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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 70% 시대의 착시 — 누가 채우고, 무엇이 비우는가

2026년 4월, 한국의 15~64세 고용률은 70.0%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0.1%p 상승.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도 1,580만 7천 명으로 한 해 전보다 26만 9천 명이 늘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그런데 같은 달 취업자 증가폭은 7만 4천 명으로 16개월 만의 최저치였고, 청년 취업자는 19만 4천 명이 줄어 24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늘어난 건 사실상 60세 이상뿐이다. 18만 9천 명. 한국 노동시장은 지금 ‘고령자가 채우고 AI가 비우는’ 구조적 교체기에 진입했다 — 고용률이라는 숫자의 안정은 전문직 일자리가 에이전트로 압축되고, 남은 빈자리를 디지털 역량이 가장 취약한 세대가 메우는 역설을 감추고 있다.

70.0%

15~64세 고용률 +0.1%p YoY

고용노동부 — 2026년 4월 고용동향

-19.4만 명

청년(15~29세) 취업자 감소 24개월 연속 ↓

고용노동부 — 2026년 4월 고용동향

+18.9만 명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거의 유일한 증가원

고용노동부 — 2026년 4월 고용동향

37%

한국 ICT 스킬 연령격차 OECD 최대

OECD Employment Outlook 2025

-11.5만 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2013년 이후 최대 감소

고용노동부 — 2026년 4월 고용동향

+39%

AI 에이전트 도입 후 주간 코드 머지 증가율

Stanford HAI / Sarkar (2026)

7만 4천 명의 정체 — 숫자 아래서 벌어지는 세대 교체

4월 전체 취업자 2,896만 1천 명. 전년보다 7만 4천 명 늘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읽으려면 분모가 아니라 분자의 구성을 뜯어봐야 한다. 청년층에서 빠져나간 19만 4천 명과 60세 이상에서 유입된 18만 9천 명은 사실상 1 대 1로 교체된 셈이다. 7만 4천 명이라는 순증은 이 교체 과정에서 남은 잔여분에 불과하다.

이 교체가 일회성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청년 고용률은 43.7%로 전년 대비 1.6%p 하락했는데, 이 하락은 2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51개월 연속 하락 이후 최장 기록이다. 동시에 사업체 단위에서 보면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이 26만 1천 명 증가로 사실상 고용 증가의 전부를 설명한다. 이 업종은 고령 인구 증가가 만든 수요이지, 산업 경쟁력이 만든 수요가 아니다.

솔직히, 고용률 70%라는 숫자는 더 이상 노동시장의 건강을 진단하는 지표가 아니다. 인구 구조가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착시에 가까워지고 있다.

전문직 11만 5천 개가 증발한 곳 — 에이전트라는 조용한 압축기

4월 고용동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숫자는 청년 감소가 아니다.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의 종사자가 11만 5천 명 줄었다는 것이다.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단일 월 기준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이 업종에는 IT 서비스, 컨설팅, 연구개발, 법률·회계 전문직이 포함된다. 전통적으로 고학력·고숙련 일자리의 심장부다.

이 감소를 경기 순환 탓으로만 돌리기엔 시카고대학 Suproteem Sarkar가 코딩 플랫폼 1,000개 조직을 분석한 결과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 에이전트가 기본 작업 도구로 도입된 이후, 작업자들은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빈도가 현저히 줄었고, 대신 에이전트에게 작업을 위임하고 결과를 검수하는 패턴으로 전환했다. 결과적으로 주간 코드 머지 건수는 39% 증가했다. 같은 양의 산출을 더 적은 사람이 만들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분석 — 구현에서 감독으로 Sarkar의 연구에서 특히 흥미로운 건 숙련도에 따른 격차다. 경험 많은 개발자는 에이전트에게 질문을 덜 하고, 계획 수립에 더 많은 시간을 쓰며, 에이전트의 결과물을 더 높은 비율로 수용했다. 반면 초보 개발자는 에이전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오히려 생산성이 정체됐다. 에이전트가 일자리를 없애는 게 아니라, ‘감독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한국의 전문직 11만 5천 명 감소가 전부 AI 에이전트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감소가 수출 부진에 따른 제조업 감소(-5만 5천 명)보다 두 배 이상 크다는 사실은, 한국 노동시장에서 무언가 구조적인 힘이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어야 한다.

