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일 일해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7만 명이 넘는다. 고용노동부가 4월 28일 이 구조에 정면으로 메스를 댔다.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에게 ‘공정수당(Fair Allowance)’을 지급하겠다는 방안이 공식화됐다. 2027년 시행이 목표다.
단순히 수당 하나가 생기는 이야기가 아니다. 단기 계약자가 장기 계약자보다 더 높은 지급률을 적용받는 역설적 구조가 설계됐다는 점, 1년 미만 계약 자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조치가 함께 묶였다는 점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신호로 읽힌다.
한 줄 요약: 공공부문 기간제 7만 명에게 지급될 ‘공정수당’은 단기 계약자에게 더 높은 지급률을 매기는 역설 구조이며, 1년 미만 상시·지속 업무 계약 원칙적 금지와 묶여 2027년 시행을 목표로 한다.
14만6,400명
공공기관 기간제 근로자 총원
고용노동부 2026.4.28 발표
50%
그 중 1년 미만 단기 계약 비율 (7만3,200명)
고용노동부 동일 발표
254.5만원
공정수당 기준금액 (전국 지방정부 생활임금 평균)
고용노동부 동일 발표
공공기관 기간제 7만 명 — 절반이 1년 미만 계약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공공기관 기간제 현황은 충격적이다. 공공기관 약 2,100곳에서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는 약 14만6,400명. 그 중 절반에 가까운 7만3,200명(50%)이 1년 미만 단기 계약 상태다.
더 눈길을 끄는 숫자가 있다. 11개월 이상~12개월 미만 계약자만 1만1,498명(15.7%)에 달한다. 근로기준법상 1년 이상 근무하면 퇴직금이 발생하는데, 이들 상당수는 퇴직금 지급을 피하기 위한 이른바 ‘쪼개기 계약’의 결과물로 의심받는다. 정부도 이를 공식적으로 시인했다.
공정수당이란 — 고용 불안정을 돈으로 환산하다
공정수당의 설계 로직은 단순하다. 기간이 짧아 퇴직금·고용보험 급여 등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 단기 계약자에게 그 불이익을 금전으로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더 받는 구조다.
기준금액은 전국 지방정부 생활임금 평균 수준인 254만5,000원(최저임금의 약 118%)으로 정했다. 이 기준금액에 계약 기간별 지급률을 곱해 계약 만료 시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계약 기간별 공정수당 지급표
- 1~2개월: 지급률 10% → 약 38만2,000원
- 3~4개월: 지급률 9.5% → 약 84만6,000원
- 5~6개월: 지급률 9.0% → 약 126만원
- 7~8개월: 지급률 8.5% → 약 162만2,000원
- 9~10개월: 지급률 8.5% → 약 205만5,000원
- 11~12개월: 지급률 8.5% → 약 248만8,000원
1~2개월 계약자의 지급률(10%)이 11~12개월 계약자(8.5%)보다 높다. 퇴직금 기준(월 평균임금의 약 8.3%)과 비교하면, 공정수당이 퇴직금보다 실질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364일 일하고 퇴직금 한 푼 못 받는 기간제 노동자에게 퇴직금 대신 공정수당으로 보상한다는 논리가 여기서 나온다.
함께 묶인 조치 — 1년 미만 계약 원칙 금지
수당 지급만으로는 쪼개기 계약을 막을 수 없다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정부는 공공부문 상시·지속 업무에 대한 1년 미만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조치를 동시에 내놨다. ‘사전심사제’를 도입해 예외적으로 1년 미만 계약을 허용하는 경우에만 기관 내부 심사를 거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 비중이 늘어나는 기관은 의무 공시해야 한다. 정규직 전환 실적도 관리하겠다는 신호다.
주의 — 사용사유 제한이 빠졌다 공정수당은 불안정 고용을 ‘관리’하는 수단이지 ‘제거’하는 수단이 아니다. 사용사유 제한이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한, 기관은 단기 계약직을 계속 쓸 유인이 남는다.
노동계가 반기를 든 이유 — “찻잔 속의 태풍”
발표 다음 날, 노동계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핵심 문제는 세 가지다.
- 사용사유 제한이 빠졌다.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합리적 사유를 법령으로 제한하지 않는 한, 기관은 계속해서 단기 계약직을 쓸 유인이 있다. 공정수당은 불안정 고용을 관리하는 수단이지, 제거하는 수단이 아니다.
- 구조적 원인을 다루지 않는다. 공공부문에 기간제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인건비 예산 구조, 총인건비 규제, 정원 관리 문제와 연결돼 있다. 수당 지급으로는 이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는다.
