공개 여부를 논의할 수조차 없다.

직무 등급 체계를 점검한다. 같은 등급 내 급여 분포가 지나치게 넓으면, 등급을 세분화하거나 밴드를 재조정한다. EU 기준처럼 5% 이상 설명 불가능한 격차가 있는지 확인한다.

채용 공고부터 실험한다. 법적 의무가 없더라도, 일부 포지션의 채용 공고에 급여 범위를 넣어보고 지원율 변화를 측정한다. SHRM 데이터처럼 지원자 수와 질이 동시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관리자 대화 매뉴얼을 만든다. “왜 이 금액인가?”에 대한 답변 프레임을 준비한다. 직무 가치, 시장 데이터, 성과 반영 비율 — 이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다.

글로벌 거래선 요구를 모니터링한다. EU 지침 적용 대상인 거래 기업이 있다면, 선제적으로 급여 데이터 체계를 맞춰두는 것이 협상력을 높인다.

답은 정해져 있다, 속도만 다를 뿐

급여 투명성의 방향은 되돌릴 수 없다. 미국 30개 주, EU 27개국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성별 임금 격차가 20~40% 줄어드는 효과도 확인됐다. 한국이 법제화에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다만, 법이 오기 전에 준비한 기업과 법이 온 뒤에 허겁지겁 맞추는 기업 사이에는 결정적 차이가 생긴다. 전자는 투명성을 채용 브랜드로 쓸 수 있고, 후자는 컴플라이언스 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

“연봉 협의”라는 네 글자 뒤에 숨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그 시간이 끝나기 전에 준비하는 것이 HR의 일이다.

💡 실무 시사점: EU 급여 투명성 지침이 시행되면서 글로벌 기업의 거래 조건으로 한국까지 투명성 요구가 확산 중이다. 법적 의무와 무관하게, 직무 등급 체계 정비와 내부 급여 감사를 지금 시작해야 채용 경쟁력과 컴플라이언스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급여투명성 #EU지침 #보상체계 #HR트렌드 #채용브랜드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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