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회사에서 ‘반차’나 ‘반반차’를 써왔다면, 사실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였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60조는 연차유급휴가를 ‘일(日) 단위’로만 부여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차는 취업규칙이나 노사 합의로 운영되는 관행일 뿐, 법이 보장하는 권리가 아니었다. 이제 그 공백이 채워진다.
2026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5월 7일 국회 본회의는 연차유급휴가를 시간 단위로 분할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핵심 조항은 이렇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간단위 및 일수의 범위에서 연차유급휴가를 분할해 청구할 때 이를 부여해야 한다.
이 조항은 4월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됐다. 배경에는 노동부·경영계·노동계가 참여한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의 논의 결과가 있다. 이번 개정은 단순한 복지 확대가 아니라, 실제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노사정 합의의 일환이다.
시간단위 연차와 함께 4시간 근무 후 휴게 없이 퇴근할 수 있는 조항도 통과됐다. 기존에는 4시간 근무 시에도 법정 30분 휴게시간이 의무였지만, 근로자가 원하면 이를 생략하고 바로 퇴근할 수 있게 된다(공포 후 6개월 시행).
왜 이번 개정이 중요한가
관행이 법으로 바뀌면 달라지는 것이 있다. 세 가지 포인트를 짚는다.
① 선택이 의무로 바뀐다
지금까지 시간단위 연차는 ‘회사가 취업규칙에 넣어주면 쓸 수 있는 것’이었다. 개정 후에는 근로자가 청구하면 사용자가 부여해야 하는 것이 된다. 사용자가 이를 거부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근로기준법 제110조)이 부과된다.
② 불이익 처우 금지에 벌칙이 생긴다
연차 청구 또는 사용을 이유로 인사평가·승진·배치 등에서 불이익을 줄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동안 ‘연차 쓰면 눈치 보인다’는 직장 문화가 법적 제재 대상이 된다. 취업규칙에 연차 사용에 따른 인사 불이익 없음 조항을 명시적으로 넣어두는 것이 분쟁 예방에 유리하다.
③ 난임치료 유급휴가 확대도 함께 통과
이번 개정으로 남녀고용평등법상 난임치료 유급휴가가 기존 6일 중 2일(유급)에서 4일(유급)로 확대됐다. 연차 개정과 함께 챙겨야 할 포인트다.
인사담당자·사업주가 지금 확인해야 할 것
✅ 취업규칙 — 3가지 체크포인트
- 현재 규정 확인: 취업규칙에 ‘연차는 1일 단위로 사용’만 규정되어 있다면, 시행 전 개정 필요. ‘반차’까지만 규정된 경우도 마찬가지다.
- 시간단위 신청 절차 규정: 최소 사용 단위(1시간? 2시간?)는 대통령령이 정하지만, 신청 방식(사전 몇 시간 전 신청, 시스템 입력 vs. 구두)은 취업규칙에서 정해야 한다.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신청 방법을 두고 분쟁이 생긴다.
- 불이익 처우 금지 조항: 연차 청구·사용을 이유로 한 인사상 불이익 처우는 금지된다는 내용을 취업규칙에 명시. 신설 벌칙 조항과 연동된다.
✅ 근태시스템 — 숫자가 복잡해진다
- 현재 대부분의 근태관리 시스템은 0.5일(반차) 단위까지만 처리 가능하다. 시간단위 연차가 도입되면 잔여 연차를 0.125일(1시간/8시간) 단위로 추적해야 한다.
- HR SaaS 업체들이 시행 전까지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지만, 자체 전산시스템을 운영하는 사업장은 지금부터 개발 일정을 잡아야 한다.
- 시간단위 연차 사용 내역이 임금 계산에 반영되는 방식(시간당 통상임금 공제 여부 등)도 취업규칙과 급여 프로세스에서 통일해야 한다.
✅ 5인 미만 사업장 — 이번 개정은 무관
- 근로기준법 연차 규정(제60조)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4인 이하 사업장에는 이번 시간단위 연차 의무화도 적용되지 않는다.
- 단, 자체적으로 시간단위 연차를 운영 중인 4인 이하 사업장도 취업규칙 정비는 권장한다. 관행이 법정 기준보다 유리한 조건을 부여한 것이라면 불이익 변경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 — 대통령령을 기다려야 한다
국회 통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실제 운영에 필요한 핵심 사항은 아직 공백이다.
- 최소 사용 단위: 1시간인지 2시간인지 대통령령이 정한다.
- 시간단위 연차 총 허용 일수: 연차 전부를 시간단위로 쓸 수 있는지, 아니면 일정 일수 이내로 제한되는지 미결.
- 시행 시점: 법 공포 후 1년 → 공포 시점에 따라 다르지만, 2027년 시행이 목표다.
대통령령이 나오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취업규칙 문안 작성이 어렵다. 지금 단계에서는 취업규칙에 시간단위 연차는 대통령령 및 노사 협의에 따라 운영한다는 유연 조항을 선제적으로 넣어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다.
전망: ‘관행의 법제화’가 가져오는 변화
이번 개정의 가장 큰 의미는 노사 간 힘의 비대칭을 줄이는 것이다. 취업규칙에 반차 규정이 없는 사업장, 상사 눈치를 보며 시간단위 연차를 못 쓰는 직장이 여전히 많다. 법적 강제력이 생기면 이런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사업주 입장에서는 인력 운용의 복잡성이 커진다. 핵심 업무 시간대 인력 공백, 근태 관리 행정 비용 증가가 현실적 우려다. 대통령령이 ‘1시간 단위’ 대신 ‘반일(4시간) 단위’로 최소 단위를 정할 경우 현행 반차 운영과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시행령 예고안이 나오는 시점이 실제 준비의 출발선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취업규칙을 열어서 ‘연차’ 조항을 확인하는 것. 2027년 시행까지 1년여, 대통령령을 기다리는 동안 제도 프레임은 미리 잡아두는 게 낫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간단위 연차는 언제부터 쓸 수 있나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공포된 후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시행됩니다. 2026년 5월 공포 기준으로 2027년 시행이 목표입니다.
Q. 연차 1시간 단위로 나눠 쓰면 임금 계산은 어떻게 되나요?
시간당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세부 계산 방식은 대통령령 및 취업규칙에서 정하게 됩니다.
Q. 회사가 시간단위 연차 신청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요?
법 시행 후에는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됩니다(근로기준법 제110조).
Q. 4인 이하 사업장도 시간단위 연차를 줘야 하나요?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연차 규정은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됩니다. 4인 이하는 이번 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Q. 취업규칙에 시간단위 연차 규정이 없어도 괜찮나요?
시행일 이후에는 취업규칙에 명시가 없어도 법이 우선 적용됩니다. 단, 신청 절차·최소 단위 등 구체적 운영 방법은 취업규칙에 규정하지 않으면 분쟁 원인이 되므로 선제 정비를 권장합니다.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