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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2년이 왜 ‘고용금지법’이 됐나 — 정부 개편 착수, 3~4년 연장의 득실

534만 명. 2025년 기준 한국의 기간제 근로자 숫자다. 2021년 454만 명에서 4년 만에 80만 명 늘었다. 같은 기간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간제법은 변한 게 없는데 오히려 비정규직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10일 “2년 이상 고용금지법이 돼버렸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하면서, 고용노동부는 2007년 법 시행 이후 20년 만에 기간제법 전면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1년 11개월, 그 숫자에 담긴 구조적 모순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2년을 넘기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 즉 무기계약직으로 자동 전환된다. 2007년 법 시행 당시의 설계 의도는 명확했다. ‘2년 한도’라는 압박을 통해 사업주가 정규직 전환을 선택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20년간의 현실은 달랐다. 사업주들은 정규직 전환 대신 ‘계약 종료’를 선택했다. 1년 11개월, 혹은 더 전형적으로는 11개월에 맞춘 단기 계약이 반복됐다. 법에서 정한 상한선을 피하기 위한 이 패턴은 이제 고용 관행으로 자리를 잡았다. 쪼개기 계약이다. 근로자 보호를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고용 불안정을 구조화하는 역설이 발생한 것이다.

경향신문이 2026년 4월 15일 보도한 것처럼, 기간제 근로자들이 가장 절실하게 말하는 것은 “기간이 아니라 계약직이라는 고용 형태 자체가 문제”라는 사실이다. 사용기간을 3년 혹은 4년으로 늘린다고 해서 계약 종료 불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꺼낸 카드 — 즉각 조치와 중장기 개편

고용노동부는 2026년 4월 12일 공식 대응에 나섰다. 당장의 조치와 중장기 개편 작업이 함께 발표됐다.

즉각 조치(4월 12일 시행)는 공공부문에 집중됐다.

  •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 약 2,100개소에 ‘상시·지속적 업무에 1년 미만 기간제 활용 원칙 금지’ 공문 발송
  • 쪼개기 계약이 의심되는 지방자치단체 30개소 기획감독 착수
  • 364일 계약, 11개월 계약 등 탈법적 관행 집중 점검

중장기 개편 로드맵은 다음과 같다.

  • 5~6월: 한국노동연구원이 사업체 1,500곳·기간제 근로자 4,000명 대상 실태조사 진행
  • 6~7월: 전문가 논의 및 공청회
  • 2026년 하반기: 종합 정책 방안 마련
  • 이후: 국회 입법 과정

핵심 쟁점은 사용기간 연장이다. 현행 2년 상한을 3~4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동시에 사용 사유 제한, 차별 시정 강화 등을 패키지로 묶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사용기간 연장, 해법인가 아닌가

정부가 제시하는 ‘사용기간 연장’ 논리는 단순하다. 쪼개기 계약이 발생하는 이유가 2년 상한선이 너무 짧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간을 3~4년으로 늘리면 그 안에서 관계가 안정되고 숙련도도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다. 중소기업계는 “인력 운용의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 방향”이라며 환영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논리에는 치명적인 반론이 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이미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개정을 시도했다가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역사가 있다. 당시와 지금 노동계의 논리는 동일하다.

한국노총은 2026년 4월 기간제법 개편 착수 발표 직후 “사용기간 연장은 해법이 아니다”라고 공식 논평을 냈다. 핵심 주장은 이렇다. 비정규직이 534만 명으로 늘어난 원인은 기간이 짧아서가 아니라, 사업주들이 비정규직을 상시 대체 가능 인력으로 활용하는 구조에 있다. 사용기간을 늘리면 비정규직 상태가 길어질 뿐 고용 안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더 나아가 법적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상시·지속 업무에는 정규직 고용을 의무화하는 사용 사유 제한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형 모델을 참고하자는 제안이다. 프랑스 노동법은 기간제 계약 체결이 가능한 사유를 법으로 열거하며, 결원 대체·일시적 업무량 증가·계절적 업무 등 특정 상황 외에는 기간제 활용 자체가 불법이다.

두 입장의 핵심 차이를 정리하면 이렇다. 사용기간 연장은 기간제 근로자가 더 오래 비정규직 상태로 머무는 것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사용 사유 제한은 애초에 기간제를 쓸 수 있는 상황을 좁히는 방식이다. 전자는 유연성 확보, 후자는 정규직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다.

