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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일할수록 더 받는다 — ‘공정수당’ 도입과 기간제법 20년 만의 재설계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처음 도입한 아이디어가 전국 제도로 부활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4월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고용이 불안정하고 근무 기간이 짧을수록 임금에서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공정수당’ 도입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며, 이미 구체적인 수치는 마련됐다”고 밝혔다. 단기 근로자에게 계약 종료 시 임금의 10% 수준을 추가 지급하는 방안이 핵심으로, 참고 모델은 프랑스다.

한 줄 요약: 기간제법이 20년 만에 재설계되면서 “짧게 일할수록 더 받는” 공정수당이 도입된다. 단기·반복 계약일수록 임금에 가산이 붙는 구조로, 그동안 단기 계약자가 정규직 대비 시간당 임금이 낮았던 구조적 격차를 정면으로 손보는 시도다.

공정수당 발표는 단독 정책이 아니다. 2006년 도입된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20년 만의 전면 재설계와 맞물려 있다. 계약기간 상한을 2년에서 3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 반복 갱신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 상시·지속 업무에는 기간제 채용 자체를 금지하는 사용사유 제한까지 정부는 네 가지 카드를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를 20년째 풀지 못한 법을 이번에는 제대로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2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기간제법은 2006년 ‘기간제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면 그 이후엔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논리로 설계됐다. 취지는 좋았다. 현실은 달랐다. 사용자들은 2년이 되기 직전에 계약을 종료하고 새로운 근로자로 교체하는 방식을 택했다. ‘1년 11개월짜리 비정규직’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기간제 근로자는 2021년 453만 7천 명에서 2025년 533만 7천 명으로 4년 만에 80만 명(17.6%) 늘었다. 전체 임금근로자 대비 비중도 같은 기간 21.6%에서 23.8%로 2.2%포인트 올랐다. 법 시행 후 오히려 비정규직이 더 늘어난 것이다. 정규직 전환율은 2009년 27.9%에서 2018년 14.9%까지 떨어졌다. 법이 설계한 경로를 실제로 걷는 기간제 근로자는 10명 중 2명도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기간제법을 직접 거론하며 “사실상 2년 이상 고용금지법”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부는 이 발언 직후 기간제 사용 실태 조사를 공식 예고했다.

주의 — 기간제 활용 사업장 인건비 재설계 필요 공정수당이 시행되면 단기 계약 인건비가 사실상 인상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단순히 “단기 계약 = 저렴”이라는 등식으로 인력 운영을 설계해온 사업장은 임금 구조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

‘공정수당’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공정수당의 논리는 단순하다.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임금에서 보상하자는 것이다. 계약이 짧을수록, 갱신이 불투명할수록, 복지·경력 단절 위험이 크다. 그 리스크를 임금으로 상쇄한다는 발상이다.

프랑스는 이미 이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1년 미만 기간제 계약이 종료될 때 사용자가 계약 기간 동안 지급한 총 임금의 10%를 추가로 지급한다(Code du travail L.1243-8 조항). 이탈리아도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모델을 참고해 1년 미만 계약직에게 10% 수준의 공정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한 버전은 임금의 5~10%를 퇴직 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국가 차원 설계에서는 5%~10% 범위 내에서 최종 수치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은 “수치는 이미 마련됐으며 조만간 세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가지 개정 카드와 각각의 쟁점

정부가 검토 중인 기간제법 개정 방향은 크게 네 가지다. 각각 노사 입장이 정면으로 갈린다.

  • ① 계약기간 상한 연장 (2년 → 3년)
    정부 논리: 2년 제한 자체가 반복 해고를 구조화한다. 3년으로 늘리면 고용 연속성이 생긴다. 노동계 반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추진됐다 무산된 안이다. 비정규직 기간만 더 길어질 뿐 정규직 전환은 안 된다. 경총 우려: 기간이 늘어나도 기업은 여전히 그 직전에 종료한다.
  • ② 공정수당 (퇴직 시 임금 10% 추가 지급)
    정부 논리: 단기 계약 남용에 비용을 부과해 억제 효과를 만든다. 노동계 우려: 정규직 전환 의무를 돈으로 면제해 주는 꼴이다. 경영계 우려: 비용 부담으로 인해 기업이 파견·도급·프리랜서로 우회할 수 있다.
  • ③ 갱신 횟수 제한
    단기 계약을 여러 번 반복하는 방식 자체를 막는다. 단, 업종별 특성(IT 프로젝트성 업무 등)을 어떻게 처리할지 기준 설정이 관건이다.
  • ④ 사용사유 제한
    상시·지속적 업무에는 기간제 채용을 아예 금지한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 운용하는 방식이다. 노동계는 찬성, 경영계는 해석 분쟁 및 사업 경직화를 우려한다.