- 실효적 통제 수단이 없다. 상시·지속 업무의 정규직화를 강제할 수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오래됐다. 기관별 자율에 맡기면 결국 선언에 그친다.
민간 부문으로 번질 수 있을까
공정수당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민간 확산 가능성이다. 경기도가 이미 산하 기관에 시범 적용 중이다. 2024년 기준 연간 약 27억원이 투입됐다. 이번 고용노동부 발표로 전국 공공기관으로 확대되면, 그 규모는 수백억 원에 달한다.
경영계는 두 가지를 우려한다. 첫째, 재정 부담 전가다. 공공부문 재원은 결국 세금이다. 둘째, 민간 고용 위축이다. 민간으로까지 적용이 확산되면 기업들이 단기 계약 자체를 줄이거나 채용을 회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프랑스는 1980년대 유사한 단기계약 보상제를 도입한 후 초단기 계약 비율이 1993년 57%에서 2017년 83%로 오히려 급증한 전례가 있다.
실무에서 주목할 체크포인트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라면 2027년 시행에 앞서 다음을 점검해야 한다.
- 계약 현황 점검: 1년 미만 계약자 중 상시·지속업무 담당자 파악 및 사전심사제 대상 분류
- 예산 반영: 2027년 계약 만료 예정 기간제 인원 수에 공정수당 예상액을 산출해 내년 예산안에 반영
- 지급 시점 확인: 계약 만료 시 일시금 지급 방식으로 확정 전 세부 지침 모니터링 필요
- 비정규직 비중 공시 해당 여부: 비중이 증가한 기관은 의무 공시 대상 해당 여부 사전 검토
- 민간 확산 동향 추적: 2027년 공공 시행 후 기간제법 개정 논의 가능성 상시 모니터링
실무 포인트 — 2027 예산 반영 2027년 계약 만료가 예상되는 1년 미만 기간제 인원 수에 지급률(8.5~10%)과 기준금액(254만5,000원)을 곱해 예상 일시금을 산출하고, 내년 예산안에 미리 반영해야 한다.
앞으로의 전망 — 기간제법 개정 논의와 연결된다
이번 공정수당 도입은 독립된 이벤트가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초부터 기간제법 전면 재검토를 공식화했다. ‘2년 사용제한’ 규정이 오히려 2년 미만 계약 종료를 부추긴다는 역설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공정수당이 하나의 방편으로 채택됐다.
기간제법 사용사유 제한 도입, 기간 연장(2년에서 3~4년), 공정수당 확대 중 어떤 조합이 채택되느냐에 따라 한국 비정규직 시장의 지형이 달라진다. 7만 명의 공공 기간제 노동자는 그 실험의 첫 번째 대상이 됐다.
💡 시사점:
① 단기일수록 더 받는 역설 구조. 1~2개월 지급률(10%)이 11~12개월(8.5%)보다 높다 — 퇴직금 사각지대를 메우는 설계 의도가 분명하다.
② 공정수당과 1년 미만 계약 금지는 세트. 한 쪽만 보면 본질을 놓친다.
③ 사용사유 제한이 빠지면 효과는 제한적. 기간제법 개정 논의 동향을 함께 추적해야 한다.
#공정수당#기간제법#공공부문비정규직#쪼개기계약
자주 묻는 질문
Q. 공정수당은 퇴직금과 다른 건가요?
네, 다릅니다. 퇴직금은 1년 이상 근무 시 발생하는 법정 급여이고, 공정수당은 1년 미만 단기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불안정을 보상하는 별도 수당입니다. 퇴직금 수급 요건을 갖추지 못한 단기 계약자에게 지급됩니다.
Q. 공정수당은 언제부터 받을 수 있나요?
2027년 시행 예정입니다. 2027년 계약이 만료되는 공공기관 1년 미만 기간제 근로자부터 적용됩니다. 내년 예산안에 반영될 예정입니다.
Q. 민간 기업도 공정수당을 줘야 하나요?
현재 공식화된 제도는 공공부문(공공기관 2,100여 곳)에만 적용됩니다. 민간 확산 여부는 2027년 공공부문 시행 이후 기간제법 개정 논의에서 결정됩니다.
Q. 1년 미만 계약 금지는 모든 업무에 해당하나요?
상시·지속 업무에만 적용됩니다. 계절적·일시적 업무, 특정 프로젝트 업무는 사전심사제를 통해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Q. 공정수당의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요?
현재는 고용노동부 지침·예규 형태로 공공기관에 의무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기간제법 개정 논의와 병행해 법제화 여부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작성: 서재홍 | N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