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정규직으로 전환해 줄 거야.’ 2년을 꼬박 채운 계약직 근로자가 흔히 품는 기대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다른 결말이 펼쳐지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정확히 23개월 차에 계약 종료를 통보하거나, 2년을 넘겼어도 ‘무기계약직’이지 ‘정규직’은 아니라는 설명을 듣기도 한다. 기간제법 제4조가 규정하는 ‘무기계약 자동 전환’이 실제로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 요건, 예외, 그리고 흔히 오해하는 지점까지 짚는다.
2년 넘으면 무기계약 — 법이 규정한 ‘자동 간주’의 의미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간결하게 정한다.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핵심은 두 글자, ‘본다'(간주). 근로자가 소송을 제기하거나 전환 신청을 하지 않아도 법률상 자동으로 무기계약 근로자 지위가 생긴다. 회사가 “우리는 무기계약 전환 안 한다”고 선언해도 효력이 없다. 2년 초과 시점부터 이미 법률상 무기계약 근로자다.
2026년 현재도 이 규정은 살아있다. 외국인 근로자도 예외가 아니다. GS건설 사건에서 영주권 없는 외국인 근로자가 2년을 초과 근무한 사례에서 법원은 무기계약 전환을 인정했다(월간노동법률, 2025.8.).
회사가 2년을 채우지 않고 자르는 이유
현실에서는 대부분의 회사가 2년을 채우기 전에 계약을 종료한다. ‘무기전환 회피’가 목적이다. 23개월, 18개월, 심지어 11개월짜리 계약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불법인가? 원칙적으로 합법이다. 기간제법은 2년 한도 내에서 계약 횟수나 갱신 방식을 제한하지 않는다.
단, 함정이 있다. 갱신기대권이다. 반복 갱신 과정에서 ①구두 약속 ②회사 관행 ③업무 지속성 등이 누적되면, 2년이 안 됐어도 “이 근로자는 계속 고용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가 법률상 형성된다. 이 상태에서 계약을 종료하면 부당해고가 된다. 대법원은 이 법리를 2012두18967 판결(2013.5.23.)에서 명확히 정리했다.
예외 사유 6가지 — 회사가 2년을 넘겨도 무기전환이 안 되는 경우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는 2년 초과 사용이 허용되는 예외를 규정한다. 이 예외에 해당하면 2년이 넘어도 무기계약 전환이 되지 않는다.
| 예외 유형 | 구체적 요건 | 실무 사례 |
|---|---|---|
| ①프로젝트형 업무 | 사업 완료 또는 특정 업무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 건설 현장, 특정 IT 프로젝트, 기간한정 연구과제 |
| ②결원 대체 | 휴직·파견 등으로 결원이 생겨 해당 근로자 복귀 전까지 대체 | 육아휴직 대체, 장기 파견자 대체 |
| ③학업·직업훈련 | 근로자가 학업·직업훈련 이수 중인 기간 | 야간대학 재학 중 단시간 근로자 |
| ④고령자 | 계약 체결 또는 갱신 당시 만 55세 이상 | 정년 이후 촉탁계약, 고령 임시직 채용 |
| ⑤전문직·고소득 | 전문적 지식·기술 활용이 필요하고 고용노동부령이 정한 고소득 기준 충족 | 박사 학위 연구직, 특정 기술 자격 소지자 |
| ⑥정부 정책 | 정부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 | 노인일자리사업, 사회적 일자리 사업단 |
예외 사유 중 실무에서 가장 자주 활용되는 것은 고령자(④)다. 고용노동부 유권해석(2025.07.23.)은 계약 체결 또는 갱신 당시 만 55세 이상이면 이후 2년을 초과하더라도 무기계약 전환이 배제된다고 확인했다. 대법원 2012두18967 판결도 같은 입장이다.