원격근무가 열어준 문, 연령 격차가 닫는 문

디지털 전환이 고용의 질을 높인다는 증거도 분명히 존재한다. 터키의 한 대형 콜센터가 완전 원격근무로 전환한 뒤를 추적한 연구에서, 원격근무 전환 이후 생산성이 10% 상승했다. 조용한 환경에서 통화 시간이 단축된 효과다. 더 주목할 건 인력 구성의 변화인데, 대졸자 비율이 14% 늘었고 여성·농촌 거주자 등 기존에 접근이 어려웠던 그룹의 유입이 확대됐다. 원격근무가 노동시장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그런데 이 성과를 한국에 그대로 대입하기엔 걸리는 게 있다. 전체 노동력에서 55~64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22.2%에서 2024년 23.7%까지 올라간 한국은, 동시에 디지털 기기 활용의 세대 간 격차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크다. 전문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에서 연령 격차가 37%에 달하는데, 노르웨이는 같은 지표가 5%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37%라는 숫자가 한국 HR의 가장 위험한 지뢰라고 본다. 원격근무든 AI 에이전트든, 디지털 도구가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메커니즘은 그 도구를 ‘쓸 줄 아는 사람’에게만 작동한다. 디지털 전환이 문을 열어줬지만, 한국에서는 연령 격차가 그 문을 다시 닫고 있다.

+10%

원격근무 전환 후 생산성 상승

NBER Working Paper #33851 (2026)

5%

노르웨이 ICT 스킬 연령격차

OECD Employment Outlook 2025

37%

한국 ICT 스킬 연령격차 7.4배 차이

OECD Employment Outlook 2025

60대가 떠받치는 고용률, 그 구조는 버틸 수 있는가

한국과 일본은 65~69세 취업률이 43%를 넘는 거의 유일한 국가들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이 연령대 취업률이 10~20%대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극단적으로 높은 수치다. 한국의 4월 고용 데이터를 다시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18만 9천)는 전체 순증(+7만 4천)의 2.5배를 넘는다. 다른 연령대의 감소를 고령층이 상쇄하고도 남는 구조다.

문제는 이 고령 취업자들이 어디서 일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1월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종사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은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11만 명)이다. 요양보호사, 간병인, 사회복지 현장 인력 — 고령 인구의 증가가 만들어낸 수요를 고령 노동력이 충당하는, 일종의 인구 순환 고용이다. 이런 고용은 AI 에이전트의 침투와 무관하게 유지될 수 있지만, 생산성 향상과도 무관하다.

이건 좀 냉정하게 봐야 할 지점이다. 디지털 스킬 격차가 OECD 최대인 연령대가 고용의 유일한 성장 동력이라면, 이 고용 구조는 ‘안정’이 아니라 ‘관성’에 가깝다. AI 에이전트가 전문직을 소수 감독자 체제로 재편하는 속도와, 고령 노동력이 돌봄 서비스 영역에서 일자리를 채우는 속도는 서로 다른 궤도 위에 있다.

시장이 굳어가고 있다 — 입직과 이직이 동시에 멈추다

양적 지표보다 더 불안한 신호가 노동시장의 유동성이다. 사업체 단위에서 입직자와 이직자가 8개월 연속 동반 감소했다. 사람들이 새로 들어오지도 않고, 나가지도 않는다. 300인 이상 대기업은 인력을 유지하거나 늘렸지만, 중견기업은 입직자 4만 1천 명, 이직자 6만 3천 명이 줄었다. 노동력이 대기업으로 쏠리면서 중간 규모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임금 데이터는 이 경직화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 월평균 임금은 약 420만 원으로 전년 대비 7.2% 올랐다. 하지만 임시·일용직 임금은 167만 원으로 8.1% 감소해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규직 임금 상승과 비정규직 임금 하락이 동시에 진행되는 양극화다.