갱신기대권 — 법 개정 전에도 이미 작동하는 보호막

기간제법 개편 논의와 별개로, 지금 당장 기간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중요한 판례 법리가 있다. 바로 갱신기대권이다.

대법원은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 갱신됐거나 계약서에 갱신 기대를 유발하는 표현이 있는 경우, 사용자가 계약 만료를 이유로 계약을 종료하더라도 이를 부당해고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해왔다. 갱신기대권 법리의 핵심은 계약서 문언보다 실제 근로 관행과 계약 체결 경위를 우선한다는 점이다.

즉, 계약서에 “갱신 없음”이라고 써 있더라도, 실제로 수 차례 갱신이 이뤄졌거나 사용자가 계속 고용할 것처럼 행동했다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 쪼개기 계약을 반복해온 사업장일수록 이 리스크는 높다. 계약 종료 시점에 부당해고 분쟁이 터질 수 있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기준과 관련하여 근로계약의 내용,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를 판단해왔다. 일회성이라도 계약서에 “성과에 따라 갱신 가능”과 같은 문구가 있었다면 기대권이 인정될 여지가 생긴다.

실무에서 지금 당장 점검해야 할 5가지

법 개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는 지금 바로 대응이 필요한 사안들이 있다.

  1. 공공기관·지자체 — 즉시 계약 구조 점검
    노동부 공문 수신 2,100개소는 지금 1년 미만 쪼개기 계약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기획감독 30개소에 포함됐다면 관련 서류 정비가 시급하다.
  2. 갱신기대권 리스크 재진단
    반복 갱신 패턴이 있는 계약은 종료 전에 법적 리스크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계약서에 “더 이상의 갱신 없음”을 명시하고, 계약 만료 30일 이상 전에 통보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3. 계약 목적과 기간의 연관성 명기
    사용 사유 제한이 도입될 경우, 계약서에 기간제 활용의 사유(결원 대체, 일시적 사업, 전문적 업무 등)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지금부터 계약서 양식을 정비해두는 것이 안전하다.
  4. 차별 시정 리스크 점검
    개편 방안에 차별 시정 강화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기간제 근로자와 정규직 간의 임금·복리후생 격차를 지금부터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합리적 이유 없는 격차는 줄여가야 한다.
  5. 6월 실태조사 결과 모니터링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는 이후 입법 방향의 사실상 기초 자료가 된다. 6월 발표 이후 정책 방향이 급격히 구체화될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20년 만의 재설계, 이번엔 다를까

이번 기간제법 개편 논의가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도입 당사자 측의 문제 인식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진보 정부 스스로 20년 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사건이었다. 그만큼 변화의 방향과 폭이 과거보다 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사용기간 연장과 사용 사유 제한 사이의 노사 입장 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2026년 하반기 정책 방안이 나오고 국회 입법 과정이 시작되면, 2007년 기간제법 도입 때보다 더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은 가까운 미래에 계약 구조 전면 재검토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쪼개기 계약 관행이 허용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6월 실태조사 결과와 하반기 정부 발표를 주시하면서, 지금부터 계약서 정비와 내부 절차 점검을 시작해야 할 때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간제법 개편 후 기존 계약에도 소급 적용되나요?

법 개정 시 경과규정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기존 계약에 즉시 소급 적용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개정 시행 이후 체결하는 신규 계약부터 새 기준이 적용됩니다.

Q. 지금 1년 11개월 계약을 반복 중인데 갱신기대권이 생기나요?

반복 갱신 패턴이 있고 사용자가 계속 고용할 것처럼 행동했다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갱신 불가 조항을 명기하고 계약 만료 전 충분한 사전 통보를 해야 분쟁 리스크를 낮출 수 있습니다.

Q. 사용 사유 제한이 도입되면 어떤 경우에만 기간제를 쓸 수 있나요?

현재 논의 중인 단계라 확정된 내용은 없습니다. 프랑스 모델의 경우 결원 대체, 일시적 업무량 증가, 계절적 업무 등 특정 사유를 법으로 열거합니다. 국내에도 유사한 방향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도 지금 당장 영향을 받나요?

노동부의 즉각 조치(공문 발송·기획감독)는 공공부문이 대상입니다. 민간 기업은 현행 기간제법이 그대로 적용되며, 법 개정 전까지는 2년 상한 규정이 유지됩니다.

Q. 기간제법 제4조 위반 시 어떤 불이익이 생기나요?

2년을 초과해 사용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자동 전환 간주됩니다(기간제법 제4조). 차별 시정을 신청하면 노동위원회 시정 명령 및 손해배상 명령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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