학계에서는 복합 접근을 제안한다.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현행 2년에 근로자 동의 시 3년을 추가하되 그 기간에는 차별 금지를 의무화하는 ‘2+3 제도’를 내놨다.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는 제한을 ‘사람’이 아닌 ‘직책’에 적용해, 동일 직무가 2년 이상 유지되면 정규직 채용만 허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실무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

  • 시행 시기: 정부는 6월까지 실태조사를 완료하고 연내 최종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공정수당은 법 개정 없이 시행령·고시로도 일부 도입 가능하다는 분석이 있다. 입법 예고 전 경사노위 논의가 먼저다.
  • 적용 대상: 기간제법 제3조에 따라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된다. 공정수당의 경우 1년 미만 계약직 전체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논의는 1년 미만 계약이 종료될 때 지급하는 방식이다.
  • 적용 제외 여부: 기간제법 제4조 단서 규정(사업 완료 목적, 대체 인력, 고령자 계약 등)이 공정수당에도 동일하게 적용될지 아직 미정이다.
  • 기존 계약의 처리: 법 시행 이후 체결·갱신되는 계약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소급 적용 가능성은 낮다.
  • 사용사유 제한 도입 시: 인사담당자는 기간제 채용의 업무 성격(프로젝트형 vs 상시업무)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할 필요가 생긴다. 막연히 ‘수습 기간’ 명목으로 기간제 채용하는 관행은 규제 대상이 된다.

실무 포인트 — 공정수당 시행 전 점검 3가지 ① 현재 기간제 근로자의 평균 계약기간과 갱신 횟수 ② 정규직 대비 시간당 임금 격차 정도 ③ 공정수당 시행 시 추가 부담액 시뮬레이션. 시행 시점 전에 임금체계·계약구조를 손봐야 갑작스러운 인건비 충격을 피할 수 있다.

앞으로의 전망

공정수당 도입과 기간제법 개정은 방향은 정해졌지만 속도와 내용에서 변수가 많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양산 구조를 임금으로 면죄하는 꼼수’라고 반발하고, 경영계는 ‘비용 증가로 합법적 고용 자체가 줄어든다’고 우려한다. 경사노위 논의가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가 최종안을 결정한다.

분명한 것은 방향이다. 20년간 ‘2년 제한’이라는 단일 규제에 의존하던 비정규직 정책이 처음으로 계약기간·수당·사유·횟수를 동시에 건드리는 다층 설계로 전환되고 있다.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기간제 계약 전략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반기 입법 예고 일정을 주시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공정수당은 언제부터 지급되나요?

아직 입법 예고 전 단계입니다. 정부는 6월까지 실태조사 후 연내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경사노위 합의 여부가 관건입니다.

Q. 공정수당은 퇴직금과 별도로 받는 건가요?

별도입니다. 프랑스 모델처럼 계약 종료 시 지급한 총 임금의 10%를 추가로 받는 구조입니다. 1년 미만 계약직에게만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기간제법 계약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면 무조건 좋은 건가요?

반드시 그렇지 않습니다. 계약기간 연장 없이 공정수당+사용사유 제한을 결합하는 방안도 병행 검토 중입니다. 최종안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집니다.

Q. 기간제 근로자 533만 명은 모두 영향을 받나요?

공정수당은 1년 미만 계약직에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년 이상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제법 제4조에 따라 이미 무기계약 전환 대상입니다.

Q. 사용사유 제한이 도입되면 인턴·수습 채용도 규제 대상인가요?

수습(試用) 계약은 별도 법리로 판단됩니다. 사용사유 제한은 주로 상시·반복 업무에 기간제를 활용하는 경우를 타겟으로 합니다. 인턴·수습은 별개 논의입니다.

💡 시사점:

① 공정수당은 기간제법 20년 만의 가장 큰 구조 개편이다.

② 단기 계약일수록 가산이 붙는 역구조 — 인건비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

③ 정규직 전환 인센티브와 결합되면 단기 계약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충격이 클 수 있다.

#공정수당 #기간제법 #임금격차

작성: 서재홍 | N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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