핵심 구분 — 무기계약 전환 vs 갱신기대권, 어디서 다른가
이 두 개념은 ‘계속 고용 요구’를 공통점으로 갖지만, 법적 성격과 결과가 전혀 다르다. 현장에서 혼동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 구분 | 무기계약 자동 전환 | 갱신기대권 |
|---|---|---|
| 근거 조문 | 기간제법 제4조 제2항 | 판례 법리(대법원 2012두18967 등) |
| 발생 요건 | 2년 초과 사용 (단, 예외 사유 없어야) | 갱신 약속·관행·합리적 기대가 형성된 경우 |
| 법적 효과 | 무기계약 근로자로 법률상 자동 간주 | 계약 종료 = 부당해고로 볼 수 있음 (구제 가능) |
| 2년 충족 여부 | 반드시 2년 초과해야 발생 | 2년 이내라도 발생 가능 |
| 구제 방법 | 별도 소송 없이 지위 인정 → 해고 시 부당해고 구제 신청 |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 신청 |
| 처우 변화 | 기간만 무기화, 임금·직급은 별도 협의 | 갱신 거절 자체가 위법 (원직 복직·임금 상당액) |
무기계약이 정규직과 다른 이유
많은 근로자가 ‘무기계약 = 정규직’으로 이해하는데, 법적으로는 다르다. 무기계약은 고용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만 의미한다. 임금 수준, 복리후생, 직급 체계 등은 계약으로 정하기 나름이다. 회사는 기간만 무기로 전환한 뒤 별도의 ‘무기계약직’ 직군을 두고 정규직과 다른 처우를 적용할 수 있다. 이것이 이른바 ‘무기계약직(비정규직)’ 문제의 핵심이다.
법이 보장하는 것은 ‘계약 기간 제한 없이 일할 수 있는 권리’이지,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받을 권리가 아니다. 처우 차별이 부당하다면 차별시정 신청(노동위원회)을 통해 별도로 다퉈야 한다.
자문 현장에서 보면, 계약직 근로자의 무기전환 분쟁은 대부분 “2년”을 기준으로 계약을 종료했는데 갱신기대권이 붙은 경우에 터진다. 특히 매니저나 팀장이 구두로 “다음에도 계속하자”라고 한 말이 결정적 증거로 등장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관리자 단계의 갱신 발언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는 점을 사전 교육해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실질적인 방법이다.
2026년 지금 — 기간제법 개편 논의의 현주소
이 제도를 둘러싼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2026년 들어 기간제법 개편 작업을 본격화했다. 노동부는 실태조사를 마치고 노사정 사회적 대화 국면에 들어가 있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쪼개기 계약 횟수 제한. 현행법은 2년 한도 내에서 계약 횟수나 갱신 방식을 제한하지 않는다. “6개월 × 4회”도 “1년 × 2회”도 모두 합법이다. 이를 “3회 이내” 등으로 제한하자는 논의가 나온다. 둘째, 2년 기준의 탄력화. 업종·직무에 따라 2년 초과 사용 요건을 넓히거나 좁히는 방안이다. 노동계는 보호 강화를, 경영계는 유연성 확대를 주장하며 대립이 이어진다.
법이 바뀌기 전이라면 지금 규정이 기준이다. 2년 초과 = 무기계약 자동 간주, 예외 사유가 없으면 회사가 어떻게 이름 붙이든 소용없다.
자주 묻는 질문
Q. 2년 꽉 채운 다음 날 해고했어도 무기계약이 되나요?
2년을 초과한 순간 이미 무기계약 근로자 지위가 생깁니다. 그 이후 해고는 무기계약 근로자에 대한 해고이므로 정당한 이유 없이는 부당해고가 됩니다.
Q. 예외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면 회사가 증명해야 하나요?
원칙적으로 예외 사유의 입증 책임은 사용자(회사)에게 있습니다. 예외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려면 계약서에 명시하고 실제 업무도 그에 맞아야 합니다.
Q.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는데 임금이 그대로입니다. 이상한 건가요?
무기계약 전환은 기간 제한만 없앱니다. 임금은 별도 협의 사항입니다. 차별적 처우가 있다면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23개월 만에 해고됐는데 갱신기대권으로 다툴 수 있나요?
갱신 약속이나 반복 갱신 관행, 구두 약속 등이 있었다면 2년이 안 됐어도 갱신기대권을 근거로 부당해고 구제 신청이 가능합니다.
Q. 고령자 예외는 계약 체결 당시 나이인가요, 아니면 2년이 된 시점인가요?
계약 체결 또는 갱신 당시 기준입니다. 대법원 2012두18967 판결과 고용노동부 유권해석(2025.07.23.)이 이를 확인했습니다.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