이 경직화가 AI 전환기에 왜 위험한지는 원격근무 연구가 보여준 구조와 대비하면 명확해진다. 원격근무 도입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린 콜센터에서 핵심적이었던 건 ‘인력 구성의 교체’ — 대졸자 비율이 14% 늘고, 초기 대면 교육을 받은 그룹의 이직률이 현저히 낮았다는 점이다. 새로운 도구의 효과는 기존 인력을 그대로 둔 채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 노동시장은 지금 사람이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는 상태다. AI 에이전트를 도입해도 인력 구성을 바꿀 수 없는 환경인 셈이다.

경고 — 2026년 하반기 채용 전망 1분기 채용 계획 조사에서 신규 채용 예정 인원은 전년 대비 6만 4천 명 감소했다. 3분기 구인 공고도 9만 건 줄었다. 고용 시장의 경직화가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착되고 있다는 신호다.

에이전트 시대의 인력 설계 — HR이 지금 바꿔야 할 것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전문직은 AI 에이전트가 ‘소수 감독자 + 대량 자동화’ 체제로 압축하고 있다. 늘어나는 일자리는 돌봄·보건 영역에 집중돼 있고, 이를 채우는 건 디지털 역량이 가장 낮은 연령대다. 노동시장의 유동성은 떨어지고 있어 필요한 인력 교체가 일어나지 않는다. 고용률 70%라는 숫자는 이 세 가지 구조적 힘의 결과물일 뿐, 노동시장이 건강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구조를 인식한 뒤에야 HR이 해야 할 일이 보인다. 핵심은 ‘채용을 늘릴까 줄일까’가 아니라, 어떤 역량을 기준으로 인력을 재배치할 것인가다. 에이전트 시대에 전문직의 가치는 ‘직접 실행하는 능력’이 아니라 ‘에이전트에게 올바른 작업을 위임하고, 결과를 판단하는 능력’으로 이동한다. Sarkar의 연구에서 숙련 개발자가 에이전트의 산출물을 더 높은 비율로 수용했다는 건, 그들이 위임과 검증의 루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이 직면한 37%의 디지털 스킬 격차는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을 늘리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 격차가 존재하는 한, 새로운 도구가 도입되어도 그 효과는 이미 역량이 있는 소수에게만 집중된다. 노르웨이와의 7.4배 차이는 인프라나 예산이 아니라 연령 통합적 직무 설계에서 비롯된다. 직무를 연령에 따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 디지털 역량 교환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팀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한 줄 요약: 고용률 70%는 ‘고령자가 채우고 AI가 비우는’ 구조적 교체의 결과다 — HR은 고용 수치가 아니라 역량 격차를 진단 기준으로 전환해야 한다.

💡 실무 시사점 — HR이 이번 분기에 점검할 3가지:

① 전문직 JD를 ‘감독·위임’ 중심으로 재설계하라. AI 에이전트가 구현 업무를 대체하는 속도는 이미 코드 머지 39% 증가로 입증됐다. “직접 해본 경험 N년”이 아니라 “에이전트 산출물의 품질을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기준으로 JD를 다시 써야 한다.

② 디지털 스킬 격차를 세대별로 측정하고, 팀 구성에 반영하라. 37% 격차를 교육만으로 줄이기는 어렵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경험 풍부한 세대를 의도적으로 짝짓는 팀 설계가 더 현실적이다.

③ 입직·이직 정체를 ‘안정’으로 오독하지 마라. 인력이 이동하지 않는 시장에서는 AI 전환의 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 내부 이동 경로를 열어 사실상의 채용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AI에이전트 #고용률착시 #디지털스킬격차 #세대간역량교환 #전문직재설계

참고 링크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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